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거시로 다시 만나는 탄노이의 또 다른 얼굴
Tannoy Arden Speaker

 

일본의 오디오 평단을 보면, 항상 우두머리를 한 명 두고, 그 아래 일종의 우산처럼 좌우로 활짝 펼쳐진 계보를 구축한다. 일종의 하이어라키가 명확하게 지켜지는 것이다. 따라서 맨 꼭대기에 있는 평론가는, 특별한 대관식을 치루거나 임명장을 받지 않아도,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오디오 평론가의 천황이라고나 할까?

 

 

 

 

1990~2000년대 후반까지 그 주인공은 아무래도 스가노씨라고 해도 좋고, 그 이후는 후 노부유키씨가 이어받고 있다. 이들의 영향력은 곧 시장 지배력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들의 평가 하나하나가 업계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 모은다. 따라서 평을 하나 써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표현이 많은 것도 그 이유다.

 

아무튼 꼭대기에 누가 앉던, 그 자리가 되어야 누리는 호사가 하나 있다. 바로 탄노이에 대해 쓰는 권리다. 꼭 우두머리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네임 밸류가 있어야 탄노이에 대해 쓴다. 거기엔 이유가 있다. 탄노이는 탄노이. 따라서 이 회사의 특별한 매력과 장점을 인지하지 못할 경우, 말도 안되는 평이 나올 수 있다. 이것은 딱히 뭐라 꼬집어 말할 수 없다. 단, 탄노이를 오랜 기간에 걸쳐 쓰고, 신제품이 나오면 교체하는, 이른바 탄노이당 회원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이 부분을 캐치하려면, 어느 정도의 내공과 권위가 있어야 한다. 저 멀리, 고미 야스스케씨부터 시작되는 찬란한 평론의 라인업은 뭔가 특별한 구석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만난 신작 아덴(Arden)을 평하면서, 나름 긴장하는 데에는 좀 이유가 있다 하겠다. 일단 이 제품은 작년에 런칭된 레거시(Legacy) 시리즈의 일환이다. 아마 이렇게 쓰면, 뭐 예전 제품 몇 개를 단순 리바이벌 한 거냐, 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 십상이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레거시 시리즈에 런칭된 세 개의 모델이 탄노이로서는 흑역사라 할 수 있는 1974~81년에 이르는 시기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 시기가 대체 뭘까, 지금부터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가이 R 파운틴 씨에 의해 창업된 탄노이의 역사는 저 멀리 193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3월 10일, 탄노이라는 이름으로 상표 등록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업 초기에는 2웨이 스피커라던가 앰프를 개발하는 등, 회사의 폴리시가 일정하지 않았다.

 

이윽고 1936년에 로널드 래컴이 입사하고, 2차 대전을 겪고 하면서 전열을 정비, 드디어 1947년에 동축형 드라이버를 개발하면서 본 궤도에 오르게 된다. 첫 개발작은 15인치(38Cm) 구경의 드라이버로 가운데에 트위터가 부착된 형태였다. 지금도 탄노이를 상징하는 기술이 이 시기에 첫 선을 보인 것이다. 그 처녀작은 모니터 블랙으로, 바로 래컴에 의해 개발되었다. 이후 찬란한 역사가 시작된다.

 

특히, 53년에 실버, 57년에 레드, 67년에 골드 등을 각각 발표하면서 지속적인 개량의 결과, 세계 유수의 방송국과 EMI, 데카 등의 음반사에서 모니터링 스피커로 채용하는 등, 그 인기가 절정에 달한다. 그 당시 스피커라고 하면 탄노이라 할 정도로, 영국 사람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고 한다. 이 시기에 고미 야스스케씨에 의해 오토그래프가 정식으로 일본에 소개되면서, 일본에서도 탄노이의 신화가 시작된다. 물론 그와 인접한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1974년에 와서 고령의 파운틴이 은퇴함에 따라, 여러 문제에 봉착한다. 또 당시는 오일 쇼크라던가 여러 경제적인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서, 탄노이처럼 크고 호사스런 스피커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덕분에 회사는 하만 인터내셔널에 매입이 되고 만다. 단, 매입 조건은 두 가지. 탄노이의 식구들 중 누구도 해고하지 않는다. 또 기존 정책을 철저히 지킨다.

