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럴, 음악의 즐거움을 환기시키다
Neutral Mantra2 Cable

하루키의 여행기 ‘먼 북소리’ 중에 보면, 이들 부부가 알프스를 지나는 도중 자동차가 고장으로 멈춰서는 장면이 나온다. 한국식 카센터는 커녕, 인적도 없고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하룻밤을 지새야 하는 사건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냥 알프스 기슭에서의 낭만적인 여유가 아니라, 밤새도록 마나님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고된 하룻밤이었다. 그 이유는 그가 부인의 요청을 거역해가면서 특이한 자동차를 고집했기 때문이었는데, 그가 이탈리아에 오면 한 번 타보고 싶던 자동차가 바로 ‘란치아’였기 때문이다.
 
90년대 후반 쯤에 서울 시내에서 란치아를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어쨌든 이 얘기는 다음날 미츠비시를 타고 온 카센터 직원의 수리로 해결되는, 독특한 유머로 마무리되고 있다. 슈퍼카가 즐비한 이탈리아 자동차업계에서도 란치아나 피아트 같은 실용적인 브랜드들을 애호하는 그룹의 소신이 돋보인다. 단지 상대적으로 만만한 가격 때문이 아니라, 반드시 그 제품이어야만 하는 존재가치, 제작자의 의도를 발견해주기 때문이다. 언제나 환기되어야 할 것은, 본원적 의미의 실용기란 비싼 제품을 포기하고 남은 어쩔 수 없는 대상이 아니라, 꼭 그렇게 만들어져야만 했던 필연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뉴트럴 케이블은 로마에 위치한 케이블 전문 브랜드이다. 10년 정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아직 인터내셔널 차원의 제품소개나 활동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이 회사의 판매방침이 중간 유통상이나 벤더 등을 생략해서 실제 구매자와의 판매단계를 줄이고자 한다는 데 있어 보인다. 종종 이런 오디오 제조사들이 있어왔으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제품의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점을 공유하고 있어 보인다. 여하튼 본 뉴트럴 케이블은 약 20종에 달하는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고 멀티탭도 판매하고 있다. 필자가 기억하기로는 이탈리아 업체 중에서 처음 보는 케이블제조사인데, 이탈리아산이 갖는 특징을 크게 부각시켰다거나 하는 부분은 없어 보이고, 외관으로 본 대략의 느낌은 영국산 케이블들처럼 심플해서 점차 굵기와 무게를 더해가는 최근의 하이엔드 케이블들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회사가 표방하는 바, 제품 컨셉에 있어서도 기존의 방식을 뒤엎는 획기적인 무엇이 있다기 보다 음악을 즐겁게 들을 수 있는 현실적인 제품의 제작에 설계철학이 있어 보인다. 카테고리 별로 모델명을 공유하고 있는데, 이번 시청 제품은 현재로서는 동사의 엔트리 모델인 ‘만트라 2 블루’인데, ‘만트라 2 블루’는 파워코드와 인터커넥터 모두 동사의 인터커넥터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의 엔트리 모델이다. 막내이긴 하지만, 동사의 대표제품이 될 것으로 보이는 본 제품은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이탈리아 내 온/오프라인 전문채널에서 수상을 한 경력을 갖고 있는 모델이다. 자사에서 유사 가격대에 품질로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이 많지 않을 거라고 호언을 하고 있는 베스트 바이 제품이다. 각각의 제품을 살펴보기로 한다.
 

 
‘만트라 2 블루’ 파워코드의 선재는 은도금 동선으로 보이며 테플론으로 인슐레이팅 처리되어 있다. 터미네이션은 IEC커넥터와 슈코 발스(Schuko Bals)방식 단자로 되어있는데, 흔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결속의 느낌과 접속 시 손의 감촉 등에 있어서 상당히 신뢰감을 준다. 제품의 성능을 따지기 이전에 사용시의 상황을 위해 많은 테스트를 해보고 제작했을 것으로 보이는 실용적인 디자인이다. 인터커넥터와 마찬가지로 파워코드에도 짙은 PC재질로 보이는 플라스틱 제품 탭을 부착한 게 이색적이다.
 
