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에 필요한 디지털 플레이어의 모든 것
LUMIN T1

스트리밍 뮤직 혹은 네트워크 플레이어 등 생소한 용어가 끝없이 등장하는 요즘, 과연 어떤 제품을 고르는 것이 현명한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한번 네트워크 플레이어만 보자. 얼핏 생각하면, 일체의 케이블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공기 중에 떠도는 주파수를 이용해서 음성 신호를 보내는 것인데, 왜 이리 말이 많은가 의문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그게 그리 간단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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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플러그 앤 플레이(Plug and Play : PnP)라 부르는 것은,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나오기 전의 전형적인 상황이었다. 컴퓨터쪽에서 나온 이 용어는, 중간에 일체의 도움 없이 바로 꽂기만 하면 작동이 되는 일종의 솔루션이었다. 그게 오랜 기간에 걸쳐 발전해오면서, 컴퓨터를 비롯한 디지털 오디오 기기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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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최근에는 이런 케이블의 존재 자체가 의미가 없게 되었다. 바로 “UPnP”가 나오면서다. 이것은 흔히 말하는 와이파이라던가 여러 개념을 종합한 것으로, 이미 1999년 10월에 《UPnP Forum》이 생겼을 정도로 역사가 길며, 현재 회원으로 가입한 회사의 숫자도 1018개나 된다. 그 포럼에 들어가면,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복잡한 이론적, 기술적 문제가 산적해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의 관심사는, 최대한 정보를 보존하면서 빠른 전송을 이룩하는 기기가 과연 무엇인가만 알면 된다. 그 점에서 루민(Lumin)이라는 신생 브랜드가 거둔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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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루민이 주목을 받은 것은 바로 DSD 파일을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를 개시하면서다. 이미 SACD라는 패키지 미디어는 업계에서 사장되다시피 했고, 주최자인 소니에서도 거의 손을 놓은 상태인데, DSD 파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덕분에 새로운 이슈가 없어서 일종의 답보 상태에 있었던 이쪽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 획기적인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 그 중심에 루민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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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업계의 현황을 보면, 전통적인 PCM을 고수하는 쪽과 DSD를 추구하는 쪽으로 나뉜다. 전자는 DSD의 존재에 의문을 제시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DSD 파일이 PCM 신호를 리샘플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근본에 있어서 PCM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린, 벨칸토, 코드 등이 이런 진영에 속한다.

반면 아직은 소수지만, 채널 클래식스, 오퍼스 3 등에서 본격적인 DSD 녹음이 나오는 중이며, DSD만이 가진 장점이 적지 않다는 것이 후자의 입장이다. 루민을 비롯, 마이트너, 플레이백 디자인, 나그라, PS 오디오 등이 이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PCM 신호까지 DSD로 전환해서 출력하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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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 가지 팁을 준다면, 왜 DSD가 우수하냐에 대한 안드레이 코흐씨의 답변이다. 여기서 잠깐 사인파를 하나 보자. 원형의 파형이 아닌, 일종의 톱니바퀴를 연상시키는 스퀘어 파형이다. 이것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보일수록, 원래의 아날로그 신호에 근접함은 물론이다. 그 부분에서 DSD가 PCM보다 우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논쟁을 기술하자면 끝이 없고, 갑론을박도 그치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우리에겐 음질이 뛰어나고, 사용상의 편의성이 우수하면 그만이다. 그 점에서 루민은 에이온, 오랄릭, 오렌더 등과 더불어, 요즘 한참 주가를 올리는 뜨거운 브랜드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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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루민의 라인 업을 보면, 플래그쉽인 S1을 필두로, A1, T1, D1 순으로 내려간다. 그 중에 A1이 처음 발매되어, 루민의 스펙이나 사운드의 기본을 성립했다면, 그 밑으로는 일종의 염가판 버전이고, 위로는 물량투입형이라 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S1으로 말하면, 스펙만으로도 질리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각설하고 이번에 만난 T1은, A1의 장점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일종의 다이어트를 한 제품이라 하겠다.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의 음을 즐기고 싶다면, T1은 상당히 추천할 만한 내용을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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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섀시를 보면, 아주 작고 앙증맞은데 놀랄 것이다. 그러나 전원부 분리형에다가 A1의 내용을 대부분 갖추고 있어서, 참 알찬 제품이라 칭찬하고 싶다. 일단 커버하는 음성 신호를 보면, DSD와 PCM은 물론이고, Flac, Apple Lossless, MP3에 인터넷 라디오까지 제공한다. 업샘플링 스펙을 보면 32bit/384KHz까지 가능하고, DSD는 2.8MHz까지 커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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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C부를 보면, 볼프슨의 WM8741 DAC 칩을 사용한 것이 눈에 띄는데, 상당히 우수한 성능으로 정평이 난 칩이라 하겠다. 그러나 아날로그단에 대한 투자도 게을리 하지 않아, 룬달 LL74 출력 트랜스를 동원한 것은, 여러모로 음질면에서 유리하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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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의 장점은 사용상의 편의성이다. 나스를 이용할 경우, 정말 빠른 시간에 많은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1분에 무려 250개의 앨범을 찾아볼 수 있다. 이 버퍼링 속도는 다른 경쟁 회사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그 사용에 있어서도 아이패드에 앱을 깔면 그만이니, 별도로 신경 쓸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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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출련단을 보면, 이더넷, USB 등은 기본이고 아날로그 출력단에 RCA뿐 아니라 XLR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S/PDIF 신호를 BNC단으로 출력하는 것도 잊지 말자. 아무튼 풍부한 입출력단에 사용상의 편의성이 더해져, 이 작고 앙증맞은 기기는 여러 면에서 우수한 퀄리티를 갖고 있다. 게다가 은색 및 블랙 아노다이징 알루미늄 중에 선택할 수 있어서, 이 부분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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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B.A.T의 VK 3000SE 인티에 KEF 블레이드 스피커를 연결했다. 
참고로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힐러리 한 (vl)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No.1》 엘렌 그리모 (p)
-게이코 리 《What a Wonderful World》
-개리 무어 《Still Got the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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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lary Hahn - Tchaikovsky Violin concertos
Tchaikovsky: Violin cocertos