 

이후 다시 영국 자본에 매입된 1981년까지, 약 7년에 걸쳐 탄노이는 미국계 회사로 존속했다. 그 시기를 일종의 암흑기 내지는 흑역사로 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기본적으로 제품 개발과 R&D뿐 아니라 생산 라인도 기존의 탄노이에 의해 유지되었으며, 미국쪽에서는 오로지 자본만 댔으니까. 이 시기에 차곡차곡 쌓아올린 기술력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이를테면 버킹검이니 메이페어니 윈저니 좀 쓸 데 없는 모델이 많긴 많았다. 개인적으로 작은 북셀프 타입인 옥스퍼드는 좋아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외에 속한다.

 

이후 1981년에 다시 영국에 귀속되면서, G.R.F. 메모리가 나오고, 이듬해에 웨스트민스터, 83년에 스털링 등이 나와 지금의 모습을 만들고 있다. 이른바 프리스티지 시리즈와 함께 탄노이는 찬란하게 부활한 것이다. 이런 탄노이의 르네상스 이전의 시대, 이른바 중세 시대를 모르는 분이 의외로 많아 이 기회에 다시 소개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한참 흐른 요즘, 다시 옛날 역사를 뒤척이다가, HPD 계열의 드라이버가 꽤 성능이 우수했고, 76년에 런칭된 ABCDE 시리즈가 그냥 묵혀두기엔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기서 ABCDE 시리즈란, 알파벳 순서에 따라 각각 A, B, C, D, E로 시작되는 다섯 개의 모델을 런칭했기 때문이다. 그 모델명은 바로 아덴, 버클리, 체비옷, 데본 그리고 이튼이다. 이중 B와 D는 제외한, 아덴, 체비옷 그리고 이튼이 이번에 부활되었다. 즉, ACE 시리즈라 해도 좋은 것이다.

 

이중 톱 모델인 아덴은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바로 15인치 구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947년에 처음 개발된 듀얼 콘센트릭의 경우, 이른바 모니터 시리즈라고 하는데, 이를 좀 더 개발한 HPD 시리즈를 탑재하고 있다. 모니터 시리즈와 좀 다른 것은 저역의 리스폰스가 좀 더 내려갔다. 약 20Hz 언저리까지 커버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인클로저 설계를 보다 간략화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이버의 성능이 좋아진 만큼, 부족한 저역의 양감을 보충하기 위해 오토그래프처럼 복잡한 인클로저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당시의 오디오 시장 환경도 반영했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전면의 배플 면적은 넓지만, 깊이는 상대적으로 작다. 만일 탄노이의 15인치 구경의 제품을 들인다는 로망을 갖고 있는 분이라면, 우리 가정에 최적화된 모델이 바로 아덴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구형 아덴을 여러 차례 접했는데, 최근 경험으로는, 지난 2015년 여름 무렵이었다. 당시 나는 중국 항저우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그가 운영하는 오디오 숍에 갔다. 평소 클래식을 즐기던 그가 중고로 구했다며 자랑스럽게 내보인 것이 바로 아덴이었다. E.A.R.의 인티에 물려 매우 신선하고, 정숙한 모습으로 차분히 현이며 피아노를 재생하고 있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사이즈도 가정용으로 적합했다. 차분히 중국 차를 마시며 한동안 음악에 빨려 들어갔던 기억이 새롭다. 내 기본 취향은 재즈와 록 중심이지만, 아덴은 꼭 손에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편 1979년 일본의 스테레오 사운드에선, <별책 탄노이>라고 특별판을 내면서, 당시 스타 평론가였던 스가노 아키히코와 이노우에 타쿠야 두 사람의 대담을 실었다. 당시 시판되던 탄노이의 여러 제품에 대한 평이 줄을 이었는데, 그 중 아덴 부분이 흥미롭다. 여기서 스가노는 음색이 역시 명가의 기품을 계승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고, 이노우에는 가격, 구조, 디자인, 음질 등 여러 면에서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제품이라 평하고 있다. 둘 다 맞는 이야기라 본다. 바로 이 제품이 최근 들어 새롭게 부활한 것이다.

