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고유의 음색과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

‘Tweak’이란 것, 필자는 신뢰하지 않는다. 오디오 기기 밑에 받침대나 인슐레이터 등을 깔면 음질은 분명히 변한다. 종이 한 장을 깔아도 변한다는 말이 허풍만은 아님은 인정한다. 하지만 항상 무엇인가 얻게 되면 무엇인가를 잃게 된다. 제로섬 게임 같다고나 할까? 이것을 쓰면 해상도가 몰라보게 증가한다지만 본래의 무대 깊이가 사라진다든지, 저역의 임팩트가 강해진다고는 하지만 중고역의 촉감이 감해지는 것이 많다. 변화의 폭이 클수록 시장에서는 획기적인 제품이라 하지만, 그만큼 잃는 것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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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필자는 아예 외면을 하는 편이다. 흡음재를 대거 투입하고 음향 튜닝 용품으로 방을 도배하고 이것저것 달고 있다가 어느 순간 모두 치워버렸더니 차라리 그게 나았다는 어느 지인의 말처럼, 트윅을 사용하면서 잃은 것을 보완하기 위해 또다시 새로운 것을 달아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만드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이나 변화에 혹하여, 자기기인(自欺欺人)이란 말처럼 돌아가는 곳이 오디오 트윅의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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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리뷰하는 피니트 엘레멘트(Finite Element) 랙 및 받침대도 필자가 별로 신뢰하지 않는 트윅에 해당하는 기기지만, 이 제품은 뭔가 다른 것이 있다.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메르디안 808 CDP로 일청을 해본다. 이십 여 년 전, CD 플레이어가 모두 백만원의 일본산이었던 국내 시장에 메르디안의 조그마한 CD 플레이어가 소량 들어 왔다. 그때 충격적인 정숙함과 음악적인 감성은 초보자였던 필자의 귀에 깊게 각인되었고, 지금도 그 순간이 기억난다. 하지만 그런 감흥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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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들은 메르디안은 그때의 느낌처럼 신선하다. 코드14000번의 초대형 모노블럭 파워 앰프 때문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메르디안이 깔고 앉은 피니트 엘레멘트 받침대를 빼버렸다. 그러자 갑자기 답답해지고 음상이 흐릿해진다. 무대의 뒷길이도 전혀 나오지 않는다. 피니트 엘레멘트로 잃어버린 것이 무얼까? 필자의 청취력으로는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오기가 생겨 하이파이클럽에 다른 고가의 받침대를 깔아보기를 요구 했다. 분명 좋아지지만 변화의 방향이 피니트 엘레멘트와는 다르다. 이어 기술적인 설명과 제품을 분해한 후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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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이중 스파이크의 나무 받침대로 생각하였지만, 피니트 엘레멘트에는 진동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기술이 도입된다. 탄탄한 캐나다산 메이플도 좋고, 해외에서 단품으로 인기 있는 동사의 스파이크도 그 원인이지만, 이 제품이 진동을 억제하는 원천적인 기술은 눈에 띄지는 않게 별 모양 없이 달아놓은 레조네이터이다. 각 선반의 구조물에 부착되어 있어, 윗판 스파이크가 지지되는 바로 아래에 장착, 자기가 공명하면서 전체의 진동을 컨트롤 해낸다.

전체 구조를 안정시킨 후에 침엽수의 받침이 스파이크로 지지된다. 출렁거리는 부양식, 베어링식의 구조도 아니고, 물량으로 억제하는 구조도 아니다. 자칫 받침대는 그 재질에 따른 소리의 변화가 있기 마련인데, 이 제품은 오히려 그런 영향은 최소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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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의 절대 해악인 진동만을 걸러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 레조네이터는 각 제품별로 특성에 따라 다른 종류가 적용되며, HD시리즈 같은 적층식 랙에는 각 층마다 공진 주파수에 따라 다른 종류의 레조네이터가 장착된다.

이 같은 특성으로 오디오가 원래 개발되었을 때 추구하던 그 음이 무엇인지 피니트 엘레멘트는 들려준다. 이번에 들은 메르디안은 필자나 동료 리뷰어간에 그리 인기 있는 제품은 아니다. 후닥닥 들여와 대충 포개놓고 단기간 시청하는 데 이렇게 고가의 받침대를 리뷰용으로 비워놓고 있는 사람이 국내에는 없지 않을까 싶다. 반대로 이 기기는 진동에 취약한 약점이 있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번을 계기로 내가 혹평한 기계 중에 이런 게 있지는 않을까 돌아보게 된다. 피니트 엘레멘트 받침대에 올려놓은 메르디안 808 CDP는 음악성과 해상도를 모두 지닌 너무도 좋은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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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제품에 국한되는 건 아닌지 필자의 삐딱한 질문에 정반대되는 EMM CDSA를 들고 왔다. 정보를 모두 쏟아 붇듯 화려한 해상도이지만 어수선했던 면도 보이던 소리가 깔끔히 정돈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기합 한번 받고 정신을 차린 듯, 루빈스타인의 피아노는 다시 잘 조율한 듯 들린다. 어느 경우에나 진동 방지에 따른 깊은 무대감과 배음의 선명함이 살아나지만, 메르디안 808이 음상이 작아지고 세밀해졌다면, EMM은 깔끔한 구성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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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기별로 서로 다른 음질의 변화가 있다는 것은 이 제품이 보통의 랙이나 받침대들처럼 고유한 음질 특성이 없다는 것이다. 즉, 피니트 엘레멘트가 만들어 내는 음의 변화가 아닌, 기기 자체가 바닥의 상태나 새시 등에 의해서 악영향을 받아 못 내어주고 있는 기기 원래의 능력을 찾아내고 긍정적인 효과를 내어주는 것이다.

며칠 후, 제품이 필자에게 배달되었다. 턴테이블에 적용해보기 위해서이다. 필자의 웰템퍼드를 올려놓는다. 웰템퍼드는 그 구조가 리지드 타입이나, 톤암과 모터가 본체와 분리되어 당시에는 나름대로 진동 방지에 공을 들여 정숙하며 커다란 무대를 만들어 주는, 아직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발매되고 있는 턴테이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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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쭉 비교해온 루빈스타인의 연주, 오래된 음반이지만 그 무대의 깊이와 스테이지의 넓이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 경우는 더욱 세밀해진 묘사와 투명하고 깨끗한 배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큰 개선점. 타이트해지면서 해상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나타낸다. 웰템퍼드의 강점으로 알려져 있는 장점이 더욱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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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리뷰는 가장 개선도가 좋은 소스 기기를 중심으로 테스트하였지만 앰프와 같은 경우도 진동 따른 음질 변화가 크기 때문에 정도의 차가 있으나 확실한 개선을 보여준다. 앞서 말했듯 재질에 따른 변화가 아닌 진동 컨트롤을 통한 개선을 보여준 이상적인 받침대였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음식에 새로운 조미료를 첨가하는 것이 아니라, 정성스런 조리법을 통해 고유의 맛을 살려주는 것 같다고 할까? 먹을 때 참 맛있지만 먹고 나서는 입이 텁텁해지는 그런 조미료의 맛이 아니라는 점에서, 필자는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도 피니트 엘레멘트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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