제품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특별히 설명을 할 부분이 많지 않아 보이며, 앞서 말했듯이 이 회사의 제품은 심플하고 말쑥한 디자인을 표방하고 있으며 제품의 제작에 관한 화제를 무기로 마케팅을 하는 회사가 아니다. 단지, 음악을 음악답게 들리게 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시청을 하면 될 것이다. 본 제품과의 비교시청을  위해 필자가 오랜 동안 사용중인 PAD 콜로서스 케이블을 사용했다. 특별한 예측이 없이 시청을 시작한 결과, 인터커넥터와 비교하자면 비교적 분명한 성향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생긴 모습대로의 소리가 나온다. 시청제품은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어 보이는 신품상태로 보였는데, 기본적으로 대역에 대한 특이성향이 없이 문자 그대로 단정하고 중립적인 소리를 들려주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들을 살펴보면 무대의 표현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해상도가 좋은 편이라는 점, 그리고 이를 배경으로 고역이 순간 순간 잘 열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런 점을 가장 잘 부각시켜 준 곡은 역시 르네 야콥스 팀의 바하 ‘모텟’이었다. 마침 겨울이기도 하지만, 눈 내린 아침 공기 같은 시원한 촉감이 느껴진다. 고역쪽으로 빠른 속도로 여울지는 그라데이션의 느낌이 상쾌하다. 에어나 첼로 같은 앰프에서 느끼는 찰랑거림도 적당히 연출되고 있다. 연주자의 모습은 굵지도 가늘지도 않은 윤곽선을 보여주며 무대 속에 정리시켜 놓는다. 콜로서스와 비교하면 배경의 적막감은 다소 덜한데 비해 윤곽은 좀더 두텁게 그려지고 있다. 한편, 다이나믹스는 콜로서스에 비해 좀더 박진감을 더해준다.
 
비트 있는 곡에서는 딱 적당할 만큼의 순발력과 무게를 실어준다. ‘칸타테 도미노’ 인트로의 파이프 오르간은 권위감이 분명하다. 음의 여운을 길게 끌지 않아서 건반의 신속한 이동시에도 날렵하고 경쾌한 느낌을 주어 전체적으로 콘트라스트가 분명하게 그려지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룹 U2의 ‘With Or Without You’ 인트로 역시 그런 면에서 상당히 깔끔하면서도 존재감이 분명한 베이스를 들려주어서 만족스러웠는데,개인적으로 이 곡의 느낌만 놓고 보자면 무게가 좀더 실려주도록 시스템의 튜닝을 해서 들으면 최적의 상태가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런 차원에서 콘트라스트가 짙은 슬로우 템포의 곡에서는 다소 감정을 흐트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듯한 인상을 보인다. 다이아나 크롤의 ‘Look Of Love’를 들어보면 약간만 끈을 늦추고 끈적한 분위기를 연출해주었으면 싶지만 그 선을 넘지 않고 있는 듯 하다.
 
 
 
그런 차원에서 가장 좋았던 곡은 피아노였다. 마리아 호앙 피레스가 연주하는 모차르트 소나타 8번은 절도 있으면서도 발랄한 분위기를 적절하게 연출해주었다. 새김이 깊으면서도 밝고 투명해서 볕이 드는 겨울 창가에서 듣는 실제 피아노연주에 가까웠다. 음악을 듣기 위한 케이블이라고 설계철학을 얘기했는데, 혹시 이 곡을 들으면서 ‘블루’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푸른 빛이 도는 연주였다.
 
인터커넥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플라스틱 재질 아이히만(Eichman)의 뷸렛(bullet) 플러그이다. 예전 사이러스(Cyrus)사의 케이블에 사용된 독특한 재질과 디자인의 플러그인데, 폴리머 칼라를 이용해 RCA 암단자를 꼭 부여잡게 설계된 본 제품의 가장 큰 효능은 진동의 제거에 있다. 재질자체의 신축성이 금속에 비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금속케이블은 탈착시에 상하좌우로 흔들거나 비트는 동안 접촉면에 스크래치도 생기고 오래 사용하다 보면 틈이 벌어지게 된다. 촉감으로 판단해보건대 HDPE, 혹은 PP가 아닐까 싶은 본 플러그는, 장시간 테스트를 해보면 좀더 정확히 확인할 수 있겠지만, 부러뜨리지만 않는다면 금속제 플러그와는 달리 헐거워질 일이 없고 적당히 신축성이 있어서 진동의 영향을 적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플러그 중앙의 단자는 일반 동 재질 단자보다 전도성이 뛰어난(320%) 텔루륨 구리(Tellurium Copper)를 사용하고 있으며 니켈을 섞지 않은 24K 금도금 처리되어 있다. 아울러 금속제 플러그의 어스 역할을 하는 날개 대신 작은 핀을 사용해서 어스를 처리하고 있는데, 본 방식은 일반 금속제 플러그방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와전류 디스토션을 줄여주는 효과를 갖는다. 케이블의 선재는 동선을 은도금하고 테플론으로 절연시켜 제작되었다.
 
