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 200W의 로망이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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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앰프를 모노블럭으로 소유한다는 것, 오디오파일들의 영원한 로망이다. 여러 이유다. 파워앰프가 두 덩이가 되면 전원부도 두 덩이가 된다는 얘기다. 그만큼 넉넉한 전원이 마련된다. 또한 좌우채널을 아예 통째로 분리함으로써 채널간 신호간섭 이런 염려는 처음부터 안해도 된다. 출력과 구동력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아 스피커 선택지도 대폭 늘어난다. 못 울릴 스피커가 점점 줄어든다는 뜻이다. 취미성도 늘어난다. 스테레오 파워앰프는 현실적으로 두 스피커 가운데에 놓아야 하지만, 모노블럭 파워앰프는 그런 제약이 없다. 두 스피커 사이에 안놓아도 되기 때문에 시야가 트이고 이미징이나 사운드 스테이징에서도 훨씬 유리하다. 무엇보다 ‘내가 손을 봐줄’ 앰프가 하나 더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것이다. 

진공관 앰프 및 케이블 제작으로 명성이 자자한 대한민국의 올닉(Allnic)이 이러한 모노블럭에 대한 애호가들의 염원을 모른 채 할 리가 없다. 무려 7개 모델이 포진해 있다. 출력관에 직열3극관을 쓴 모델이 6개(A-311M 300B, A-311M PX25, A-311 AD1, A-6000, A-5000 DHT, A-10000 DHT)이고, 5극빔관을 쓴 현행 유일한 모델이 이번 시청기인 ‘M-3000 mk2’다. 출력관으로 KT150을 블럭당 4개씩 투입한 만큼 출력도 대단해서 8옴에 무려 200W를 뿜어낸다. 여기에 물린 B&W 802다이아몬드와 다인오디오 에비던스 마스터, 자타공인 2개의 레퍼런스급 스피커가 ‘고분고분, 유순해지는’ 경험은 그야말로 짜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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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닉의 파워앰프 라인업"



우선 올닉의 파워앰프 라인업을 잠깐 짚어보자. 투입된 진공관과 증폭방식, 구동방식 등 올닉의 설계디자인 DNA가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표로 만들어봤다. 진공관 수는 채널당으로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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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에서 보면 알 수 있듯 ‘M-3000 mk2’는 스피커 임피던스 8옴 기준에 채널당 200W를 내 현행 올닉 파워앰프 중 최고의 출력을 자랑한다. KT120을 채택했던 이전 버전에서는 140W였다. 출력관을 비교해보면 스테레오 파워앰프인 ‘A-2000 25th 애니버서리’(2015년)와 ‘M-3000 mk2’(2016년)가 5극빔관인 KT150, 다른 모노블럭 파워앰프가 직열3극관인 300B, PX25, AD1, T1610을 채택했다. 

드라이브관을 비교해보면 5극관인 E282F가 3극 모드로 결속돼 ‘A-2000 25th 애니버서리’와 ‘M-3000 mk2’에 투입됐고, 쌍3극관인 E182CC(5687)는 A-311M 시리즈 3개 모델에 모두 투입됐다. ‘A-6000’은 초단관이 없는 대신 5극관 6GV8를 초크 플레이트 인덕터와 함께 사용했다. 이에 비해 출력관은 물론 드라이브관까지 모두 직열3극관(DHT)을 사용한 A-5000 DHT와 A-10000 DHT는 각각 3A-100A와 KR242라는 직열3극관을 드라이브관으로 투입했다. 

초단관 구성의 변화도 재미있다. 표에서 보면 6AK5, 5654, HL-2 3종이 투입된 것처럼 보이지만 5654는 6AK5의 스페셜 버전이므로 사실상 올닉 파워앰프의 초단관에는 5극관인 6AK5와 직열3극관인 HL-2가 사용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초단관에 쓰인 6AK5는 3극 접속해 드라이브관을 구동시키는데, 이는 내부 임피던스를 낮추기 위해 올닉이 자주 구사하는 방식이다.

