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회후기]300회 시청회 1부 후기
이곳이 바로 초하이엔드의 현장 MBL, MSB, 네임, 포칼, 헤밍웨이, 크로노스

HIFICLUB 2019-12-1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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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L의 플래그십 무지향 스피커 101 X-treme과 포칼의 플래그십 Grande Utopia EM EVO, 네임의 플래그십 프리/파워 Statement, 크로노스 오디오의 플래그십 턴테이블 Kronos Pro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난 11월 23일 하이파이클럽 메인 시청실에서 진행된 제300회 시청회였습니다. 그야말로 쉽게 접할 수 없는 각국의 대표 하이엔드 오디오들이 총출동한 것입니다. 40명이 넘는 회원분들이 참석하신 것도 이 같은 진풍경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이들뿐만이 아닙니다. 디지털 소스 기기로 오렌더의 플래그십 네트워크 뮤직서버 W20SE와 MSB의 플래그십 R2R DAC Select DAC이 등판했고, MBL 101 X-treme에는 그에 걸맞게 MBL의 플래그십 모노블록 파워앰프 9011과 프리앰프 6010D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케이블은 헤밍웨이의 Z Core와 Creation 시리즈가 투입됐고, 크로노스 턴테이블에는 크로노스 오디오의 전원부 분리형 플래그십 진공관 포노앰프 Reference Phono가 물렸습니다. 시청실이 이들 하이엔드 기기로 가득 찬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MBL 풀시스템 : 

6010D 프리, 9011 모노 파워, 101 X-treme 무지향 스피커

 

 

시청회 1부는 독일 MBL의 플래그십 풀 시스템으로 진행됐습니다. 소스 기기로 W20SE와 셀렉트 DAC이 나서고, 스피커까지 뒷단은 모두 MBL이 책임진 것입니다. 4타워 구성의 101 X-treme은 보기에도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합니다. MBL에서 라디알슈트랄러(Radialstrahler)라고 부르는 무지향 스피커에 액티브 서브우퍼가 채널당 1개씩 투입된 구성입니다.

 

 

 

 

라디알슈트랄러는 라멜라(lamella)라는 얇은 금속판 여러 장을 이어 붙인 꽃봉오리 모양의 진동판을 플레밍의  왼손법칙으로 울립니다. 그런데 이 진동판 윗부분이 축에 고정돼 있고, 아래쪽 라멜라들은 마그넷과 코일에 의해 위아래로 움직인다는 것이 핵심이죠. 이처럼 위는 고정돼 있고 아래는 위아래로 움직이니 결국 전체 진동판이 활처럼 360도 전방향 전후좌우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대역대 구분은 일반 스피커 유닛과 비슷해서, 진동판 지름이 작을수록 고역대, 진동판 지름이 클수록 중저역대를 담당합니다.

 

101 X-treme의 라디알슈트랄러 타워의 경우, 상하 대칭 형태로 짜였습니다. 즉 맨 위와 아래 유닛이 우퍼(TT100), 그 안쪽 2개 유닛이 미드레인지(MT50/E), 가운데 위치한 2개 유닛이 트위터(HT37/E)입니다. 그리고 라디알슈트랄러 타워 상판 위에는 앰비언스를 담당하는 돔 트위터가 하나 더 박혀있습니다. 액티브 서브우퍼는 300W 출력의 내장 클래스 AB 앰프가 12인치 알루미늄 콘 유닛 6개를 울립니다. 감도는 88dB, 음압은 109dB, 주파수응답 특성은 20Hz~40kHz에 달합니다.

 

 

 

 

101 X-treme 라디알슈트랄러 타워를 울린 것은 MBL의 모노블록 파워앰프 9011이었습니다. 개당 무게가 101.4kg, 안길이가 870mm, 높이가 320mm, 가로폭이 480mm에 달하는 초대형 파워앰프입니다. 블록당 12개의 출력 트랜지스터를 투입, 덩치에 걸맞게 8옴에서 440W, 4옴에서 840W, 2옴에서 무려 1390W를 뿜어냅니다. 전원부 역시 대단해서, 전원 트랜스는 400VA짜리가 3개, 3300uF짜리 평활 커패시터가 11개 투입됐습니다. 주파수대역은 0Hz~200kHz에서 플랫하고, SNR은 118dB, 댐핑 팩터는 300이 넘습니다.

