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고백컨대 필자는 일본 TAD(Technical Audio Devices Laboratories) 제품들을 좋아한다. 가격적으로 그나마 ‘만만한’(?) ‘ME1’은 꼭 한 번 집에 들여놓고 싶은 스피커이고, 최상위 레퍼런스 풀 시스템(소스기기+프리+모노블럭 파워+스피커)은 그 완벽에 가까운 재생음에 몇번이나 감탄했다. 수입사인 오디오 갤러리에서 수차례 여러 기종들을 시청하고, 지난 3월 멜론서울국제오디오쇼에서 준 나가하타(Jun Nagahata) 대표를 인터뷰하면서 TAD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더욱 높아졌다.

이러한 일방적 편애는 필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의 세계적인 오디오 전문지 앱솔루트 사운드(The Absolute Sound)가 해마다 발표하는 ‘올해의 제품’(Product of the Year)에서도 TAD를 자주 볼 수 있다. 2010년 리스트(2011년 발표)에는 ‘CR1’이 ‘코스트-노-오브젝트 스탠드마운트 스피커’, 2012년에는 ‘Evolution One(E1)’이 ‘어퍼-엔드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2017년에는 ‘ME1’이 ‘스탠드마운트 스피커’ 부문 올해의 제품으로 꼽혔다.

필자의 청음노트에는 TAD 레퍼런스 풀 시스템에 대해 이렇게 적혀있다. “결과는?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사운드스케이프와 칠흙같은 배경, 여린 음들의 살뜰한 표현, 투티 사운드의 거침없는 활보에 시청 내내 놀라고 또 놀라다. 이번 레퍼런스 풀 시스템이 전해준 사운드는 상상을 이미 넘어선다. 필자가 마음에 담아뒀던 궁극의 사운드랄까. 시크하면서도 듬직하고 기능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외관 또한 TAD가 작정하고 완성시킨 산업디자인의 롤 모델이라 할 만하다.”

"TAD 약사"

TAD는 일본 파이오니어(Pioneer)의 자회사다. 파이오니어는 1937년에 설립, 창업자인 마츠모토 노조미가 일본 최초의 다이내믹형 스피커 ‘A8’을 개발했을 정도로 일본 오디오산업의 산증인과도 같았다. 그러다 1975년 JBL의 개발 엔지니어였던 바트 로칸시(Bart Locanthi)를 기술고문으로 초빙, 프로용 최고급 스피커 개발에 착수했고 1978년 처음으로 ‘TAD’라는 이름의 드라이버 유닛이 탄생했다. TAD는 이후 2007년 10월1일 도쿄 신주쿠에 본사,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에 생산기지를 둔 본격적인 독자회사로 출범했다.

TAD의 기술 모토는 바트 로칸시의 좌우명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기본에 충실한 기술이야말로 진짜 기술이며, 기술 지향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언제나 음질을 최고로 중시하는 기술이야말로 진짜 기술이다.” 하이엔드 오디오 제작에 관한 �� 같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TAD의 집념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TAD는 공식 출범 당해년도인 2007년 플로어 스탠딩 ‘R1’(R은 Reference의 약자)을 처음 출시한 이후, 2009년 모노블럭 파워앰프 ‘M600’(600W), 2010년 디스크 플레이어 겸 DAC ‘D600’, 2011년 프리앰프 ‘C600’을 내놓으며 플래그십인 레퍼런스(Reference) 시리즈를 완성시켰다. 파워앰프 ‘M600’은 2009년 일본의 세계적인 오디오 계간지 스테레오 사운드의 골드사운드어워드(1등상)를 수상했다.

2010년에는 스탠드마운트형 스피커 ‘CR1’(C는 Compact의 약자)이 나왔고, 2012년에는 오리지널 ‘R1’과 ‘CR1’이 각각 드라이버 유닛 등을 혁신한 ‘MK2’로 진화했다. 현재 레퍼런스 시리즈의 스피커는 이렇게 ‘R1 MK2’와 ‘CR1 MK2’ 2종이다.

