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현장의 음을 들려주고 싶다” 노르마 오디오 CEO 인터뷰
하이파이클럽 제 1시청실에서 제240회 노르마 오디오(Norma Audio) 시청회가 열렸다. 노르마 오디오는 1987년 이탈리아 크레모나(Cremone)에 설립된 제작사이다. 무엇보다 중립적이고 음악성 풍부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소스 기기와 앰프로 명망이 높다. 이날 시청회에는 CD플레이어 겸 DAC ‘Revo DS-1’, 프리앰프 ‘Revo SC-2’, 모노블럭 파워앰프 ‘PA 160 MR’가 이글스톤웍스의 ‘Andra III SE’ 스피커를 마음껏 울렸다. 실연 현장에 와있는 듯한 사운드였다.
그런데 이날 시청회 시작 6시간 전부터, 그리고 전날부터 기기 세팅과 케이블 교체 등을 통해 최적의 ‘노르마 사운드’를 들려주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 주인공이 있었다. 바로 노르마 오디오 CEO 겸 수석 엔지니어 엔리코 로시(Enrico Rossi)다. 자신이 녹음해온 CD를 재생해가며 스피커 점퍼선을 바꾸기만 수십 차례. 함께 자리를 했던 수입사 관계자 및 대리점 대표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심지어 이번 시스템을 최고로 만끽할 수 있는 스위트 스폿 딱 한 자리를 지정하기까지 했다. 엔지니어이자 음악 애호가로서 이같은 꼼꼼함이 기기와 재생음에도 고스란히 베어있음이 분명하다. 시청회를 앞두고 엔리코 로시 대표와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어 : 김편
인터뷰이 : 엔리코 로시(Enrico Rossi) 대표
- 반갑습니다. 본인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한국은 자주 오셨나요?
엔리코 로시 : 노르마 오디오 대표이자 테크니컬 엔지니어인 엔리코 로시입니다. 공대를 졸업했습니다. 한국은 처음입니다.
- 홈페이지를 보니 오디오 기기를 자동차에 자주 비유하시더군요. 자동차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엔리코 로시 : 특별히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철학, 영혼, 이런 것. 이 모든 것이 음악의 기본이 되겠죠.
- 크레모나는 음악인의 도시로 유명합니다. 아무래도 그러한 도시 전통과 분위기가 제품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크레모나는 몬테베르디, 폰키엘리, 스트라디바리, 아마티 등의 고향이다)
엔리코 로시 : 당연하죠. 크레모나는 음악적인 기회를 많이 줬습니다. 크레모나는 그런 도시입니다.
- 이제 본격 오디오 이야기를 해볼까요. 노르마 오디오는 스피드가 빠르고 투명하며 다이내믹스가 좋은 앰프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튜닝 작업하실 때 들어보니 100% 수긍이 갔습니다.
엔리코 로시 : 두 눈을 감아보시겠습니까? 이제 한쪽 눈만 떠보세요. 뭐가 보이시나요? (물병 바닥을 바로 눈 앞에 갖다 댔다) 이제 다시 감으시고 다시 떠보세요. 이번에는 뭐가 보이시나요?(이번에는 물병을 세워 눈 앞에 갖다 댔다) 결국 부분만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현장, 그러니까 음악회나 극장에서 듣는 음악은 종합적인 것입니다. 스피드, 다이내믹스, 온기, 아날로그, 감정,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음악의 좋은 소리가 나는 것이죠. 전체를 다 볼 수 있어야 합니다.
- 노르마 오디오의 제작 철학이 바로 그런 것이군요.
엔리코 로시 : 노르마 오디오에는 한 가지가 없습니다. 바로 인공적인 것, 인위적인 것이 없습니다. 인공적인 소리는 제가 듣기 힘듭니다. 참을 수가 없습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가 나와야 합니다. 딱 정의해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입니다만,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진짜 생생한 소리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 외관 디자인에 특별히 신경 쓰는 것이 있습니까.
엔리코 로시 : 외관 디자인은 젊은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맡습니다. 하지만 현대적이면서도 심플하고 우아한 외관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저는 기기 안쪽만 담당합니다. 안쪽은 깔끔한 것을 좋아합니다. 소리가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르고 간단하게 빠져나올 수 있는지, 소리 생각만 합니다.
▲ Revo DS-1
- 소스 기기인 ‘Revo DS-1’의 주요 특징 몇 가지만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엔리코 로시 : CD 모드와 DAC 모드를 리모컨으로 간단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클럭의 경우 외장 마스터 클럭을 끌어올 수도 있고, 내장 로컬 클럭을 쓸 수도 있습니다. 클럭은 사운드스테이지 형성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지터(jitter)가 있으면 포커싱이 안 이뤄집니다. 클럭이 좋아야 사운드스테이지가 살아납니다. ‘DS-1’은 가격을 떠나서 자연스럽고 인공적이지 않은 소리를 들려주는 기기입니다.