 

 

 

 

프리앰프는 MBL에서 가장 유명한 6010D입니다. 고광택 블랙 섀시에 박힌 24K 금도금 볼륨 노브와 상판 오른쪽의 입력 스위치부터 고급스러운 느낌을 선사합니다. 기능적으로는 옵션 입력단을 모듈식으로 장착할 수 있는 점이 눈길을 끄는데, RCA 5조가 기본이지만 옵션으로 포노(RCA)와 밸런스 입력단(XLR)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포노 입력의 경우 MM, MC, MM/MC 이렇게 3가지 모듈이 준비됐습니다. 출력단은 RCA 2조, XLR 1조, 테이프 아웃 1조로 이뤄진 세트가 2개 마련됐습니다. DC에서 1MHz까지 플랫한 주파수대역, 0.0006% 이하를 보이는 왜율, 100옴에 불과한 출력 임피던스 등 스펙은 이미 초하이엔드 수준입니다.

 

 


 

 

MSB 플래그십 R2R DAC, Select DAC

 

 

101 X-treme과 9011, 6010D가 워낙 전면에서 위용을 자랑한 덕에 존재가 살짝 가려졌지만, 이들 앞단에서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준 주인공 역시 초하이엔드 DAC이었습니다. 1억 원이 넘는 초고가의 Select(셀렉트) DAC이었으니까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DAC"이라는 모토로 탄생한 셀렉트 DAC은 MSB가 자체 제작한 하이브리드(Hybrid) R2R 래더 DAC 모듈과 갤럭시 펨토 77 클럭, 각종 입출력 모듈 설계 등 눈여겨볼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MSB는 제품 위계질서가 매우 또렷합니다. 상위 모델에 투입되는 하이브리드 DAC 모듈의 경우 셀렉트 DAC이 8개, 레퍼런스 DAC이 4개를 사용하고, 하위 모델은 이를 트리클 다운한 프라임(Prime) 모듈을 사용합니다. 클럭 역시 셀렉트 DAC이 펨토 77, 레퍼런스 DAC이 펨토 40 보드를 장착했습니다. 출력 임피던스도 셀렉트 DAC이 75옴, 레퍼런스 DAC이 150옴을 보입니다. PCM은 32비트/3072kHz까지, DSD는 DSD512까지 컨버팅할 수 있으며, 렌더러 모듈을 장착하면 룬(Roon) 재생과 MQA 디코딩이 가능합니다(PCM은 32비트/768kHz, DSD는 DSD256).

 

 

Diana Krall - A Case of You

Live In Paris

 

과연 오렌더 W20SE와 MSB 셀렉트 DAC, 그리고 MBL 풀 시스템은 어떤 소리를 들려줬을까요. 첫 곡으로 다이애나 크롤의 'A Case of You'를 재생한 순간, 시청실 곳곳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옵니다. 피부에 와닿는 음들에서는 그 어떤 스트레스가 없었고 이들이 펼쳐낸 무대에서는 그 어떤 갑갑함이나 옹색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시원시원하게 음들이 빠져나오는, 평소 듣던 자연음이라고 봐도 무방한 이 음의 촉감이야말로 인클로저가 없는 360도 무지향 스피커의 최대 매력이라 할 것입니다. 여기에 피아노 페달을 누르는 압력과 관객의 기침 소리는 생생하기 짝이 없고 피아노의 고음은 거의 완벽한 수준이었습니다. 음의 출발점이 오리무중에 빠진 것은 MBL 무지향 스피커를 들을 때마다 느끼던 것이지만, 이번 101 X-treme에서는 그 정도가 더 하네요. 이 밖에 모든 음들의 배음과 음수, 디테일이 돋보였고, 칠흑 같은 배경과 이로 인한 보컬 딕션의 선명함도 눈에 띄었습니다.

