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튜닝의 달인 유동화 님
바람직한 오디오문화의 제시를 위한 하이파이클럽의 행진은 계속된다.
-llhtmlll-
벼르고 별러왔던
매니아탐방의 첫번째 영예(?)는 분당에 사시는 유동화님에게 돌아갔다. 독특하고 집념어린 룸튜닝기술로 도인의 경지에 들어서고 있는
매니아이다. PC통신 동호회에서 이 분의 룸튜닝에 대한 얘기는 종종 화제의 대상이 되곤 한다. 또한 이분은 유행을 따라간다거나
매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제품들은 잘 키우지않는 야인기질을 지닌 소위 '하이 빈티지'파(일부 회원들이 만든 말임)에 가깝다.
아파트문을 열고 들어서니 농구선수 정재근, 아니 정재근을 닮은 주인장께서 신비로운 미소를 띄우시면서 맞아주셨다. 표정에서도 튜닝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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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라인업 -스피커 : TDL Reference Standard
파워앰프 : 오디오리서치 D-160
CDP : Teac VRDS20 with L-Clock XO
DAC : Manley Reference
Speaker Cable : Transparent Reference XL
전원장치 : Powertek PAV-3300, 토파즈 차폐트랜스
- 사운드 경향 -
유동화님의 리스닝룸은 약 4-5평 정도의 방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 최근에 스피커를 교체하셨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바 있어서, 일전에 들었던 시스템과의 비교시청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양옆을 채우고 있는 검은색 스피커가 시선을 잡아끈다.
트랜스미션 라인스피커로 유명한 영국 TDL社의 최상급모델 'Reference Standard'이다. 키는 과연 탄노이의 GRF 메모리만하고 폭은 사진에서 본 것보다 펑퍼짐하지 않고 날렵해보였다. 이 회사의 스피커는 예전에 국내가전사에서 자신의 브랜드로 제작/판매한 적이 있었는데, 차분한 음색이지만, 상당히 음이 뻑뻑하고 무겁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물론 이 모델과 비교해보면 보급기에 가까운 기종이었지만, 선입관의 영향은 큰 것이기에 TDL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남아있었다.
자리를 옮겨가면서, 그리고 인터뷰를 하면서 약 두시간정도 시청을 해보았다. TDL의 스피커는 저음을 상당히 명료하게 마무리하고 있었다. 거치형 트랜스미션타입이지만, 밀폐형과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오디오리서치의 파워로도 저역에 부밍기가 있다거나 넉넉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밀도감있는 저역이다. 다만 공간이 넓을수록 스피커의 장점이 더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피커의 크기가 크다고 해서 음장을 무리하게 만들려고 하지않고 자연스럽고 적당한, 그러면서도 차분하게 무대를 만들어내는 점은 아주 맘에 들었다. 이 정도라면 오페라를 진지하게 들어보기에 충분할 것 같다.
- 아무나 안가르쳐주는 튜닝의 노하우 -
잡지책이나 기타 매니아들의 권장사항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에 근거한 소리만들기 - 오디오매니아 취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유익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이런 요소들이 아닌가 싶다. 어지간히 고집스럽거나 아무 조건없는 취미성이 발휘되지 않으면 누가 돈주고 해보라고 해도 쉽지 않은 작업이기 때문에 그냥 음악이나 편히 들으면 되는거 아닌가 하는 사용자들에게는 꿈같은 얘기이다.
유동화님의 리스닝룸을 가만히 살펴보면 어느 물건하나 예사로운게 없다. 무슨 특별한 물건을 사용한 게 아니라, 각각 의미있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나씩 살펴보다보니 시간이 모자를 정도이다.
스피커위에는 덤벨이 올라가 있다. 음상이 흔들리는 것을 방지해주고 저역을 단단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서 무게가 가벼운 소형스피커에 종종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유동화님의 경우에는 평면적인 소리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한가지 주의사항은 덤벨이 스피커표면에 직접 닿게 하지 말고 얇은 완충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유동화님의 경우에는 3M에서 만드는 평범한 접착테입을 사용하고 있었다.
