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세단의 품격과도 같은
ALLNIC T-2000 25th Anniversary Integrated Amplifier

필자는 지난 2003년 가을, 독일 아우토반을 달린 적이 있다. 벤츠 본사 초청 행사였는데, 첫날은 고색창연한 벤츠 클래식 모델을 몰았다. 모델 이름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자동차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빈티지 디자인이 참으로 멋졌다. 수동기어라 애는 좀 애를 먹었지만 옆 차선 운전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에 충분했다. 둘째날은 출시를 앞둔 투도어 스포츠카 SL600이었다. 400마력이라는 넘치는 힘에 코너링에서는 스스로 바닥에 착 달라붙는 맛이 대단했다. 물론 스포츠카다운 미끈하게 잘 빠진 외모도 상당했다. 추월차로로 들어선 순간, 앞에 있던 차량 5, 6대가 순식간에 오른쪽 차로로 길을 내주던 그 풍경이 지금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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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뚱맞게 2003년 벤츠 얘기를 꺼낸 이유는 올닉의 T-2000 25th 애니버서리 때문이다. 하이파이클럽 청음실에서 PMC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fact.12에 물려 음을 듣고난 후 이 진공관 인티앰프에게서 ‘스포츠카’와 ‘클래식 세단’이미지가 동시에 떠올랐던 것이다. 스포츠카의 힘과 속도, 클래식 세단의 안락함과 품격! 이를 오디오에 비유하면 결국 구동력과 스피드, 정숙감과 음악성 아닌가. 



"설계 디자인 살펴보기"