증폭방식과 출력관의 구동방식을 보면, ‘M-3000 mk2’와 ‘A-2000 25th 애니버서리’가 클래스AB 증폭에 푸쉬풀 구동인데 비해, 다른 모델들은 전부 클래스A 증폭에 싱글 구동인 점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M-3000 mk2’와 ‘a-2000 25th 애니버서리’ 모델도 각각 60W, 30W까지는 클래스A로 작동하므로 가정에서 듣는 소리 대부분은 클래스A라고 생각하면 된다. ’M-3000 mk2’는 채널당 출력관 4개가 푸쉬풀 구동하는 패럴렐 푸쉬풀(파라 푸쉬풀), ‘A-10000 DHT’는 채널당 출력관 2개가 싱글 구동하는 패럴렐 싱글(파라 싱글), ‘A-6000’은 채널당 출력관 4개가 싱글 구동하는 더블 패럴렐 싱글(더블 파라 싱글)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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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000 mk2의 설계 디자인 본격 탐구"


이제 시청기인 ‘M-3000 mk2’의 설계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탐구, 음미해본다. 사실 필자는 이 모노블럭 파워앰프를 처음 본 순간, 나즈막히 탄성부터 질렀다. 올닉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침니 안에 자리잡은 출력관 KT150이 무려 4발, 이들 각각의 전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황홀한 자태의 커런트 미터가 역시 4개, 여기에 전원트랜스와 퍼멀로이 출력트랜스가 ‘맏형들’처럼 후면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한 채널에 한 블럭씩, 위풍당당한 모노블럭의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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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 이제는 올닉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폴리카보네이트 침니와 상단 디자인은 전형적인 시크남 모습. 이에 비해 각 출력관의 전류상태를 점검 및 보정할 수 있는 커런트 미터는 잘 자란 귀족 청년의 모습이다. 외부에 돌출된 트랜스와 캐패시터는 중세 고성의 이미지. 전작과 달라진 겉모습은 우선 전면패널 오른쪽에 있던 전원 스위치가 오른쪽 측면 패널로 옮겨갔다. 사용자가 이 전원 스위치를 ‘셀렉터 스위치’로 착각, 낭패(?)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한 제작사의 세심한 배려로 보인다. 이밖에 전면패널 상단, 침니 상단마개, 측면 손잡이도 디자인이 모두 바뀌었다. 출력관은 KT120에서 KT150으로, 이에 따라 출력도 140W에서 200W로 늘었고, 전원트랜스와 출력트랜스도 모두 업그레이드됐다. 

증폭부 - 초단관 = 초단관에는 5극관인 6AK5(5654)을 블럭당, 즉 채널당 1개씩 투입했다. 원래 이 진공관은 전류증폭률(gm), 전압증폭률(뮤), 내부저항(Rp)이라는 진공관의 성능을 나타내는 3가지 상수가 최적의 조화를 이뤄 프리앰프 신호증폭용으로 즐겨 쓰인다. ‘M-3000 mk2’에서는 3극 모드로 접속(제2그리드를 플레이트에, 제3그리드를 캐소드에 접속)해 플레이트 저항을 200k옴에서 10k옴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진공관의 내부저항(내부 임피던스=플레이트 저항)이 낮을수록 더 많은 전류를 내보낼 수 있는 법이다. 저음의 충실도도 높아진다. 

이 초단관은 ‘리크 뮬라드 방식’으로 2개의 드라이브관을 서로 위상 반전시켜 구동시킨다. 즉, 한개의 드라이브관에서는 역상(逆像), 다른 드라이브관에서는 정상(正像) 신호가 증폭돼 나와 각각 2개의 출력관을 병렬 푸쉬풀로 드라이브한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리크 뮬라드 회로에서는 두 드라이브관의 캐소드가 결합돼 있기 때문에, 초단관에서 1차 전압증폭된 원래의 음악신호는 한개의 드라이브관(A) 그리드에만 입력된다. 따라서 A 드라이브관에서는 항상 역상 신호가 증폭돼 플레이트로 나온다. 

