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오늘은 작은 앰프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제품들이 그 내용과 형식이 서로 조금씩 다르게 발전하는데, 품질이 좋은 작은 사이즈의 앰프로 헤드폰으로 고음질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스피커를 통해 넓은 공간에서도 양질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Enleum이라는 브랜드의 AMP-23R 제품인데 이 제품은 바쿤 인터내셔널이라는 브랜드에서 시작했고, 출력 임피던스, 입력 임피던스의 조화로 생기는 저노이즈와 기타 고순도 전송 이런 것들로 명성이 높았다. 하지만 바쿤 인터내셔널에서 시작했을 때 한계가 있었다. 마음대로 드라이브할 수 있는 스피커 선택에 한계가 있고, 주로 헤드폰을 굉장히 뛰어난 품질로 듣는 그런 용도로 쓰는 앰프였는데, 그 제품들을 보면서 다 좋은데 스피커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었으면 하는 마음에 항상 아쉬웠었다.

AMP-23R 리뷰를 위해 세팅된 시스템을 보고 "저게 될까?" 정도로 생각을 한 이유가 바로 스피커가 YG Acoustics의 Carmel 2 스피커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카멜 2를 드라이브한 앰프들은 대개 덩치가 크고 대출력 앰프들인데 AMP-23R을 붙여 놓은 이유가 많은 부분을 설명해 준다고 생각된다.

이 스피커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상위 제품 Hailey나 Sonja 같은 제품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굉장히 구동하기 어려운 스피커이다.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어려운 스피커를 갖다 놓고 시연을 해서 앰프가 좋다는 얘기를 하려나 보다 이런 게 아니고, 실제로 이 제품을 어디까지 드라이브하는지, 아주 좀 더 정교하게 이 음악은 이렇게 들리고, 저 음악은 어떻게 들리고, 어떤 건 잘하고, 어떤 걸 못하는지 이런 걸 좀 음악을 들어보면서 느꼈던 부분을 이야기 해보겠다.

ENLEUM

브랜드 얘기를 해보자면 ENLEUM은 ‘Enlightenment’ 깨달음의 ENL과 ‘음’ 소리의 EUM을 영어로 쓴 의미인데 두 단어를 합쳐서 ‘엔리음’ 아주 절묘하게 말을 붙였다. 바쿤 인터네셔널이 2021년 본사를 미국 실리콘밸리로 이전하며 미국 법인이 되어 새롭게 출발한 것이다. 

바쿤 인터내셔널 AMP-11R

이전부터 이 회사의 장점 중에 하나가 디자인이 굉장히 예뻤다. 옛날에 11R 같은 제품 기억하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컴팩트하고 도대체 어디서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예뻤다. 다만 그 제품들을 보면서 업그레이드 버전이나 새 제품들이 정말 띄엄띄엄 나와서 아쉬웠는데 새 브랜드인 엔리음으로 변신하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으면 좋겠다.

AMP-23R

일단은 지금 그 사이에 13R, 23R 두 제품이 최근 1~2년 사이를 간격에 두고 계속 나오고 있다. 23R을 한번 살펴보면 이 제품의 무게는 4kg 정도 밖에 안된다. 정말 작은데 제품의 크기에 비해서 대용량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쓰는 리니어 전원을 쓰고있다. 이 제품의 핵심 부분은 JET2 방식의 마이크로프로세서로 모니터링하며 출력단에 있는 MOSFET가 항상 일정한 바이어스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게 하는게 바로 이 제품의 핵심이라고 보면 된다.

바이어스를 고정으로 유지하는 이유는 시그널이 들어오면 그걸 정확하게 증폭하기 위해 그 신호를 정확하고 같은 비율로 복사시키기 위해서 바이어스를 고정하는데, 바이어스에 열이 발생하는 게 사실은 순도를 굉장히 높게 할 수 있지만 당연히 해상도나 기타 원래 신호의 왜곡이 생긴다. 그거를 미리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서 열이 들어오면 바로 식혀주거나 아예 바이어스를 변동시킬 요인을 차단하는 회로가 바로 23R 출력단의 핵심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전체 전원부부터 출력단까지 가는 사이를 고급 앰프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모든 경로를 기판으로 다 나눠놓았다. 하나의 보드에 아날로그 신호와 디지털 신호를 동시에 처리하면 그것도 결국 왜곡의 원인이기 때문에, 아날로그 보드와 디지털 보드를 분리하였고, 신호가 들어오는 보드도 당연히 나눠놨고 전원부 따로 분리해놨다.

