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스피커가 있습니다. 하이파이클럽에 있는 스피커만 따져봐도 거대한 스페리컬 혼이 인상적인 아방가르드 어쿠스틱스의 Trio Luxury Edition 26(트리오 럭셔리 에디션 26), 전자석 우퍼를 투입한 포칼의 Grande Utopia EM EVO(그랜드 유토피아 EM 에보), 트위터 온 톱에 둥근 터빈 헤드를 앞세운 B&W의 800 D3, 중고음을 360도로 방사시키는 팔콘랩의 Model 707(모델 707) 등이 대표적입니다. 아, 올해 시청회를 빛냈던 PMC의 Fenestria(페네스트리아), 이글스톤웍스의 Andra Viginti(안드라 비진티)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294회 하이파이클럽 시청회의 주인공이었던 스위스 피에가(Piega)의 Master Line Source 3(마스터 라인 소스 3) 스피커입니다. 동축 리본 드라이버를 4개나 쓴 데다, 이들 유닛 후면이 개방된 다이폴 설계에, 우퍼 2발과 패시브 라디에이터 2발 조합이니 세상에 이런 스피커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도 이 스피커는 튀는 외관을 보란 듯이 배반한, 너무나 자연스럽고 선명하며 탁 트인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시청회 세팅

하이파이클럽 메인 시청실에서 진행된 시청회에는 소스기기로 오렌더의 네트워크 뮤직서버 W20 SE, MSB의 R2R DAC Premier DAC(프리미어 DAC), 앰프로 블록오디오의 프리앰프 Line & Power Block(라인 & 파워 블록)과 모노블록 파워앰프 Mono Block(모노 블록)이 동원됐습니다. 시청회 1부에서는 피에가 스피커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어봤고, 2부에서는 체코에서 건너온 블록오디오의 프리 파워앰프를 살펴보며 이들의 성능을 하나하나 체크해봤습니다.

피에가와 마스터 시리즈

피에가는 엔지니어 레오 그라이너(Leo Greiner)와 쿠르트 쇼이히(Kurt Scheuch)가 1986년 스위스 취리히에 설립한 스피커 전문 제작사입니다. 무엇보다 상위 모델에 리본 트위터와 리본 미드레인지를 동축으로 결합시킨 동축 리본 유닛과, 금형을 통한 압출 방식으로 제작한 고강도 알루미늄 인클로저로 유명하죠. 피에가의 최상위 시리즈는 이번 시청회 주인공인 마스터 라인 소스 3(이하 MLS3)가 포진한 Master(마스터) 라인입니다. 

MLS3는 지난해 11월 출시된 마스터 라인의 막내입니다. 4개 타워로 구성된 플래그십 MSL이 2014년에, 이를 2개 타워로 압축시킨 MLS2가 2016년에 출시됐습니다. MLS2만 해도 키가 176cm에 달하는 등 일반 가정집에서 쓰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이번 MLS3는 키가 165cm로 적당해진데다 우퍼 크기가 8.6인치에서 7인치로 줄어들어 보다 접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가격도 상대적으로 많이 내려갔습니다.

마스터 라인의 이들 3개 스피커를 간략히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표에서 확인하실 수 있듯이, MLS3는 기본적으로 공칭 임피던스 4옴에 감도 92dB, 재생 주파수대역이 28Hz~50kHz에 달하는 스피커입니다. 유닛 구성은 동축 리본 유닛(트위터, 미드레인지)이 세로로 4발 장착됐고, 그 밑에 7인치 우퍼가 2발, 후면에 7인치 패시브 라디에이터 2발이 장착됐습니다. 리본 트위터가 점 음원(point source)가 아니라 라인 음원, 즉 라인 소스(line source)로 장착된 점, 중고역 동축 리본 유닛들의 후면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dipole)에서 날개 모양의 디퓨저(diffuser)를 단 점이 시각적으로 눈길을 끕니다. 스피커 커넥터는 바이와이어링을 지원합니다.