 

사실 일종의 흑역사에 해당하는 아메리칸 탄노이 시절의 유산을 다시 끄집어내서, 그 장점을 다시금 활용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새로 태어난 제품들은 보다 심플하고, 단정한 모습을 취하고 있고, 아덴의 경우 트위터를 조정할 수 있는 범위가 전작보다 더 넓어져서 여러모로 빼어난 쓰임새를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아덴을 접했지만, 아마도 애호가들에겐 체비옷이 더 관심이 많지 않을까 싶다. 나중에 기회를 봐서 제대로 들어봤으면 좋겠다.

 

 

 

 

아무튼 아덴, 아니 뉴 아덴에 대해 이제 차근차근 알아보자. 우선 주목이 되는 것은 드라이버로, 현행 프리스티지 GR 라인과 좀 다르다. 후자가 모니터 블랙으로 시작되는 60년대의 테크놀로지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면, 전자는 바로 HPD 기술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나온 레거시 시리즈는 기존의 프리스티지 GR과 여러모로 차별화된다고 볼 수 있다.

 

중저역 드라이버의 구경은 15인치로, 진동판 재질은 페이퍼 펄프 콘이다. 여기에 고무 계통을 서라운드로 채용했다. 그 중앙에 바로 트위터가 있는 바, 기본적으로 알로이쪽의 돔 트위터지만, 여기에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이 적절히 혼합된, 일종의 복합 소재를 채용하고 있다. 오랜 연구 끝에 만들어낸 진동판이라, 그 비법은 대외비에 속할 것이다. 참고로 트위터는 1.3인치 정도로, 상당히 크다.

 

본 기의 감도는 93dB이며, 8오옴 중심이다. 따라서 매칭 앰프는 크게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무려 600W의 대출력 앰프를 물려도 충분히 견딘다고 한다. 상당히 단단하게 만들어진 드라이버임일 알 수 있다. 메이커측에선 무려 10년에 걸친 워런티를 제공하는 바, 그만큼 내구성에 자신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러나 통상 우리네 가정 환경으로 볼 때는 100W 내외의 인티면 충분할 듯싶고, 그 이하도 가능하다. 삼극관 싱글 정도로도 보컬이나 실내악 정도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한편 전면에 보면 두 개의 볼트가 위 아래 설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일종의 크로스오버에 관련된 것으로, 위의 볼트는 고역의 에너지에 관계가 되고, 아래는 롤 오프에 관련이 된다. 자신의 취향뿐 아니라, 시청실의 환경을 고려해서 적절히 조정하면 된다. 이 부분은 오리지널 아덴에서 훨씬 진화한 내용을 갖고 있다. 뒷부분을 보면, WBT의 스피커 터미널이 눈에 띤다. 바이 와이어링도 가능하고, 점퍼 케이블도 제공된다. 워낙 정평이 있는 WBT이므로, 보는 것만으로도 믿음직스럽다.

 

한편 본 기를 설치 시, 바닥을 어떻게 처리하냐가 관건이 된다. 여기서 두 개의 옵션이 제공된다. 만일 바닥면이 카펫이면 스파이크를 끼우면 되고, 그냥 평평한 마룻바닥이면 발(Feet)을 대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작은 스탠드를 맞춰서 약간 트위터의 높이를 올려서, 소파에 앉아있을 때 귀 부분에 오도록 조정하는 쪽이 좋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비용은 좀 들겠지만, 이왕 이런 명품을 구입한다면, 보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자, 본격 시청에 들어가자. 이번에는 소출력 진공관 앰프를 사용했다. 바로 웨이버사에서 내놓은 화제의 파워 앰프인 V-Power다. 300B를 푸시풀로 설계해서 채널당 25W를 내는 모노 블록 사양이다. 거기에 V-Pre, DAC3 MKII 등, 모두 웨이버사의 라인업으로 채웠다. 음원은 룬(Roon)에서 골라, 역시 웨이버사의 W-Core를 통해 들었다.

