HIFICLUB, High-end Internet

지난 2017년 10월 수입사인 로이코에서 흥미로운 시청회가 있었다. 독일 클리어오디오(Clearaudio)의 CEO 로버트 수시(Robert Suchy)가 직접 자사 턴테이블과 톤암, 카트리지를 동원해 역시 자사 레이블에서 발매한 LP를 비교 시연한 자리였다. 당시 눈길을 끌었던 것은 Performance(퍼포먼스) DC 턴테이블과 Magnify(맥니파이) 톤암, Talisman V2 Gold(탈리스만 V2 골드) MC 카트리지 조합이었는데 초저노이즈와 극강의 해상력에 크게 감탄했다. 참석자들 대부분이 “와~~” 소리를 낼 정도였다.

시청회가 있은 다음 달에는 퍼포먼스 DC 턴테이블을 정식으로 리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는 카트리지는 동일했지만 맥니파이 톤암보다 몇 체급 아래 모델인 Satisfy Kardan(새티스파이 카단) 톤암이 장착된 상태였는데, 이 조합도 기존 익숙한 LP 사운드에 CD의 깔끔함이 가미된 소리를 들려줬다. 사명 그대로 ‘클리어’한 사운드였다. LP에서 어떻게 그처럼 맑은 소리가 날 수 있는지 지금도 신기하기만 하다. 이에 비해 윗급인 Innovation Basic(이노베이션 베이직) 턴테이블에서는 클리어한 성향은 유지하되 좀 더 묵직한 소리를 냈던 기억이 새롭다.

퍼포먼스 DC 턴테이블을 최근 하이파이클럽에서 또 한차례 시청했다. 이번에는 두 종류의 톤암과 각각에 장착된 두 종류 카트리지를 비교해가며 들었다. 한 조는 이미 익숙한 새티스파이 카단 톤암+탈리스만 V2 골드 카트리지 조합이고, 다른 한 조는 처음 접해보는 TT5 톤암+Essence MC(에센스 MC) 카트리지 조합이었다. 카트리지는 모두 MC(Moving Coil) 타입이지만, 새티스파이 카단은 피봇형, TT5는 리니어 트래킹 톤암이었다. TT5 조합이 약간 더 비싸지만 이와 상관없이 두 조합이 들려주는 미세한 음질 차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시청이었다.

클리어오디오와 턴테이블, 톤암, 카트리지

클리어오디오는 지난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관록의 독일 아날로그 오디오 메이커. 체코슬로바키아의 핵물리학자였던 피터 수시(Peter Suchy)가 1968년 ‘프라하의 봄’ 때 독일로 망명, 지멘스에서 근무하다가 1978년 부업으로 자신의 회사를 설립했다. 사명 ‘Clearaudio’는 ‘깨끗한 소리를 세상에 들려주고 싶다’는 피터 수시의 포부를 반영했다. 사명에 영어를 웬만하면 안 쓰는 독일 회사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작명이다. 현 CEO인 로버트 수시는 피터 수시의 큰 아들이다.

클리어오디오는 스타일러스가 삼각형 모양인 초고가 트리곤 팁스 카트리지로 그 명성을 굳혔는데, 지금도 꽃잎 모양의 상판이 인상적인 플래그십 카트리지 Goldfinger Statement(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는 1만 5000달러라는 높은 가격대를 자랑한다. 턴테이블의 경우 상위 모델에 투입되는 GS 급 아크릴 베이스와 플래터가 이들의 강렬한 상징. 클리어오디오는 현재 턴테이블과 톤암, 카트리지는 물론 포노 스테이지, 포노케이블, 커넥터, LP 클리너, 침압계까지 만들어 전 세계 80개국에 판매하고 있다.