찬찬히 살펴보자. 올닉이 창립 25주년을 맞아 올해 새로 내놓은 T-2000 25th 애니버서리는 전작인 T-2000 ST를 안팎으로 손본 모델이다. 지난해 텅솔이 개발한 신형관인 KT150을 채널당 2발씩 푸쉬풀 구동해 100W 출력을 얻어내는 점은 같지만, 전면 패널 및 측면 손잡이 디자인에 변화를 줬고 전원스위치 위치도 정면 왼쪽에서 측면 우측으로 바꿨다. 진공관을 덮고 있는 폴리카보네이트 침니 상단의 디자인도 더 세련되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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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올닉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니켈트랜스와 41단 어테뉴에이터를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는 점이다. 올닉의 모든 출력 트랜스는 니켈트랜스, 정확히 말하면 니켈과 철의 합금인 퍼멀로이(Permalloy)를 코어에 쓴 트랜스다. 퍼멀로이 트랜스는 일찍이 1916년 웨스턴 일렉트릭에서 음질에 가장 좋은 트랜스로 개발됐지만, 제작원가가 높고 제작방법 또한 까다로워 사용을 거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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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멀로이를 웨스턴 일렉트릭이 채택한 이유는 니켈이 모든 물질 중에서 자석에 제일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 이를 초투자율(Initial Magnetic Permeability)라고 하는데, 니켈은 이 초투자율이 아주 높다. 일반 쇠는 전기를 줘서 전자석이 됐다가 전기를 끊으면 전자석 성질이 천천히 없어지는데 비해, 니켈은 전기가 끊어질 경우 순식간에 전자석 성질이 사라진다. 이러한 니켈의 스피드(높은 초투자율) 때문에 올닉의 앰프들이 음악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T-2000 25th 애니버서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 트랜스의 권선방법, 코일의 두께, 트랜스 자체의 구조 등에 대한 올닉의 노하우를 총동원해 신형 퍼멀로이 트랜스를 장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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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닉의 또다른 자랑거리인 41단 어테뉴에이터도 버전2로 진화했다. 내장 모터로 리모컨 동작되는 이 어테뉴에이터는 올닉에서 자체 제작한 것으로, 올닉의 레퍼런스 프리앰프인 L-5000 DHT 등 상급기에 적용된 것과 동일한 호화 사양의 어테뉴에이터다. 원래 안쪽 링과 바깥쪽 접점부 이렇게 접점이 2개인 기존 어테뉴에이터가 음질면에서 부족하다고 판단, 접점부를 1개로 줄인 것이 올닉의 어테뉴에이터인데, 이번에는 이 접점부를 다시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이를 통해 볼륨단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호 왜곡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한편, ST 버전보다 음악신호 전달을 더 확실하고 빠르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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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관은 ST 때와 마찬가지로 KT150관을 채널당 2발씩 썼다. KT150은 미세신호 증폭 및 스피커의 확실한 제어를 위해 지난해 텅솔이 개발한 신관이다. 출력을 가늠할 수 있는 플레이트 손실이 KT88이 40W, KT120이 60W인데 비해 KT150은 75W로 높아졌다. 일단 KT88이나 KT120보다 체구가 훨씬 크고 계란 모양의 유리관을 통해 방열기능을 향상시켰다고 한다. 유리관이 곡선으로만 이뤄져 평평한 면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마이크로포닉 노이즈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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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은 펜토드 모드시 100W, 트라이오드 모드시 50W(이상 8옴 기준)를 뽑아낸다. 전면 패널 왼쪽의 버튼을 눌러 선택하기만 하면된다. T-2000 25th 애니버서리가 채택한 펜토드 모드는 5극관의 스크린 그리드와 플레이트를 연결할 때 출력트랜스를 사용하는 울트라 리니어(Ultra-linear) 방식으로, 100W라는 대출력과 함께 풍부한 저음을 얻어냈다. 사실, 진공관 앰프에서 100W라면 이 세상 어떤 스피커에 물려도 부족함이 없는 수치다. 3극 접속(트라이오드 모드)에는 컨트롤 그리드가 플레이트에, 서프레스 그리드가 캐소드에 접속된다. 말 그대로 3극관처럼 작동, 출력은 50W로 줄지만 더 섬세하고 왜곡이 없는 깨끗한 음과 작은 출력 임피던스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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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W까지 A클래스로 작동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증폭소자에 항상 일정 전류(Idling Current)를 흘려주는 게 A클래스이고, 음악신호가 들어올 때만 증폭소자에 전류가 흐르도록 한 것이 B클래스다. 그리고 A클래스가 진공관의 최대출력까지 이 아이들링 커런트를 흘려주는데 비해, AB클래스는 그 중간쯤만 아이들링 커런트를 흘려준다. 따라서 AB클래스 앰프는 제작자가 지정한 아이들링 커런트 범위 내에서는 A클래스로 작동하고, 그 이후에는 AB클래스로 작동하게 된다. T-2000 25th 애니버서리의 경우 펜토드 모드에서는 30W까지, 트라이오드 모드에서는 20W까지 A클래스로 작동된다. 따라서 일반 가정에서 듣는 T-2000 25th 애니버서리의 소리는 거의 A클래스로 증폭된 소리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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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관은 6485를 채널당 1개씩 썼다. ST 버전 때도 썼던 이 관은 전류증폭률(gm)이 극단적으로 높은 역사적인 진공관이다. 진공관은 결국 gm 싸움인데, 이 gm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1그리드를 최대한 가늘게 뽑아쓰는 수밖에 없다. 6485는 5극 진공관인데 이 앰프에서는 3극 접속해서 쓴다. 드라이브관으로 채택된 D3a(채널당 2개)는 직선성이 아주 좋고 내부저항이 낮기 때문에 충실한 저음을 전달할 수 있는 명관. 일단 고가인데다 구하기도 힘들고 취급하기도 까다로워 보통의 인티앰프에서는 쓰려고 해도 쓰기 어려운 관이다. D3a 역시 5극 진공관인데 6485와 마찬가지로 3극 접속해, 내부 임피던스를 2k옴으로 낮춤으로써 전류를 20mA로 끌어올리는 한편 노이즈와 왜곡을 현저히 줄였다고 한다. 통상 12AU7이나 12BH7을 쓰면 47k옴 부하에 2~3mA의 전류밖에 걸 수 없는 것과 비교하면 커다란 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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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2000 25th 애니버서리에는 이밖에 외국 제작사와 평론가들이 부러워하는 올닉의 튜브 댐퍼(액체형 고무를 초단관 소켓에 채용, 100%에 가깝게 진동을 잡음으로써 국제특허를 받았다), 전압변동률(Voltage Regulation Rate)이 극히 낮은 수준인 전원트랜스, 진공관 앰프의 성능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고정 바이어스 방식, 토글 스위치를 통해 앞뒤 출력관의 전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자가진단미터 등 올닉의 첨단기술이 고스란히 투입됐다. 진공관에 씌운 침니 역시 진공과 고온에 강한 폴리카보네이트를 썼다. 앰프 증폭의 처음이자 끝이라 할 ‘10kHz 방형파의 구현’ 역시 두말하면 잔소리다. 