상위 MLS2는 공칭 임피던스와 감도, 권장 앰프 출력(20~50W)은 MLS3와 동일하지만 재생 주파수대역에서 역시나 MLS2가 앞서네요(20Hz~50kHz). 우퍼와 패시브 라디에이터도 개수는 각각 2개로 똑같지만 MLS2의 직경이 8.6인치로 넓고, 전체 스피커 무게도 93kg으로 MLS3(65kg)보다 무겁습니다. 리본 미드레인지의 가로 길이도 MLS2가 더 넓고 격자 그릴에 의해 나눠진 칸수도 MLS2가 총 24개, MLS3가 12개로 차이가 납니다. 스피커 커넥터의 경우 MLS3와 달리 WBT 제품을 썼습니다. 

왼쪽부터 피에가 MLS, MLS2, MLS3

우퍼 타워를 별도로 세운 플래그십 MLS는 설계 면에서도 MLS2나 MLS3와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중고역 타워를 보면, 9개의 리본 트위터가 세로로 길게 라인 소스로 정렬됐고, 후면에도 마찬가지로 9개의 리본 트위터가 라인 소스로 정렬됐습니다. 이들 옆에 9개의 리본 미드레인지가 역시 세로로 도열했고 이들 미드레인지 후면은 다이폴 구조로 개방됐습니다. 별로 우퍼 타워는 MLS2와 동일한 직경의 8.6인치 우퍼가 6개 전면에 장착됐고 패시브 라디에이터는 없습니다. 높이는 MLS2와 똑같은 175cm이지만 무게는 무려 420kg에 달합니다. 

Whitney Houston - I’ll Always Love You

The Bodyguard OST

MLS3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음악부터 들어봤습니다. 영화 ‘보디가드’의 잊을 수 없는 이 명곡을 들어보니, 적막한 배경과 스트레스 없이 360도로 방사되는 듯한 소릿결이 도드라집니다. 확실히 기존 박스형 인클로저나 다이내믹 드라이버에서는 좀체 접해보지 못한 촉감이네요. 리듬감도 좋고 다이내믹 레인지도 무척 넓습니다. 무엇보다 전망이 탁 트인 느낌과 7인치 우퍼 2발과 패시브 라디에이터 2발이 밀어내는 저역 에너지가 대단합니다. 물론 50kHz까지 뻗는 리본 트위터 덕분에 고음은 그야말로 거침없이 내달리고, 중고음이 동축으로 결합된데다 다이폴 설계라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잡맛이 없고 깨끗하고 투명한 음입니다. 그만큼 시청실 환경에 덜 양향을 받았다는 뜻이겠지요. 

동축 라인 소스 리본 드라이버 4발

이 같은 음의 비결은 우선 동축에 라인 소스로 결합된 리본 유닛 4발에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동축(coaxial)은 ‘축을 공유한다’는 뜻 그대로, 중역대 드라이버(미드)와 고역대 드라이버(트위터) 중심이 동일 축에 놓이는 것을 말합니다. 미드 정중앙에 트위터를 박아 넣은 탄노이(듀얼 콘센트릭 Dual Concentric)나 KEF(Uni-Q)의 동축 유닛을 떠올리시면 될 듯합니다. 이 경우는 중고음이 나가는 출발점이 점(point)이어서 흔히 ‘점 음원’(point source)이라고 부르죠. 피에가의 Coax 시리즈도 이 같은 포인트 소스 구조입니다. 어쨌든 동축은 두 유닛이 내보내는 주파수의 위상차를 아주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는 방법입니다.

피에가 Arabella

피에가는 2개의 리본 진동판을 동축으로 설계하는 데 있어서 자타공인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합니다. 피에가에서 리본 트위터를 도입한 게 1987년(Arabella 모델), 동축 리본 유닛(C1)을 세계 최초로 제작한 게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인 2000년의 일입니다. 3kHz~50kHz를 담당하는 리본 트위터를 400Hz~3kHz를 담당하는 리본 미드레인지 유닛 정중앙에 집어넣은 것이지요. 리본 진동판 자체가 두께가 0.007mm에 불과할 정도로 얇은 데다 음파를 밀어내는 면적까지 일반 다이내믹 드라이버보다 넓기 때문에 동축 효과는 리본 드라이버에서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동축 구조가 꼭 점 음원, 즉 포인트 소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MLS3이나 MLS2처럼 정사각형 모양의 리본 미드레인지 한가운데에 세로로 홀쭉한, 즉 라인 소스 리본 트위터를 집어넣으면 두 유닛이 ‘점’이 아니라 ‘라인’ 형태로 소스를 공유하게 됩니다. MLS3 동축 리본 유닛을 자세히 보면 가운데 리본 트위터 길이가 Coax 시리즈의 리본 트위터보다 세로로 긴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피에가의 리본 트위터와 리본 미드레인지는 겉보기에도 진동판이 다르게 생겼는데, 피에가에서는 자사 리본 트위터를 특별히 LDR(Linear Drive Ribbon) 트위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보다 리니어한 움직임을 보이는 리본 트위터라는 뜻이겠지요. 

