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전율에 대해서
ALLNIC L-7000 Pre Amplifier



올닉(Allnic)이 미국의 스테레오파일에 등장한 상황은 ‘pure made in Korea’로서 최상위 추천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슈도 컸지만, 리스트에서 지속 생존하며 후속 제품으로 바톤이 이어져서 다른 부문에까지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이전의 유사사례와 구분되는 성과였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올닉의 제품들은 단기적인 프로모션만의 결과물이 아니라 오디오파일들이 알고 있는 하이엔드 브랜드들과 대등한 눈높이에서 인터내셔널 오디오 시장의 진열대에 놓여진 것이다. 이런 ‘올닉효과’는, 올닉 제품을 오래전부터 근거리에서 지켜보아온 오디오파일들과 사용자들이 알고 있듯이, 90년대 이래 동사가 지향해온 투철한 제조컨셉과 사운드품질이 주로 관여한 결과물로 여겨지며 시간이 갈 수록 디자인과 제품의 만듦새가 점차 폭을 넓혀가며 브랜드 이미지향상에 기여하고 있어 보인다.





지금부터는 올닉 제품이 여타의 하이엔드 진공관 앰프들과 차별화된다고 좀더 분명히 얘기할 수 있어 보이며, 그 핵심에 퍼멀로이(Permalloy) 출력트랜스와 황제관 300B가 있어 왔다. 두 가지 의 공통점으로서 ‘웨스턴 일렉트릭(Western Electric)’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며, 그렇다면 올닉의 지향점 또한 시종 웨스턴 일렉트릭 사운드를 재현하는 데 있어왔다고 이해된다. 트랜스와 고전관, 이 두 가지를 놓고 수많은 웨스턴 일렉트릭 키드들이 리바이벌, 리메이크를 시도해왔으며 300B의 오리지널리티가 보장될 만한 양산이 가능해진 90년대에 들어서자 이 작업은 진공관이 솔리드 스테이트 하이엔드 앰프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올닉은 인터내셔널 오디오 시장에서 그 선단에 있는 브랜드로 자리를 굳혀가며 웨스턴 일렉트릭의 컨템퍼러리적 재현을 기치로 하고 있다.    

 




“L-7000, 올닉 프리앰프의 선단에 서다.”



제품명에서 짐작되듯 L-7000은 라인스테이지 전용 프리앰프이다. 참고로 현재 올닉의 프리앰프 라인업은 모두 라인스테이지 제품들이다. ‘선단’이라고 표현했듯이, L-7000은 올닉이 지향하고 개발해온 고유 스타일의 최신판, 최신예 기술이 투입되어 제작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300B를 포함한 전체 진공관을 직열 3극관으로 구성(DHT)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했던 플래그쉽 L-5000과 편성이 다르지만 L-7000은 300B의 정전압 기능에 설계를 최적화시킨 최상위 제품으로 개발되었다.


자사에서 표방하듯 본 제품이 지향한 WE20A를 모범으로 한 안정적인 전원공급 시스템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경로 곳곳에 전원의 단락을 선택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한 디자인이 눈에 뜨인다. 전원의 입구쪽에서부터 보자면 섀시 왼편 파워코드 인렛 옆에 메인 전원스위치를 두었는데 전원케이블의 신호간섭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고려된 것이다. 정면 패널의 맨 왼쪽 푸쉬버튼은 일상적인 온/오프를 위한 그 다음 단계의 파워스위치이다. 그 대칭점인 오른쪽 끝을 보면 동일한 버튼사이즈로 ‘operation’ 스위치가 있어서 출력단 이후로 신호가 출력되지 않고 단락시킬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뮤트 스위치 기능을 한다.   





