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가장 보통의 하이엔드
Waversa Systems W Slim LITE Limited Edition

코난 2021-06-0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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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

보통 사람이란 어떤 사람들일까? 하루하루 일상의 무게에 눌려 음악 같은 건 오래전에 기억의 저편으로 떠내려 보낸 사람들도 있다. 한편으로 너무 많은 돈을 주채하지 못해 온갖 명품으로도 성이 차지 사람들도 있다. 오히려 전자가 보통 사람이라는 말에 더 어울릴 것 같지만 조금 노력하면 음악을 못 들을 정도의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 다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으로도 음악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자료지만 전 세계엔 50억 대의 휴대전화가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국민의 95%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언제든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의지의 문제일 뿐이다.

아마도 가장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유튜브의 어느 영상에 짧은 위로를 얻기도 할 것이다. 한 장의 로또 복권을 손에 쥐고 좌절된 욕망을 하릴없이 종잇조각에 투사하면서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모든 사람들. 어쩌면 이런 모습이 보통 사람의 가장 평범한 모습일 것이다. 그런 가운데 제대로 된 오디오는 없다. 기껏해야 이어폰 정도에서 그치지 방이나 거실을 가득 채울 만큼 커다랗고 압도적인 위용을 가진 오디오는 보통 사람들에겐 머나먼 것들이다. 게다가 가장들의 이런 사치를 용납해 줄 가족들도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과거 커다란 궤짝 스피커를 거실에 놓고 가족들이 함께 즐기던 추억은 이젠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지 절대 보통의 풍경은 아니다.


작아도 괜찮아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작금의 이러한 트렌드와 맞물려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저렴하고 작은 오디오들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위한 올인원 헤드폰 앰프부터 시작해 이젠 시디피가 따로 없어도 음악 듣는데 문제가 없어 오디오의 몸집이 한결 가뿐해진 탓이다. 때론 스피커와 앰프,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동거시킨 블루투스 스피커도 보인다. 아니, 가장 보통의 사람들에겐 이런 블루투스 스피커가 일반적인 오디오의 통념에 더 가까운 형태다.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고 들을 줄 아는 섬세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제대로 갖춰진 하이파이 시스템 또는 하이엔드 시스템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보다 근사한, 그리고 적어도 스피커는 분리된 오디오 시스템을 원한다. 다만 그것이 방과 거실을 화려하게 가득 채울 필요는 없을 뿐이다. 작아도 괜찮은 것이다. 아니, 오히려 작은 것이 요즘 세상엔 공간 활용이나 가족들과의 평화에 더욱더 이바지하는 면이 없지 않다. 


슬림 라이트가 말을 걸어왔다.

결국 슬림 라이트였다. 평소 여러 리뷰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오디오를 사용해보기도 하고 집에서도 여러 대의 오디오를 운용하지만 작고 가벼운 올인원이 하나 필요했다. 내게도 가끔은 리뷰어라는 의식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그냥 음악만 듣고 싶은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런 때 모습을 드러낸 제품이 바로 슬림 라이트였다. 처음 조우했을 마치 노트북이라고 오해할 정도로 얇고 작은 사이즈는 놀랐고 이후 음악을 들어본 이후 그 성능에 또 한 번 놀랐다. 이건 마치 그 옛날 손바닥만 한 워크맨의 크기와 소리에 놀랐던 것과 진배없었다. 

웨이버사 시스템즈 W Slim LITE

이후 슬림 라이트를 사용해보면서 그 놀라움은 신기함에 가까워졌다. 슬림 라이트는 기본적으로 앰프면서 다양한 디지털 음원을 재생해 주는 만능 스트리밍 올인원이다. 블루투스는 물론 애플 에어플레이, DLNA는 물론이며 ROON에도 대응하므로 초심자도 무척 편리하게 고음질 음원에 접근할 수 있다. 더군다나 ROON의 경우 그들의 RAAT 프로토콜보다 더 뛰어난 음질을 들려주는 WNDR이라는 독자적인 프로토콜을 제공하므로 ROON 유저에겐 축복이나 다름없다. 이 외에도 USB, 동축, 광 입력 등 최대 24/384 PCM 그리고 DSD256까지 대응하고 있다.