# ‘Revo DS-1’은 티악 CD메커니즘을 투입했고 버브라운 PCM1704 칩을 채널당 1개씩 써서 최대 24비트/192kHz까지 재생할 수 있다. 내장 로컬 클럭으로 22MHz와 24MHz 2종을 갖춰 각각 44.1kHz, 48kHz 신호그룹에 대응하는 점이 돋보인다. 디지털 파트와 아날로그 출력단에 각각 리니어 전원을 공급한다
- 버브라운 PCM1704 칩을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이 멀티비트 PCM1704 칩은 DSD를 지원하지 않는다)
엔리코 로시 : 제가 원하는 사운드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칩이었습니다. 여러 델타 시그마 칩을 테스트해봤는데, 현장감 있는 음악을 들려주는 칩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에 비해 PCM1704 칩은 다른 소리를 들려줍니다. 몇 주전 프랑스 딜러의 집에서 음악을 듣게 됐습니다. 1억5000만원짜리 DAC와 제 ‘DS-1’을 블라인드 테스트했는데, 다들 가격이 40분의 1밖에 안 하는 ‘DS-1’을 더 좋아했습니다. 귀로 안 듣고 눈으로 들으면 안 됩니다.
▲ Revo SC-2
- 프리앰프 ‘SC-2’는 액티브 모드와 패시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엔리코 로시 : 고품질 저항을 사용한 256 스텝 볼륨을 빠져나온 신호는 액티브 또는 패시브 모드를 통과합니다. 왜 패시브 모드를 집어넣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패시브 모드는 말 그대로 증폭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프리앰프의 99%는 높은 볼륨으로 들을 때도 앞단(소스기기)으로부터 들어오는 입력 전압은 1V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DAC의 출력전압은 통상 2V입니다. 따라서 입력신호의 전압을 어테뉴에이트(감쇄)하기만 하면 됩니다. 따라서 증폭이 필요 없게 되는 것이죠. 파워앰프로 가는 인터케이블 길이가 2m만 넘지 않으면 패시브 모드여도 상관이 없습니다.
- 그래도 패시브 모드면 다이내믹스에서 손해를 보지 않을까요?
엔리코 로시 : 보통 그렇게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좀 전에 들으신 상태도 패시브 모드였습니다. 처음에는 액티브 모드로 들으시다가 패시브 모드도 해보시면 결국 패시브 모드를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턴테이블을 쓸 때는 신호가 약하기 때문에 액티브 모드를 써야 합니다.
# ‘Revo SC-2’는 듀얼 모노, 모듈러 구성의 프리앰프. 때문에 DAC 모듈과 포노 모듈, 멀티채널 모듈을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다. 2MHz가 넘는 광대역 주파수 응답 특성, 5만1000uF에 달하는 대용량 평활 커패시터가 눈길을 끈다. 엔리코 로시 대표 말 그대로, 액티브 모드(17.5dB)와 패시브 모드(0dB)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를 쓴 리니어 전원부가 좌우채널 각각에 독립 전원을 공급한다. 볼륨단은 고정밀 저항과 릴레이를 이용한 아날로그 어테뉴에이터. 그러나 PDAA(Programmable Digital Analogue Attenuation) 프로그램에 의해 0.5dB 스텝으로 -127.5dB 범위에서 디지털로 제어된다.
▲ Revo PA 160 MR
- 모노블럭 파워앰프 ‘Revo 160 MR’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엔리코 로시 : 무엇보다 게인단(전압증폭단), 드라이브단, 출력단(전력증폭단) 각각에 클린 전원을 공급하는 점이 특징입니다. 보통의 파워앰프는 한 개의 파워서플라이가 모든 스테이지에 전원을 공급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노이즈와 리플이 많아지게 됩니다. 노르마 오디오에서는 저렴한 모델에도 이렇게 각 스테이지에 독립된 전원을 공급합니다. 그래서 (각 스테이지 사이의) 인터모듈레이션을 완전히 없앴습니다.
# ‘Revo PA 160 MR’은 클래스 AB 증폭으로 8옴에서 150W, 4옴에서 W를 내는 모노블럭 파워앰프. 400VA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로 이뤄진 리니어 전원부가 게인, 드라이브, 출력단 각각에 독립 전원을 공급한다. 출력단은 푸쉬풀 구성의 MOSFET을 4페어 컴플리멘터리 회로로 짰다. 2MHz 이상의 광대역 응답특성, 7만uF의 대용량 평활 커패시터를 자랑한다.
- 어떤 스피커와 잘 어울릴까요?
엔리코 로시 : 노르마 파워앰프의 장점이라고 자부하는 게 어떤 스피커든 소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큰 스피커도 울릴 수 있습니다. 밤에 조그맣게 들을 때도 좋습니다.
- 그런데 지금까지 모델명에 붙은 ‘Revo’는 무슨 뜻입니까. 레볼루션(Revolution)의 약자인가요?
엔리코 로시 : 하하. 아닙니다. 처음 디자인한 사람이 보내온 상자에 ‘Revo’라고 써있어서 그냥 쓴 것입니다. 어감도 좋았고요.
- 끝으로 오늘 시청회에서는 한국 애호가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까?
엔리코 로시 : 한국에 처음 와서 애호가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입니다. 제가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그분들이 청취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워가고 싶습니다.
-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엔리코 로시 : 수고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