 

 

Miles Davis - Bye Bye Blackbird

'Round About Midnight

 

트럼펫 첫 음이 나오는 순간부터 게임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각 악기 사이의 공간감이 널찍해서 좋고, 이 곡의 백미인 마일즈 데이비스의 트럼펫은 사정없이 쭉쭉 뻗어 더 좋았습니다. '윗물'이라 할 W20SE와 셀렉트 DAC의 해상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셀렉트 DAC의 섬세하면서도 힘이 베인 소릿결은 과연 MSB가 작정하고 만든 플래그십 R2R DAC답습니다. 여기에 101 X-treme 라디알슈트랄러 타워의 두 트위터까지 가세, 자신들의 존재를 지우면서 트럼펫의 고음을 징그러울 만큼 사실적으로 들려줍니다. 전체적으로 순도가 높고 편안하며 견고한 음이라는 인상이었습니다. 어쨌든 무게 1톤짜리 4덩이 대형 스피커와 개당 101.4kg짜리 모노블록 파워앰프는 음악만 시작되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300W 액티브 서브우퍼 타워는 라디알슈트랄러 유닛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조용히 판만 깔아주는 모습이 오히려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Suske Quartet - String Quartet No.17

Mozart String Quartets Nos.8~23

 

초하이엔드 매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녹음 공간의 앰비언스가 알알이 전해집니다. 101 X-treme 앰비언트 트위터의 볼륨을 최대로 해놓은 덕도 있지만, 네트워크 트랜스포트(W20SE)부터 컨버팅(셀렉트 DAC), 프리 증폭(6010D), 파워 증폭(9011) 전 과정에서 미시 정보가 한 톨도 누락되거나 왜곡되지 않은 덕을 더 크게 봤을 것입니다. 이들이 빚어낸 고차 배음 정보와 홀톤, 분산음을 라디알슈트랄러 중고역 유닛이 모조리 흡수해서 들려준 점도 돋보이네요. 역시 초하이엔드 오디오의 가장 큰 매력은 이 같은 디테일과 녹음 정보의 충실한 재현, 이로 인해 현장에서 음악을 직접 듣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데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시스템의 경우, 진동판에서 음들이 솟구쳐 나올 때 이를 가두거나 왜곡시킬 인클로저가 없다는 점이 이 같은 음 만들기에 크게 이바지했을 것입니다. 거의 모든 음들이 사뿐사뿐 뛰쳐나오는 데다, 첼로의 굵은 저역까지 라디알 유닛에서 나오는 통에 그 소릿결의 깨끗함과 선명함은 인클로저 스피커와는 비교 자체가 안됐습니다.

 

 

O-Zone Percussion Group - Jazz Variant

La Bamba

 

모노블록 파워앰프와 액티브 서브우퍼의 존재 이유를 절감한 곡이었습니다. 음으로 두들겨 패는 듯한 타악기의 펀치감과 에너지감, 여기에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트랜지언트 능력과 높은 음압은 그야말로 할 말을 잃게 만들 정도네요. 초저역은 역시 귀가 아니라 가슴으로, 그리고 바닥에서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음의 촉감으로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번 시스템이 힘만 센 것은 아니었습니다. 팀파니 스킨의 질감 표현이 평소 듣던 웬만한 시스템과는 레벨이 다르며, 탬버린은 MBL 오른쪽 스피커 두 타워 중간 어디쯤에 숨어 진짜 연주를 하는 것 같습니다. 이 곡 실연은 지켜보지 못했지만, 어쩌면 현장에서 듣는 음보다 더 실연 같은 음을 이 시스템이 들려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무대의 좌우와 앞뒤는 물론 위아래에서 여러 타악기들이 출몰하는 모습이 장관, 그 자체였습니다. 막판에는 9011 모노블록과 라디알슈트랄러 우퍼, 그리고 한 채널당 300W로 울리는 12인치 우퍼 6발이 빚어낸 엄청난 다이내믹스에 시청실 뒷벽이 갈라지는 줄 알았습니다.

