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노래의 날개 위에
Ruark Audio R3

코난 2020-11-0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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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원의 시대

시대는 여러 잡다한 디바이스를 하나로 끌어모으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그때 필요한 기기를 각각 보유하고 다루는 일은 일반인들에겐 너무 불편한 일이었다. 디지털의 강력한 기술과 영민한 스마트 인터페이스의 자장은 과거엔 절대 공생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을 하나의 기기로 통합했다. 스마트 기기들이 대표적이다. 전화기와 컴퓨터 그리고 사진기, 마이크 등 다양한 기능들이 하루아침에 스마트폰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이파이 오디오도 마찬가지다. 스피커와 앰프 그리고 소스 기기들이 하나의 몸체 안으로 들어가 오순도순 공생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사실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이런 올인원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이미 어렸을 때 카세트 라디오라는 것이 있었다. 시디보다 카세트 테잎으로 음악 듣던 일이 흔했을 때 카세트와 라디오 모두를 재생할 수 있었던 올인원은 무척 대중적이었다. 이후 시디가 메인스트림 포맷이 되면서 시디피 기능도 하릴없이 한 몸이 되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런 류의 기기들은 꽤 많았다. 게다가 앰프와 소스 기기들이 한 몸체에 있고 스피커만 별도로 분리해놓은 오디오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시디피는 자리를 네트워크 스트리밍이나 블루투스, 에어플레이 등의 인터페이스에 자리를 내주었다. 타이달, 스포티파이, 애플뮤직은 물론이며 라디오도 인터넷 라디오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이젠 예전 같으면 적어도 올인원 앰프에 스피커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의 꽤 고급 오디오들이 여기저기서 출시되고 있다. 그저 싸구려에 기능만 많던 올인원이 아니라 럭셔리 올인원의 시대가 왔다.


브리티시 사운드의 적자

루악도 그중 하나다. 이젠 간편하게 거실이나 서재에서 음악을 듣기 위해 앰프, 소스 기기, 스피커 등을 모두 나누어놓은 제품을 사는 경우는 진지한 오디오파일 외엔 그다지 많지 않은 시대다. 네임 Mu-so나 제네바 등의 제품이 그 자리를 차지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강자 루악을 빼놓을 수 없다. 루악이라고 하면 하이파이 오디오 마니아에겐 이미 익숙한 이름이지만 이들이 올인원 오디오를 들고 나왔을 때 그 루악이 맞는지 의아했을 것이다. 하지만 맞다. 탈리스만, 아콜레이드에서 엑스칼리버 같은 대형기까지 척척 만들어내던 브리티시 사운드의 대표 브랜드 루악 말이다.

이들이 노선을 변경한 것은 창립자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들이 회사를 물려받으면서부터였다. 이미 루악엔 R7이 있었고 R5, R4 또한 자리가 굳건했다. 게다가 하위 라인업으로는 이미 R2 외에 MR1이나 MRx 같은 시리즈까지 꽉꽉 채워나가는 와중이다. 여기 미싱 링크가 하나 보이는데 바로 R3였고 결국 루악은 R3를 신제품으로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시작 R3

루악이 R3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한 건 지난 6월 경이었다. 해외 뉴스 사이트에 올라온 프레스 릴리즈엔 간단한 텍스트 기사만 보였고 R3의 사진을 구경할 수 없었다. 검은 망토에 R3라는 글자만 선명했고 막상 R3의 모습은 이 망토에 덮여있었기 때문이다. 루악의 신제품을 기다려온 사람들에게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한 일종의 티저 마케팅이었다. 사실 루악의 신제품에 거는 기대는 개인적으로 아주 크진 않았다. 기존 제품들이 어느 정도의 기능과 사운드를 증명했지만 앱 편의성이나 기능 등에서 경쟁 제품에 비하면 약간 떨어졌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접한 R3는 일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R7이나 R5에 비하면 크기는 앙증맞을 정도로 작아졌으나 그들의 독창적인 디자인에 더해 여러 기능에서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선 R3의 외모는 변함이 없다. 우드 베니어로 외부를 감싸고 있어 일반적인 가전제품에서 볼 수 있는 차가운 뉘앙스를 지웠다. 대신 따뜻한 감촉과 색상을 통해 레트로 분위기를 연출한다. 집안이나 사무실 어디에 놓아도 필요 이상으로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디자인이다.