힐러리 한의 연주로 듣는 차이코프스키는 여러모로 각별하다. 그녀 특유의 나긋나긋하고 섬세하면서 빠른 페시지는, 그 음색 면에서 상당히 매혹적이다. 이 부분을 루민은 놓치지 않는다. 그냥 모니터적인, 무덤덤한 재생이 아니라, 소스가 갖고 있는 장점을 제대로 부각시켜 놓는다. 당연히 오케스트라의 스케일이나 박력도 충분히 살아나고, 솔로 주자의 세밀한 표현들도 놓치는 법이 있다. 전체적으로 우아하고, 기품있는 재생음이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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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e Grimaud - Brahms Concertos
Brahms: Piano Concertos No.1

시작부터 거창한 스케일이 밀려오는 브람스의 작품은, 그리모라는 매우 개성적인 연주자에 의해 묘하게 변화한다. 전통적인 독일 계보가 아닌, 우아하면서 멜랑콜리한 터치는 분명 이질적이면서 또 아름답다. 무려 4분여에 걸친 긴 인트로 후에 등장하는 그녀의 존재감은, 여유롭고 한가로우며 감미롭기까지 하다. 그 개성이 참 멋지게 펼쳐진다. 자칫 해상도나 다이내믹스 중심으로만 갔다면, 이런 부분을 쉽게 놓칠 수 있다. 그 점에서 본 기의 실력에 믿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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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ko Lee - What a Wonderful World
Keiko Lee - Voices

게이코 리의 노래는 어쿠스틱 기타를 반주로,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내용을 갖고 있다. 그 은밀함을 조금은 엿볼 수 있는 재생이다. 게이코만의 허스키한 보컬의 매력이 충분히 어필하면서, 거의 무반주에 가까운 진행은, 혼자 독백하는 듯한 기분을 준다. 수필을 쓰듯, 이러저러한 악상을 그때그때 떠올리는 듯하다. 그런 내밀한 공간을 함께 하는 듯해서 더욱 긴장감을 갖고 듣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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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y Moore - Still Got the Blues
Gary Moore - Still Got the Blues

반면 폭발하고 울부짖는 기타의 대명사 개리 무어에 이르면, 확실히 그 박력을 제대로 살려낸다. 진하게 깔리는 신디사이저를 배경으로, 천천히 읊조리듯 노래하다가 기타로 절규하는 기승전결이 드라마틱하고 또 감동적이다. 찬찬히 들어보면 그 안에 많은 음성 정보가 있음을 알게 된다. 관객의 함성, 드럼의 타격감, 베이스의 단아한 라인 등, 여러 요소가 어우러져 멋진 하모니를 연출해낸다. 그 중심에 무어가 있고, 루민은 결코 그 존재감을 약화시키지 않는다. 이제 편안히 소파에 기대 음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이종학 (Johnny Lee)


Specification
DSD SUPPORT DSD64 2.8MHz, 1-bit
HDMI OUTPUT PCM 44.1kHz–192kHz, 16–24-bit
DSD 2.8MHz, 1-bit
ANALOG OUTPUT STAGE Wolfson WM8741 DAC chips, 1 chip per channel
Fully balanced layout with high quality components
Output connectors coupled with dual LUNDAHL LL7401 output transformers
POWER SUPPLY External dual-toroidal
Available in 240V and 110V versions
PHYSICAL LUMIN: 326mm (W), 295mm (D), 60mm (H), 3kg
DUAL-TOROIDAL PSU: 100mm (W), 295mm (D), 55mm (H), 2kg
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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