MLS3는 또한 이 같은 라인 소스의 동축 유닛 4개가 연이어 세로로 배치된 라인 어레이(line array)를 취했습니다. 트위터도 그렇고 미드레인지도 그렇고 드라이버 유닛을 이처럼 라인 어레이로 배치하면 유리한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각 유닛이 사용하는 앰프 출력과 부하가 적어지는 만큼 이론상 왜곡이 줄어들고, 라인 소스 유닛처럼 음파의 직선성(directivity)이 좋아져 룸 환경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습니다. 콘서트홀 공중에 매단 대형 스피커들이 하나같이 세로로 긴 라인 어레이 방식을 취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Martha Argerich, Claudio Abbado, Orchestra Mozart

Mozart: Piano Concerto No.25

Mozart Piano Concertos K503, K466

피아노의 오른손 터치음이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하고, 오케스트라 반주음이 섬세하게 잘 들립니다. 예리하고 선도가 높은 음, 거친 구석이 전혀 없는 음이네요. 이는 역시 라인 소스로 동축 결합한 LDR 트위터와 리본 미드레인지 유닛 덕분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풋워크가 경쾌하고 음들이 유닛에서 사뿐사뿐 뛰쳐나오는 모습은 역시 중고역 유닛 후면이 개방된 다이폴 구조 덕분이겠지요. 총주 시에도 음이 혼탁해지거나 우왕좌왕하지 않는 것은 라인 어레이 방식으로 장착된 4개 동축 유닛이 빚어낸 결과로 보입니다. 참으로 정갈한 음이라 하겠습니다. 

다이폴 + 음향렌즈(디퓨저)

MLS3의 이 같은 음 만들기는 동축 라인 소스 리본 유닛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들 유닛 후면이 개방된 다이폴 구조도 크게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이폴(dipole)은 2개를 뜻하는 접두사 'di'가 붙어있어 우리말로는 쌍극형 또는 양극형으로 번역되는데, 쉽게 말해 드라이버의 앞과 뒤, 양방향에서 소리가 나는 스피커입니다. 드라이버 뒤에서 나오는 소리를 박스로 가둔 것이 평소 쉽게 볼 수 있는 인클로저형 스피커, 즉 모노폴(monopole) 스피커입니다. 따라서 다이폴 스피커는 기본적으로 후면이 개방됩니다. 

이 같은 다이폴 스피커의 사운드적 이점은 명확합니다. 인클로저로 인한 사운드의 왜곡과 착색이 애초에 없어 그만큼 자연스럽고 잡티가 없는 청정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로 인한 마찰 스트레스도 없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스피커는 베이스 부밍 때문에 뒷벽에서 일정 간격으로 떨어뜨려야 하지만 이렇게 되면 반사음이 아주 고약해지는 취약점이 있습니다. 베이스 트랩이나 흡음재를 덕지덕지 붙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면 MLS3의 경우 왜 다이폴 구조가 동축 리본 유닛들에만 적용되고 아래쪽 우퍼 2발은 전통적인 인클로저로 감쌌을까요. 이는 통상 300Hz 이하의 저역 주파수는 무지향(omni-directional)인데다 반사음이 중고역에 비해 더 늦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퍼마저 다이폴 구조를 택하면 반사음의 시간차 간섭으로 인해 저역이 흐릿하고 약해지게 됩니다. 다이폴 스피커로 유명한 스타인웨이 링도르프에서도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유닛만 다이폴로 구성하고, 별도의 서브우퍼를 통해 저역의 펀치력과 응답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MLS3 스피커에서 가장 튀는 디자인은 역시 후면에 마련된 MDF 소재의 검은색 디퓨저입니다. 13개(MLS2는 17개)의 판들이 일정 간격을 두고 좌우 대칭으로 박혀있는 것이지요. 물론 오목하게 파인 안쪽에는 4개의 동축 리본 유닛들이 숨어있습니다. 이 디퓨저를 피에가에서는 음향렌즈(acoustic lens)라고 부르는데, 후면 방사음의 분산과 함께 회절 범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이폴 스피커의 구조상 후면 방사음은 전면 방사음과 위상이 180도 반대라서 중첩될 경우 음 자체가 소멸되기 때문입니다. 오픈 배플 스피커의 경우 배플의 좌우 측면과 윗면에서 음압이 가장 늦은 것도 이 '소멸' 현상 때문입니다. 