올닉의 거의 전 제품의 공통점으로서 L-7000 또한 좌우채널이 완벽히 분리된 듀얼모노 구성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제품설계의 핵심이 노이즈의 제거와 안정된 동작에 있다고 요약할 수 있는데, 시청 이전에 전원을 올린 채로 제품을 살펴보거나 자사의 설명을 참고해보면 제품의 말단에까지 완벽주의를 추구하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물론 최종출구는 사운드 품질로 이어지도록 경험적 배려를 한 것이겠지만, 예를 들어 진공관 베이스와 접촉하는 소켓에도 전용댐퍼를 사용해서 진공관의 미세진동을 감쇄시키도록 제작했다. 진공관의 베이스 댐핑이 새로울 것은 없지만 올닉은 자사 고유의 방식으로 특허를 출원하고 있는데, 특히 300B와 같은 직열삼극관이 진동에 취약한 특성을 해결하고자 부틸고무(액체형 고무라고 소개)와 같은 탄력있는 고효율 댐핑제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L-7000에서의 300B의 기능은 물론 증폭이 아닌 정전압 컨트롤러이다. 알려진 바 300B는 플레이트에 높은 전압을 걸 수 있기 때문에 싱글구성으로 증폭을 해서 스피커를 드라이브하기에도 충분한 메인증폭관이지만 고유의 저 임피던스 대응력, 뛰어난 선형성 및 저 노이즈 특성으로 인해 본 제품에서처럼 고신뢰도의 정전압유지를 위한 관으로 종종 사용되기도 한다. 전술한 바, 동사가 본 제품의 레퍼런스로 설정했던 웨스턴 일렉트릭의 WE20A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본 제품에 사용된 관은 일렉트로 하모닉스의 제품이며 미세한 신호에 매우 민감하다는 특성상 좌우 페어매칭 또한 제조시에 세심하게 선별되고 장착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L-7000 사운드의 핵심으로서 출력단을 일반적인 커패시터가 아닌 자사제작 트랜스로 커플링한 설계가 우선 눈에 뜨인다. 알려진 바, 자사에서 개발하고 제작하는 퍼멀로이 합금 코어를 사용해서 전 공정을 수작업으로 직접 와인딩하는 출력트랜스는 본 제품은 물론 올닉 전제품의 캐릭터가 되는 최고조의 기술력이 담긴 제품이다. 이전에도 올닉의 인티앰프들에서 느낀 점이지만, 시청을 해보면 이 출력트랜스가 주도해서 만들어내는 올닉사운드는 음원을 주관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은 채 재생음을 즐기는 재미가 크다.


요컨대 칼라레이션이 그리 크지 않은 쌉쌀한 감촉의 독특한 입자감으로 매끄러우면서도 명쾌한 연속음을 들려준다. 방식이 다른 유사등급의 진공관 프리앰프와 비교하자면 입자의 밀도가 촘촘하고 미세한 전율이 좀더 선명해서 디테일한 스타일로 느껴진다. 하이엔드적 측면에서 음질열화를 지적받으면서도 여전히 빈티지 출력트랜스가 표적이 되는 이유로서의 도취적인 음색이나 특이한 성향은 느껴지지 않았는데, 무엇보다 음색을 작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어둡다거나 원 소스의 입체감을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보편적으로 추천될 만한 미덕을 갖췄다.





41스텝의 어테뉴에이터 또한 프리앰프로서의 L-7000의 품질에 걸맞는 설계가 투입되었다. 디지털 볼륨이나 카본 필름 등을 사용하지 않은 전용 어테뉴에이터로서 우선 접점을 한 개로 개선한 획기적인 성과가 있었다. 올닉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인 어테뉴에이터의 두 개 접점 - 셀렉트 & 센터 링 출력 - 을 하나로 줄여서 두 개 접점 방식에서 발생하는 불일치 왜곡을 같은 비율인 50%로 축소시켰다고 한다. 이 왜곡의 의미는 채널별 신호가 아니라 주로 접촉면의 물리적 중복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신호의 손실을 절감시켰다는 것을 말한다.