2019년 8월 현재 클리어오디오의 턴테이블, 톤암, 카트리지 라인업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턴테이블

왼쪽부터 Statement, Master Innovation

Statement : 플래그십. 리니어 트래킹 톤암 Statement TT1 장착. 비접촉 마그네틱 드라이브. 98mm 아크릴/POM 플래터. 3개 톤암 장착 가능. 350kg

Master Innovation : DC 모터 벨트 드라이브. 스테인리스 스틸 서브 플래터, 70mm 복합소재 메인 플래터. 3개 톤암 장착 가능. 60kg

왼쪽부터 Innovation, Innovation Compact, Innovation Basic

Innovation : DC 모터 벨트 드라이브. 스테인리스 스틸 서브 플래터, 70mm 고밀도 아크릴 메인 플래터. 톤암 2개 장착 가능. 24kg

Innovation Compact : DC 모터 벨트 드라이브. 70mm POM 플래터. 톤암 2개 장착 가능. 12kg

Innovation Basic : DC 모터 벨트 드라이브. 40mm POM 플래터. 톤암 2개 장착 가능. 8kg

왼쪽부터 Ovation, Performance DC

Ovation : DC 모터 벨트 드라이브. 알루미늄 서브 플래터, 40mm POM 메인 플래터. 13.5kg

Performance DC : DC 모터 벨트 드라이브. 알루미늄 서브 플래터, 40mm POM 메인 플래터. 11kg

왼쪽부터 Emotion SE, Concept Active, Concept

Emotion SE : DC 모터 벨트 드라이브. 28mm 아크릴 플래터. 7kg

Concept Active : 포노스테이지 내장, 헤드폰 출력, 톤암 일체형. DC 모터 벨트 드라이브. 알루미늄 서브 플래터, 30mm POM 메인 플래터. 8kg

Concept : 톤암 일체형. DC 모터 벨트 드라이브. 알루미늄 서브 플래터, 30mm POM 메인 플래터. 7.5kg

톤암

왼쪽부터 Statement TT1, Statement TT1 MI

Statement TT1 : 플래그십. 리니어 트래킹 타입. Statement 턴테이블 전용

Statement TT1 MI : 리니어 트래킹 타입. Master Innovation, Innovation 턴테이블 전용

왼쪽부터 TT2, TT3, TT5

TT2 : 리니어 트래킹 타입

TT3 : 리니어 트래킹 타입

TT5 : 리니어 트래킹 타입

Universal

Universal : 피봇 타입. 9인치/12인치. 카본 파이버. 740g

왼쪽부터 Magnify, Tracer, Unify

Magnify : 피봇 타입. 9인치. 카본 파이버. 620g

Tracer : 피봇 타입. 카본 파이버. 350g

Unify : 피봇 타입. 9인치/10인치/12인치/14인치. 카본 파이버. 772g

왼쪽부터 Satisfy Kardan, Clarify, Verify

Satisfy Kardan : 피봇 타입. 9인치. 알루미늄(350g) 또는 카본 파이버(345g)

Clarify : 피봇 타입. 9인치. 카본 파이버. 410g

Verify : 피봇 타입. 9인치. 카본 파이버. 330g

카트리지

Goldfinger Statement MC

Goldfinger Statement MC : 보론 캔틸레버. 24K 코일. 14K 바디. Gyger S 더블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 권장 침압 2.8g. 무게 16g, 출력 0.6mV

왼쪽부터 Titanium V2 MC, Da Vinci V2 MC

Titanium V2 MC : 보론 캔틸레버. 24K 코일. 티타늄 바디. Gyger S 더블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 권장 침압 2.8g. 무게 9g, 출력 0.6mV

Da Vinci V2 MC : 보론 캔틸레버. 24K 코일. 알루미늄 바디. Gyger S 더블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 권장 침압 2.8g. 무게 7g, 출력 0.6mV

왼쪽부터 Jubilee MC, Stradivari V2 MC, Concertto V2 MC

Jubilee MC : 보론 캔틸레버. 24K 코일. 방탄나무 바디. Gyger S 더블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 권장 침압 2.8g. 무게 7.4g, 출력 0.6mV

Stradivari V2 MC : 보론 캔틸레버. 24K 코일. 에보니 바디. HD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 권장 침압 2.8g. 무게 7g, 출력 0.6mV

Concertto V2 MC : 보론 캔틸레버. 24K 코일. 새틴 바디. HD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 권장 침압 2.8g. 무게 7g, 출력 0.5mV

왼쪽부터 Talismann V2 Gold MC, Essence MC, Concept MC

Talismann V2 Gold MC : 보론 캔틸레버. 24K 코일. 에보니 바디. 마이크로 HD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 권장 침압 2.8g. 무게 10.8g, 출력 0.5mV