 

 


 

 

네임 Statement 프리/파워 + 포칼 Grande Utopia EM EVO

 

 

시청회 2부는 네임의 플래그십 앰프와 포칼의 플래그십 스피커가 주인공이었습니다. 한 쪽은 전통적인 브리티시 사운드를 대표하는 네임의 아날로그 증폭 앰프이고, 다른 한 쪽은 프랑스의 매우 현대적인 하이엔드 스피커입니다. 언뜻 보면 서로 상관이 없지만 각 나라를 대표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잘 아시는 대로 이 두 브랜드는 몇 년 전 한 회사로 통합되었죠.

 

 

 

 

네임의 스테이트먼트는 가운데에 프리앰프 NAC S1, 양옆에 8옴에서 746W를 내는 모노블록 파워앰프 NAP S1을 붙인 독특한 구조로 2016년 출시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외관부터 장관을 이룹니다. 상단 3개, 하단 3개의 검은 알루미늄 블록을 쌓아올린 형태에 옆 면은 곡면으로 다듬어 마치 물결이 치는 듯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형태는 1)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를 모두 포괄하는 구조로 만든다, 2) 전압 증폭단과 전력 증폭단을 완전히 나누어 설계한다, 3) 제어부/증폭부(상단)와 전원부(하단)를 분리한다는 플래그십에 대한 네임의 확고한 설계 철학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NAC S1 프리앰프의 경우 입력 스테이지는 모두 황동 프레임에 장착돼 스프링으로 매달렸고, 각 입력단은 서로 간섭 없이 분리된 후 밸런스 회로를 취하고 있습니다. 프리앰프의 심장이라 할 볼륨은 커다란 노브 형태로 마련돼 성능(듀얼 볼륨 컨트롤 방식)은 물론 편의성과 시각적 아름다움이라는 3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NAP S1 파워앰프 전원부에는 채널당 4000VA 용량의 거대한 트랜스포머가 수직 형태로 세워져 장착됐습니다. 출력은 8옴에서 746W, 4옴에서 1450W에 달하고, 스피커 임피던스가 1옴까지 떨어져도 9000W까지 출력 증강이 가능한 괴물 같은 앰프입니다.

 

 

 

 

그랜드 유토피아 EM 에보는 포칼이 지난해 5월 뮌헨 오디오쇼에서 공개한 플래그십 스피커입니다. 1세대 오리지널 그랜드 유토피아가 1995년, 트위터를 베릴륨으로 바꾼 2세대 그랜드 유토피아 BE가 2002년, 우퍼 마그넷을 전자석(Electro-Magnet)으로 바꾼 3세대 그랜드 유토피아 III EM이 2008년에 나왔죠. 따라서 그랜드 유토피아 EM 에보는 3세대 모델 이후 10년만에 전격 업그레이드된 셈입니다. 모델 명에 붙은 EVO는 혁명, 진화를 뜻하는 영어단어 Evolution에서 따왔습니다.

 

그랜드 유토피아 EM 에보는 기본적으로 5개 유닛이 달린 4웨이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로, 실제로 보면 엄청난 위용을 자랑합니다. 높이 2012mm, 폭 654mm, 안길이 880mm, 개당 265kg에 달하는 초대형기입니다. 가운데 1.1인치 베릴륨 역돔 트위터를 두고 위아래에 6.6인치 미드레인지 W콘 유닛 2개, 맨 위에 11인치 미드베이스 W콘 유닛 1개, 맨 아래에 16인치 EM 우퍼 1개가 각각 별도 인클로저(챔버)에 수납됐습니다.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인클로저 바닥에 나 있습니다.

 

옆에서 봤을 때 전체적인 모습이 정면을 향해 등을 구부린 형태인데, 바로 타임 얼라인먼트(time alignment)를 위한 설계입니다. 레버로 미세하게 각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퍼를 영구자석이 아니라 전자석으로 구동하기 때문에 별도의 DC 전원 장치를 통해 전원을 공급합니다. 주파수응답 특성은 무려 18Hz~40kHz(-3dB)에 달하며 크로스오버는 80Hz, 220Hz, 2.3kHz에서 이뤄집니다. 공칭 임피던스는 8옴(최저 3옴), 감도는 94dB를 보입니다.