이들 레퍼런스 시리즈 밑에는 에볼루션(Evolution) 시리즈가 포진했다. ‘D1000 MK2’(디스크 플레이어)를 비롯해 ‘DA1000’(DAC), ‘C2000’(프리앰프), ‘M4300’(300W 파워앰프), ‘M2500 MK2’(500W 파워앰프), ‘CE1’(스탠드마운트 스피커. C는 Compact의 약자), ‘ME1’(스탠드마운트 스피커. M은 Micro의 약자)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기술의 TAD 1. 스피커(베릴륨 동축 CST, OFGMS, TLCC, 에어로다이내믹 포트시스템)"

필자가 TAD에서 떠올리는 가장 큰 이미지는 ‘기술’이다. 스피커, 앰프, 소스기기, 어디 하나 독창적이지 않은 기술이 투입되지 않은 제품이 없다. ‘TAD 사운드’의 일등공신은 당연히 이러한 TAD의 기술력에서 찾아야 한다. 레퍼런스 시스템에 깃든 TAD 기술력을 조목조목 짚어봤다. 플래그십에 투입된 기술은 자연스럽게 아랫모델들인 에볼루션 시리즈로 트리클 다운(trickle down)됐기 때문이다.

‘R1 MK2’ 사운드의 첫번째 비결은 동축 유닛이다. TAD에서 ‘CST(Coherent Source Transducer) Driver’라고 이름 붙인 이 동축 유닛을 통해 칼같은 핀포인트 이미징이 구현된 것이다. 미드레인지 유닛 중심에 트위터를 박아넣음으로써 이른바 점음원(coherent source)을 확보하는 것은 이미 KEF나 탄노이, 엘락 등 여러 브랜드에서 즐겨 사용하고 있지만, TAD에서는 두 유닛의 진동판 재질로 모두 베릴륨(Beryllium)을 채택한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베릴륨은 포칼에서 트위터 재질로 사용하고 있을 만큼 가장 가벼우면서도 가장 단단한 특성을 지닌 금속. 그런데 이를 트위터는 물론 직경 6.5인치(16cm)짜리 미드레인지 진동판에도 투입한 것이다. 더욱이 TAD는 이 베릴륨을 증기를 사용해 하나하나 퇴적층을 쌓듯이 포개 진동판을 완성(증착기법. Vapor Deposition Technique)시킴으로써, 높은 강성과 평탄한 응답특성, 높은 내부 손실을 얻었다.

특히 스피커 유닛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분할 진동을 극도로 제한, 100kHz(-10dB)까지 안정된 응답특성을 구현한 점이 눈에 띈다. CST 드라이버는 또한 ‘ISO’(Isolation) 기술을 통해 인클로저에 사실상 디커플링 상태로 장착, 유닛의 진동을 차단시키고 있다.

우퍼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쇼트 보이스코일, 롱 갭’의 모터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 네오디뮴 마그넷을 채용한 강력한 자기회로를 바탕으로, 보이스코일은 짧게, 코일이 감긴 포머(former)의 최대 이동거리인 갭(gap)은 길게 함으로써 큰 진폭의 재생시에도 항상 안정된 피스톤 동작이 가능해지게끔 했다.

보이스코일 바깥쪽의 플레이트에는 슬릿이 나 있는데, 이는 폴 피스의 자기저항이 갭 사이의 자속밀도 분포에 영향을 주는 기존 모터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 롱 갭이면서도 균일한 자속밀도를 확보하려는 TAD의 노력과 아이디어에 새삼 감탄했다. 10인치(25cm) 우퍼가 무려 30mm나 앞뒤로 리니어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이다. TAD에서는 이를 ‘OFGMS(Optimized Field Geometry Magnet Structure)’라고 명명했다.

이러한 강력한 자기회로와 100mm 대구경 보이스코일에는 단단한 진동판이 필요한 법. 그래서 ‘R1 MK2’ 우퍼 진동판에는 코어의 앞뒷면에 발포 아크릴 아미드를 입힌 샌드위치 구조(TLCC. Tri-Laminate Composite Cone)가 채택됐다. 또한 파워핸들링에서의 손실을 제거하기 위해 더스트캡에도 같은 소재를 사용했다.

