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계 플래그십 ‘R8 아르테’의 탄생
오디오벡터 CEO 매즈 클리포스 인터뷰
덴마크 오디오벡터(AudioVector)의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R8 Arrete’(이하 R8 아르테)가 국내에 상륙했다. 4웨이 스피커 ‘R8 아르테’는 올해 5월 뮌헨 오디오쇼에서 첫선을 보인 오디오벡터의 신형 모델. 위로 지난 2010년 출시된 ‘R11 아르테’가 있지만 워낙 비현실적인 가격대인 점을 감안하면, ‘R8 아르테’야말로 오디오벡터 스피커 군단을 이끄는 현실계의 진정한 플래그십이다.
‘R8 아르테’ 국내 출시를 맞아 수입사인 소리샵을 방문한 매즈 클리포스(Mads Klifoth) 오디오벡터 CEO를 서울 청담동 소리샵 매장 셰에라자드에서 만났다. 오디오벡터 설립자이자 현 기술고문인 올레 클리포스(Ole Klifoth)의 아들인 그는 덴마크에서 부동산학과를 졸업했고 오디오샵을 몇 년 동안 운영하기도 했다. 1979년 설립된 오디오벡터는 덴마크 스피커 시장에서 부동의 1등 메이커. 2등이 다인오디오다. 현재 15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인터뷰어 : 김편
인터뷰이 : 매즈 클리포스(Mads Klifoth)
- 반갑습니다. 지난해 만났을 때보다 표정이 밝아진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새 제품 ‘R8 아르테’ 판매 실적이 좋거든요. 출시된 것은 지난 9월인데 3개월 만에 벌써 25조를 팔았습니다. 아버지도 매우 좋아하십니다. 사실 지난해(11월)에 만났을 때는 제 첫 프로젝트인 ‘QR 시리즈’를 론칭한 직후여서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번 ‘R8 아르테’는 저와 아버지가 3년 전부터 공동 기획한 모델입니다.
- 뮌헨 오디오쇼에서 공개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요?
한마디로 ‘압도적’(overwhelming)이었습니다. 쇼가 열린 나흘 내내 점심 먹을 시간도 없었으니까요. 뮌헨 쇼에서만 15조를 팔았습니다.
- 아무래도 이번 인터뷰는 ‘R8 아르테’에 집중될 것 같습니다. 출시 배경부터 들려주시겠습니까.
플래그십으로 ‘R11 아르테’가 있지만 너무 비싸기 때문에 현실적인 가격대에서 플래그십이 필요했습니다. (SR 시리즈 최상위 모델인) ‘SR6 아방가르드 아르테’와 ‘R 시리즈’의 가격 격차를 줄이려는 의도도 있었죠. 가성비만 따지면 ‘R8 아르테’가 ‘R11 아르테’보다 위너(winner)입니다. “(8년 전에 나온) ‘R11 아르테’보다 싸고 성능은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아시아 딜러 측의 요구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시장이 원했던 제품입니다. 다행히 음질이 기대 이상이어서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1. 오디오벡터 현행 스피커 라인업은 R 아르테 시리즈, SR 시리즈, QR 시리즈로 나뉜다. 이중 SR 시리즈가 조금 복잡한데 위부터 SR6 아방가르드 아르테, SR6 아방가르드, SR6 시그니처, SR3 아방가르드 아르테, SR3 아방가르드, SR3 시그니처, SR3 슈퍼, SR1 아방가르드 아르떼, SR1 아방가르드, SR1 시그니처, SR1 슈퍼로 서열이 매겨져있다. SR6와 SR3는 플로어 스탠딩 모델, SR1은 스탠드 마운트 모델, 엔트리 라인업인 QR 시리즈는 플로어 스탠딩 타입의 QR3와 북쉘프 타입의 QR1으로 짜여져 있다.
#2. ‘R8 아르테’는 4웨이, 7개 유닛으로 구성된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전면 상단에 AMT 트위터 1개, 그 밑에 6.5인치 미드레인지 유닛 3개, 후면에 4인치 미드 우퍼 1개, 바닥면에 아이소배릭 구성의 우퍼 2개(6인치, 8인치)가 장착됐다. 우퍼 2발은 모두 바닥면을 향한 구조. 후면에 미드 우퍼를 붙인 것은 앰비언트 특성을 높이기 위해서, 우퍼 2발을 아이소배릭으로 바닥면을 향하게 한 것은 스피커 위치에 상관없이 풍성하고 깊게 내려가는 저역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주파수응답 특성은 22Hz~55kHz(-6dB)이며 크로스오버는 100Hz, 250Hz, 3kHz에서 이뤄진다. 공칭 임피던스는 8옴, 감도는 92.5dB.
- ‘R8 아르테’에는 신기술이 많이 투입된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우선 프리덤(Freedom) 접지 기술입니다. 유닛 진동판이 움직일 때 원치 않는 전류가 새어 나오는데 이를 접지 케이블을 통해 그라운드로 흘려보내는 기술입니다. 전원 플러그처럼 생긴 전용 접지케이블 플러그를 벽체 콘센트나 멀티탭에 꽂고 플러그에 달린 2개 케이블을 스피커 후면에 마련된 전용 단자에 각각 연결해주면 됩니다. 프리덤 접지 효과를 직접 확인해보실래요? (매즈 클리포스씨는 인터뷰 도중 직접 AB 테스트를 시연했다)
- 생각 이상으로 차이가 많이 나네요. 무엇보다 배경이 말쑥해지고 여린 음들이 더 잘 들리는 것 같습니다. 스피커 내부 접지선은 모든 유닛에 연결되는 건가요?
트위터만 빼고 모두 연결됩니다.