Essence MC : 보론 캔틸레버. OFC 코일. 알루미늄/마그네슘 합금 바디. 마이크로 라인 스타일러스. 권장 침압 2g. 무게 8g, 출력 0.4mV

Concept MC : 보론 캔틸레버. OFC 코일. 알루미늄/마그네슘 합금 바디. 마이크로 라인 스타일러스. 권장 침압 2g. 무게 8g, 출력 0.4mV

Charisma V2 MM

Charisma V2 MM : 보론 캔틸레버. 에보니 바디. Gyger S 더블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 권장 침압 2.4g. 무게 9g, 출력 3.6mV

왼쪽부터 Maestro V2 MM, Virtuoso V2 MM, Jubilee MM

Maestro V2 MM : 보론 캔틸레버. 에보니 바디. HD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 권장 침압 2.2g. 무게 8.4g, 출력 3.6mV

Virtuoso V2 MM : 알루미늄 캔틸레버. 에보니 바디. 권장 침압 2.2g. 무게 8.4g, 출력 3.6mV

Jubilee MM : 알루미늄 캔틸레버. 방탄나무 바디. 권장 침압 2.2g, 무게 8.8g, 출력 3.6mV

왼쪽부터 Artist V2 MM, Performer V2 MM, Concept V2 MM

Artist V2 MM : 알루미늄 캔틸레버. 에보니 바디. 권장 침압 2.2g. 무게 8.4g, 출력 3.6mV

Performer V2 MM : 알루미늄 캔틸레버. 에보니 바디. 권장 침압 2.2g. 무게 8.4g, 출력 3.3mV

Concept V2 MM : 알루미늄 캔틸레버. 알루미늄 바디. 권장 침압 2.2g. 무게 8.4g, 출력 3.3mV

Performance DC 턴테이블

퍼포먼스 DC 턴테이블은 엔트리 모델 Concept와 Emotion SE 바로 위 라인업으로, 톤암과 카트리지를 패키지 형태로 구매할 수 있다. 현재 4가지 옵션이 마련됐는데, 비싼 순으로 보면 1) TT5 + Essence MC, 2) Satisfy Kardan + Talismann V2 Gold MC, 3) Clarify + Virtuoso V2 MM, 4) Clarify(기본) 순이다.

퍼포먼스 DC 턴테이블은 기본적으로 DC 모터를 이용한 벨트 드라이브 시스템. 또한 서스펜디드 타입이 아니라 리지드 타입의 턴테이블이다. 2011년에 처음 나왔던 오리지널 모델은 AC 모터에 강화 아크릴 플래터를 썼지만, DC 버전이 되면서 DC 모터로 방향을 틀었다. 아무래도 낮은 소음과 최소의 진동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플래터도 무게 3kg의 고밀도 POM(폴리옥시메틸렌) 재질로 바뀌었다.

구동은 디커플링된 DC 모터 풀리에 연결된 플랫 벨트가 서브 플래터를 돌리는 구조이며, 알루미늄 재질의 서브 플래터와 두께 40mm의 메인 플래터가 세라믹 마그네틱 베어링(CMB) 위에 차례대로 장착된다. CMB(Ceramic Magnetic Bearing)는 클리어오디오가 고안, 특허를 받은 베어링 설계로 자석의 반발력을 이용해 축을 떠올린다. 회전축이 되는 샤프는 유광 탬퍼링 스틸, 부싱은 청동 합금 재질이다.

회전속도 및 구동 온 오프는 상판 왼쪽 하단에 마련된 버튼을 눌러 선택할 수 있는데, 33.3rpm과 45rpm은 물론 78rpm까지 지원해 과거 발매된 78회전 10인치 SP 레코드도 재생할 수 있다. 상위 모델에 장착되는 광학식 스피드 조절 기술(OSC)은 채택되지 않았지만 회전속도의 정확도는 0.05% 오차 범위 내에 있을 정도로 무척 뛰어난 편이다. OSC 기술이 채택된 모델들은 스피드 정확도가 0.03% 오차 범위 이내로 더 높아진다.

