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북유럽의 향취를 한 몸에
Electrocompaniet ECI 80D Integrated Amplifier

코난 2021-01-20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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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총계

우리를 둘러싼 공간이나 물건은 어쩌면 취향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되고 그 취향 때문에 그 많은 고민과 번뇌를 스스로 일삼는다. 라이프, 리빙, 럭셔리 모두 어떻게 하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한 탐색전에 불과할 뿐이다. 리빙 스타일만 봐도 그렇다. 건축이라면 어떤 사람은 넓고 스트레이트한 미국식 집을 좋아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리 크지 않아도 오밀조밀하고 안온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현실은 모두 비슷비슷한 아파트나 빌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지만 반복보단 변주가 있는 곳. 순응하기보단 변화를 추구하는 공간이 더 좋은 법이다. 실제로 높은 천정고는 사람의 창의력을 촉진하고 낮은 곳에선 반복적이며 단순한 일에 적합하다는 뇌과학자의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하이엔드 오디오도 운용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볼 땐 취향의 총계다. 단, 가장 적극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고집스럽게 투영한 경우에 한한다. 그저 돈으로 최상급 기기만 모아놓은 시스템은 한나절 구경하면 놀다 가면 그만인 놀이공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취향이 깊게 반영된 시스템은 특별한 디자인과 오묘한 사운드의 격전지다. 미국의 활기 넘치는 기개, 영국의 단아하고 담백한 맛. 그리고 유럽이 있다.

아마도 가장 낯선 뉘앙스로 다가오는 오디오는 유러피언 하이엔드 오디오들일 것이다. 전차군단처럼 도열한 부품과 정밀 기술로 뭉친 독일의 오디오넷이나 무지향 스피커의 산실 MBL. 또는 커피향이 진하게 퍼져올 것만 같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감성 가득한 오디오들. 그중 노르웨이 하면 떠오르는 메이커가 바로 일렉트로콤파니에다. 피오르드 협곡 등 너무 추운 나라로만 알고 있지만 사실 그들의 감성은 때로 우리와 잘 맞는 구석이 있다. 김지호, 김현주, 신현준이 출연했던 천만인의 드라마 ‘사랑해 사랑해’에 삽입곡 ‘나는 당신의 소중한 사람(Jeg Ser Deg Søte Lam)’이 노르웨이 수사네 룬뎅의 곡이었다는 건 우연이 아니다.


노르웨이의 국보

음악에서도 노르웨이는 우리 오디오 마니아와 낯설지 않다. 다름 아닌 노르딕 사운드를 대표하는 2L 레이블이 그 주인공이다. 북유럽 여러 나라들이 그렇듯 자국의 민속음악을 깊게 투영한 재즈와 클래식, 성악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중 2L은 사운드에서도 건곤일척이었다. 그래미 어워드에서 여러 번 노미네이트된 건 절대 우연이 아니다. DPA 마이크와 머징 테크놀로지의 AD 컨버터 등을 사용해 DXD 멀티채널로 녹음한다. SACD, 블루레이 발매도 화려하며 최근엔 MQA 시디를 출시하기도 하는 등 고해상도 레코딩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레이블이 바로 노르웨이의 2L.

여기서 노르웨이 하면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브랜드가 바로 일렉트로콤파니에다. 1973년 Per Abrahamsen과 Svein Erik Børja가 설립한 이 작은 노르웨이 오디오 메이커가 이름을 알리게 된 건 마이클 잭슨의 [History]와 [Invincible] 같은 앨범의 크레딧에 이 브랜드 이름이 실리면서부터였던 듯하다. 이 외에도 핀란드 명문 탐페레 공대 교수였던 Matti Otala 박사가 고안한 TIM(Transient Inter Modulation) 기술을 자사의 앰프에 처음 적용한 메이커가
바로 일렉트로콤파니에였다.


ECI 그리고 80D

이번에 만난 일렉트로콤파니에는 다름 아닌 ECI. 즉 클래식 라인업으로 출시된 신형 인티앰프다. 예전에 테스트해보았던 ECI6 시리즈의 하위 모델로서 전체적인 설계, 증폭, 전원 등은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다양한 기능을 취합해 하나의 섀시 안에 모아놓은 다기능 인티앰프의 모습이다. 예를 들어 여러 디지털 입력단 및 MM 포노단은 물론이며 헤드폰 출력 그리고 블루투스 기능 등이 그것이다.

우선 순순 인티앰프로서 이 앰프는 AB 클래스 증폭을 채택했고 8옴 기준 채널당 80와트 출력으로 설계되어 있다. 참고로 4옴에선 150와트로 대체로 선형적인 증폭 특성을 갖는다. 스피커 제어력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인 댐핑 팩터는 8옴 기준 300 정도. SN비는 102dB며 공개된 스펙에서 전고조파왜곡률은 프리앰프 부문이 0.002%, 파워앰프 부문에선 0.005%로 양호한 편이다. 능률이 아주 낮은 스피커가 아니라면 ECI 80D만 해도 여러 기능을 즐기면서 음악에 몰입하긴 충분해 보인다.