"청음노트"

청음은 소스기로 맥북에어(TIDAL), DAC으로 웨이버사 W DAC3, 스피커로 PMC fact.12, 스피커케이블로 올닉 ZL-5000을 동원했다. 자주 듣는 6곡을 들으며 적었던 청음 노트를 가감없이 그대로 소개한다. 볼륨방향은 모두 10시반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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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an Herzog - No Sanctuary Here
Marian Herzog

저역의 차원이 다르다. 아침에 다른 시스템에 물려 듣던 때와는 완전 다르다. PMC가 이 정도였나, 아니면 T-2000이 이 정도였나. 펀치력과 구동력이 장난이 아니다. 그러면서 중역을 포함한 각 대역밸런스도 상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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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na Krall - desperado
Diana Krall - Wallflower

피아노 소리가 영롱하고 명료하게 들린다. 무엇보다 시스템 S/N비가 무지 높다. 보컬은 허스키하고 탁한데도 거칠거나 푸석거리지 않는다. 촉촉하다. 보컬이 앞에, 피아노가 뒤에 있는게 확연히 느껴진다. 사운드 스테이지의 두께가 제법이다. 앞의 곡이 오디오적 쾌감을 줬다면, 이 곡은 고퀄의 뮤지컬리티를 선사한다. 막판 피아노의 저음이 놀랍도록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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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o Dudamel - Mahler Sym. No.5
Simon Bolivar Youth Orchestra of Venezuela

트럼펫의 음끝이 살아있다. 초저역과 미음에서의 마이크로한 표현력도 대단하다. 별 5개다. 총주에서는 물론 음들이 전혀 섞이질 않는다. 모든 음들이 밑으로 위로 잘 뻗는다. 

또 하나 감탄한 것은 이 시스템이 선사한 스피드감. 앰프도 그렇고 스피커도 그렇고, 일체 허둥지둥대는 법이 없다. 전망도 좋다. 마치 최고급 DSLR 뷰파인더로 피사체를 핀포인트로 맞춰놓고 봤을 때의 그런 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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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car Peterson Trio - You Look Good To Me
You Look Good To Me

트라이앵글이 매우 찰랑댄다. 기대했던 만큼 눈이 부실 정도로 금속성 소리를 들려준다. 베이스 역시 기대했던 대로 ‘떨어댄다’. 이 곡의 베이스는 이처럼 ‘사정없이’ 떨어대야 제맛이다. S/N비가 높은 탓에 베이시스트가 뭐라 중얼중얼대는 소리가 남김없이 들린다. 

재즈곡 특유의 리듬&페이스는 여전히 흥겹다. 하여간 이 곡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번 시스템이 선사해준다. 피아노의 음색과 터치감, 무대의 두께감, 음의 가닥수, 드럼의 스톱&고 모두 합격. 킥드럼의 나사 삐걱거리는 소리마저 들린다. 분해능이 좋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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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ish Chamber Orchestra - Mozart Sym. No.29
Sir Charles Mackerras

이 곡은 색채감 표현이 중요하다. 리스너를 얼마나 편안하게 해주는지도 관건인데, 일감은 맑고 깨끗하다는 것. 흔히 말하는 대로 전망이 좋다. 