본 어테뉴에이터의 접점 또한 은 소재를 사용해서 반복적 접촉의 순도를 높이고 마모를 최소화시키도록 했다. 본 볼륨 노브를 돌려보면 약간 무겁게 돌아가는데 간격이 그리 촘촘하지도 무뚝뚝하지도 않고 표준적인 간격으로 느껴진다. 참고로 올닉에는 61스텝 볼륨도 있는데,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서 옵션으로 제공하면 어떨까 싶었다. 볼륨 어셈블리 또한 별도의 섀시를 씌우지 않고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데 뒤쪽 하우징에 전용모터를 두어 리모콘으로도 편리하게 조정가능하다. 참고로 리모콘은 자사제 인티앰프나 기타 디지털 제품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 타입으로 제작되어 볼륨 및 트랙 선택 등 간단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 민감한 선형 특성, 그리고 소정의 컨셉을 따라 본 제품은 네거티브 피드백이 걸리지 않는 회로구성을 보이며 화이트 노이즈 또한 최소화되어 있다. 내부는 하드와이어링 방식으로 제작되었다고 알고 있으며, 제품을 번쩍 들어서 이동시킬 때의 느낌도 미세한 진동이 없이 일체감이 느껴졌다. 전술했듯이 올닉은 전 공정을 회사 내부에서 모두 제작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트랜스를 포함한 코어, 볼륨까지도 자체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 해외에서도 흔한 사례는 아니며, 설립한 지 약 26년이 되어가는 동사가 이런 방식을 채택한 이유도, 제품에 나타나는 그 효과도 분명해 보인다.  

  




“인체공학적이고 세련된 디자인, 적극적 인터페이스”


프론트 패널의 레이아웃과 사이즈가 동일해서 얼핏 기존제품과 유사해 보일 지 모르지만, 이전 제품들로부터 생겨난 크고 작은 변화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패널의 좌 우측에 커다란 핸들이 생겨났다. 제품의 사이즈와 중량을 감안할 때 없으면 없지, 파워앰프용 핸들 사이즈의 반듯한 직각 핸들로 랙에서 제품을 끄집어낼 경우를 감안한 디자인이지만 시각적으로도 덜 밋밋하고 뭔가 ‘있어 보인다’는 장점이 생겼다. 정면의 핸들과 더불어 제품 이동에 크게 기여하는 측면 핸들 또한 기존의 디자인에서 중앙 부분에 세로 빔을 하나 내려서 보다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이 측면 핸들을 둔 것은 약 20킬로그램에 달하는 제품을 이동시킬 때 확실히 편리하기도 하거니와 흔들림 없이 견고한 그립의 인상으로 섀시 커버가 없이 상단을 노출시킨 본 제품의 세련된 디자인 컨셉에 심리적 안정감을 더했다.





정면 패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좌우 바이어스 미터 디스플레이이다. 오렌지색 백라이트 위에 마치 진공관의 그리드를 연상시키는 그물 디자인의 플레이트를 배경으로 붉은 레벨미터가 움직이도록 되어있다. 레벨미터의 가이드 곡선을 자세히 보면 오른 편으로 두 개의 검은 선이 있어서 레벨미터가 이 사이에 위치해야 한다. 전원을 올리면 바늘의 끝은 곧바로 이 사이에 위치하는데, 바늘이 이 구간의 왼편으로 벗어나면 정전압을 유지하는 300B에 문제가 생긴 것이고, 반대로 오른쪽을 넘어서면 전압에러를 감지하는 5654관의 문제로 전압로딩이 커진 것을 의미한다.  


상단의 구성은 동사 프리앰프의 기본 레이아웃을 따르고 있다. 프론트 패널에 바짝 밀착한 좌 우끝에 대용량의 전원트랜스를 배치하고 그 뒤쪽으로 상단의 중앙을 가로로 가로질러 배치된 네 개의 관을 살펴보면 중앙의 두 개가 오극 증폭관인 E810F 페어이며, 그 양쪽으로 전압 에러체킹용 5654페어가 위치한다. 맨 뒤쪽 입출력단 쪽의 중앙은 좌우 출력트랜스가, 그 양쪽이 300B 페어이다. 상단의 우측에 위상반전 토글 스위치를 두었다.