Michael Buble - Fly Me To The Moon

buble!

통상 스피커들이 남성 보컬을 매력적으로 들려주기가 쉽지 않은데 MLS3는 보란 듯이 촉촉하고 탱탱한 남성 목소리를 맛깔나게 들려줍니다. 음수가 많고 스트레스가 없는 음, 에너지가 넘쳐나면서도 깨끗하고 정갈한 음입니다. 무대의 뒷공간이 활짝 열린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역시 다이폴 구조 덕분이고, 중고역과 저역의 대역 밸런스가 흠잡을 데 없이 잘 이뤄진 것은 중고역 디퓨저가 그만큼 열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전체적으로 선명하고 표정이 밝은 음, 매끄럽고 편안한 음이 이번 MLS3 스피커의 커다란 특징입니다. 

우퍼 2발 + 패시브 라디에이터 2발

28~400Hz 저역대는 전면에 박힌 7인치 UHQD(Ultra High Quality Driver) 우퍼 2발과 뒷면에 박힌 7인치 UHQD 패시브 라디에이터 2발이 책임집니다. 모두 노르웨이 시어스(Seas) 특주품이며 진동판 재질은 알루미늄입니다. 우퍼의 경우 보이스코일이 감기는 포머(former) 재질로 알루미늄 대신 훨씬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티타늄을 사용했습이다. 스피커 유닛에서 진동판을 뒤흔들어주는 유일한 연결 부위가 포머이기 때문에 티타늄의 '가볍고 튼튼한' 속성은 트랜지언트 능력 개선 등 양질의 사운드를 낼 수 있는 밑바탕이 됩니다. 

한편 피에가의 또 다른 상징과도 같은 알루미늄 인클로저는 이번 MLS3에는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제작 공정 사진에서 확인할 있듯 모두 MDF입니다. 최근 들어 피에가에서는 이 MDF 소재를 각 라인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축 리본 드라이버 4발과 우퍼 2발은 인클로저에 박힌 두께 10mm의 알루미늄 전면 배플에 튼튼하게 장착됐습니다. 물론 제진 대책의 일환입니다. 이 밖에 우퍼와 패시브 라디에이터는 내부에 마련된 별도 저역용 챔버에 수납됐는데, 이는 에너지가 큰 저역 사운드가 중고역 유닛들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Daft Punk - Get Lucky

Random. Access Memory

7인치 우퍼 2발과 패시브 라디에이터 2발이 전해준 에너지감과 펀치감은 확실히 남달랐습니다. 처음부터 그냥 클럽 사운드가 터져 나오네요. 가슴을 지긋이 눌러오는 음의 압력이 대단합니다. 그러면서도 스피드가 빠르고 댐핑이 잘 이뤄져 음의 쓸데없는 잔상이 거의 남지 않습니다. 자칫 음색이나 에너지에서 밸런스를 잃기 쉬운 리본 중고역 유닛들과도 이질감 없이 잘 통합된 모습입니다. 클럽 사운드 와중에도 중역대 보컬이 선명하게 잘 들린 것이 그 결정적 증거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전자악기 느낌이 제대로 살아난 점, 비트감이 멍청하거나 둔하지 않고 강력하게 전해진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시어스 우퍼 특유의 탄력감도 도드라집니다. 