 

 

Dave Weckl - Heads Up

Heads Up

 

소스 기기 구성은 1부 때와 동일한 상태(W20SE, 셀렉트 DAC)에서 네임+포칼 조합으로 첫 곡을 들어봤습니다. MBL 풀 시스템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역시 만만찮은 음과 무대가 펼쳐집니다. 다이내믹스와 스케일이 돋보이는 가운데, 무대의 깊이는 MBL 시스템에 비해 약간 밀리지만 음의 밀도감은 지금이 더 높은 것 같습니다. 무지향 스피커와 다이내믹 드라이버 스피커의 차이일 수도 있겠습니다. 소스기기가 고정된 덕분에 윤곽선의 선명함과 디테일은 비슷했습니다.

 

 

Sarah Morgann - When You Believe

Angels We Have Heard On High

 

중역대 보컬의 실체감과 온기가 잘 느껴지는 점은 역시 네임 앰프의 시그니처이고, 음수가 풍성하고 앰비언트가 잘 살아나는 점은 포칼 유토피아 EM 모델들의 장기입니다. 이 곡에서는 특히 실물 사이즈로 등장한 피아노의 저음에서 배음과 잔향이 많이 들리는 점이 도드라집니다. 그랜드 유토피아 EM 에보의 5개 유닛에서가 아니라, 피아노에서 직접 음들이 방사되는 것 같습니다. 음이 생생하고 배경이 적막한 것은 역시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의 특권이라 하겠습니다.

 

 

Ryan Adams - Oh my Sweet Carlina

Live At Carnegie Hall

 

마치 현장에서 노래를 듣는 듯한 임장감이 돋보이는 가운데, 라이언 아담스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리퀴드하게 다가옵니다. 건조하거나 메마른 구석이 전혀 없네요. 클래식 기타가 내뿜는 아주 작은 음의 알갱이들이 시청실을 꽉 채우는데, 그 감촉이 매우 곱습니다. 그러다 하모니카가 갑자기, 벼락처럼 등장하는 대목에서는 온몸에 소름까지 돋았습니다. 보컬과 기타와 하모니카가 만들어낸 음으로 무대에 빈틈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컬과 기타의 위아래 높낮이 위치도 정확해 표현됐습니다.

 

 

Daft Punk - Get Lucky

Random Access Memories

 

네임과 포칼 플래그십 매칭을 위한 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빼어난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저역의 비트가 돌덩이처럼 바닥에 뚝뚝 박히고, 저역의 파워와 다이내믹스는 가슴을 세게 압박했습니다. 음이 입자가 아니라 아예 압력으로 가슴을 누르네요. 그러면서도 색 번짐이 없고 투명하며 깨끗한 음, 음상이 또렷하게 맺히는 음이 계속됐습니다. 여기에 스피드까지 쏜 살처럼 느껴진 것은 역시 네임의 전원부 설계 기술과 포칼의 전자석 우퍼 덕분으로 보입니다. 포칼이 왜 유토피아 상위 2모델(그랜드, 스텔라)에만 EM 우퍼를 채택했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습니다.

 

 


 

 

헤밍웨이 케이블 : 

Z Core Alpha, Beta, Sigma, Creation

 

 

 

 

대한민국 하이엔드 케이블 제작사 헤밍웨이(Hemingway)도 300회 시청회를 빛낸 주인공이었습니다. 헤밍웨이의 Z Core 시리즈와 Creation 시리즈 케이블이 대거 투입된 것이지요. Z Core는 헤밍웨이의 최신 전송 기술로, 전송 첫 단계부터 응축(compression)하는 작업을 통해 보다 넓은 주파수 대역의 신호를 처리, 에너지의 전송속도를 높이고 왜율을 극도로 낮췄습니다. 시청회에는 Z Core Alpha 파워 케이블, Z Core Beta 파워 케이블/XLR 인터케이블/스피커 케이블, Z Core Sigma XLR 인터케이블/스피커 케이블, Z Core LAN 케이블, 그리고 Creation 디지털 케이블(XLR)/포노 케이블이 투입됐습니다.