인터커넥터는 노르드오스트(NordOst; 한국말로 ‘노도스트’^^)의 블루헤븐을 참고해서 시청을 진행했다. 어떤 면에서 둘의 사운드는 상당히 많이 닮아있었다. 시청을 하면서 느낀 점이지만, 둘 다 생동감 넘치는 표현에 있어서는 이 가격대의 선수들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블루헤븐은 이미 잘 알려진 제품이지만 신예인 만트라 2 에게는 좋은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역의 느낌은 만트라 2 블루 쪽이 좀더 무게가 실리고 있었다. 무대의 크기는 비슷하고, 투명한 레이어링이 만들어내는 리얼한 입체감은 블루 헤븐이 일부 앞서고 있어 보인다. 앞서 블루 헤븐과의 유사성을 언급했듯이 무엇보다 본 제품의 특징은 명쾌하다는 점에 있어 보인다. 하지만, 고역쪽으로 재생특성이 특화되어 있거나 하지 않고 전 대역에 걸쳐 고른 재생특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장르를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 최대의 장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터케이블 시청시에는 좀더 정교한 비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바, 평소 시청곡들을 다소 변경해서 비교를 해보았다. 핑크 플로이드의 ‘Shine On You Crazy Diamond’ 리마스터는 인트로에서부터 크고 작은 수많은 물방울 알갱이들이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 곡이다. 그 아래로 짙은 페인트 같은 저역이 조금씩 번져오는 앰비언스의 묘사가 본 곡 재생의 관건이다. 신품 상태의 만트라 2 는 약간 밝은 성향의 케이블이라서 짙은 여운과 심각한 분위기로 몰입시키는 스타일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곡에서 음영의 깊이를 잘 만들어주었다. 물방울들은 맑고 투명해서 선명한 굵기로 공간을 채우고 있는 느낌을 주며, 낮은 대역에 이르는 그라데이션의 변화를 잘 포착해주었다. 에너지가 급격히 늘거나 줄어드는 부분의 변화는 아찔할 정도로 순발력 있게 몰아간다. 굳이 아쉬움을 준다면 전술했듯이 퇴폐적일 정도로 좀더 진하고 끈적이는 느낌이지만, 어쩌면 인터케이블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마이스키가 연주하는 비발디의 첼로협주곡은 상당히 쾌속을 달린다는 인상으로 시작한다. 엇박자의 포착에 있어서도 어색한 부분이 없이 오히려 앞서가는 것이 아닐까 싶은 업템포 스타일의 재생이다. 첼로와 오케스트라가 물결치듯 출렁이는 일체감을 보인다는 점에서 장기를 발휘한다. 한편으로 현의 보풀거리는 마찰음과 새김이 깊은 질감의 묘사는 강렬한 편은 아니다. 어차피 이 부분은 스피디한 재생과 공존할 수 없는 동전의 앞뒷면이긴 하지만 만트라 2 블루에 칭찬을 하게 되는 건 프레이징에 힘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이 케이블이 가장 장기를 발휘한 부문은 역시 바하의 ‘모텟’이었다. 명부 계조 표현이 뛰어난 카메라라고나 할까? 마치 연기처럼 공간 속으로 사라져가는 하모닉스의 묘사는 이보다 상급기의 케이블들이 뭐가 있었나 잠시 따져보게 만들 정도의 뛰어난 공간묘사력을 발휘한다. 전원선별이 가능해서 배경이 정숙한 케이블에서 가능한 특성이다. 이런 특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코러스는 대단히 입체적이고 정밀한 스테이징을 그려낸다.
 
매일 육중한 DSLR을 들고 다니다 보니 손에 쏙 들어오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하나 있었으면 싶을 때가 있다. 종종 파워코드에 과도하게 달려들어 스피커나 앰프를 제쳐놓고 팔뚝만한 굵기의 케이블에 집착하는 경우가 목격되기도 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제작자 또한 케이블 본연의 역할을 상기시키려 했는지 모르지만, 본 만트라 2 블루 라인업은 파워코드든 인터커넥터든 심플한 매력을 품고 있었다. 초장부터 의도적으로 귀를 잡아 끌거나 하지는 않지만 여러 장르에 걸쳐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일깨워 웃음이 번지게 해주었다.
 
 

 
신품이지만 각이 져 있다던가 하는 부분을 발견하기 어려웠고 상당히 자연스러웠다. 가격이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점, 신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좀더 많은 점수를 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성능을 조금 더 강화했을 때, 만능이라는 칭호를 붙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도 장르특성이 편파적이거나 하지 않고 전 대역에 걸쳐 고른 재생을 보여서 가히 ‘중립’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케이블이다. 최근 이 가격대의 베스트셀러가 잘 보이지 않는데, 만트라 2 블루가 그런 케이블이 되었으면 싶다. 음악 속의 감정을 명쾌하게 들려주는 훌륭한 케이블들이다.
 
 

 
NEUTRAL CABLE MANTRA2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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