마치 애스턴 마틴처럼 고급스러운 브리티시 메이커의 정체성을 획득하고 있는 루악이지만 겉모습 외에 그 내면이 궁금했다. 결국 오디오는 성능이 좋아야 한다. 우선 R3는 내부에 앰프와 소스 기기, 스피커 등을 모두 단단히 품고 있다. 옷깃을 단단히 여민 듯 탄탄한 인상인데 최근 올인원 오디오에선 보기 힘든 시디 재생이 가능하다. 여전히 집안 곳곳에 박혀있는 시디를 꺼내보고 싶어진다. 더불어 온라인 스트리밍도 지원한다. 타이달, 아마존 뮤직 및 스포티파이 커넥트 등의 회원이라면 아주 간단히 앱으로 조정하며 전 세계 음원의 바다를 유영할 수 있다.

물론 블루투스는 기본이다. AAC 및 apt-X 코엑을 사용하며 NAS와 연동도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후면엔 USB C 타입 입력이 있어 외장 스토리지와 연결해 음악 감상이 가능하며 충전 겸용이어서 편리하다. FM 라디오 및 인터넷 라디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기능이다. 조작을 위해 간단히 손에 꼭 쥘 수 있는 리모컨을 제공하는데 볼륨 정도 외엔 거의 만질 필요가 없을 듯하다. 전용 앱 UNDOK을 활용하거나 또는 핸드폰에서 블루투스 등을 즐기는 편이 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활동도

R3는 다른 루악 제품들과 디자인이나 설계 측면에서 여전히 많은 요소들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제품을 보면 좀 다른 각도로 랙 위에 설치된다. 두 개의 금속 다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조금 낮은 위치에 놓는 경우를 상정해서 경사지게 셋업할 수 있다. 전면의 좌/우 스피커 부분은 고급스러운 패브릭 천으로 덮여있는데 마치 오랜 세월을 지나오면서도 하나도 훼손되지 않은 빈티지 스피커의 그릴을 보는 듯하다. 실제로 상당히 고급 카미라 원단을 사용한 것으로 편안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

후면을 보면 여러 단자들을 깔끔하게 배치해놓았다. 전원은 14V DC 전원을 받아 작동하며 이더넷 단자 및 광 입력을 마련해놓았다. 충전 및 재생이 가능한 USB C타입 단자도 보이는데 USB B타입이나 HDMI eARC 같은 단자가 없는 것은 조금 아쉽다. 이 외에 아날로그 입력단 한 조와 출력단도 한 조씩 배치해놓았으며 헤드폰 출력단도 잊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가로 420mm, 높이 167mm, 깊이 220mm에 매우 다양한 기능을 넣어놓은 모습으로 특히 시디 재생 기능이 탑재된 올인원을 찾고 있다면 꽤 경쟁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당당한 퍼포먼스

루악 R3는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올인원 오디오지만 결국 소리는 스피커로부터 나온다. 여기서 내부 구조를 살펴보면 스피커는 일단 75mm NS+라는 풀레인지 드라이브 유닛을 사용했다. 네오디뮴 마그넷을 사용한 것으로 주파수 대역이 스펙상 40Hz에서 20kHz에 이른다. 예상보다 훨씬 더 낮은 중간 저역까지 재생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앰프는 올인원 제품에서 대부분 클래스 D 앰프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30와트급 클래스 AB 앰프를 채용했다. 

Kari Bremnes - A lover in Berlin
NORWEGIAN MOOD

사실 이 정도 스펙에 어느 정도 성능을 보여줄지 의구심이 드는 것 사실이었지만 시디로 카리 브렘네스의 ‘A lover in Berlin’을 재생하자 당당한 사운드에 놀랐다. 기대치가 그다지 높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소리의 핵이 분명하고 무척 똘망똘망한 사운드가 펼쳐졌다. 특히 중역대가 도톰해 단단하고 밀도 높게 들리는 면에서 최근 올인원 스피커와 좀 다른 브리티시 사운드를 표방하고 있었다. 시디에서는 15~18 정도 볼륨만 해도 꽤 충분한 음량을 확보해 주었다. 