2012년 ‘MK2’ 버전에서는 코어를 건들지 않으면서도 진동판의 강성을 더욱 높이는 신기술이 채택됐고 진동판 표면도 무광으로 마감됐다. 시청 내내 ‘R1 MK2’가 단단하면서도 깨끗한, 일체의 착색이 없는 저역을 선사했던 것도 우퍼 2발에 담긴 이러한 기술력 때문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클로저다. 첫눈에 봐도 유려한 곡선미와 고광택 마감을 자랑하는 붉은색 인클로저 측후면은 천연 포멜레 샤펠(Pommele Sapele) 원목을 썼다. 안쪽 측면 인클로저는 고주파 가열 프레스로 성형한 50mm 두께의 MDF, 유닛이 달린 전면 배플은 최대 137mm의 CNC 가공 합판. 이같은 이중 소재 결합 방식의 하이브리드 구성으로 강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더욱이 내부에는 인클로저의 공진을 배제하기 위해 21mm 두께의 자작나무 합판이 가로 격벽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인클로저가 뒤로 4도 기울어진 것은 드라이버 유닛들의 시간축 정렬을 위한, 위에서 봤을 때 물방울 모양의 인클로저는 소리의 회절을 줄이기 위한 설계다.

이러한 인클로저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항공기 소재로 사용되는 고강도 알루미늄과 자작나무 합판으로 만들어진 고강성 하이브리드 베이스 플레이트. 이 플레이트 밑쪽에는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혼의 디자인 컨셉트를 차용한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가 정면을 향해 나있다.

정밀 유체 설계이론을 토대로 만든 이 ‘에어로다이내믹 포트 시스템(Aerodynamin Port System)’을 통해 우퍼 유닛이 극한의 한계상항으로 동작할 때에도 일체의 공기 노이즈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밖에 네트워크 회로는 우퍼용과 동축유닛용이 별도 기판에 담겨 인클로저 후면 하단의 27mm 두께의 알루미늄 패널에 장착됐다. 금도금 처리된 스피커 터미널은 바이와이어링을 위해 2조가 마련됐다.

"기술의 TAD 2. 파워앰프(시메트리컬 디자인, 풀밸런스 설계, 35kg 모노코크 섀시)"

모노블럭 파워앰프 ‘M600’ 설계디자인의 핵심은 입력부터 출력까지 완벽한 대칭형 구성(Symmetrical Design)에 풀 밸런스 설계라는 점. 물론 완벽한 푸쉬풀 위상 증폭과, 입력을 타고 들어오는 커먼모드 노이즈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전원트랜스까지 2개를 마련하고 평활용 커패시터를 비롯한 각종 부품 레이아웃까지 좌우 미러형으로 설계했다. 이렇게 완벽한 좌우대칭에 밸런스 설계가 되면 온도변화와 전자기장, 진동 등 모든 내외부 영향에 동일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입력신호를 스피커까지 정확하게 전송하기 위해서는 앰프 회로 자체는 최대한 단순해야 한다는 것이 TAD의 지론. 이를 위해 ‘M600’의 전압증폭은 단 1개의 회로로 처리되도록 설계됐다. 더욱이 이 전압증폭 회로는 앰프 뒷면 패널 안쪽에 직접 장착돼 입력에서 출력까지 최단 신호경로가 가능해졌다. 전력증폭이 이뤄지는 출력단은 멀티 에미터형 바이폴라 트랜지스터(BJT)를 5패럴렐로 푸쉬풀 구동하는 회로를 브릿지 방식(BTL)으로 접속시켰다.

진동이 소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35kg의 그라파이트(흑연) 소재의 육중한 모노코크 섀시가 본체를 떠받치도록 한 것도 두드러진 설계 디자인. 일반 철재에 비해 공진제어 능력이 뛰어나고 내부손실이 커서 진동제어 능력 또한 효과적이라고 한다. 모노코크 섀시에는 높이 조절이 가능한 스파이크가 장착된다.