한편 다른 드라이브관(B)에서는 A 드라이브관의 캐소드를 거쳐 자신의 캐소드로 흘러들어온(leak) 음악신호를 증폭하게 된다. 이때 B 드라이브관에 들어온 정상의 음악신호는 접지된 B 그리드 입장에서 보면 역상이므로 플레이트를 통해 증폭돼 나온 신호는 늘 정상 신호가 된다. 이렇게 해서 출력관을 푸쉬풀(정상, 역상)로 구동시키기 위한 위상반전 신호가 마련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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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폭부 - 드라이브관 = 파워앰프의 품질은 이 드라이브관에서 결정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력관을 ‘먹여살리는’ 게 바로 드라이브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드라이브관은 플레이트 저항이 낮고 gm이 높을수록 좋다. ‘M-3000 mk2’에서는 5극관인 E282F를 역시 3극 모드로 작동시켜 플레이트 저항을 800옴으로 떨어뜨리고, 플레이트 전류는 40mA로 늘렸다(원래는 35mA). 흔히 사용되는 쌍3극관 12AU7이 47k옴에 2~3mA 전류를 보내줄 수밖에 없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다. 

증폭부 - 출력관 = KT150은 미세신호 증폭 및 스피커의 확실한 제어를 위해 개발된 관. 일단 KT120보다 체구가 훨씬 크고, 계란 모양의 유리관을 통해 방열기능을 향상시켰다. 유리관이 곡선으로만 이뤄져 평평한 면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마이크로포닉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는 얘기다. 1개당 플레이트 손실이 70W를 기록, 현존하는 5극 빔관 중 최대파워를 자랑한다. 흥미로운 점은 (뒤에 청음노트에서 자세히 기술하겠지만) 이 출력관을 5극관 모드와 3극관 모드로 손쉽게 바꿔 감상할 수 있다는 것. 그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출력트랜스 = 기본적으로 출력트랜스는 1차코일을 적게 감을수록 좋다. 코일을 많이 감게 되면 그만큼 음들이 찌그러지고 변수가 많아진다. 그런데 철 코어는 코일을 적게 감으면 L값(전자력을 형성하는 능력. 인덕턴스)이 안나온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코일을 많이 감아야 한다. 이에 비해 니켈은 모든 물질 중에서 자석에 제일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초투자율(Initial Magnetic Permeability)이 매우 높기 때문에 1차코일을 적게 감아도 L값이 높게 나온다. 

올닉의 모든 출력트랜스가 니켈과 철의 합금인 퍼멀로이(permalloy)를 코어로 쓰는 결정적 이유이자, 퍼멀로이 출력트랜스가 왜율이 극도로 낮고 평탄하고 광대역한 주파수 특성을 보이는 과학적 배경이다. 또한 퍼멀로이 출력트랜스는 자석에 대한 빠른 반응속도 때문에 음악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마디로 음악신호에 대한 응답속도가 철심을 사용한 다른 트랜스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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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부 = 전원부가 충실하지 못하면 애초에 사상누각이다. 그중에서도 진공관 플레이트에 공급되는 B전원이 중요하다. 만약 음악신호에 따라 이 B전원의 전압이 마구 흔들린다면? 한마디로 ‘재앙’이다. ‘M-3000 mk2’에는 전압변동률이 1%에 불과한 전원트랜스가 투입됐다. 이에 따라 전원트랜스의 크기와 무게가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엄청나다. 

이 전원트랜스의 품질에 따라 저역의 품질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M-3000 mk2’는 이미 초저역까지 뿜어줄 준비를 완벽히 끝낸 것으로 보인다. 대개의 전원트랜스 전압변동률이 10%인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초크트랜스도 빼놓을 수 없다. 교류를 직류로 바꿀 때 나오는 노이즈를 줄이는 역할을 저항 대신 초크트랜스에 맡김으로써 전원 임피던스를 크게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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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시 안에 숨은 올닉의 2가지 비기"


역시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각 증폭관에 어떤 진공관을 투입했고, 증폭방식과 구동방식은 어떤 것을 채택했는지는 금세 눈치챌 수 있다. 하지만 앰프 섀시 안에 투입된 독보적인 기술력이야말로 음의 품질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제작자의 음향철학과 설계 노하우, 음질 튜닝의 결과물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풀 인게이지먼트 출력 트랜스(Full Engagement Output Transformer) = 보통의 출력트랜스는 2차 코일에서 0옴, 4옴, 8옴, 16옴 탭을 2개씩 쌍으로 묶어 스피커 임피던스에 대응한다. 즉, 8옴 스피커라면 0옴과 8옴 탭만 일을 하고 나머지 두 탭은 쉰다. 그런데 올닉 출력트랜스는 4개의 탭이 모두 달려 들어 8옴에 대응한다. 일은 안하고 공간만 차지하는 코일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효율이 좋아진다. 