Rostropovich - Sonata for argeppione and piano, D821
Schubert : Arpeggione Sonata D821

간만에 시디를 재생해보니 스트리밍보다 재미있다. 내친김에 로스트로포비치의 슈베르트 ‘아르페지오 소나타’를 들었다. 데카 ‘Legend’ 시리즈로 나와 나도 한창 많이 들었던 음반이라 반가웠다. 역시 중역 위주의 사운드로 모난 데 없는 밸런스를 보여준다. 차갑거나 예리한 맛은 사라지고 포근한 중역 중심으로 첼로를 그윽하고 진하게 표현해 주었다. 첼로의 좀 더 깊은 저역은 아쉽지만 단단하고 진한 중역이 다른 모든 약점을 덮어버린다. 참고로 시디를 넣고 빼는 과정이나 곡 넘김, 일시 정지 등 작동이 빨라 사용 시 답답한 점은 없었다.

Bobby McFerrin - Don't Worry Be Happy
Simple Pleasures

블루투스 기능은 아마도 이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면 가장 많이 활용할 듯하다. 아니, 거의 블루투스만 사용할 공산도 크다. 물론 시디만큼의 음질은 아니지만 꽤 들을만한 사운드와 작동 편의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요마와 바비 맥퍼린의 ‘Don't Worry Be Happy’를 들어보면 비트가 또렷하며 흥겹게 음악에 몰입하게 만든다. 날카롭거나 공격적인 소린 전혀 없어 자극적이지 않다. 딱 전통적인 브리티시 사운드의 전형이다. 단, 에어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아이폰 유저로서 아쉽다.

이날치 - 범 내려온다
호랑이

애플뮤직에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를 재생하면 이 곡 전편을 지배하는 일렉트릭 베이스가 묵직하다. 끝까지 일관적으로 이어지는 반복적인 리프 위에 보컬의 억양도 꽤 정확히 파악된다. 중역대의 강점이 드러나는 부분들로 얇고 흩날리며 허약한 모습은 없고 작지만 당당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The Weeknd - I Feel It Coming (feat. Daft Punk)
Starboy

Billie Eilish - bad guy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이어 좀 더 여세를 몰아 위켄드의 ‘I Feel It Coming’ 등 최신 음악들을 재생해보았다. 중, 저역은 꽤 묵직하게 바닥을 울렸고 약간 진동이 느껴졌다. 이 외에도 힙합, 팝, 일렉트로닉, 록에서 클래식, 재즈까지 입맛을 가리지 않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다만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나 제임스 블레이크의 ‘Limit To Your Love’처럼 저역이 깊게 쏟아지는 곡에서 볼륨을 30정도까지 높이면 바닥 공진을 일으킨다. 이런 곡들을 큰 볼륨으로 듣는다면 필히 단단한 장식장 위에 설치할 필요가 있다.


노래의 날개 위에

단지 기계적 즐거움을 쫓아 오디오 도락에 빠진 사람도 있고 음악적 즐거움을 더 확장시키기 위해 오디오를 탐닉하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후자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종종 이런 올인원 오디오를 보면 음악을 즐기는데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하는 자문을 하게 된다. 잠시 펜을 놓고 침실로 거실로 쏟아지는 햇볕을 온몸으로 흡수하며 ‘노래의 날개 위에’를 듣는 상상을 해본다. 하이네가 노래한 ‘행복에 가득 찬 그곳, 아름다운 나라’를 그리며. 오히려 여러 잡다한 오디오 컴포넌트가 음악에 대한 몰입감을 헤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보면 R3 하나 즈음은 집에 비치해 둘만 하다. 특히 나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함께하는 거실에서도 루악 R3는 제 가치를 충분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
Class leading audio with enhanced stereo sound
Comprehensive Wi-Fi streaming with Spotify Connect and support for Tidal, Deezer and Amazon Music
Multi Format CD player
AptX Bluetooth receiver
SmartRadio Tuner with Internet Radio/DAB/DAB+/FM
USB-C playback/charge port
Infrared remote control
Digital and analogue inputs
Analogue output
High contrast OLED display with large format clock
Ethernet port
Class A-B amplifier system – nominal 30 watts output
Ruark neodymium NS+ drivers
Power consumption 2.0W networked standby power when connected to a network; automatic standby after 20 mins, see user guide for more details
Finishes Rich Walnut veneer or Soft Grey lacquer
Dimensions H167 × W420 × D220mm
Weight 5.3kg
Ruark Audio R3
수입사 델핀
수입사 홈페이지 delfin.co.kr
구매문의 02-582-9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