파워앰프와
CDP위에는 돌덩이가 한덩어리씩 올라가 있다. 기기에 직접 올리는 것이 아니고 블랙 다이아몬드의 3번과 4번을 받침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완충재의 재질은 상당히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충고를 하셨는데 여러가지 완충재를 사용해본 결과, 금속의 경우에는
경질의 소리가 나고 고무재질은 소리가 물러진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공간의 느낌이 살아나고 저역의 밀도감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맨리의 DAC 아래에는 손가방이 하나 깔려있었는데, 정말 이게 오디오에 쓸만한 악세사리인가 싶을 정도로 우스워 보여도 내부에 공기를 주입시킨 쿠션이라고 하셨다. 이 공기완충재는 다른 사용자에게도 적극 권장하는 유동화님 튜닝기술의 핵이라고 할 수 있다.
트랜스페어런트사의 최상급모델인 스피커케이블은 네트워크박스의 무게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스피커케이블을 자세히 보다보니, 선재가 스피커까지 갈 때까지 절대로 바닥에 닿지않게 받쳐져있어서 기겁을 했다. 네트워크박스는 고밀도 스펀지재질(매트리스로 사용하는)로, 그리고 케이블은 그냥 바나나핀같은 것으로 받쳐놓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음이 더 타이트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DAC아래 받쳐놓은 완충재와 비슷한 효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정말 예사로운게 하나도 없다. 방안에 뿐만이 아니라 험때문에 외부 베란다에 놓아논 차폐트랜스에도 뭔가가 올려져 있다.(하단 사진 참조). 기기에 사용한 튜닝기술은 이 정도로 요약하고 방안을 둘러본다.
스피커사이에 있는 음향판, 뒷벽에 있는 음향블럭, 전면 양코너에 서있는 돗자리는 더이상 놀랄만한 일이 아니었다.
천정과 옆벽에서 또 예사롭지 않은 물건이 발견된다. 벽을 따라서 지그재그로 붙여놓은 얇은 코르크같이 생긴 잔향스티커... 이건 잡지에서 보긴 했는데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가 궁금했던 차였다. 하지만, 아직은 검증단계라서 눈에 띄는 효과를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을 하셨다.
유동화님은 도자기조각을 기기위에 얹어놓는 것까지 시도해보셨다고 하는데, 고역이 자극적인 경우에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본인의 경우에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 오디오력, 오디오철학 -
일반적인 오디오편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유동화님은 7년전 국산콤포넌트로 자신의 시스템을 시작했다. 그후, 잡지를 통해 본격적으로 하이파이에 입문하게 됐으며, 그 다음부터는 그리 흔치않은 기기들이 들락거렸음을 알게 되었다.
스피커는 미션, 어쿠스틱 랩, 어쿠스틱 에너지, 포커스, ATC, 셀레스천 등을 거쳐왔고, 파워앰프는 AMC, Krell, 실바웰드 등을, 프리앰프로는 캐리, 퍼스트사운드, 오디오리서치 등을 거쳐서 현재의 시스템에 이르렀다고 한다. 기기를 고르는 과정자체도 상당히 신중하지만 궁금한 기기를 구해듣는 수완이 좋으시다는 인상을 받는다. 항상 취향에 맞는 기기는 집에서 들어보고 결정을 하신다니 말이다.
유동화님이 비중을 많이 두는 부분은 질감과 해상력이다. 이 스피커를 사용하기 전까지는 스피커의 포커싱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소위 음장 등의 공간적인 특성보다는 음악성이나 보컬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재생할 수 있느냐에 치중을 한다고 하셨다.
갑자기 프리앰프를 치우고, 맨리 DAC를 통해 직결을 시도한 특별한 동기가 궁금했다. 하지만, 갑자기라고 할 수 없는 게, 생각해보니 일전에도 패시브프리를 사용했던 기억도 있고 케이블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는 모습 등으로 보아 이분은 직결을 선호하지 않을까 짐작을 해보게 된다.
