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 갈릴레이
Audio Research VSi75


지금은 일체형 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일반화되어 대부분의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도 인티앰프를 라인업에 거의 대부분 포함시킨다. 오직 분리형 외에는 설계할 생각 자체도 하지 않던, 콧대 높은 하이엔드 메이커들이 오히려 인티앰프에 더 많은 공을 들이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분리형 앰프의 매칭에 대한 시도들이었다. 누군가 물어오면 일반적으로 순정 조합을 권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서로 다른 메이커 제품끼리 결합해 더 나은 시너지를 얻곤 했다.

 

 

 

 

그러나 그런 매칭의 변수는 대단히 많다. 그중 대단히 재미있었던 것은 진공관 프리앰프와 솔리드스테이트 파워앰프의 조합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때로는 진공관 프리앰프의 출력 게인은 낮고 임피던스는 높아 전체적인 대역 밸런스는 물론이며 입체적인 무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도 종종 이런 시도는 재미있다. 메이커에서 일괄적으로 가이드한 사용법 외에 다른 방식의 사용이 주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여러 뛰어난 프리앰프를 발견한 건 커다란 수확이었다. 각 프리앰프를 보편적 전기적 스펙을 가진 파워앰프와 교차해 테스트해보면 프리앰프의 전기적, 물리적 그리고 음질적 경향을 파악하기 쉽다. 덩달아 각 프리앰프의 성질을 데이터베이스화하면 어떤 다른 스피커에서도 그것은 일종의 케이스 스터디가 되어 도움을 준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진공관 프리앰프라면 아트 페리스가 설립한 오더블 일루전스의 프리앰프 M3A. 또는 CAT 같은 프리앰프가 기억에 남는다. 특히 포노단은 군계일학이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프리앰프는 캐리 SLP98P 같은 프리앰프다. 지금이야 캐리가 난데없이 네트워크 플레이어 등 디지털 제품을 내놓기도 하지만 캐리의 본령은 과거나 지금이나 진공관 앰프다. 특히 SLP98P의 프리로서의 성능은 동사의 845 파워앰프와 매칭했을 때 드러났다. 더불어 EAR834P 정도는 웃어넘길 수 있는 포노단이 진국이었다.

 

하지만 진공관 프리앰프는 여느 프리앰프와 달리 파워앰프 매칭이 까다롭다. 특히 솔리드스테이트 파워앰프와 매칭에선 대부분 까탈스럽게 군다. 그중에서 오디오 리서치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유는 어떤 파워앰프와 매칭해도 평균 이상의 음질을 확보해주기 때문이다.

 

 

오디오 리서치 VSI75

 

오디오 리서치의 VSI75 인티앰프를 만났을 때 나는 오랜만에 조우한 친구를 만나는 듯 과거 오디오 리서치 프리앰프 그리고 파워앰프들을 떠올렸다. LS2, LS5, LS15/16/17과 LS 25/26 그리고 레퍼런스 프리앰프. 뿐만 아니라 근육질 같은 힘을 과시했던 Classic 시리즈부터 하이엔드 파워앰프의 품격을 몸소 획득했던 VT/VTM 계열과 기함급 레퍼런스 파워앰프까지 머릿속을 지나갔다. 그리고 VSI75는 과거 오디오 리서치를 몇 단계고 진화시킨 결과물이며 동시에 하이브리드 진공관 앰프의 신화 오디오 리서치의 프리앰프와 파워앰프의 역사를 고스란히 한 몸체에 담아내고 있다.

 

 

 

 

스피커의 현대화에 맞물려 진공관 앰프의 열기가 시들고 대출력, 광대역 특성의 트랜지스터 앰프가 활개를 칠 때 하이브리드 타입 설계로 하이엔드 앰프의 지도를 재편했던 오디오 리서치. 그들은 현재도 여전히 그들다운 설계 패턴과 함께 음악과 음질에 대한 주관이 뚜렷하다. VSI75를 보면 여전히 빛나는 전통과 음질 중심 설계가 돋보인다. 우선 프리앰프 섹션에서 입력단엔 6H30 진공관을 사용하고 있다. 드라이브단에는 J-FET 소자를 활용한 하이브리드 타입 설계를 보인다. 6H30이 좌/우 채널당 한 개씩 전면 상단에 노출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입력단은 모두 다섯 개로 상급 분리형 앰프와 달리 RCA 입력단만 지원하고 있다. 입력 임피던스는 52.5K 옴으로 아주 특별한 소스 기기가 아니라면 충분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최대 입력 레벨은 입력단에 관계없이 모두 10V RMS로 한정된다. 참고로 입력 감도는 0.55V RMS, 8옴 기준으로 32.5dB 게인을 갖는다. 프리앰프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볼륨은 무려 103스텝까지 구성되어 있어 매우 세밀한 볼륨 조정이 가능하다. 과거 오디오 리서치나 BAT 등 하이브리드 프리앰프가 세밀한 볼륨 조정이 되지 않아 불편했던 것을 회상하면 격세지감이다.