작은 앰프에서 그라운드는 중요하고 이 제품에서 내가 보기에는 출력단 다음으로 중요한 게 그라운딩 처리인 것 같다. 이 앰프의 볼륨을 최대로 높여봐도 화이트 노이즈가 거의 안 들린다. 특징이나 이론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앰프 볼륨을 키웠는데 소리가 안 난다. 스피커에서 음악이 연주되지 않고 다만 전원만 킨 상태로 노이즈가 안 들린다. 이건 굉장히 좋은 포인트다. 들어온 신호에 노이즈가 생기지 않으니까 원래 신호에 있는 비율대로 정확히 증폭이 된다고 봐도 된다.

볼륨이 좋으면 신호를 거의 깎아먹지 않고 출력단으로 전송하는데 전면의 볼륨 어테뉴에이터가 조금 독특한 게 자그마치 1024 스텝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이게 우리가 아는 고정밀 저항으로 어테뉴에이팅이 되는 방식이라서 릴레이가 한 스텝씩 움직일 때마다 또각또각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어테뉴에이터는 게인 페이즈 디스플레이라고 하는데 안에 LED가 들어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1024 스텝을 전부 하나씩 촘촘히 올라가고 단수를 큰 구간으로 나누고 그 사이사이에 아무것도 안 움직이면 재미가 없으니까 하얀 색깔이 살짝 나타나서 약간 아날로그적이게 표시된다. 그리고 소리는 안에서 릴레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특허라고 한다.

이 제품은 작은 제품도 그렇게 해라고 할 정도로 Base Isolation Device 시스템이 굉장히 철저하다. 왜냐하면 워낙 미세 전류가 이 제품의 어떤 순도를 표현하는데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인데 미세 전류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진동에 상당히 민감하다. 제품에 따라서는 무게를 아예 무겁게 만들어 크기가 커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 제품은 4kg 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래 3점 지지로 정확히 계산된 고유의 Base Isolation 지지대가 있다.

옆에 방열핀도 그렇지만 약간 온도가 따끈하다. 디자인 얘기를 이 제품에서 안 할 수가 없는 게 보통 Red Dot, IF 상 많이 받는 제품들을 많이 보는데 그것도 등급이 있다. 이 제품이 작년 레드닷에서 디자인 본상까지 갔다고 하는데 IF나 레드닷 로고 하나 붙이고 싶다 이게 아니라 디자이너들이 평가해서 이게 앰프든 아니든 굉장히 잘 만든 디자인이라는 것 그렇게 평가받고 있는 것 같다. 진짜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23R을 보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옛날부터 제작자의 디자인은 굉장히 제품의 어떤 포인트가 될 정도로 안에 있는 JET2 방식이 소리에 대한 성능을 대표한다고 본다면 이 제품은 좀 더 넓은 사람들이 이 제품을 선택하는 가장 큰 위력이라고 할까 그런 힘을 가진 건 디자인에 있다고 본다. 소리를 듣기 전에 일단 이목을 끌어야 되는 건 사실 중요해서 디자인상을 받고 있는 그런 제품이라는 게 굉장히 좋은 포인트다.

시청

헤드폰 앰프가 스피커 출력단하고 똑같은 출력으로 바로 출력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25W를 출력하는데 이 정도면 헤드폰 앰프에 따라서는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원래 순도가 뛰어나지만 중요한 건 카멜 2를 아주 잘 울린다는 거다.

Fourplay - Chant

Fourplay의 Chant 들어보시면 그 앞에 굉장히 큰 퍼커션이 있는데 그 소리가 시스템마다 굉장히 다양하게 들린다. 다이나믹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고 다이나믹이 잘 나오는데 땅 친 다음에 시작 부분 잘게 떨리는 음이 계속 가는, 그게 반밖에 안 들리는 그런 시스템도 있다.

베이스와 중고역의 조화가 잘 될 때만 앞에 땅 때리는 대구경 일반 퍼커션을 때렸을 때 그 품질이 전 대역에 다 걸쳐서 나타나는 게 바로 이 곡의 시작 부분인데, 약간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이건 원래 힘이 좋아야 완벽하게 표현되는 거 아니야? 하는 부분이 AMP-23R에서는 거의 완벽하게 들려주는 게 놀라웠다.