악기들의 잔향과 배음이 훌륭하다. 시청실에서 갑자기 홀톤이 느껴진다. 이때 비로소 다시 깨달았다. “아, 이 앰프가 진공관 앰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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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se Cook - Tempest
Tempest

스피드와 스케일이 장난 아니다. 홀로그래픽 이미지도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그것도 기타와 퍼커션들이 무대 한복판에서 피튀기게 싸워대는 그런 이미지다. “이거 진공관 앰프 맞아?”









"ALLNIC T-2000 25th Anniversary = 스포츠카의 질주 본능"

청음노트에 썼듯이 T-2000 25th 애니버서리를 청음하다가 막판에서야 ‘아, 이 앰프가 진공관 앰프였지’라고 무릎을 쳤다. 그만큼 청음 내내 앰프의 막강한 구동력에 정신줄을 놓았다는 얘기다. PMC 스피커 애호가들은 잘 아실테지만 PMC 스피커는 내부에 긴 터널(ATL)을 통해 저역을 보강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fact.12도 마찬가지다. ATL이 무려 3.3m에 달한다. 더욱이 유닛이 모두 4개나 달렸다. 감도는 8옴에 84dB밖에 안나온다. 앰프에 힘이 없으면 저음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스펙인 것이다. PMC 스피커를 ‘마초 스타일’이라고 부르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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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T-2000 25th 애니버서리는 이 마초 스피커를 너무나 쉽게 제압해버렸다. 크리스 존스가 피처링한 마리안 헤르초크의 ‘No Sanctuary Here’는 초반 저역이 참으로 들을 만한 곡인데, 반대로 앰프가 힘이 없거나 스피커의 저역 재생에 한계가 있으면 밋밋하게 들리기 일쑤다. 하지만 곡이 시작되자마자 fact.12로부터 깜짝 놀랄 정도의 저역이 쏟아져나온다. 펀치력이 장난이 아니다. 주위 사람들도 입을 모은다. “fact.12가 비실대더니 드디어 임자를 만났군.”

이같은 구동력의 비결은 여러 가지로 추측된다. 우선 KT150을 푸쉬풀 구동해 얻어낸 100W 출력의 힘이다. 필자는 지난해 여름 전작(T-2000 ST 모델)을 들을 때부터 감탄했는데, KT120을 썼던 기존 버전에 비해 출력이 70W에서 100W로 늘어난 효과가 그렇게 클 줄 몰랐던 것이다. KT150이라는 진공관 자체의 물성이 좋은 이유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니켈트랜스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트랜스 자체가 원래 에너지(힘) 전달에 일가견이 있는데다, 니켈트랜스는 초투자율이 높아 저역재생에도 매우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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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스피드는? 캐나다의 기타리스트 제시 쿡이 연주한 ‘Tempest’를 들으면서 깜짝 놀란 것은 이 진공관 앰프가 일체의 머뭇거림 없이 제시 쿡의 속주를 그대로 정확히 재현해냈다는 점이다. 과거 EL34를 싱글 구동한 외국산 진공관 앰프가 이 곡을 재생할 때 허둥지둥됐던 것을 떠올려보면 그야말로 경차와 스포츠카 차이라 할 만하다. 음악신호에 대한 앰프의 응답특성(response)이 아주 좋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니켈트랜스의 높은 초투자율 덕분으로 보여진다.