뿐만 아니다. 사실 쉬고 있는 2차 코일은 그냥 쉬는 게 아니다. 자체 진동(기생발진)에 의해 쓸데없는 ‘신호’를 발생시켜 원 음악신호를 왜곡시킨다. 올닉이 ‘풀 인게이지먼트’(Full Engagement)라고 이름붙인 이 출력트랜스 권선방식은 이러한 왜곡을 근본적으로 차단시킨다.

파워 드라이빙 회로(Powerful Driving Circuitry) = 필자가 보기에 이 드라이브관 회로 설계방식이야말로 올해로 창립 26주년을 맞이한 올닉의 진공관 다루는 노하우가 총집약된 기술력이라 할 만하다. 드라이브관으로 채택된 5극관 E282F를 트라이오드 모드(3극 접속)로 사용해 내부 임피던스를 낮추게 한 것이 바로 ‘파워 드라이빙 회로’의 핵심이다. 

진공관은 내부저항이 낮을수록 유리하다. 그래야 전류를 많이 흘릴 수 있고 내보내는 에너지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출력관인 KT150은 앞에 있는 드라이브관이 충분히 ‘먹이’를 공급해줘야 하는 진공관이다. 이 출력관에 ‘먹이’를 충분히 줄수록, 즉 전류를 많이 흘려보내줄수록 정확한 소리와 풍부한 저음을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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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왜 처음부터 드라이브관에 내부저항이 낮은 3극관을 쓰지 않았을까. 5극관 E282F를 3극 접속(제2그리드를 플레이트에, 제3그리드를 캐소드에 접속)해서 ‘800옴’이라는 낮은 임피던스를 얻을 바에야, 아예 처음부터 임피던스가 낮은 3극관을 드라이브관으로 쓰면 되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몇몇 3극관의 내부 임피던스(플레이트 저항)를 살펴보면, 7233이 230옴, AD1이 670옴, 300B가 790옴, 2A3가 800옴, 6H30PI가 840옴이 나올 정도로 낮기 때문에 드는 궁금증이다. 

하지만 이는 ‘드라이브관’이 먼저 갖춰야 할 특성을 망각한 어설픈 오해다. 그 특성이란 바로 ‘전압증폭률(뮤)은 20~30으로 적당할 것, 전류증폭률(gm)은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다. 특히 gm이 높아야 전류가 많이 흐를 수 있어 출력관을 보다 쉽게 드라이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3극관들은 대체적으로 뮤와 gm이 낮다. 예를 들어 직열3극관인 6B4G는 내부저항이 800옴으로 낮지만, 동시에 뮤값이 4.2, gm이 5.25mA/V를 기록할 정도로 너무 낮은 수치를 보인다. 이에 비해 E282F는 gm이 원래 26mA/V를 보일 정도로 높은데다 3극 접속을 할 경우 전압증폭률(뮤)이 25.5를 보여 드라이브관으로서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E282F 진공관의 5극관 특성과 이를 3극 접속했을 때 특성을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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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


‘M-3000 mk2’로 많은 음악을 들어봤다. 음원소스는 편의상 필자의 맥북에어(오디르바나 플러스)에 담긴 16비트, 24비트 음원을 활용했고, DAC은 올닉의 D-5000 DHT, 프리앰프는 올닉의 L-5000 DHT를 물렸다. DAC과 프리는 언밸런스 연결, 프리와 파워는 밸런스 연결로 했다. 스피커는 주로 B&W 802 다이아몬드를 물려 들었고, 일부 곡은 다인오디오의 에비던스 마스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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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is Nelsons - Shostakovich Symphony No.5
Boston Symphony Orchestra

원래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은 곡인데 이를 전혀 힘 안들이고 소화해낸다. 특히 저음 파트에서의 펀치력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진공관 모노블럭의 200W라는 출력과 구동력을 쉽게 상상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그렇다고 ‘힘’만 좋은게 아니다. 약음의 캐치능력도 돋보인다. 클라리넷과 피콜로 같은 관악기들이 내는 아주 여린 음들을 그야말로 따뜻하게 보듬으며 끝까지 끌고 가는 능력이 대단하다.

