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전자) 원주 고객님 방문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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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근선생님을 알게 된 지도
30년 가까이 됩니다. 오디오를
장만하기 위하여 오신 것이
어느덧 이렇게 세월이 흘렀습니다.
화가로서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혼자라는 적막에 둘러싸여
그 적막을 깨는 소리가 필요해서
오신 인연이 30년 되었습니다.
당시 구입한 오디오는
역삼동 작업실에 설치하였고,
작업실은 원주에도 있었습니다.
간혹 전시회를 열면 안내장을
보내주셔서 화분도 보내드리고
구경도 가곤 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원주에서만
작업하시더라고요. 그 후로는
종종 서로 소식만 전하다가,
최근 필요하신 것이 있다고
꼭 원주에 와 달라고 하셔서
여행 겸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알고 있는 주소로 찾아가니
계곡을 끼고 산속으로 난 길은
아무도 살지 않을 것만 같은데,
너른 작은 분지가 나오고
몇 가구의 집도 있었습니다.
고즈넉한 곳에 터를 잡고서
원주에 정착하신 후로는
간간이 TV에도 나오시고
지인들의 블로그 등을 통해서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마당에 들어서니 차 소리를 듣고
뜰까지 나와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놀러 오라고, 와서 자고 가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는데 이제야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미안하고 고맙고 막 그렇습니다.
산속 공원처럼 가꿔진 마당엔
쭈그리고 앉아 조는 소녀가
돌 기둥 위에서 노래하는
새의 노래를 들으며
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손님들에게 모든 걸
내려놓고 편안하게 쉬라는,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임을
작가는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세속과 번뇌를 벗어나는
경계처럼 생각되었습니다.
집으로 들어서는 현관을 온실로
만들어, 온실과 거실 겸 휴식 장소를
하나로 합쳤습니다. 온실엔 연못이 있고
연못 속엔 금붕어가 네 마리 노닙니다.
연못가에는 감나무, 모과나무, 이끼,
돌단풍이 흐르는 음률과 어우러져
봄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온실 밖 소나무와 잔디, 봄바람은
따사로운 햇볕과 함께 풍경이 되어
온실로 들어와 하나가 되었습니다.
거실과 온실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합쳐서 거실로 온실을
끌어드린 것이 기가 막혔습니다.
선생님은 말씀하십니다.
“그저 잔잔하게 음악을 켜두면
작업할 때 외롭지 않습니다.
손님 오셨을 때 음악은
그림을 한껏 살아나게 해요.”
소리와 다투지 않고 소리와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산속 봄 향기 그윽한 봄나물로
마련하신 점심을 먹으면서
이리저리 부는 봄바람처럼 두서없는
얘기를 두런두런 주고받았습니다.
아늑하고 편안했습니다.
DAC가 문제가 있어서 가져간
Blue DAC II를 들어보시더니
좋다고 하십니다.
오래 전에 저희한테 구입하신
럭스만 앰프, CDP는 사용하지 않고
계단에 그냥 두고 계셔서
판매해 드리겠다고 가져왔습니다.
선생님은 당신의 작품에 대해서
‘작가라는 입장’의 단서를 달고
설명을 해주시는데 귀에 쏙쏙
들어와 마음속 깊이 박힙니다.
선생님 앞에 걸린 작품은
‘마음 나누기’라고 합니다.
“사람은 곧 우주입니다.
둥글게 생긴 꽉 찬 우주에서
하나하나 떼어서 비워야만
또 다른 걸 채울 수도 있듯이
사람도 살면서 사람들과
나누어 가지면서 또 채울 수.........”
집안에는 선생님의 작품이 여럿
걸려있지만 가장 큰 작품은
시간 날 때마다 가꾸시는
선생님의 집이 아닐까요?
살아 숨 쉬는 나무와 금붕어,
그리고 사계절을 끌어드리고
그 속에 잔잔하게 음악이 흐르는
집이 가장 좋은 작품이더라고요.
집을 짓는다면 이렇게 짓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시의 미진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좋은 공기 마시고 채워 왔습니다.
더불어 선생님의 작품이 새겨진
머그컵 세트도 선물로 받고
또 만날 날을 기약하고 왔습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작품들을 기대하며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