이밖에 전압변동률이 낮은 전원트랜스는 정확한 증폭(재생)에 크게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올닉의 전원트랜스는 전압변동률은 그 크기에서 알 수 있듯이 극히 낮다. 음악신호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진공관 플레이트에 걸리는 전압(B전압)의 변동률이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음악신호에 따라 B전압이 크게 출렁여서는 정확한 재생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법이다. 이것은 올닉이 직접 트랜스를 설계하고 수작업으로 일일이 전문가에 의해 직접 제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ALLNIC T-2000 25th Anniversary= 클래식 세단의 품격"

사실 T-2000 25th 애니버서리는 잘 디자인된 진공관 앰프가 그렇듯이 외관부터가 아우토반을 달렸던 클래식 세단을 닮았다. 출력관 4발을 비롯해 초단관 6485(채널당 1개), 드라이브관 D3a(채널당 2개) 등 진공관 10개 모두를 일일이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침니로 둘러쌌다. 요즘의 트랜지스터 앰프나 디지털 앰프는 흉내내려고 해도 태생적으로 안되는 디자인이다. 여기에 진공관 뒤편에 버티고 선 전원트랜스(가운데)와 출력트랜스(양옆)의 모습은 펜더를 큼지막하게 돌출시킨 클래식 세단의 축소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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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앰프에게서 클래식 세단 이미지가 떠오른 것은 다름아닌 S/N비와 색채감, 음악성 때문이다. 세단으로 말하면 정숙도와 승차감이 좋고 드라이빙 자체가 즐겁다는 것. 높은 S/N비는 다이아나 크롤의 ‘Desperado’에서 특히 두드러졌는데, 진공관 앰프가 사람 애먹이곤 하는 마이크로포닉 노이즈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다. 이는 우선 국제특허를 받은 튜브 댐퍼(Asorb GEL Damper) 덕분으로 보여진다. 초단관 소켓에 채택된 이 댐퍼로 인해 100% 제진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또한 업그레이드된 41단 어테뉴에이터를 통한 왜곡 최소화 효과, 아까 언급한 전원트랜스의 극히 낮은 전압변동률 효과도 크게 봤을 것으로 보인다. 

상급의 색채감은 단연 6485-D3a-KT150으로 이어지는 진공관 3총사의 협공 덕분이다. ‘모차르트 교향곡’에서 유난히 홀톤이 두드러졌던 것도 오케스트라 각 악기의 음색 하나하나를 고스란히 재현해준 이들 진공관 덕이 크다. 역시 잔향과 배음 하면 진공관인 것이다. 여기에 초단관과 드라이브관을 음질면에서 보다 유리한 3극 접속으로 한 점도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들 진공관이 합작해낸 소리를 최종단에서 받아 스피커로 남김없이 전해준 니켈 출력트랜스의 몫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바이올린의 통울림(모차르트 29번)과 피아노의 해머링(You Look Good To Me)까지 잡아낸 완벽한 음색 구현은 코일을 적게 감고도 높은 L값(트랜스 코어가 전자력을 형성하는 능력)을 실현한 니켈트랜스 덕이 크다. 코일은 많이 감을수록 음들이 찌그러지고 변수가 많아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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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성은 무엇보다 다이나믹스와 대역밸런스가 받쳐줘야 한다. 그래야 음악을 듣는 게 즐겁다. 투티 등 ff에서 터져나오는 강력한 한방(말러 교향곡 5번)이나, 보컬의 입술 모양과 기척까지 그려지는 pp 표현의 섬세함(Desperado)이 없는 앰프는 직무유기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다이나믹스와 대역밸런스는 높은 S/N비를 바탕으로, 광대역을 실현한 업그레이드 니켈트랜스와 전원공급 본분에 충실한 전원트랜스의 시너지 효과, 플레이트 손실이 높은 KT150의 댐핑력과 푸쉬풀 구동 효과 덕분으로 보여진다. 


"결론"

T-2000 25th 애니버서리로 음악을 듣는 내내 즐거웠다. 오디오적 쾌감과 음악 자체에 빠져드는 편안함을 동시에 줬다. PMC fact.12의 잠재력에도 새삼 놀랐다. 외국 오디오잡지에서 즐겨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Strongly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