시청회 조연(1) 블록오디오 Mono Block

시청회 2부에서는 MLS3 스피커를 울린 두 조연, 블록오디오(Block Audio)의 모노블록 파워앰프 Mono Block과 프리앰프 Line & Power Block을 살펴보면서 다양한 음악을 들었습니다. 블록오디오는 이르지 네메츠(Jiri Nemec)와 댄 후즈(Dan Oudes)가 2013년 체코 올로모우츠(Olomouc)에 설립한 제작사입니다. 이르지 네메츠는 오스트리아 빈의 필립스에서 근무한 엔지니어였고, 댄 우즈는 체코 올로모우츠에서 브라이스턴, 다인오디오 등을 수입하는 하이파이숍 대표였습니다. 이들은 2003년 처음 만나 다인오디오의 스피커 조립 키트를 함께 만들며 친분을 다졌다고 합니다. 

파워앰프 모노 블록(Mono Block)은 물량의 파워앰프입니다. 클래스 A로 200W, 클래스 AB로 8옴에서 250W, 4옴에서 500W를 뿜어냅니다. 전원부 물량도 어마어마해서 공개된 내부 사진을 보면 커다란 토로이달 트랜스와 8개의 대형 커패시터에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트랜스는 2500VA 용량, 평활 커패시터는 50만 uF 용량입니다. 잘 아시는 대로, 평활 커패시터는 정류회로를 빠져나온 DC 전원의 리플을 다림질해주는 역할과, 입력신호에 따라 전원을 자신의 품 안에 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입력신호의 전압이 +이면 충전하고, -이면 방전, 즉 증폭부에 전원을 공급하게 됩니다. 따라서 용량이 클수록 전원 리플이 적어지고 증폭부에 안정적이고 풍족한 전원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증폭단 설계는 입력 스테이지에 JFET, 전압 증폭단에 MOSFET+바이폴라, 출력 스테이지에 바이폴라를 투입한 구성입니다. 출력단의 경우 일본 산켄(Sanken)의 200W짜리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히트싱크 하나당 8개씩 붙였습니다. 그러니까 블록당 16개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가 투입된 것이지요. 눈길을 끄는 것은 8개 바이폴라가 통상의 NPN, PNP 구성이 아니라 엄선한 NPN 소자로만 구성됐다는 것인데, 이는 NPN 소자로만 회로를 짤 경우 특히 클래스 AB, 푸시풀 구동시 노치 에러를 줄일 수 있고 밸런스 특성, 즉 노이즈 제거 특성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아이유 - 개여울

꽃갈피 둘

블록오디오의 파워앰프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끝난 후 아이유의 '개여울'을 들어봤습니다.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손가락의 압력이 생생히 느껴지고, 해머가 현을 때린 후 인클로저에 맞아 퍼지는 음이 잘 관찰됩니다. 아이유의 목소리가 처음 등장하는 순간에는 온몸에 소름마저 돋더군요. 그녀의 들숨과 입김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들리는 데다 두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까지 잘 느껴졌습니다. 한마디로 애절하고 호소력이 철철 넘치는 명곡이었습니다. 이 곡에서는 또한 첼로의 저역이 아예 시청실 밑바닥으로 처박히는 듯했는데요, 이는 역시 클래스 A로 200W까지 내주고 전원 용량이 50만 uF에 달하는 파워앰프 공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고음이 맑고 투명한 것은 물론 MLS3의 라인 소스 동축 리본 유닛과 다이폴 구조 덕분이겠지요. 이어 들은 데이브 웨클(Dave Weckl)의 ‘Heads Up’(Heads Up)은 그야말로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파워감을 선사해 이러다 스피커 유닛과 시청실 앞벽이 쪼개지지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시청회 조연(2) 블록오디오 Line&Power

프리앰프 라인 & 파워 블록(Line & Power Block)은 배터리 전원부와 본체로 구성됐고, 본체는 다시 4개 블록으로 나뉘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본체 가운데가 텅 비어있는 모습이 특이합니다. 섀시 맨 앞 블록이 컨트롤부(디스플레이, 볼륨)이고, 그 뒤 양옆이 좌우 라인 증폭부, 맨 뒤 가운데 블록이 MM/MC 포노스테이지와 헤드폰 앰프부입니다. 라인 증폭부의 경우 철저한 듀얼모노 구조라서 입출력 단자로 각 블록에 독립적으로 있는데, 입력은 밸런스(XLR) 4개, 언밸런스(RCA) 5개를 갖췄습니다. 포노 입력은 RCA 1조, 헤드폰 출력은 6.3mm 단자 구성입니다. 