웨이버사 제품들이 다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펌웨어 업데이트를 정지하고 제품 라인업 자체를 단종 후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DSD 음원 재생 같은 경우도 출시 당시엔 지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DSD 디코딩 방식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적용한 것으로 상당히 뛰어난 DSD 음질을 들려준다. 하지만 이런 음원 대응 이면엔 웨이버사 디지털의 독보적 업샘플링/원음 추적 및 보정 프로세서인 WAP 그리고 배음 형성 기술인 WAP/X가 있다. 자칫 차갑고 딱딱할 수 있는 풀 디지털 앰프의 사운드에 진공관의 배음을 추가하는 등 엄청난 용량의 디지털 프로세스 알고리즘은 이 앰프를 평범한 올인원 앰프에서 구해냈다. 


리미티드 에디션

그러나 많은 올인원 기기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은 실제 앰프로서의 성능이다. 특히 스피커에 올인하고 많은 예산을 앰프에 사용할 수 없어 올인원 스트리밍 앰프를 선택하는 경우 항상 앰프의 스피커 제동력이 발목을 잡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이 부분에서 웨이버사는 10와트짜리 디지털 앰프를 무려 여덟 개나 사용하고 있고 그 이유는 PPBTL 방식, 그러니까 병렬로 브릿지 시키기 위해서다. 이렇게 결합하면 커다란 출력의 앰프 하나보다 출력은 비슷할지 몰라도 출력 임피던스를 극도로 낮출 수 있고 이는 스피커 제어력을 드라마틱하게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채널당 80와트라는 출력은 최근 추세에 비하면 그리 높지 않지만 실제 스피커와 매칭해보면 못 울릴 스피커가 별로 없을 정도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웨이버사가 이번엔 슬림 라이트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한 것. 우선 위에 언급한 WAP, 즉 웨이버사의 독자적인 오디오 프로세서를 32비트로 확장했고 WAP/X 같은 경우도 기존 레벨 2에서 레벨 3로 업그레이드했다. 더불어 아직 일반에 자세히 공개되진 않았지만 간단히 말해 ‘순간적인 전력 공급 능력’이 업그레이드되었다는 것이 웨이버사의 설명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볼륨 세팅과 관계없이 앰프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해상력과 다이내믹레인지, 사운드스테이징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래봤자 음악, 그래도 음악

Patricia Barber - Black Magic Woman
Companion

테스트엔 B&W 606S2 한 조만 동원했다. 앞으로 더 들어볼 일이 있겠지만 일단 이 정도 스피커라면 슬림 라이트와 아주 좋은 파트너가 될 듯했기 때문이다. 일단 최저 볼륨에서 순차적으로 레벨을 올려 가면 디지털 볼륨이지만 꽤 세밀한 증감 능력을 보인다.

예를 들어 파트리샤 바버의 ‘Black magic woman’을 들어보면 약 50 정도 레벨에서 충분한 음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소리 자체도 라우드니스 기능을 먹인 듯 중, 저가 올인원 앰프와는 비교할 수없이 뛰어난 대역 밸런스와 맑고 명징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다. 

Ólafur Arnalds & Alice Sara Ott - Nocturne in C Sharp minor
The Chopin Project

리미티드 에디션은 확실히 일반 버전과 꽤 큰 차이를 보인다. 처음 들을 때부터 더 완숙해진 사운드에 놀랐다. 예를 들어 올라퍼 아르날즈와 앨리스 사라 오트의 쇼팽 ‘녹턴’을 들어보면 세밀한 약음 표현에서 더 깨끗한 배경과 세부 묘사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정 대역에 튜닝이 적용되지 않아 정직한 밸런스를 가지고 있어 평탄하고 안정적인 모습이다. 그렇다고 밋밋한 표현으로 흐르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특유의 WAP, WAP/X의 능력 덕분이다. 피아노의 변화무쌍한 아티큘레이션 표현과 어택 그리고 잔향 시간까지 계산한 듯 정교한 재생음이 돋보인다.