 

 

 

 

파워앰프 섹션으로 눈을 돌려보면 VSI75는 분명 상위 분리형 파워앰프로 명성이 높았던 레퍼런스 75 파워앰프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실제 제조사에선 레퍼런스 75 파워앰프의 커플링 커패시터 및 전체적인 설계의 상당 부분을 VSI75에 적용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특히 진공관 앰프의 음질적 성질을 구분 짓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는 출력 트랜스포머는 레퍼런스 75의 그것과 동일하다는 것이 눈에 띈다.

 

 

 

 

VSI75에서 최종 증폭을 담당하는 진공관은 KT150이다. 현대 하이엔드 앰프를 표방하는 앰프 제조사들에서 앞다투어 적용하고 있는 진공관으로 광대역에 빠른 반응 특성 등으로 각광받고 있는 진공관이다. VSI75에서는 KT150을 채널당 두 개씩 사용해 포지티브, 네거티브 신호를 푸쉬풀 방식으로 증폭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VSI75의 출력은 8옴 기준 가청 대역에서 채널당 75와트. 이로써 재생 주파수 대역은 –3dB/1와트 기준 무려 70kHz에 이르고 있으며 1와트 기준 하모닉 디스토션은 0.05%까지 낮추었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전원 인가 후 VSI75는 약 40여 초 가량 자체 웜업 시간을 가지면서 뮤트 상태를 유지한 후 음악 재생 모드로 돌입한다. 전면엔 과거 오디오 리서치를 대표하던 그 둥그렇게 튀어나온 볼륨 노브가 사라졌다. 대신 조그만 버튼 여섯 개가 마련되어 있어 볼륨, 세팅 등 모든 기능을 관할하다. 더불어 전면 디스플레이 창을 통해 입력, 볼륨 상황은 물론 바이어스 수치, 심지어는 진공관의 사용시간까지 보여주고 있다.

 

 

 

 

오디오 리서치 VSI75 테스트에는 B&W 802D3 스피커를 중심으로 브라이스턴 신형 시디피 BCD3 등을 활용했다. VSI75는 스피커 공칭 임피던스에 대해 4옴과 8옴 모두 대응하며 바이어스의 경우 테스트 장비가 없이도 전면 디스플레이창을 보면서 조정이 가능해 셋업이 한결 편리한 편이다. 바이어스 같은 경우 제조사 권장 수치는 65mA지만 실제는 약간 더 높여 사용할 때 더 뛰어난 음질을 얻을 수 있었다.

 

Zhao Peng - The moon represent my heart

The Greatest Basso Vol.1

 

음질적으로 VSI75는 오디오 리서치의 사운드 전통에 현대 광대역 증폭의 이상을 골고루 담아내고 있다. 예를 들어 조붕의 ‘The moon represent my heart’같은 보컬 레코딩에서 전체적으로 평탄한 밸런스에 조금은 굵고 호방한 특성을 느낄 수 있다. 오디오 리서치의 전통적 설계 및 튜닝은 크게 변함이 없다. 그러나 미세 약음의 표현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섬세한 묘사를 보인다. B&W 802D3가 매우 교과서적인 밸런스를 보이며 브라이스턴 BCD3가 탄탄하고 선 굵은 남성미를 보인다고 가정할 때 VSI75는 이 사이에서 무척 안정적인 중심을 잡아준다.

 

 

Max Richter - Words

Three Worlds: Music From Woolf Works

 

배음은 풍부하게 그리고 꽤 길게 이어지므로 현악이나 피아노 등 배음 표현이 풍부한 어쿠스틱 악기에서 그 장점이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막스 리히터의 ‘Words’같은 곡을 들어보면 현악은 밝고 화사한 톤으로 감상자를 향해 매우 호소력 짙게 다가온다. 음색적인 착색은 크지 않지만 진공관을 채용한 앰프, 그중에서도 오디오 리서치의 끈질기고 밀착된 사운드 질감은 공고히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 들어봤던 AX-5Twenty에 비해 확연히 풍성해진 배음과 진한 소릿결이 매력적이다.

 

 

Herbie Hancock - Chameleon

Head Hunters

 

중역과 저역 근방 주파수 대역은 무척 단단하고 담백하다. 레퍼런스급 오디오 리서치보다는 당연히 양감이나 펀치력이 부족한 편이지만 인티앰프치고는 802D3를 적당히 밀고 당긴다. 허비 행콕의 ‘Chameleon’을 들어보면 아주 짧고 빠르게 농구공 같은 반발력보다는 조금 더 무게감과 여유를 갖추고 우퍼를 제동한다. 날렵한 스포츠카보다는 중형 세단의 중후함이 엿보이다. 상위 분위형 앰프를 하나의 섀시 안에 담은 인티앰프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꽤 커다란 공간에서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을 듯하다.

