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혼 스피커의 강자를 만나다!
Odeon
혼 타입 스피커에 대한 로망은, 특히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강한 것같다. 감도가 높고, 직진성이 좋으며, 침투력이 상당한 혼 스피커는, 감도도 뛰어나 소출력 진공관 앰프로도 얼마든지 구동이 가능하다. 심지어 오디오의 종착역은 3극관 싱글에 혼이다, 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혼 타입은 덩치가 크고, 생김새가 기괴하며(?), 음장이 잘 잡히지 않는 약점도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회사가 대안을 제시했는데, 그중 오데온(Odeon)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디자인에다 혼과 음장의 조화라는 오랜 숙원 사업을 해결한 메이커에 속한다. 한국에서는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나 역시 이 회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다행히 지난 번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서 오데온의 창업자이며 메인 디자이너인 악셀 게르스도르프(Axel Gersdorff)씨를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주로 그의 이력과 음향 철학에 포커스를 맞췄는데, 오데온이란 네임 밸류에 비해 알려진 부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참고로 게르스도르프씨의 영문 이니셜 AG로 표기하도록 하겠다.
-반갑습니다. 드디어 오데온의 수장을 뵙게 되는군요.
AG : 반갑습니다.
-우선 오데온의 뜻부터 알고 싶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극장 이름을 오데온이라고 했고, 파리에 있는 국립극장의 이름 또한 오데온이니까요. 이런 데에서 착안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AG : 특별히 뭐라 정한 것은 없습니다. 실은 상당히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죠. 예를 들어 비틀즈의 음반을 처음에 발매했던 회사 이름이 오데온입니다. 또 이곳 뮌헨에 있는 커다란 광장 이름이 오데온이고요.
-맞습니다. 어제 오데온 광장에 밤늦게 갔더니,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시민을 위해 무료 연주회를 열고 있더군요. 상당히 감명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혼 타입 스피커인 만큼, 이렇게 큰 공간을 가득 채울 수 있다, 라는 의미 정도로 해석하겠습니다. 그럼 게르스도르프씨의 이력부터 소개해주시죠.
AG : 저는 1961년, 독일 북부 할턴 암쎄(Haltern Am See)라는 곳에서 출생했습니다. 인근에 도르트문트, 에센, 뒤셀도르프 등이 있는, 일종의 공업 지역이죠.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으므로 당연히 오디오에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다 취미 삼아 15살 때부터 스피커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빠져들게 되더군요. 차츰 스피커를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70년대 중반이라고 하면, 전세계적으로 오디오 산업이 호황에 달할 때였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일종의 혼수품으로 오디오가 판매될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LP의 전성기여서 다양한 밴드와 연주자들이 인기를 얻었고요. 그땐 컴퓨터니 스마트폰이니 하는 것들이 없어서 오히려 음악과 오디오에 더 열중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AG : 맞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스피커를 만들어서 판매한다는 것은 상당한 경험과 지식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일단 오디오 숍을 차리고, 다양한 제품을 섭렵하면서 한편으로는 스피커를 만드는 일을 병행했습니다. 처음에는 하이파이가 아니라, 스튜디오 모니터용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주변의 반응이 좋아서 조금씩 규모를 키워갈 수 있었답니다.
-스튜디오 모니터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이 흥미롭군요. 혼 타입 스피커는 취미성이 강하고, 개성이 강한 만큼 일종의 객관성을 잃기도 쉬운데, 이런 배경이 오히려 오데온의 베이스를 탄탄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AG : 1987년에 만든 ARS라는 회사는, 오로지 스튜디오 모니터 중심이었습니다. 물론 하이엔드용으로도 간간히 팔리기는 했지만요. 이즈음, 혼 타입 스피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일반 스피커와는 다른 매력과 강점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혼에는 혼 나름대로 문제가 있었습니다. 대역이 좁다거나, 포커싱이 약하다거나, 혼에서 공진이 발생한다거나, 아무튼 이런 여러 요소들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많은 시간을 고민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모든 혼 스피커 제작자들의 공통적인 고민이기도 하죠.
AG : 그러다 1990년에 원형으로 된 혼을 만들기에 이릅니다. 혼이라는 것은 구경이라던가 모양, 소재 등에 무척 민감합니다. 특히, 혼 자체의 레조넌스를 어떻게 줄이냐가 관건이죠. 이 모든 것을 만족시키려면 혼 자체는 원형이어야 하되, 단단한 플라이우드를 써야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또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원하는 형태를 완성시켰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오 데온을 런칭한 후, 1993년에 첫 제품을 내놓고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그렇군요.