Nidarosdomens Jentekor, Trondheim Solistene
MAGNIFICAT IV. Et misericordia

Magnificat 같은 곡을 들어보면 현악기 합주로 시작해서 독창 다음에 보이스콰이어 합창이 같이 들어오는데 대역이 굉장히 넓기도 하지만 무대를 전, 후,  안으로 표현하는 능력이나 대역이 섞여있을 때 작은 신호들을 정밀하게 잘 표현해야 아름답게 전체가 품 안에 들어오듯이, 전체 벽이 나를 감싸는 듯한 느낌이 나야 합격인데 아주 좋았다.

Chant를 잘 재생하면 이 곡을 놓치거나 이 Magnificat을 잘하면 Chant 같은 곡이 안되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23R은 두 곡을 다 잘해서 다른 스피커에서도 조금 더 폭을 넓혀도 문제가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바로 이어지는 곡들이었다.

Daniil Trifonov
Rachmaninov Variations

피아노 곡은 2곡 정도를 더 들어봤는데 피아노 소리가 일반적으로 표현하자면 매우 정확하다. 피아노 곡을 들으면서 떠오르는 말은 정확하다는 것 그래서 바로 눈앞에서 연주하는 느낌을 준다는 것인데, 정확하다는 말 중에 이 시스템에서는 좀 더 하모닉스나 아주 정교한 표현이 있다. 오히려 중후함이나 이런 걸 표현하면서 놓치는 정교함. 그다음에 아주 섬세함. 이 사람이 1초에 7번을 쳤는지를 구분할 수 있고 그 짧은 순간에 피어나는 하모닉스들이 빨리 생겼다가 빨리 없어지는 그런 부분이 들리냐인데 굉장히 완벽하게 소리가 났다.

앰프라는 게 스피커도 그렇지만 개성이 있을 수 있고 제작자는 미친 듯이 정말 좋게 만들었다고 해도 듣는 사람은 ‘잘 만들기는 했는데 내 취향은 아니야’ 그리고 또 ‘모든 곡들이 다 좋게 들리지도 않아 이 앰프는 이 소리를 잘 내고 그런데 이 소리는 좀 그렇고’ 이렇게 조금씩 개성이 있을 수 있고 골고루 모든 곡을 다 들려주기는 쉽지 않은데 엔리음은 그것에 대한 힌트가 지금 카멜 2로 시연했다는 것에 많은 부분이 설명되고 있는 것 같다.

총평

앞서 말했듯이 종종 리뷰를 하면서 이건 내가 바로 가져가 쓰고 싶다 생각 드는 제품들이 있는데 이 제품도 점점 그런 생각이 들고 있다. 마음에 드는 좋은 스피커 하나 골라서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이 굉장히 가능성이 높아졌다. 23R을 리뷰했듯이 외국 평론가들도 리뷰를 많이 하고 있는 제품인데, 거기서 딱 이거다 하고 눈에 들어왔던 표현이 ‘분재 오디오’라는 표현을 쓴 평론가가 있었다. 딱 그 말인 것 같다.

분재라는 게 크기를 작게하고 눈앞에서 볼 수 있게 마당에 있고 내 눈앞에 놓지 않고 가서 봐야 되는 그런 제품을 내 눈앞에 갖다 놓는 게 분재인데, 분재의 생명은 미세한 디테일을 그대로 축소시키는 데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이 제품이 그런 컨셉을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크기만 작게 했다는 것. 크게 만들 수 있는 걸 작고 가볍게 해서 분재라고 표현했으니까 모든 걸 다 담고 있고 크기만 작게해서 눈앞에 볼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앰프가 바로 AMP-23R이라고 표현을 상당히 잘 한 것 같다.

23R을 들어보면서 느껴지는 건 이제 발전을 했다. 그러니까 원래 순도는 순도대로 세련돼졌다고 할까? 그렇게 나아지면서 스피커를 드라이브해 들을 수 있는 만큼 발전해 온 그런 제일 최근 지점에 있는 제품이 23R이 아닌가 싶다.

오승영

* 본 리뷰는 유튜브 영상리뷰를 텍스트 버전으로 재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