 

 

Janine Jansen, Paavo Järvi

Beethoven, Britten: Violin Concertos

 

VSI75의 볼륨은 총 103스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청음에서 볼륨은 40에서 50, 최대로 높여도 60 이상 높이긴 힘들 정도로 충분한 게인을 확보할 수 있었다. 더불어 작은 볼륨 구간에서 세밀한 조정이 가능하므로 작은방에서 밤늦게 세밀한 감상이 필요할 때도 문제없을 듯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볼륨에 따른 음질인데 재닌 얀센과 파보 예르비가 함께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보면 문제 될 건 없어 보인다. 작은 볼륨에서도 미시적 다이내믹스 표현이 우수한 편이며 소릿결이 부서지거나 탈색되지 않고 끈끈하게 이어진다.

 

 

총평

 

오디오 리서치 VSI75를 테스트하는 내내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거쳐 온 오디오 리서치 모델들이 머릿속으로 나열되었다. 그리고 해당 모델들 사이의 시대적 구분과 음질적 변이 과정 등이 복합적으로 정리되었다. 특히 VSI75를 듣는 내내 내밀고 당기는 힘의 이완과 팽창 그리고 굵고 진한 소릿결이 오디오 리서치의 정체성을 증명했다. 한편 주파수 대역이 확연히 넓어지면서 중, 고역에서 롤 오프가 적어졌다.

 

 

 

 

KT150의 후끈한 열기를 담은 다부진 중, 저역에 더해 상쾌하게 뻗어나가는 고역은 오디오 리서치를 다시 보게 만들기도 했다. 흑백사진처럼 모노톤으로 구상했던 기억의 그물은 순간 허물어졌다. 그리고 그 내면의 지도 위엔 새로운 오디오 리서치 사운드 맵이 그려지고 있었다. 여러 메이커가 하이브리드 진공관 앰프에 도전했지만 지금 남은 정복자는 거의 없다. 이 분야의 살아 있는 정복자 오디오 리서치는 계속 진화 중이다. 많은 신흥 귀족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지금. 갈릴레오, 갈릴레이. 그래도 오디오 리서치는 옳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TECHNICAL SPECIFICATION

POWER OUTPUT 

75 watts per channel continuous from 20Hz to 20kHz. 1 kHz total harmonic distortion typically 1.5% at 75 watts, .05% at 1 watt. Approximate actual power available at “clipping” 80 watts (1kHz). (Note that actual power output is dependent upon both line voltage and “condition” i.e. if power line has high distortion, maximum power will be affected adversely, although from a listening standpoint this is not very critical.)

POWER BANDWIDTH 

(-3dB points) 12Hz to 70kHz.

FREQUENCY RESPONSE 

(-3dB points at 1 watt) 1.0Hz to 70 kHz.

INPUT SENSITIVITY 

0.55V RMS Single-ended for rated output. (32.5dB gain into 8 ohms.)

INPUT IMPEDANCE 

52.5K ohms Single-ended.

INPUTS 

(5) 1, 2, 3, 4, 5 (Single Ended RCA connectors).

MAXIMUM INPUT 

10V RMS (any input).

OUTPUT POLARITY 

Non-Inverting (any input).

PUSH BUTTONS 

Volume up, Volume down (103 steps), Power, Input, Mute, Bias. All functions on IR remote control.

OUTPUT REGULATION 

Approximately 2dB 8 ohm load to open circuit (Damping factor approximately 4).

OUTPUT TAPS 

8 ohms, 4 ohms.

OVERALL NEGATIVE FEEDBACK 

4dB.

SLEW RATE 

10 volts/microsecond.

RISE TIME 

4 microseconds.

HUM & NOISE 

Less than 1.0 mV RMS -88dB below rated output (IHF weighted, Vol down).

POWER SUPPLIES

Electronically regulated Low and High voltage supplies for input stages. Automatic 40 sec. warm-up/brown-out mute.

POWER SUPPLY ENERGY STORAGE

Approximately 350 joules.

POWER REQUIREMENTS 

100-125VAC 60Hz (200-250VAC 50Hz) 400 watts at rated output, 600 watts maximum, 210 watts at “idle’ 1.0 watt power off.

TUBES REQUIRED 

2-Matched pair KT150-Power Output; 2 -6H30 driver.

DIMENSIONS 

Width 14.5” (36.8 cm); Height 9.25” (23.5 cm); Depth 16.25” (41.3 cm); Rear connectors extend .88” beyond chassis.

WEIGHT 

36.4 lbs. (16.5 kg) Net; 49.3 lbs. (22.4 kg) Shipping.

 

 

Audio Research VSi75

수입사

케이원에이브이

수입사 홈페이지

samaudio.co.kr

수입사 연락처

02-553-3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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