AG : 흥미로운 것은 아시아 지역에서 저희 제품의 가치를 먼저 이해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첫 번째 수출국은 일본, 두 번째 수출국이 한국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데이터가 있습니다. 이후 2000년대 초반에 세컨드 제너레이션이 해당하는 제품들이 나오고, 이것을 미국의 액시스사가 수입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됩니다. 특히, CES라던가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 꾸준히 나가면서, 세계 각국 평론가들의 호평을 얻은 것이 크게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연혁을 볼 때, 한국에 상당히 일찍 소개되었다는 느낌입니다. 그만큼 아시아 지역의 혼 스피커 사랑은 알아줄만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그럼 오데온만의 독자적인 테크놀로지에 대해 소개해주실까요?
AG : 우선 혼에 대해 말하죠.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이 혼의 형상입니다. 수많은 실험 끝에 원형(구형)으로 된 것이 제일 우수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경우 사방으로 자연스럽게 사운드를 방사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혼의 재질. 무엇보다 공진을 억제해야 합니다. 이 역시 많은 소재를 동원해서 연구했는데, 저희는 플라이우드가 제일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진도 억제하고, 소리의 자연스러움도 얻을 수 있습니다.
-드라이버는 어느 회사 제품을 씁니까?
AG : 저희는 오닥스(Audax) 제품을 씁니다. 단, 저희만을 위한 특주품을 씁니다. 오랜 기간 거래해서 저희가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있죠. 미드레인지의 경우, 구경이 작은 파이버 계통을 쓰고 있습니다. 단, 여기에 폴리아미드 소재를 적절하게 넣어, 일종의 샌드위치 타입으로 만듭니다. 무척 반응이 빠르고, 분할 진동이 거의 없습니다. 여기에 컴프레션 드라이버로 완성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네오디뮴 마그넷을 붙였습니다. 확실히 출중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혼 말고 오데온에서 특별히 지향하는 테크놀로지가 있다면 뭔지 알려주시죠.
AG : 사실 스피커는 혼 하나만 좋고 이러니 저러니 논할 성질의 물건은 아닙니다. 정말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어 있고, 뭐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답니다. 예를 들어 미드레인지의 경우, 혼을 장착하긴 했지만, 뒷부분의 챔버 역시 넉넉하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우퍼는 제트기처럼 공기가 잘 빠지도록 인클로저 설계를 섬세하게 해야 하고요. 또 캐비닛 내부엔 공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행을 이루는 형태를 지양해야 합니다. 저희는 캐비닛 밑에 덕트를 설치하고 있는데, 이른바 “다운파이어”(downfire) 방식이죠. 이 경우, 뒷벽과 옆벽의 간섭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사실 혼의 스피드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우퍼와의 조화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요?
AG : 좋은 지적입니다. 전대역이 같은 스피드로 리스너의 귀에 도달할 때, 제대로 된 음악 감상이 이뤄집니다. 이런 위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는 우선 크로스오버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설계도 뛰어나야 하지만, 부품 하나하나를 까다롭게 선별해야 합니다. 여기서 뭐 하나가 떨어지면,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단, 저희는 최대한 심플한 크로스오버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 전대역의 위상을 맞추기 위해 드라이버의 위치나 스피드 조정 등 여러 부분을 제대로 컨트롤해야 합니다.
-내부 배선재는 어떤 것을 사용합니까?
AG : 이 부분도 음질에 관계되어 무척 세심하게 선별했습니다. 그래서 7N 사양의 순동선을 쓰고 있습니다. 스피커 터미널은 WBT제.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죠. 아주 정확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니까요.
-현재 라인업을 보면, 단어로 된 것과 숫자로 된 것이 있습니다. 무슨 차이가 있나요?
AG : 단어로 된 것은, 전체적으로 톨보이 스타일의 캐비넷에 담은 타입이고, 숫자의 경우, 미드레인지 혼을 크게 부각시킨 디자인입니다. 전자가 보급형에서 중급기 정도라면, 후자는 중급기에서 플래그쉽에 해당합니다.
-아무래도 우리 애호가들에겐 숫자로 된 것이 더 친숙하리라 봅니다.
AG : 그렇죠. 현재 3세대째 진화를 하고 있어서, 향후 신모델을 만나보리라 생각합니다.
-오데온과 한국 애호가들의 인연은 좀 각별한 것같습니다. 창업 초기부터 소개되어 꾸준히 사랑을 받는 일은 별로 없기 때문이죠. 앞으로 한국에서 보다 활발하게 주목을 받았으면 싶습니다. 아무튼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회를 빌어 한국 애호가들에게도 감사를 표명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종학(Johnny 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