시청에는 두 가지 모델이 동원됐다. 피봇 톤암인 새티스파이 카단이 장착된 모델은 베이스 캐비닛 가운데에 HDF(마감은 우드 베니어), 그 위아래를 알루미늄 플레이트가 감싼 샌드위치 구조의 Wood(우드) 모델, 리니어 트래킹 톤암인 TT5가 장착된 모델은 HDF 마감을 실버로 한 기본 모델이다. 두 모델 모두 알루미늄 플레이트를 손으로 두들겨보면 꽤 묵직한 느낌인데 육안상 플래터가 출렁이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무게는 11kg. CNC 절삭가공한 3점 지지 알루미늄 다리 높이를 각각 조절해 턴테이블의 수평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

Satisfy Kardan vs TT5

9인치(유효 길이 222mm) 새티스파이 카단 톤암은 비접촉 마그네틱 방식으로 안티스케이팅 조정이 가능하고 카트리지에서 포노 스테이지까지 1.1m 짜리 다이렉트 와이어로 연결되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만큼 음질 손실을 가져올 변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수직 트래킹 각도(VTA), 아지무스(Azimuth), 트래킹 포스까지 조정할 수 있는 본격파 톤암이다. VTA는 암 베이스의 볼트를 돌려서, 아지무스는 헤드셀 쪽 톤암 밑바닥에 달린 볼트를 돌려서, 트래킹 포스는 반대쪽 톤암 끝에 달린 카운터웨이트를 돌려서 각각 조정하면 된다.

새티스파이 카단 톤암은 튜브 재질에 따라 알루미늄(블랙/실버)과 카본 파이버 모델로 나뉘며 무게는 카본 모델이 345g, 알루미늄 모델이 350g이다. 두 모델 모두 베어링은 2축 구조이며 2개의 수평축 베어링은 세라믹 재질, 수직축 베어링은 텅스텐 스핀들이 사파이어 베어링에 장착됐다. 톤암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큐잉 레버의 동작도 상당히 매끄럽고 유연한 편이다. 오버행은 17.31mm, 오프셋 각도는 25.54도이며 2.5~17g의 카트리지를 장착할 수 있다.

TT5는 클리어오디오에서 가장 저렴한 리니어 트래킹 톤암. 리니어 트래킹 톤암은 잘 아시는 대로, 회전축(피봇)이 없는 작동 원리상 피봇형 톤암의 가장 큰 문제점인 트래킹 에러를 없앨 수 있다. 카트리지가 그루브에 수직 직선 방향으로만 이동, 스타일러스가 항상 그루브 접선 방향과 일치된 상태에서 트래킹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사용도 피봇 타입보다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 주로 고가의 하이엔드 턴테이블에 채택돼온 것이 사실이다.

TT5의 경우 유광 글래스 튜브(지지대 역할) 안에 들어있는 V4 스틸 볼 베어링이 90도로 맞물린 실버 카본 암 튜브(알루미늄 헤드셀이 장착)를 부드럽게 바깥쪽(LP 외주부)에서 안쪽(스핀들)으로 움직이게 하는 구조다. LP를 얹을 때에는 글래스 튜브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되고, LP를 얹은 후에는 다시 글래스 튜브를 시계 방향으로 끝까지 돌린 후 큐잉 레버를 앞으로 댕기면 카본 암 튜브와 헤드셀이 LP를 향하게 된다.

TT5 역시 VTA(TT5 VTA 클램프 제공), 아지무스, 트래킹 포스(4개 카운터 웨이트 제공)를 조절할 수 있으며, 리니어 트래킹 원리상 안티 스케이팅 조정장치는 없다. 트래킹 포스는 카트리지 무게에 따라 2.3g, 2.6g(이상 카트리지 무게 7g 용), 4.3g(카트리지 무게 8g 용), 8g(카트리지 무게 12g 용) 짜리 카운터웨이터를 선택해 장착하면 된다. 시청 모델의 턴테이블 장착에는 알루미늄 재질의 스윙 베이스(Swing Base)가 동원됐다. 톤암 전체 무게는 560g.

Talismann V2 Gold vs Essence MC

탈리스만 V2 골드 MC 카트리지는 견고한 보론 캔틸레버와 마이크로 HD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를 장착했다. 바디는 에보니(흑단) 재질, 무게는 10.8g이다. 권장침압은 2.8g, 출력은 0.5mV, 내부 임피던스는 50옴, 수평/수직 컴플라이언스는 15/15u/mN을 보인다. 코일은 모델명의 Gold가 나타내듯이 24K 골드 와이어이며, 마그넷은 8개가 4개씩 서로 마주 보는 대칭 형태로 투입됐다.