더불어 디지털 입력단은 옵티컬과 동축 두 종류인데 모두 최대 24/192까지 대응하고 있다. 옵티컬 광 입력은 세 조 그리고 동축은 두 조 등 여러 외부 기기를 연결해 듣기 편하도록 풍부하게 마련해놓은 모습. 더불어 무선 연결의 경우 블루투스를 지원해 별도의 소스기기 없이도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블루투스는 5.0버전으로 A2DP, SBC, AAC, aptX-HD 등 다양한 코덱에 대응하고 있으므로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관계없이 사용 가능하다. 여담이지만 네트워크 스트리밍까지 지원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포노단의 경우 MM 카트리지에만 대응한다. 게인은 40dB로 고정이며 임피던스는 47K옴/100pF로 표준적인 스펙으로 제작했다. 게인을 좀 더 다양하게 지원하면 더 좋았을 듯. 서브소닉 필터도 내장되어 있고 전고조파왜곡률도 0.001%로 꽤 훌륭한 편이다. 이 외에 헤드폰 출력을 사이즈별로 두 조나 마련해놓고 있다.


시청평

두 조의 RCA 아날로그 입력단과 세 개의 광 입력, 두 개의 동축 입력 그리고 MM 포노단과 헤드폰 출력 등 ECI 80D의 활용도는 높다. USB 입력이나 스트리밍 기능이 없기 때문에 동축 출력이 가능한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연결해서 사용하면 좋을 듯하다. 이번 리뷰에서는 브라이스턴 BDA-3.14 DAC 및 뉴클리어스 ROON 코어를 중심으로 꾸려진 소스기기를 통해 테스트했다. 한편 스피커는 다인오디오 Evoke 10을 활용했다.

웅산 - Tomorrow
Tomorrow

로저스 LS3/5a와 다인 Evoke, B&W 등이 있었는데 다인오디오와 비교적 좋은 매칭을 보여주었다. 둘 다 유럽 메이커고 취향을 더욱더 공고히 할 수 있는 매칭이라고 생각되었다.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기보다는 서로의 특색을 더 강화할 수 있는 매칭이어서 매력적이었다. 예를 들어 웅산의 ‘Tomorrow’를 들어보면 북셀프 스피커지만 보컬이 가볍지 않고 음상도 명료하게 맺힌다. 확실히 가볍지 않고 밀도 높은 음결이다. 각 악기들의 골격이 명확히 잡히며 음상의 가장자리까지도 에지 있게 표현되는 모습이다. 더불 베이스도 팽팽하고 탄력적이어서 작은방에서 쓰기엔 더할 나위 없을 듯하다.

Khatia Buniatishvili
Labyrinth

테스트를 진행한 4.74X6.5미터 사이즈의 시청실에선 볼륨 -60 정도에서 적당한 음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ECI 80D의 경우 –110dB에서 15dB까지 볼륨 조정이 가능한 걸 감안할 때 충분한 게인이다. 참고로 프리앰프 부문의 게인은 25dB 세팅이다. 덕분에 소리가 충분히 힘 있고 단단하게 펼쳐진다. 예를 들어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리의 [Labyrinth] 앨범을 들어보면 그들만의 뚜렷한 색채감을 강력하게 어필한다. 타건은 견고하고 알알이 깨질 듯 영롱한데 특유의 빛깔이 물들어있다. 이는 다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앰프의 영향도 있다. 덕분에 예쁜 중, 고역과 매끈한 표현이 두드러진다.

Kanye West - Runaway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카니예 웨스트의 ‘Runaway’같은 최신 팝 녹음에서도 이러한 특징은 흔들리지 않는다. 단단하고 다부지면 무척 세련된 사운드지만 약간의 농염한 빛이 스며있다. 스피드 같은 경우는 느린 편은 아니며 골격이 뚜렷한데 특히 중역대 두께가 충분해 다행히 빈 듯한 느낌은 없다. 확실히 클래스 D 앰프와 다른 소리로서 온도감이 좋고 도톰한 음결 등 아날로그 사운드의 전형을 보여준다. 아주 투명하고 칠흑 같은 배경과 스피드보단 단단하고 심지 곧은 골격 위에 따스하고 고혹적인 사운드 색채로 승부하고 있다.