- 미드레인지 유닛 진동판도 새로 설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R8 아르테’의 3개 미드레인지 유닛 진동판은 풀 카본 섬유 콘 뒤에 노멕스(Nomex) 아라미드 섬유 콘을 붙여 기존 진동판보다 좀 더 가볍고 강해졌습니다(기존에는 카본과 유리섬유 복합 콘 뒤에 노멕스 콘 접합). 덕분에 보다 빠르고 착색이 없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한마디로 SR 시리즈에서 더 발전한 유닛입니다. 후면 플레이트도 기존 알루미늄에서 풀 카본으로 바꿔 왜곡을 8% 줄였습니다. 3개 유닛은 모두 저희가 새로 설계했고 조립만 덴마크의 스캔스픽(Scanspeak)에서 이뤄집니다. 후면 4인치 미드 우퍼 유닛은 스캔스픽이 ‘R8 아르테’ 전용으로 만들었습니다.
- 오디오벡터가 스캔스픽과 협업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오디오벡터가 설계 디자인을 하면 스캔스픽이 유닛을 만들고 조립하는 방식입니다. 오디오벡터와 250km나 떨어져 있지만, 스캔스픽은 스피커 드라이버에 관한 한 최상의 파트너입니다. 풀 프로덕션을 가진 유일한 업체이기도 하고요. 오디오벡터는 덴마크에서 모든 부품을 구해 덴마크에서 직접 만듭니다.
- 오디오벡터 스피커의 상징은 역시 AMT 트위터가 아닐까 합니다.
그렇습니다. AMT(Air Motion Transformer)는 독일의 오스카 하일 박사가 1960년대 말에 발명한 스피커 유닛 작동원리입니다. 주름 모양으로 접혀진 진동판에 음악 신호를 보내 마치 아코디언처럼 펴졌다 오므려졌다 함으로써 공기를 밀어내거나 빨아들이는 것이죠. 전기신호를 이렇게 공기의 움직임으로 바꾼다고 해서 ‘에어 모션 트랜스포머’입니다. 하지만 오디오벡터 AMT 트위터가 다른 제품과 다른 것은 트위터 후면이 개방됐다는 것이죠. 진동판 후면에서 발생하는 음파를 효과적으로 방사시켜 고역대의 에어리한 공간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R8 아르테’에서는 이 ‘오픈 백’ 구조를 트위터는 물론 미드레인지 유닛에도 적용했습니다.
- 후면 미드 우퍼와 바닥면 서브우퍼에도 적용이 됐나요?
아닙니다. 후면 미드 우퍼와 아이소배릭 우퍼는 밀폐형입니다.(실제로 ‘R8 아르테’ 후면 배플을 보면 총 4곳에 세로 슬롯들이 나있다. 이 4개 ‘구멍들’을 통해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유닛 3개의 후면파가 빠져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 7개 유닛인데 4웨이 구성입니다. 오디오벡터가 즐겨 사용하는 3.5웨이 방식이 아닌 점도 궁금합니다.
후면 미드 우퍼 1개는 별도 필터를 사용합니다. 3.5웨이를 안 쓴 것은 애호가들에게 오디오벡터가 4웨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덕분에 보다 하이엔드 사운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매즈 클리포스씨가 구체적인 언급은 안 했지만 3kHz 이상은 AMT 트위터, 250Hz~3kHz는 미드레인지 유닛, 100Hz~250Hz는 6인치 우퍼, 100Hz 이하는 8인치 우퍼가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 ‘R8 아르테’의 또 다른 특징을 꼽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외관 디자인을 보면 내부 정재파를 없애기 위해 라운드 인클로저 형상을 채택했습니다. 인클로저 재질은 고밀도 HDF이고, 내부는 브레이싱 처리가 돼 있습니다. 천연 댐핑재도 들어가 있습니다. 앞뒤면 배플을 항공 등급의 풀 알루미늄으로 한 것은 진동을 잡기 위해서, 전면 배플을 좁게 한 것은 회절을 줄이기 위해서죠. 또한 7N OFC 선재와 크로스오버를 모두 극저온 처리한 것, 플러스와 마이너스(리턴선) 선재의 굵기를 달리한 것도 특징입니다. ‘R8 아르테’는 새로운 컨셉트에, 최고의 기술력이 들어간 스피커로 보시면 됩니다.
- 내부 배선과 부품의 극저온 처리는 상위 ‘아르테’ 모델에만 채택돼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르테’가 무슨 뜻입니까.
그리스어로 최고의 기술이나 장인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작은 마을에 사는 10명이 각각 ‘요리에서는 내가 아르테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제품이라는 뜻에서 ‘R8’에도 ‘아르테’를 붙였습니다.(‘아르테’와 관련, 그는 지난해 필자와 만났을 때 아르테 모델과 아르테가 아닌 모델의 차이를 AMG 튜닝 벤츠와 그냥 벤츠, 콰트로 아우디와 그냥 아우디, M 디비전 BMW와 그냥 BMW의 차이라고 비유했다)
- 감도가 92.5dB로 높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희가 진공관 앰프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예전에 7W 짜리 싱글엔디드 진공관 앰프를 만들었는데 이 앰프로도 울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에어타이트, 드비알레, 헤겔, 에이비크, 네임, 그리폰 등 다양한 앰프에 물려 테스트를 합니다.
- 기존 SR, QR 시리즈에도 변화가 있나요?
내년 1월에 새 AMT 트위터를 단 ‘QR5’가 나올 예정입니다. 가격은 3000유로 정도 될 것으로 보이는데, 좀 더 개방적이고 디테일에 강한, 그러면서도 펀치력이 있는 스피커가 될 것 같습니다. ‘QR3’와 ‘QR1’은 인기가 좋아 변화 없이 갈 예정입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아, 내년 봄에 결혼을 한다고 들었는데 미리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제 표정이 밝은 것도 그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