 

 


 

 

300회 특별 시청 : 두 시스템을 동시에 울린다

 

 

 

 

300회 특집 시청회인 만큼 2부 막판에 재미있는 시연이 있었습니다. 앞서 1부에서 들었던 MBL 풀 시스템과 2부에서 들었던 네임+포칼 조합을 동시에 가동해 한 곡을 들어본 것이죠. 앰프마다 스피드와 질감이 다르고, 스피커마다 임피던스와 주파수응답 특성이 다른 만큼, 음질적인 면만 따지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300회를 맞아 색다른 재생을 해본 것입니다. 

 

눈길을 끈 것은 3m, 6m짜리 헤밍웨이 특주 케이블이 이번 특별 시청을 위해 투입된 점이었습니다. 3m짜리 Z Core Beta XLR 인터케이블과 6m짜리 Z Core Beta 스피커 케이블을 한 조에, 또 3m짜리 Z Core Sigma XLR 인터케이블과 6m짜리 Z Core Sigma 스피커 케이블이 다른 한 조에 투입돼 시스템 동시 재생이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동시에 울린 두 스피커 시스템은 어떤 소리를 들려줬을까요. 마침 선곡도 예전 극장에서 들뜬 마음으로 봤던 스타워즈 메인 테마곡이었습니다. 네임 스테이트먼트에는 1, 2부와 마찬가지로 MSB 셀렉트 DAC이 물렸고, MBL 6010D 프리앰프에는 새로 EMM랩스의 DA2 DAC을 연결했습니다. 네트워크 트랜스포트는 두 시스템 모두 오렌더의 W20SE였습니다.

 

 

John Williams

Throne Room And Finale From Star Wars

A Tribute To John Williams

 

역시나 색다른 체험이었습니다. 무지향 스피커와 액티브 우퍼, 베릴륨 트위터와 전자석 우퍼가 동시에 음을 내는 풍경은 이질적이었으되 마치 축제 현장에 온 듯한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음의 에너지는 극장에 온 듯했고 음 하나하나가 서로 두껍게 색칠을 한 듯했습니다. 물론 선명도나 해상도는 단독 시스템 때보다 낮고, 스피드는 서로 보조가 안 맞는 것이 확연했으나 이 웅장함과 스케일, 다이내믹스는 가히 압권이라 할 만했습니다. 이 곡을 끝까지 듣자, 극장에 가서 '스타워즈'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슴마저 울컥해졌습니다.

 

 


 

 

크로노스 아날로그 시스템 : 

Kronos Pro 턴테이블, Reference Phono, Reference Rack

 

 

시청회 3부는 디지털 소스 기기 대신에 캐나다 크로노스 오디오의 플래그십 아날로그 풀 시스템 CAS(Complete Analog System)를 투입했습니다. 말 그대로 아날로그 재생을 위한 완전체 시스템이라는 것인데, 1) 크로노스 프로(Kronos Pro. 턴테이블), 2) 블랙 뷰티(Black Beauty. 톤암), 3) SCPS-1(턴테이블 배터리 전원부), 4) 레퍼런스 포노(Reference Phono. 포노앰프), 5) 프리앰프 전원부, 6) 레퍼런스 랙(Reference Rack. 랙)으로 짜였습니다. 여기에 일본 직스(Zyx)의 얼티밋 오메가(Ultimate Omega) MC 카트리지를 장착했습니다.

 

 

 

 

무게가 41kg이나 나가는 크로노스 프로는 기본적으로 서스펜디드, DC 모터 벨트 드라이브 턴테이블입니다. 2개의 알루미늄 플래터가 서로 역방향으로 회전, 서스펜디드 턴테이블의 취약점으로 지목됐던 뒤틀림(torsional forces) 현상을 없앤 것이 가장 큰 특징이죠. 턴테이블 앞면에 나있는 2개의 표시창은 이 2개 플래터의 회전속도를 표시합니다. 서스펜디드 섀시 자체도 꼼꼼하게 설계됐는데, 개당 14kg이나 나가는 무거운 플래터가 2개나 얹힌 섀시이지만, 네 기둥 곳곳에 박힌 특수 고무와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24개 링이 전체 시스템을 플로팅시켜 적은 전력으로도 손쉬운 구동이 가능합니다.