John Williams, Anne-Sophie Mutter, Wiener Philharmoniker 
The Imperial March From Star Wars: The Empire Strikes Back
John Williams in Vienna

ECI 80D의 경우 게인은 충분하지만 출력이 조금 낮은 편이다. 따라서 능률이 아주 낮은 스피커에선 저역 제어에서 버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인오디오 Evoke 10을 제어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존 윌리엄스 지휘로 스타워즈 사운드트랙 중 ‘The empire strikes back’을 재생해보니 차분하면서도 적당한 원근감을 표현해 준다. 분석적으로 음향 속을 샅샅이 파고들기보다 전체적인 조화를 우선하는 스타일이다. 산만하지 않은 음장 속에서 오랜 시간 음표 속에 머물게 해준다.

이문세 -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이문세 5집

이어 잠시 포노단의 성능도 체크해보았는데 MM 포노단은 꽤 쓸만하다. MC 카트리지까지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아무래도 고급 저출력 MC 카트리지를 사용할 경우 별도의 전용 포노앰프를 사용할 것이라 생각한 듯. Mo-Fi 울트라덱에 순정 MM 카트리지로 몇몇 엘피를 재생해보았다. 예를 들어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을 들어보면 보컬이 얇지 않고 도톰한 중역대에 진한 에스프레소 같은 질감을 표출한다. 간단히 가요나 소편성 위주로 즐기기엔 꽤 유용할 듯하다.


총평

필자가 일렉트로콤파니에 앰프를 처음 접하게 된 건 AW75나 AW100 같은 초창기 앰프들부터였다. 해외에서도 종종 거래되는 제품으로 스피드나 질감 표현 또는 고유의 음악적 뉘앙스 표현 등을 모두 오묘하게 결합한 소리를 냈다. 이후 모델들도 종종 잊을만하면 눈앞에 나타나 고혹적인 소리를 내주었는데 이제 최근 이런 다기능 인티앰프와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까지 출시하는 걸 보면 격세지감이다. 게다가 어려운 난관 속에서도 초지일관하는 설계와 음질 등에 있어서는 막내 ECI 80D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이번에 다인오디오와 매칭한 시스템의 소리는 영국이나 미국, 독일 등 여타 나라의 오디오 시스템에서 듣기 힘든 매력을 오롯이 전해주어 매력 만점이었다. USB나 HDMI ARC 등이 없어 아쉽긴 하지만 대신 블루투스가 있어 다행이다. 더불어 네트워크 플레이어나 DAC 또는 턴테이블만 붙이면 거실이나 서재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줄 제품이다. 특히 처음 보는 화이트 전면 패널 디자인 그리고 음질적 개성 등 북유럽의 향취를 한 몸에 오롯이 담아낸 인티앰프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
Preamplifier
Input impedance 75 kOhms
Noise floor -130dB
THD+N < 0.002%
Frequency response (-3dB) 1 – 150 kHz
Volume adjustment range - 110dB to +15 dB
Output Amplifier
THD+N < 0.005%
Output power (into 8 Ohms) 2 x 80W
Output power (into 4 Ohms) 2 x 150W
Damping factor (8 Ohms load) > 300
Frequency response (-3dB) 1 – 150kHz
SNR (input shorted, ref 1W into 8 ohms, A-weighted) 102 dB
Gain 25 dB
Protection DC, overload, temperature
RIAA Phono
Pickup support Moving Magnet
Gain 40 dB @ 1kHz
Input impedance 47 kOhms || 100pF
RIAA correction accuracy +/-0.1dB, 25-20kHz
Subsonic filter -3 dB @ 14 Hz
THD < 0.001%
SNR 83 dB (A-weighted)
Overload margin 30dB @ 1kHz
Headphone Amplifier
THD+N < 0.001%
Load impedance single output in use > 16 Ohms
Load impedance both outputs in use > 32 Ohms
Max output power (into 16 Ohms load) 0.4W
Max output voltage swing +/-8V peak
Output impedance 10 Ohms
Protection DC, overload
Digital & Streaming
Optical input PCM: 44.1kHz/16bit up to 192kHz/24bit
Coaxial input PCM: 44.1kHz/16bit up to 192kHz/24bit
Bluetooth support BT5.0, A2DP, SBC, AAC, aptX-HD
Connectivity
Digital inputs 2 coaxial, 3 optical
Analog inputs 2 RCA
Analog preamplifier output 1 RCA
Service port 1 USB
12V trigger 1 input, 1 output
Phono MM 1 RCA
Headphone outputs 3.5mm jack + 6.35mm jack
Speaker outputs 1 pair binding posts
Weight & Dimensions
Weight 8 kg – 17.6 lbs
Width 470 mm – 18.5 inches
Depth 262 mm – 10.3 inches
Height 90 mm – 3.5 inches
Voltage & Power Consumption
Mains input voltage 100-240VAC, 50/60Hz, 3A
Idle (no load or signal) 30 W
Standby < 0.5 W
OFF (main switch OFF) 0 W

*Specifications are subject to change without further notice

Electrocompaniet ECI 80D Integrated Amplif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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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사 홈페이지 www.saemenergy.co.kr
구매문의 02-582-9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