이 곡에서 또 느낀 것은 공간감과 정위감이 아주 상급으로 잡힌다는 것. 무대의 좌우는 물론 앞뒤 폭이 넓게 펼쳐지는데다 오케스트라 각 악기들의 음상도 각자 위치에 정확히 맺힌다. 여기에 진공관 특유의 배음과 잔향이 포실하게 녹아들어 녹음장소인 보스턴심포니홀이 저절로 연상된다. 특히 4악장 연주 막바지 팀파니의 7번에 걸친 심장저격이 끝나면 그동안 숨죽여 듣던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3~4초 가량 터지는데, 이 소리마저 아주 입체적으로 들린다. 이런 ‘현장체험’이야말로 오디오를 하는 재미와 쾌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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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ifer Warnes - Bird on a Wire
Famous Blue Raincoat

역시 킥드럼 재생의 레벨이 다르다. 제니퍼 원스의 목소리는 물기와 윤기가 동시에 흐른다. 그녀의 이미지가 무대 정가운데 핀포인트로 잡히는 통에 한동안 정신을 못차렸을 정도다. 각종 퍼커션들이 양념처럼 들려주는 사운드는 쾌락적이며, 음 입자 하나하나가 반짝반짝 광채가 난다. 삼지사방 펼쳐진 이 퍼커션들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시스템의 청감상 정숙도(SNR)가 매우 높아서인지, 그녀의 날숨소리와 입술 파찰음이 모두 포착된다. 보컬의 남녀위치, 두 보컬 뒤에 겹겹이 펼쳐진 악기들의 위치가 제대로 잡힌다. 평면회화가 아니라 입체조각을 보는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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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res, Dumay, Wang - Brahms Piano Trio No.1, 2
Brahms Piano Trio No.1, 2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순으로 등장하는 악기들의 정위감을 음미하고 있는데, 평소보다 첼로 소리가 귀에 더 착착 감긴다. 초콜릿처럼 델리커시(delicacy)하고 딥(deep)한 맛이다. 이에 비해 바이올린은 칼칼하다. 스테이징도 대단해서 바이올린은 아예 왼쪽 스피커 꼭대기로 올라갔다. 지금까지 수십번은 들었을 이 곡의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해상력과 SNR이 높다보니 현악 연주자들의 몸 흔들림이 그대로 ‘음압의 변화’를 통해 생생히 느껴진다. 후반부에서는 바이올린이 온몸으로 노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온몸에 소름마저 돋았다. 현 따로, 몸통 따로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현과 몸통이 하나가 돼 마치 인간의 성대처럼 직접 소리를 내는 판타지를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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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k Corea - Sometime ago, La Fiesta
Return To Forever

칙 코리아 ‘Sometime Ago - La Fiesta’(Return To Forever 앨범) = 이 23분14초짜리 대곡은 다인오디오의 플래그십 모델인 에비던스 플러스로 맘껏 ‘즐겼다’. 이 스피커는 높이 205cm에 유닛만 8개가 달린 초대형기다. 일단 광활한 무대에 놀랐다. 스테이지가 거의 무한대로 넓고 크고 깊게 펼쳐진다. 퍼커션은 오른쪽 끝에서, 키보드는 왼쪽 끝에서 울려댄다. 기타와 베이스의 저음도 그 울림폭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야말로 사정없이 떨어댄다. 특히 베이스는 우리나라 거문고 현을 타는 소리처럼 들린다. 그러면서도 멈출 때 곧바로 멈추는, ‘스톱앤고’(Stop & Go)가 기막히다. 