올닉의 제품캐릭터가 되어있는 원통형 투명관(chimney)은 투과성이 뛰어난 PC소재를 사용해서 기본적으로 내부 진공관이 잘 들여다 보이게 제작했다. 뚜껑은 알루미늄에 십여개의 원형 펀칭을 해서 원활하고 충분한 환기를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관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효과 또한 분명할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더한다면 300B 특유의 물리적 험을 차단하는 효과도 고려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였는지 본 제품을 며칠 시청하는 동안 밤늦은 시간에도 험을 의식할 수 없었다. 이러한 기능 이외에도 이 투명한 원통들이 높이와 크기, 디자인이 다른 3가지 종류의 관을 페어로 배치시킨 상단 레이아웃에 기여하는 바가 의외로 커서 제품의 시각적 뉘앙스에 트렌디하고 뭔가 정연한 질서 같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이 원기둥관을 씌우지 않은 L-7000의 모습을 잠시 떠올려 보면,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그룹이 분명히 있을 만큼 새로 기획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연상케 하는 본 디자인은 매력적이다.


입출력 인터페이스는 수평으로 뒷 패널을 가로질러 빼곡히 자리를 채우고 있다. 2개의 밸런스입력을 포함한 총 5개의 입력을 제공해서 시청을 위한 가능한 모든 소스의 컨트롤센터 역할을 하도록 넉넉하게 제작되어 있으며, 출력 역시 밸런스를 2개, 언밸런스 1개를 지원해서 원한다면 멀티앰핑까지도 구사할 수 있어 보인다.  

  




“사운드 - 단정함으로 화려하게 구성하다.”



제품은 푸른 색 보호필름이 붙은 채로(특히 볼륨 어셈블리 섀시) 도착했을 정도로 출고한 지 그리 오래지 않아 보였으나 시청을 해보니 신품의 느낌을 주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필자가 레퍼런스급 프리앰프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 L-7000과 유사등급의 타사제 프리앰프로 비교를 해볼 수 있으면 아주 좋겠지만, 본 제품의 존재감이 좀더 우월하게 부각된 시청이었다고 생각된다. 동일한 조건하에서 다시 시청해볼 수는 없었지만, 이 부문에서의 베스트셀러들과 비교해 본다면 CAT SL1이나 오디오 리서치 레퍼런스 5 등의 스트레이트한 스트록이나 컨트라스트와는 성향이 다르다. 굳이 프리앰프 중에서 유사성을 찾는다면 다즐이나 에어의 제품들에서 보이는 섬세한 뉘앙스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품의 시청에는 차트웰 LS3/5를 쿼드의 2-40와 NuPrime의 STA9 모노블록으로 드라이브해서 시청했으며, 맥북프로에서 NuPrime의 DAC9을 통해 시청했다. 순정조합이라 할 수 있는 M-3000 mk2가 모노블록 200와트 출력인 것을 감안하면 대략 L-7000의 사운드 컨셉을 짐작해볼 수 있으나, 필자의 시청결과가 만족스러웠던 것은 출력차이가 큰 타사의 모노블록 진공관이나 솔리드 파워앰프들과도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리는 매칭을 보였다는 점이다. 특히 L-7000의 임피던스가 충분히 낮게 설계된 것도 기여하는 바 크다고 생각되었다.


기본적으로 이 제품은 넓은 대역과 정숙한 배경 등에 있어서 레퍼런스적 품위가 느껴진다. 하지만 ’뭐든 들여보내보라’는 식의 전지전능 스타일보다는 매우 차분하고 세세한 묘사를 기반으로 전망이 좋은 시야를 선사하는 한편, 다이나믹스가 순간 강렬한 스트록을 선사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특히 녹음의 품질과 공간 표현이 좋은 음원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은 돋보였다.



Bill Evans Trio

My Foolish Heart


96/192 리마스터 음원으로 빌 에반스 트리오의 ‘My Foolish Heart’를 시청해보면 도입부의 하이햇과 브라스의 세세한 입자가 드라마틱하게 번져간다. 마치 잘 연출된 쇼를 위한 조명의 그라데이션처럼 처음에는 별빛이 쏟아지듯 선명하게 드러났다가 서서히 아늑한 느낌으로 사라져가는 기분이 좋은 감촉이다. 같은 공간의 조금 먼 곳에서 들려오는 빌 에반스 피아노 특유의 피아노 하모닉스는 특히 편안하고 아늑했다.