Brian Bromberg - One For The Woofer
It`s Abour Time (The Acoustic Project)

사실 기존 일반 버전도 가격 대비 스피커 제어력은 황송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리미티드 에디션의 경우 과도응답 특성 등 전체적인 저역 제어 능력이 한 차원 더 상승했다.

예를 들어 브라이언 브롬버그의 ‘One for the woofer’는 종종 필자의 자택에서도 테스트해보곤 하는 음원인데 606S2 정도의 스피커는 시쳇말로 ‘어린아이 손목 비틀기’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다.

이 스피커가 8옴, 88dB 정도의 스펙을 가진다는 걸 감안할 때 더 낮은 능률의 스피커도 충분히 제어 가능하다. 대개 게인만 높여 마치 앰프의 힘이 높아진 듯 청취자를 속이는 앰프들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강음과 약음의 대비가 세밀하게 펼쳐지면서 실체감을 놓치지 않는 모습이다.

The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Manfred Honeck, William Caballero – Beethoven Symphony No. 3 Eroica / Strauss Horn Concerto No. 1

이러한 역동감과 디테일의 상승은 종종 대편성 교향곡에서 기대 이상의 재생음을 얻는데 일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맨프레드 호넥 지휘,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로 베토벤 교향곡 3번을 들어보면 레퍼런스 레코딩스가 추구하는 최고 수준의 해상력과 다이내믹스를 실감할 수 있다.

물론 대형 A클래스 앰프 같은 육중한 무게감까지 바랄 순 없지만 사이즈에 어울리지 않은 스피드 및 해상력, 때론 권위감이 느껴질 정도의 사운드를 구사한다. 확실히 리미티드 에디션에서만 발견되는 성능 향상은 여러 면에서 뚜렷하게 다가왔다.


가장 보통의 하이엔드

디지털 앰프는 디지털만의 여러 다양한 기술을 접목 가능한 특유의 매력이 있고 아날로그는 그 나름의 전통적인 음질적 매력이 존재한다. 하지만 아날로그 앰프였다면 이런 작은 섀시 안에 이 정도 성능을 이끌어내긴 힘들었을 것이다. 웨이버사 시스템즈는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크로스토크, 채널 밸런스, 과도 응답 특성 및 스피커 제어력 등 수많은 앰프 설계의 난제들을 무척 쉽게 해결하고 있다. 

슬림 라이트는 사실 웨이버사 기술력의 맛보기에 불과하다. 상위 라인업으로 올라가면 슬림 라이트에 적용된 기술의 확장 버전 그리고 익스트림 버전들이 등장한다. 슬림 라이트는 웨이버사가 마련해놓은 다양한 메뉴 중 일부만 간단한 방식으로 구현해놓은 샘플러 같은 모델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구성에서도 그 사운드와 성능은 가격대를 믿기 힘들 정도로 올라서 있다. 보통 사람들도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다가설 수 있는 가격대에 하이엔드 모델의 그것들을 축약해 더 많은 대중들이 고음질의 음악 세계로 다가설 수 있는 브릿지로서 기능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국내 오디오 메이커에게 바랐던 바가 슬림 라이트로 실현된 모습이다. 보통 사람들을 위한 가장 보통의 하이엔드 오디오가 여기 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
출력 스피커 출력 (바나나, 말굽 모두 호환)
입력

Ethernet : DLNA, Roon Ready, WNDR, AirPlay
USB-B : PCM 24Bit / 384kHz
USB-A : 확장기능
Coaxial : 192kHz
Optical : 96kHz
FM Tuner : 88 ~ 108MHz
Bluetooth 4.0 Apt-X

앰프 정격 80W / ch, (채널당 8개의 PPBTL 총 16개)
디스플레이 IPS 디스플레이, Waversa Systems 새로운 UI
전원 DC 24V
크기 W300x D190x H20 (mm)
Waversa Systems W Slim LITE Limited Edition
제조사 웨이버사 시스템즈
제조사 홈페이지 cafe.naver.com/waversa
구매문의 02-582-9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