이 곡에서도 클라리넷 사운드에 깜짝 놀랐다. 관악기만이 낼 수 있는 인간의 숨결이, 연주자의 폐부에서 끌어올려진 그 숨결이 너무나 리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후반, 마침내 드럼의 독주가 시작된다. 무대를 지배하는 드럼이다. ’칭치카 칭치카’ 하이햇이 잘게 쪼개는 리듬에 저절로 온몸이 반응한다. 곧바로 여성보컬(칙 코리아의 아내)이 끼어드는데, 이번에는 그녀의 입이 마이크에서 순간순간 떨어지는 기척까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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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극 접속의 전혀 다른 맛"


지금까지가 출력관인 KT150을 5극관 모드로 들었을 때였다. 전면 패널에 붙어있는 스위치를 눌러 3극 모드로 바꾸자 모든 게 표변했다. 터틀 크릭 남성합창단과 달라스 여성합창단이 부른 ‘루터의 레퀴엠’은 한결 단정해졌고 듣는 맛이 깊어졌다. 나탈리 슈츠만의 ‘겨울나그네’에서는 아예 탄식이 절로 나왔다. “이 곡은 처음부터 이 모드로 들었어야 했어!” 무대는 한층 가라앉았고 음의 밀도는 더 강해졌다. 단조가 더 단조다워진 그런 느낌? 달뜬 호기심에 예정에 없이 청음이 길어졌다. 스코틀랜드 챔버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모차르트 교향곡 29번’은 평소보다 색채감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아델의 ‘Hello’에서는 아예 그녀가 청음실로 내려오는 환영을 보았다. 이 곡이 이렇게 녹음이 잘 된 곡이었나, 감탄이 끊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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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레종데트르(Raison D’etre). 앰프의 세계에서도 이 ‘존재의 이유’는 있는 것 같다. 올닉 브랜드 안에서만 봐도 300B를 채널당 1개씩 쓴 인티앰프 T-1500과, EL34를 채널당 2개씩 쓴 인티앰프 T-1800이 들려주는 음의 세계가 확연히 다르다. KT150을 출력관에 투입한 경우에도 증폭 및 구동방식, 드라이브관 종류와 회로, 모노블럭과 스테레오의 차이에 따라 개성이 다르다. 

이런 맥락에서 ‘M-3000 mk2’의 레종데트르는 일단 ‘퓨어 진공관 모노블럭 200W로 스피커의 제약에서 벗어난다’가 될 것이다. 그것도 가정에서 사용하기에는 넘치는 출력인 ‘60W까지는 클래스A’로 작동한다. ’소출력으로 미음의 세계를 즐기는’ 세계도 있지만, 그 경우는 반드시 까다롭고 혹독한 스피커 선정과정이 필요하다. 스피커를 제대로 못울린 탓에 겨우 빠져나오는 소리를 ‘미음의 세계’로 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돌덩이 스피커를 단번에 제압하는 고출력의 앰프가 반드시 최선인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이런 앰프는 스피커에 따라 볼륨을 마음대로 못울리는 또다른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스피커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방식의 ‘품격’이다. 스피커를 달래거나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스피커 스스로가 노래하고 연주하게 만드는 구동의 품격, 그래서 스피커는 물론 앰프 자신도 슬쩍 재생공간에서 휘발돼 버리는 사라짐의 품격이 필요한 것이다. 그 커다란 다인오디오 에비던스 마스터가 어느새 청음실에서 사라지는 매직, B&W 802다이아몬드가 제 자신 속에 꽁꽁 숨겨뒀던 재능을 맘껏 펼치는 광경! 그러나 그 순간에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히 있는 ‘M-3000 mk2’에게서 필자가 ‘신사의 품격’ 그리고 ‘키다리 아저씨의 여유’를 느낀 것은 이 때문이다. 퓨어 진공관 모노블럭 파워앰프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 모든 오디오파일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by 김편


Specification
종류 병렬(parallel) 푸쉬풀 모노블럭 파워앰프
출력 200W(8옴. KT150 사용. 5극 접속)
왜곡 0.17%(1kHz at 10W)
S/N비 -80dB
댐핑팩터 8(8옴, 1kHz)
전압게인 24dB 
입력 임피던스  100k옴(언밸런스)
입력 감도   2V
출력관  KT150 4개(트라이오드/펜토드 모드 선택 가능)
초단관  6AK5(5654) 1개
드라이브관  E282F 2개(트라이오드 모드)
특징  퍼멀로이 출력 트랜스 사용
각 출력관마다 커런트 미터 부착
20kHz 방형파 구현
슬로 스타터 회로 채택
무게 42 kg (대당)
M-3000 mk2 Monoblock Power Amplifier
판매총판 오디오멘토스
제조사 연락처 031-716-3311
제조사 홈페이지 www.audiomentor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