클리어오디오에서 TT5 리니어 트래킹 톤암에 에센스 MC 카트리지를 장착한 것은 필자가 보기에 순전히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와 침압 때문이다. 탈리스만 V2 골드 MC 카트리지의 경우 무게가 10.8g, 권장침압이 2.2g인데 비해, 에센스 MC 카트리지는 무게가 8g, 권장침압이 2g을 보인다. 카트리지 무게와 적정침압이 가벼울수록 스틸 볼 베어링 움직임에 부담을 덜 주기 때문이다.

에센스 MC 카트리지의 캔틸레버 재질은 보론, 스타일러스는 마이크로 라인 다이아몬드를 썼다. 바디는 세라믹 코팅된 알루미늄/마그네슘 합금, 코일은 OFC 동선이다. 출력은 탈리스만보다 살짝 낮은 0.4mV, 내부 임피던스는 11옴, 컴플라이언스는 9u/mN를 보인다.

셋업 및 시청

시청에는 새티스파이 카단 톤암과 탈리스만 V2 골드 카트리지가 장착된 퍼포먼스 DC 우드 턴테이블과, TT5 톤암과 에센스 MC 카트리지가 장착된 퍼포먼스 DC 기본 턴테이블 2대가 동원됐다. 앰프는 포노스테이지가 내장된 매킨토시의 인티앰프 MA9000으로 매킨토시의 장기인 출력 오토포머를 장착, 스피커 임피던스에 상관없이 300W를 뿜어낸다. 스피커는 매지코의 신형 스탠드마운트 A1.

A : Satisfy Kardan + Talismann V2 Gold + Performance DC Wood

B : TT5 + Essence MC + Performance DC

Diana Krall - California Dreamin'

Wallflower

A 조합 시청 : 첫 음부터 온도감과 양감이 잘 느껴지는 전형적인 아날로그 사운드다. 예전 시청 때는 ‘쿨 앤 클리어’ 성향이 돋보였지만 지금은 ‘웜 앤 클리어’인 점이 특이한데 이는 스피커가 엘락 Concentro(콘센트로)에서 매지코의 A1으로 바뀐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매지코 A1은 다른 앰프에 물려 들었을 때에도 생긴 것과는 달리 온기 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어쨌든 A 조합에서는 음이 야위거나 가늘지 않은 점, 자연스러운 해상력과 다이내믹스가 인상적이다.

B 조합 시청 : A 조합에 비해 온기가 약간 사라진, 보다 클리어 오디오 사운드에 근접한 모습을 보인다. 리니어 트래킹 톤암에 대한 선입견도 작용했겠지만, 보컬의 아티큘레이션이나 기척, 반주음이 더 잘 들리는 것 같다. 음의 윤곽선이 좀 더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확실하다. 음상도 A 조합 때보다 조금 작고 단단하게 맺히는 모습. 배경의 정숙도도 좀더 높아진 것 같지만 에너지감은 반대로 약간 줄어들었다. A 조합 때보다 카메라를 줌아웃 시켜 무대와 연주자를 바라본다는 인상이 강하다. 전체적으로 정갈하고 스무드한 재생음이 흘러나왔다.

Dire Straits - Sultan Of Swing

Dire Straits

A 조합 시청 : 대단한 다이내믹스다. 밴드가 바로 앞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 음들이 순간적으로 치고 나왔다가 또 어느새 사라지는 모습이 역시 LP답다. 역시 클리어 오디오 턴테이블과 톤암, MC 카트리지는 선명하고 깨끗한, 색 번짐이 일절 없는 음의 감촉이 트레이드 마크다. 탱글탱글한 음의 밀도감, 두 스피커를 밀어뜨린 드넓은 사운드스테이지에도 만족했다. 투명하고 시원하게 뻗는 고음도 매력적이다.