 

 

 

 

레퍼런스 포노는 전원부 분리형 포노스테이지입니다. 덩치가 좀 더 큰 것이 전원부이고, 상판에 진공관 통풍용 구멍 4개가 있는 것이 미세한 LP 출력 신호를 증폭시키는 본체입니다. 쌍 3극관 12U7과 12AX7을 각각 2개씩, 그리고 MC 신호 증폭을 위한 승압 트랜스를 투입했습니다. 듀얼 모노로 설계된 전원부에는 6개의 전원 트랜스와 EZ81 진공관을 정류관으로 투입했습니다. 전원부와 본체 모두 육중한 알루미늄 구리 합금 재질로 섀시를 만든 것은 섀시를 통해 확대되는 공진을 제거하기 위해서입니다. 본체 섀시의 4개 기둥에는 턴테이블에 투입된 것과 동일한 서스펜션 모듈이 적용됐습니다.

 

 

 

 

본체 전면 패널에는 게인 선택 및 EQ를 위한 2개의 노브가 있는데, 왼쪽의 SUT(Step Up Transformer) 노브로는 MC 승압 트랜스의 승압비를 바꿀 수 있습니다. 로우는 10배, 하이는 20배입니다. 오른쪽 노브는 포노커브 EQ를 위한 것으로, +를 선택하면 저역이 늘어나는 대신 고역이 감쇄하고, -는 그 반대가 됩니다. N은 표준 RIAA 커브 재생을 위한 것입니다.

 

 

Cannonball Adderley - Autumn Leaves

Somethin' Else

 

이 곡은 네임과 포칼 조합으로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아날로그 음원 특유의, 날 것 그대로의 음악을 마주 대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배경이 몹시 정숙한 가운데, 트럼펫이 인정사정없이 위로 쭉쭉 뻗고, 색소폰의 열기는 얼굴이 후끈거릴 만큼 뜨겁습니다. DA 컨버팅과 DSP가 없는 음원 재생이 이처럼 맛깔스럽다는 점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마치 조미료가 전혀 안 들어간 음식을 맛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름기와 화장기 없이 순결한 맨살을 대하는 것 같았습니다. 디지털 고주파가 없는 덕분에 음악을 듣는 내내 편안했던 것, 저역 에너지가 디지털 음원 때보다 묵직했던 것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Michael Rabin, Eugene Goossens, Philharmonia Orchestra

Paganini Violin Concerto No.1

 

MBL 풀 시스템으로 들은 이 곡은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음의 진수성찬이었습니다. 바이올린의 질감은 더 이상 욕심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생생한데, 이토록 입자감이 곱고 SNR이 높은 것은 역시나 2개 플래터가 역방향으로 돌아감으로써 진동을 극한으로까지 추방시킨 턴테이블과 진공관 포노스테이지, 그리고 6010D 프리앰프 덕분으로 보입니다. 고역 뻗침이 대단한 것은 물론 블랙 뷰티 톤암과 직스 얼티밋 오메가 MC 카트리지의 정확한 트래킹 능력 덕분이겠지요. 전체적으로 무대의 공간감과 음의 확산감에서 원 톱이라 할 만한 소리였습니다.

 

 

 


 

 

시청회를 마무리하며

 

 

이번 300회 특집 시청회는 평소보다 30분 정도 더 오래 진행됐지만 이마저도 짧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라성 같은 하이엔드 시스템이 그야말로 쉴 새 없이 바통터치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가의 제품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놀랍지만, 디지털 스트리밍 음원 vs 아날로그 LP 음원, 무지향 스피커 vs 다이내믹 드라이버 스피커를 맞 비교할 수 있었다는 점은 더 놀라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스피커와 앰프의 가는 길이 서로 달라도 각 분야에서 정점에 오르면 결국 비슷한 수준의 음과 무대를 보여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어서 뜻깊은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몇 년이 흐른 뒤에도, '2019년 11월 23일 하이파이클럽 제1시청실'에서 들은 이 사운드 체험은 생생하게 기억될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초하이엔드 오디오의 현장이었다고 말이죠. 시청회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