 

 

 

Nikolaus Harnoncourt - Beethoven Symphony No.9

Wiener Philharmoniker

 

첫 곡은 아르농쿠르 지휘, 베토벤의 <교향곡 9번 4악장>. 일단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매끈하고 수려한 질감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꽤 저역 컨트롤이 뛰어나, 만일 좁은 공간에서 듣는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아무튼 첼로의 깊은 음향은 역시 전통적으로 탄노이가 자신 있는 표현이고, 여기서도 그 마성은 죽지 않았다. 반면 바이올린군은 무척 산뜻하고, 빠른 스피드를 자랑한다. 고역으로 치솟을 때의 에너지도 죽지 않는다. 코러스가 나왔을 때 정교 치밀하게 합창단과 관현악단을 구분하는 등, 확실히 전작과 차별화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John Eliot Gardiner - Brahms 9 Ungarische Tanze

NDR-SinfonieOrchester

 

이어서 존 엘리엇 가디너 지휘,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일단 일체 질질 끄는 법이 없이 빠르게 반응하는 부분이 신선하다. 전체적으로 앰프의 성격을 반영해서 약간 소프트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아덴만의 품격이랄까 향기가 있다. 과연 탄노이는 탄노이구나, 듣는 내내 실감했다. 이런 매력 때문에 전세계 곳곳에 탄노이 당원들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특히, 무곡이면서 다소 멜랑콜리한 느낌을 줘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멋진 표현이 나온다.

 

 

Bil Evans Trio - Waltz for Debby

Waltz for Debby

 

빌 에반스의 <Waltz for Debby>는, 일단 베이스 라인이 깊고 풍부하게 뻗는 데에서 놀랐다. 확실히 저역대의 리스폰스가 좋다는 인상이다. 반면 피아노는 명징하면서 아름다운 면이 분명히 있다. 지성적인 재즈 뮤지션으로서 빌 에반스의 연주가 풍기는 면면이 잘 살아있다. 단, 드럼의 경우 어택감이 약간 모자란 듯하다. 이것은 아마도 25W라는 출력을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다. 집에서 들을 때엔 큰 문제는 없으리라. 언제 기회가 되면 2~300W의 대출력으로 본 기를 한번 듣고 싶다.

 

 

Diana Krall - Temptation

The Girl in the other room

 

마지막으로 다이애나 크롤의 <Temptation>. 역시 보컬의 매력은 아무리 칭찬해도 과함이 없다. 달콤하면서, 디테일이 풍부하고, 유혹적이다. 또 뱃심을 갖고 내지르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마치 스튜디오 모니터처럼 정확하게 재생하는 면도 보인다. 리듬은 명료하게 탁탁 터지고, 베이스의 중후한 터치도 잘 살아 있다. 드럼의 어택감도 괜찮다. 전체적으로 보컬의 경우, 한번 듣게 되면 계속 빠져들 것만 같다.

 

 

 

사실 이번 시청은 아덴의 성격 일부만 엿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진공관이라도 EL34, KT88 등을 물리는 것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질 것이고, 클래스 A 방식의 TR 앰프도 걸어보고 싶다. 이 숙제는 애호가들에게 맡기겠다.

 

한편 탄노이의 프리스티지 시리즈는, 그 호사스러움과 럭셔리한 풍모가 마치 귀족의 살롱에 어울릴 듯한 모습이지만, 아덴을 비롯한 레거시 시리즈는 좀 다르다. 쉽게 말해 교수나 작가, 예술가 등의 작업실이나 서재가 어울린다. 아덴 뒤쪽에 빽빽하게 책이 꽂혀 있는 서가가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상상은 아닐 것이다. 

 

 

- 이 종학(Johnny Lee)

 

 

Specifications

Drivers

Dual-concentric driver with 15-inch paper cone and 1.3-inch aluminium-magnesium alloy dome tweeter

Frequency Response

35Hz-30Khz

Power Handling

150W continuous, 600W peak

Sensitivity

93dB

Impedance

8ohm

Port

Front ported

Wire

Bi-wireable

Dimensions

H910 x W602 x D362mm

weight

41Kg

Tannoy Arden Speaker

수입사

사운드솔루션

수입사 연락처

02-2168-4500

수입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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