B 조합 시청 : 이번 시청에서 비교한 두 톤암과 MC 카트리지 모두 선명하고 깨끗한 음들을 들려준다. 이는 베이스인 퍼포먼스 DC 턴테이블의 특질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B 조합이 보다 선명하고 또렷한 음상을 제시해준다. 풋워크가 보다 경쾌한 점도 특징. 하지만 연주의 열기나 에너지감은 A 조합 때보다 확실히 줄어들었다. 대신 요즘 유행하는 용어를 빌리자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보다 낮은 쪽이 B 조합이다.

Anne-Sophie Mutter, James Levine, Wiener Philharmoniker

Sarasate : Zigeunerweisen Op.20

Carmen-Fantasy

A 조합 시청 : 스피커가 사라지며 오케스트라가 무대 뒤에서 큼지막하게 등장한다. 배경이 칠흑 같다. 아날로그 사운드가 좋은 것이 여리고 미세한 음들이 어디에도 파묻히지 않고 잘 뛰어논다는 것인데, 이번 퍼포먼스 DC 우드 턴테이블과 A 조합은 이 점을 잘 부각시키는 것 같다. 필자의 가슴을 때리는 가격감과 음의 압력,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적인 음수와 빠른 스피드에 몇 번이나 감탄했다. 수준급 턴테이블에 톤암, 카트리지 조합임이 분명하다.

B 조합 시청 : 배음을 더 많이 캐치하고 음이 바스러지는 여운이 좀 더 오래 남는다. 무대가 좀 더 커지고 음의 표정이 좀 더 활달하게 바뀐 점도 특징. 리니어 트래킹 작동 원리상, 그루브에 이식된 좌우 채널 정보를 정확히 읽어들인 덕분일 것이다. 여린 음이 보다 가냘프게 흐느끼는 점도 B 조합의 매력. 이 밖에 푸른빛이 연상될 만큼 음에 서늘함이 깃들거나 좀 더 정갈해진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두 조합을 모두 받쳐주며 안정적인 플래터 회전을 선사한 퍼포먼스 DC 턴테이블은 언제든 추천할 만한 실력기다.

Arne Domnerus - Limehouse Blues

Jazz at the Pawnshop

A 조합 시청 : 노이즈를 완전히 탈수시킨 조용한 배경과 깊숙한 공간감이 돋보인다. 곡이 처음 시작할 때 갑자기 무대가 쑥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매끄럽고 나긋나긋한 음, 통통 튀는 기분 좋은 탄력감, 오밀조밀 모여있는 악기들의 모습에 기분마저 좋아진다. 고음이 달콤하고 매끄럽게 위로 쭉쭉 뻗는 것을 보면 A1의 베릴륨 트위터 공도 크다. 드럼 연주의 절도 있는 스톱 앤 고, 비브라폰의 방울방울 영롱하게 터지는 질감이 멋지다.

B 조합 시청 : 확실히 B 조합에서 음들이 보다 정갈해지고 깨끗해진다. 노이즈가 보다 줄어들고 배경이 보다 정숙해지는 점도 차이. 달리 생각하면, 피봇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톤암과 수직으로(tangentially) 스핀들을 향해 달려가는 리니어 트래킹 톤암이 사운드를 달리 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알토 색소폰이 좀 더 섹시하게 뻗지만 그 에너지감은 A 조합 때보다 줄어든 점이 계속해서 파악되는 두 조합의 차이일 것이다. 무대의 투명도도 B 조합이 낫다.

총평

개인적으로 아날로그 플레이어로서 퍼포먼스 DC 턴테이블의 됨됨이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시청이었다. 또한 클리어 오디오가 만든 리니어 트래킹 톤암의 내공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우선 퍼포먼스 DC 턴테이블의 핵심은 자석을 이용한 CMB 베어링 설계와 우수한 성능의 DC 모터. 그야말로 가성비가 돋보이는 모델이다.

새티스파이 카단 톤암은 비접촉 마그네틱 방식으로 안티스케이팅까지 조절할 수 있는 본격파 톤암인 점이 돋보이며, TT5는 클리어 오디오 모델 중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리니어 트래킹 톤암의 세계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별도 전원 장치나 기름칠을 할 필요가 없는 점도 마음에 든다. 두 MC 카트리지는 상대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클리어 사운드’의 전초 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오래간만에 선도 높은 아날로그 사운드를 만끽했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