소스쪽에서는 맨리 DAC가 눈에 들어와서 그 효과에 대해 궁금했는데, 음악적인 재생에 있어서의 효과이외에는 사용전후에 별다르게 큰 차이는 없다고 하셨다. 자주 듣는 레파토리를 여쭤본 결과, 레이블로는 DG의 오리지날 시리즈를 선호하셨고 장르에서는 대편성과 피아노, 그리고 최근에는 보컬의 매력에 빠지셨다고 한다. TDL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였다.
일전의 패시브프리는 깨끗, 정숙한 맛에 사용하다가 음악성에 비중을 두어 일반 프리를 사용했었지만, 앞으로는 프리를 굳이 추가할 계획은 없으며, 현재 트랜스포트의 밸런스감이 떨어져서 디지털적 요소를 배제하고 아날로그적인 소리를 내주는 트랜스포트를 구할예정이라고 했다. CEC TL1 같은 모델을 고려중이시라고... 또한 기기보다는 음반에 비중을 두어 좀더 체계적으로 컬렉션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음반이 얼마 안돼서... 라는 말을 계속 하셨지만, 대충 세어봐도 500-600장은 넘어보여서 방문객의 기를 꺾어놓으셨다. 한가지 특기할 만한 내용은 이분은 오디오기기구입에 관한 한 마나님과 비밀이 없으시다고 한다. 가격이나 제품구입계획에 있어서나 항상 적극적인 후원자라고 자부하셨다. 음... 이건 대부분의 매니아들에게 항상 부러운 얘기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 첫 탐방을 마치며... -
초보시절을 회고해보면서
새롭게 오디오를 시작하는 사용자들에게 한마디를 부탁드렸다. 유행타는 인기모델에 끌려다니지 말고, 시체말로 한물간 기기에 관심을
기울여보라고 하셨다. 의외로 설득력있는 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 이유다. 단, 오래된 기기일수록 전원부와 커넥터에
신경을 써서 선택을 해야한다는 단서를 덧붙였다. 하이파이클럽에 대해서는 훌륭한 사이트라는 정외과 멘트를 하셨다. ^^. 본인의 철학답게 새로운 기기말고 예전 모델을 많이 소개해달라는 요청도 하셨다. 반영을 해보려고 곰곰히 생각을 하다 보니, 그건 거꾸로 우리가 유동화님에게 부탁할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돈문제를 앞서서 오디오매니아를 더욱 꼼짝못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요인은 '기기선택에 대한 자유의지의 한계'인 것 같다. 프레타 포르테 모델보다 잘빠진 오디오기기 앞에서 판단력이 흔들리지 않을 철인이 과연 몇명이나 될 것인가 궁금하다. 나보다 많은 기기를 두루 섭렵하고 예술의 전당을 집처럼 들락거리는 소위 '고수'들 앞에서 얼마나 나를 지켜낼 수 있을까?
오디오력이 늘어감에 따라 자신만의 철학 역시 따라주지 않으면 자기모순속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게 돈으로 해결이 된다면 차라리 편할 지 모르지만, 그렇지 못하기에 완치가 불가능한 병으로까지 표현되고 있는 것 같다.
남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스스로가 즐거워져야 할 음악적 취향에 있어서 자신의 기준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여러 매니아들로부터 갖은 유혹과 공갈협박(?)을 당하셨을 것으로 보이는 유동화님은 일찌기 남과 다른 자신의 취향을 세워놓고 일체의 외부 공진을 억제시켜온(?) 용기있는 매니아의 표상이라고 해야할 것 같고, 오디오를 하려면 이정도의 정성을 드린 후 기기 탓을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장시간의 인터뷰에도 줄곳 성의껏 협조하여 주신 유동화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이것으로 첫번째 매니어 탐방을 마친다.
- 룸튜닝에 대한 보너스 사진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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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 의자 뒷벽에는 음향블럭을 붙혀서 뒷벽에서 반사에 의한 울림을 제거. | 벽에 붙혀놓은 잔향 스티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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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폐트랜스는 험때문에 베란다에 내놓고 그 위에 아령을 올려놓았다. | 오디오 세팅에 있어서 수평계는 필수. 각종 기기 세팅 후 수평계를 이용하여 기기의 수평도를 유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