배터리 전원부 역시 내부를 철저히 분리시킨 듀얼 모노 구조입니다. 좌우 채널에 각각 AC 전원이 들어오면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와 정류, 평활 회로를 거쳐 12만 uF 용량의 배터리 2개(총 4개)에 충전을 시킵니다. 여기에 본체 컨트롤부와 디지털 파트에는 독립된 파워서플라이가 전원을 직접 공급합니다. 따라서 전원부의 AC 인렛단은 모두 3개가 마련됐고 본체와 연결을 위한 전용 단자도 3개가 준비됐습니다. 배터리 전원을 쓰지 않을 수도 있는데, 후면 스위치를 선택하면 좌우 증폭부가 보통의 파워서플라이 전원을 끌어다 쓰게 됩니다. 

입력 스테이지는 JFET, 전압 증폭단은 MOSFET, 클래스 A로 작동하는 출력 스테이지는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씁니다. 볼륨 감쇄는 릴레이 방식이고, 각 입력단의 감도와 증폭 스테이지의 게인을 조절할 수 있는 점, 입구부터 출구까지 풀 밸런스 회로에 서보 컨트롤을 이용한 DC 커플링 설계인 점이 눈길을 끕니다. 포노 스테이지도 막강한데, 부하 임피던스의 경우 MC 카트리지는 10, 15, 30, 40, 50, 70, 100, 200, 300, 600, 1000옴, MM 카트리지는 1k옴과 47k옴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MM 카트리지의 경우 부하 커패시턴스를 50, 100, 150, 200, 250, 300, 350, 400pF 중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Suske Quartet

Mozart: String Quartet No.17

Mozart Strings Quartets Nos.8~23

배터리로 구동되는 블록오디오 프리앰프의 실력은 슈스케 콰르텟의 현악사중주곡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음수가 많고 배음이 풍부한 음, 또렷한 정위감이 돋보이는 음이 처음부터 흘러나오더군요. 무대의 스케일도 크고 음의 윤곽선은 색 번짐이 없이 선명하기만 했습니다. 한마디로 소스기에서 출발한 음이 마이크로 디테일 어디 하나 상처받지 않은 상태로 파워앰프를 거쳐 스피커로 전해졌다는 인상입니다. 이어 재즈 콤보 곡으로 들어본 캐논볼 애덜리(Cannonball Adderley)의 'Autumn Leaves'(Somethin' Else)에서는 각 악기에서 음이 출발하는 모습을 확대경으로 세밀하게 관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원한 오이냉국 같은 트럼펫, 따뜻한 팥죽 같은 색소폰의 음색 구분도 아주 쉽게 이뤄졌습니다. 

시청회를 마무리하며

최근 하이파이클럽 시청회에 여성 애호가분들이 점점 많이 참석을 해주고 계십니다. 지난 292회 B&W 802 D3 프레스티지 에디션 때도 그랬고, 이번 피에가 마스터 라인 소스 3 스피커 시청회에도 여성 애호가분들이 참석, 깊은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B&W나 피에가 스피커 모두 소위 '아내 평가 점수'(WAF. Wife Acceptance Factor)가 높은 이유도 있겠지요. 특히 나이가 지긋하신 한 여성 애호가분이 MLS3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현악사중주와 '개여울'에 푹 빠져들으시는 모습을 보니 괜히 기분까지 좋아지더군요. 

MLS3 스피커는 라인 어레이 방식으로 배치된 4개 동축 리본 트위터와 후면이 개방된 다이폴 구조로 인해 어디 하나 갑갑한 구석이 없는 무대와 또렷한 음상, 싱싱한 음의 감촉을 듬뿍 선사했습니다. 7인치 우퍼 2발과 패시브 라디에이터 2발이 전해준 단단하고 강력한 저역의 한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청회 끝 곡으로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가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스타워즈' 메인 테마곡을 들었는데, 무대의 스케일과 다이내믹 레인지, 깨끗하고 편안한 소릿결, 대음량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해상도에 대형기다운 만족도를 안겼습니다. 이 곡을 들으며,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신 분들이 꽤 많으셨을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시청회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