이 녹음의 피아노는 기본적으로 보송한 소리가 나지만, 이렇게 결이 곱고 에어리한 느낌을 갖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모호한 도취적 감성이 아니라 구체적인 하모닉스가 피어오르는 아름다움에서 묘하게 안락한 기분을 느꼈다. 그 아늑함 만큼의 무대의 반경과 깊이가 세세하게 그려져서 약간의 굴곡이라도 있으면 곧바로 보여줄 듯 선명하다. 특히 이런 내용물은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진공관의 하모닉스, 특히 300B와 퍼멀로이 출력트랜스 조합이 만들어내는 품질이라고 여겨졌다.



Anna Netrebko & Rolando Villazon

Puccini La Boheme : O Suave Faciulla


푸치니의 [라보엠] 중에서 비야존과 네트렙코 커플의 ‘O Suave Fanciulla’는 보다 광활한 무대를 배경으로 서로 대역이 다른 두 지점이 이동하며 만들어내는 입체감이 드라마틱해져 있다. 비야존의 목소리는 여유롭지만 기름지다는 느낌이 덜한 담백함으로 울려오며 좀더 구체적인 세부가 보일 듯 하다. 양감은 다소 적게 느껴지지만 하모닉스의 풍성함이 풍요롭고 입체감 있는 무대를 울리고 사라져간다. 높은 음으로 강하게 진입하는 안나 네트렙코의 음색은 다소 가늘지만 주변을 따라오고 사라지고를 반복하는 울림이 다소 신비로운 기분을 느끼게 한다.


화려하게 빛나고 매혹적인 기운으로 멀어져 간다. 둘의 목소리가 섞이면서 생겨나는 입체감과 드라마틱한 대비가 강한 호소력으로, 작은 음량에서도 미묘한 뉘앙스를 간질이듯 하지만 분명한 동작으로 느껴지도록 들려준다. 하지만 음색을 차치하고라도 역시 이 곡에서의 최대 매력은 전후간의 확장된 깊이감에 있었다. 곡이 진행되면서 무대 저 멀리 사라지는 이 곡의 무대묘사가 사실적이기도 했지만 높은 대역에서 서서히 음량이 줄어들 수록 유례없이 아련한 기분이 되었다는 게 특기할 만하다.


제품의 성향과 300B를 의식하며 오히려 고전적인 진공관스럽지 않고 지나치게 타이트한 게 아닐까 싶었던 당초의 우려는 없었다. 작은 음량의 다이나믹스에서도 시종 전율이랄까 미세한 탄력을 느끼게 하며 생동감을 선사했다. 양감이 풍부한 스타일은 아니며 단정하고 구체적인 울림이 유쾌한 기분으로 느껴졌다.  



Charlie Haden & Pat Metheny

Beyond the Missouri Sky : Waltz for Ruth


찰리 헤이든과 팻 메스니의 ‘Waltz for Ruth’는 근래에 시청했던 다른 진공관 앰프의 경우와 비교하자면 울림의 반경이 덜해지고 응집력이 강화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기본적으로 낮은 중역대의 시그널로 연속된 이 곡의 베이스가 선명한 새김을 남기고 빠르게 이동한다. 공간을 울리는 동안 그 다음 동작에 따라 음이 시작하고 멈추는 느낌이 선명한데 바로 이 곡의 재생을 어렵다고 여기는 바로 그 부분에서도 크고 작은 동작이 명쾌하게 잘 보이는 연주가 되었다.


스트록의 질감이 다소 가늘게 느껴져서 오히려 동작이 좀더 분명하게 그려지는 스타일인데 베이스의 해상도가 높아지자, 이와 연동해서 합주시에도 팻 매스니의 어쿠스틱 기타 또한 어렵지 않게 떠오른다. 선명한 베이스 탄력을 배경으로 가는 선의 느낌 또한 선명한 스트록과 울림으로 들려서 이 두 개의 악기로 연주하는 곡에서 적극적인 입체감이 생겨났다.  