본체 역시 전면 패널은 두께 18mm의 알루미늄을 썼다. 본체 내부에는 굴뚝 모양의 대형 방열판이 전면 패널과 전원부 사이에 마련됐다. 본체 섀시와 독립된 이 방열판은 TAD의 철저한 진동방지 대책의 일환이자 전원부와 증폭회로간의 전자기장 간섭을 막아주는 역할까지 한다.

앰프에 투입된 커스텀 사양의 부품들도 호화롭기 짝이 없다. 위성통신에 사용하는 폴리페닐에테르(PPE)에 135㎛ 두께의 무산소동 포일이 더해진 기판을 투입, 유전율을 줄이는 한편 기판상의 커패시턴스도 최소화했다. 커패시턴스가 줄어들면 특히 고주파수 처리 과정에서의 손실도 줄어들게 된다. 10kg의 대형 전원트랜스는 코어에 절연지를 감고 직경 2.6mm 두께의 동선을 감아만든 TAD 전용. 전원용 전해 커패시터도 3만3000μF의 대용량 커스텀 제품을 썼다. ‘기본에 충실한 기술이야말로 진짜 기술’이라는 TAD의 설계원칙을 재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하나 놓칠 수 없는 것은 본체 알루미늄 상판 패널에 있는 환기구. 14개 큰 구멍이 뚫린 이 환기구는 다시 안쪽에 7개 격벽이 설치됐는데 이 모든 과정이 베테랑 엔지니어들이 일일히 수작업으로 절삭했다. 이밖에 작은 나사의 조립에서도 토크 스크류를 사용, 케이스에 변형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등 오디오 장인들이 마치 예술품을 만드는 것 같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기술의 TAD 3. 소스기기(크리스털 제너레이터, 디스크리트 I/V 설계, 13kg 별도 전원부)"

현재 TAD에서는 소스기기로 레퍼런스 시리즈의 ‘D600’과 에볼루션 시리즈의 ‘D1000 MK2’(디스크 플레이어)와 ‘DA1000’(DAC)이 포진해있다. 이중 ‘D600’은 은 파이오니어 SACD/CD 메카니즘을 채택한 디스크 플레이어이자,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의 PCM1794 DAC칩을 채널당 1개씩 사용해 최대 24비트/192kHz까지 지원하는 DAC. 전원부가 별도로 독립된 점이 외관상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러나 역시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닌 법이다. ‘D600’에는 오버 스펙이라 할 정도로 TAD가 30여년 동안 축적한 기술력과, 음질향상을 위한 갖가지 설계디자인이 농축돼 있다. 그 중 핵심은 클럭 대비 노이즈 비율을 엄청나게 낮춘 크리스털 제너레이터(수정 발진자)를 마스터 클럭으로 채택했다는 점. TAD에서는 이 마스터 클럭을 ‘UPCG’(Ultra-high-Precision Crystal Generator master clock)이라고 명명했는데, 한마디로 지터를 확연히 줄여 CD나 외장 소스에 담긴 디지털 음원을 고순도, 고정밀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해준다. 기존 플레이어들에 비해 50dB 이상의 노이즈 레벨 개선효과를 갖는다고 한다.

DA 컨버팅 이후의 전류/전압 변환 회로도 주목할 만하다. 통상 DA 컨버팅 이후의 신호는 전류 형태로 출력되는데 뒷단에서 이를 활용하려면 전압 형태로 변환시켜줘야 한다. 이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로 I/V 변환회로이며, 이 곳에서 제작사의 숨은 내공과 실력이 판가름난다. ‘TAD-D600’은 디스크리트 방식으로 I/V 변환회로를 설계, 초저 노이즈와 극한의 슬루레이트를 구현했다. 시청 내내 ‘맑고 깨끗한 음과 빠른 스피드, 정숙한 배경’이 전체 시스템을 관통한 인상을 받은 것도 이처럼 초저노이즈 및 트랜지언트 능력에 포커싱해 설계된 I/V 변환회로 덕분이었던 셈이다.