풀사이즈 스피커로 시청을 하면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오겠지만, 그 경우에도 이 구체적인 울림과 베이스의 해상도는 여전히 선명하게 낮은 대역의 정보를 드러내줄 것으로 기대가 된다. 여러 곡을 시청하는 동안 굳이 이 곡이 이렇게 잘 들렸다는 얘기를 언급하지 않아도 될 무수히 많은 곡들이 있었다. 굳이 언급해야 할 포인트가 있다면 얼핏 시청하면 다소 결이 가늘게 느껴지지만 그 자리를 하모닉스가 풍부한 음색이 메우면서 풍성한 어쿠스틱이 되었다. 큰 입자들 몇 개가 아닌 다수의 작은 입자들로 공간을 채우고 사라지는 세부묘사력을 보인다. 또한 음영의 대비를 드라마틱하게 연출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자연스러운 선명함으로, 완력이 실린 강렬함을 주장하지 않으면서 선명하게 음색을 대비시킨다. 선명한 순간에도 마냥 해맑고 광채나는 느낌을 주지 않아서 음색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웨스턴 일렉트릭은 신비로움이 아닐 것 같다.“



종종 그런 생각을 해본다. 웨스턴 일렉트릭 시절의 극장에서 음악을 듣고, BBC에 처음 납품된 LS3/5 신제품을 듣고, 비틀즈의 신보가 나오는 날 실시간으로 음악을 듣는 일들은 지금 오디오파일의 머리 속에 있는 추상적인 음과는 달라도 많이 달랐을 것이며, 그래서 지금 향수적인 차원에서 듣고 있는 웨스턴 일렉트릭은 많이 변질되어 있는 것을 즐기고 있을 뿐이라고. L-7000을 시청하면서 다시 한 번 웨스턴 일렉트릭이 50년전 들려주던 사운드는 지금 우리가 어쩌다 듣곤 하는 빈티지 사운드와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게 되었다. 요컨대 지금 우리가 하이엔드라고 알고 있는 최신예 품질의 소리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상상까지 더해져 L-7000은 과연 흥분되는 소리를 들려준다. 그래서 빈티지 예전의 웨스턴 일렉트릭을 칭해서 들뜨지 않은 차분함 속에서도 시청자를 끓어오르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L-7000은 무엇보다 막연하게나마 ‘진공관은 번거롭다’는 생각에서 좀더 이탈시키도록 했다. 기본적으로 최신예 스마트 앰프의 포맷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인데, 하루 종일 전원을 올려놓아도 열이 그리 나지 않았고 대편성 몇 곡을 시청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본 제품을 시청한 며칠은 소위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기분으로 익숙하게 들어왔던 필자의 여러 음원들을 새로운 기분으로 시청하게 해주었다. 자사 제품으로 커플링을 하게 되면 저능률 스피커나 대역이 넓은 풀사이즈 플로어 스피커들에서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기도 하지만, 5평 내외의 공간에서 60와트 내외의 앰프와 커플링을 해서 고성능 소형 스피커를 운영해도 풀레인지 스피커에서는 미처 발견 못했던 마이크로적인 매력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국산앰프를 마주할 때마다 필자는 이런 것을 기대하고 아쉬워하고를 반복했던 것 같다. 국산제품이라는 것을 굳이 의식할 수 없는 추상적인 어떤 지점을 말한다. 가능할 지 모르지만, 올닉의 제품들에게 이제 남은 일이 있다면 옵션을 두어 가격을 낮추는 일 정도가 아닐까 싶다. 언젠가 크기도 조금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오랜만에 돌려보내기 아쉬운 제품을 만났다.



- 오승영 -




Specification
사용진공관 300B x 2
E810F x 2
5654(EF95, 6AK5) x 2
아날로그 입력 RCA x 3, XLR x 2
아날로그 출력 RCA x 1, XLR x 2
주파수 범위 20Hz~20kHz
S/N비 -90dB
전압게인 +20dB
THD  0.06%(0.3V)
입력임피던스 10kΩ
출력임피던스 150Ω
크기(WxHxD) 43 x 17.3 x 41 (cm)
무게 18kg
L-7000 Pre Amplifier
판매총판 오디오멘토스
제조사 연락처 031-716-3311
제조사 홈페이지 www.audiomentor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