TAD 특유의 꼼꼼한 제진 대책 역시 ‘D600’에 어김없이 마련됐다. 우선 높은 진동 흡수 성능을 추가한 주조 알루미늄이 검은 색 베이스를 이루고, 이 베이스 내부 바닥 위에는 동도금 처리된 두께 6mm의 철제 플레이트가 다시 한번 투입됐다. 동도금 처리는 그라운드 임피던스를 한층 낮춰 SNR 개선효과도 이끌어냈다고 한다. 26.5kg에 달하는 육중한 플레이어 유닛을 주조 알루미늄 재질의 3점 지지 스파이크로 지지하는 것 역시 철저한 제진 대책의 일환이다.

전원부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전자기장이 플레이어 및 컨버팅 파트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원부를 별도 구성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역시 주조 알루미늄 케이스에 담겨 13kg이나 나가는 별도 전원부에는 토로이달 전원트랜스와 대용량 정류회로가 탑재됐다. 특히 대출력 파워앰프에 사용할 법한 400W급 전원트랜스를 아날로그 전원용으로, 100W급 전원트랜스를 디지털 전원용으로 마련, 2개의 전용 케이블로 플레이부에 공급하는 점도 각 파트가 최선의 상태로 동작할 수 있게 배려한 최선의 선택이다.

CD메카니즘도 짚고 넘어가자. 기본은 파이오니어 메카니즘이지만 단단한 알루미늄 재질의 트레이와 절삭가공한 고정밀 로터를 조합, 하이엔드를 꾀했다. 또한 고정밀 브러시리스 DC 서보 모터를 사용, 브러스 마찰을 제거함으로써 반영구적인 사용과 함께 노이즈까지 줄였다. 트레이가 나오고 들어가는 과정이 매끄럽고 정숙하기 이를 데 없다. 이밖에 외부 디지털 음원의 고순도 신호전송을 위해 동축단자는 금도금됐으며, 단자와 마스터 클럭 오실레이터는 고품질의 동축 케이블로 연결됐다.

"기술의 TAD 4. 프리앰프(듀얼 모노 디자인, 풀밸런스 설계, 15kg 베이스, 래더-저항 스위칭 전자볼륨)"

레퍼런스 시리즈 중 가장 늦게 등장한 프리앰프 ‘C600’은 아티스트의 의도를 그대로 전달한다는 TAD의 설계철학이 완성형으로 집약된 제품. 실제로 이 프리앰프 내부를 보면 중앙 프레임을 사이에 두고 완벽한 좌우 대칭의 듀얼 모노 설계, 풀 밸런스 구성을 이루고 있다. 전원부는 ‘D600’처럼 별도로 마련돼 제어용과 증폭용 2종의 전원을 각각의 전용케이블을 통해 본체부에 공급하고 있다. 전원부 역시 400W급 토로이달 전원트랜스와 커패시터 등의 정류단이 실드판을 끼고 서로 격리돼 있다.

진동 제어 대책은 무시무시할 정도다. 알루미늄 블럭을 정밀 절삭해 완성한 두께 33mm의 베이스 무게만 15kg이나 나간다. 본체 무게가 29kg이니 그 절반 이상을 베이스가 차지하는 것이다. 물론 스피커 및 기타 외부 진동에 의한 영향을 극한까지 억제하기 위한 설계다. 별도 전원부 설계 또한 전원 트랜스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전자기장으로 인한 노이즈 유입을 막기 위한 것이다.

볼륨은 래더-저항 스위칭 방식의 전자 볼륨을 썼다. 100dB 이상의 감쇄특성에 채널간 절대오차가 0.1dB에 불과한 전자볼륨이 좌우 채널에 각각 배치돼 동일한 레벨 유지 및 정확한 음상 정위를 실현했다. 회로에서 발생하는 왜곡도 0.0005% 이하라고 한다. 전면 패널 왼쪽의 입력 선택 노브와 오른쪽의 볼륨 노브는 모두 직경 41mm의 정밀 볼 베어링으로 동작, 실제로 만져보면 조작감이 상당히 매끄럽다.

한편 실제 증폭 회로가 극도로 단순한 것은 파워앰프 ‘M600’과 일맥 상통하는 부분. ‘입력신호를 스피커까지 정확하게 전송하기 위해서는 회로 자체는 최대한 단순해야 한다’는 TAD의 설계사상이 이 프리앰프에서 다시 한번 구현된 것이다. 입력 신호는 전자 볼륨에서 레벨 조정만 이뤄질 뿐이며 이후 단 1개의 전압증폭단만 거치게 된다.

"기술의 TAD 5. 상위기술의 트리클 다운, 에볼루션 ME1, DA1000"

현실로 돌아오자. 필자의 경우 레볼루션 시리즈는 솔직히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다. 현실적인 구매를 염두에 둔다면 그 1순위는 단연 에볼루션 시리즈의 스탠드마운트형 스피커 ‘ME1’이다. 이런 글을 쓸 때나 시청을 할 때도 ‘ME1’이 마음이 좀더 편하고 좀더 소유의 욕망에서 갈팡질팡하게 된다.

‘ME1’은 ‘R1 MK2’와 마찬가지로 CST 동축드라이버(9cm)를 썼다. 우퍼는 16cm. 하지만 ‘ME1’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양 사이드에 붙은 패널 사이로 양방향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가 마련됐다는 점. 정밀 유체 설계이론을 바탕으로 설계된 에어로다이내믹 포트 시스템이 ‘ME1’에서는 슬롯(slot) 형태로 변신한 셈이다. TAD에서는 이를 ‘Bi-Directional ADS’(Aero-Dynamic Slot) 포트라고 명명했다. 이 크지 않은 스피커의 저역이 36Hz까지 떨어지는 결정적 이유다. 고역 상한은 60kHz로 충분하다.

‘DA1000’ DAC는 디스크 플레이어와 한 덩어리였던, 그래서 가격대가 높은 레퍼런스 ‘D600’에 대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모델. ‘D600’과 마찬가지로 ‘UPCG’ 마스터 클럭, 디스크리트 I/V 회로가 내장됐다. 좀더 뒤늦게 나온 모델이기 때문에 컨버팅 스펙은 오히려 ‘D600’을 뛰어넘는다. PCM 음원은 최대 32비트, 384kHz까지, DSD 음원은 DSD128까지 지원한다.

"총평"

사실, TAD의 레퍼런스나 에볼루션 시리즈에 대한 일본 스테레오사운드 필진의 과도한 칭찬에는 의구심이 들었었다. 일종의 ‘일본 제품 봐주기가 아닐까’라는 편견이 작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편견은 3년 전 TAD의 북쉘프 스피커 ‘CE1’을 직접 들어보면서 1차로 깨졌고, 지금까지 몇차례 들은 레퍼런스 시리즈 풀 시스템이나 ‘ME1’을 통해 완전 박살나 버렸다. 필자가 마음에 두고 있던 하이엔드 사운드의 구체적 덕목들이 한꺼번에 조목조목 구현됐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맑고 선명하며 깨끗한 사운드, 초저노이즈와 말쑥한 배경, 광활하며 깊고 높은 사운드스테이지, 피아니시모에서 빛나는 디테일, 가슴팍을 때리는 풍압과도 같은 펀치력’이었다. 신기한 것은 이러한 궁극의 사운드가 ‘ME1’ 스피커에서도 슬쩍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 단품으로 들어본 ‘D600’이나 ‘DA1000’도 더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될 완성도 높은 소스기기기였다.

TAD와 바트 로칸시는 결국 옳았다. “기본에 충실한 기술이야말로 진짜 기술이며, 기술 지향으로 치우치지 않고 언제나 음질을 최고로 중시하는 기술이야말로 진짜 기술이다.” TAD는 이 ‘진짜 기술’이 집약됐을 때 어느 정도까지 음악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스스로 입증했다.

Written by 김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