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조병식 님
툴툴 거리며 도착했던 댁은 천리안 하이파이 동호회 내에서 ' 새인 ' 님으로 통하는 분이신데, 그분이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대망(?)의 두번재 탐방기의 주인공은 분당에 사시는 조병식님이시다. 첫인상에도 깔끔한 모습을 보이시면서 한눈에도 오디오 기기에 대한 열정의 내음을 풀풀~ 풍기시는 학구적인 모습도 언뜻 보였다. 조병식님은 또한 바로 첫번째 탐방의 주인공이셨던 유동화님과 지속적인 교분을 쌓으시면서 많은 오디오 정보를 서로 교환 하신다고 한다. 일주일에 하루라도 연락을 하지 못하면 전화기에 서리가 낀다나..필자를 보시곤 참 맘씨 좋게 생겼다고 칭찬 아닌 칭찬을 하셨는데, 정치외교적인 발언이라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는 속마음을 삭이면서 냉정하게 취재에 임했다. (^^;)
-현 시스템 소개-
스피커 : ATC SCM20SL
프리 : BAT 5i
파워 : Pass X-350
소스 : MarkLevinson 36+37
커넥터 : Audio Quest 'Dragon'(스피커), Nirvana SL, PAD Maximus ( 이상 Balance Inter)
기타 : Tice 전원 컨디셔너
- 사운드 경향-
비교적 넓은 아파트에서 가장 큰방을 오디오 전용룸을 사용하고 계셨다. 부인께서도 오디오에 관심이 많으신듯 오디오를 세팅해놓은 방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들어가자 마자 실례를 무릅쓰고 한곡을 청했다. ATC, Pass, BAT, MarkLevinson CDP 등으로 구성이 된 고급 시스템이었는데 패스의 음의 재생형태는 칭찬하실만 하였다. 필자가 들어봐도 질감과 해상력 구동능력을 두루 갖춘 앰프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계속 듣고 있으면서 중고역의 질감은 상당히 유연하게 재생되었다. 이전에 어떤분 댁에서 들었던 마크 23.5와의 매칭에서 억지스럽고 투박하다는 ATC 20의 인상을 불식시키는 인상이었다. 주인의 깔끔한 성격 답게 리스닝룸의 세팅도 가급적 깔끔하게 유지하시려는 인상을 받았고, 불만이라고 말씀하셨던 나긋함은 아마도 시간이 해결해줄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다만 아쉬운점이랄까? 프리앰프와 파워앰프와의 상성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는데(개인적인 주관이다.), 중저역쪽의 해상도가 좀 불만인듯 싶어서 같이 간 하이파이 클럽 팀과의 상의결과 일단은 실텍으로 만든 사제 바이와이어링 선이 문제인듯 싶었다. 사실 회사의 제품에서 나온 금속 플레이트는 가급적 사용을 하지 말기를 권하고 있지만 (이점은 동의한다) 시스템에 사용되었던 바이와이어링 선은 중저역대를 부풀리고 전체적인 해상도를 해치고 있었다고 판단되어 주인의 허락을 얻어 제거 해보니 많은 진전이 있었는데 조병식님도 그점은 이전부터 알고 계셨다고 한다.자작을 하여 바이와이어링 선재를 만드는것은 만드는 즐거움은 있지만 퀄리티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전체적으로 유연하며 나긋 나긋한 음을 지향하시는듯한 세팅이었는데 ATC에서 그런 나긋함이 나온다니 다소 의외였다.
- 오디오 경력 및 철학 -
조병식님은 오디오를 접하시게 된것은 대략 8년쯤 전이라고 하신다.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에 합창단에서 활약하신 경험이 있으셨기에 그 재생음을 항상 염두에 두신다고 하는 나름대로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계신분이기도 하다. 이분도 어느 여느 오디오파일들과 마찬가지로 인켈의 풀시스템으로 시작하셨다가 6년전쯤 뮤지컬 피델리티, 하베스, 필립스로 구성된 시스템을 구성하게 되셨다고 한다. 현악4중주의 재생이 단아하고 감미로와서 한동안 위의 시스템으로 즐기고 계셨는데 이전의 음악경력 탓인지 합창곡 들에 대한 불만이 계기가 되어 앰프를 맥킨토쉬 C34V + MC7270으로 업그레이드를 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매칭은 궁합이 전혀 맞지 않아서 바로 Convergent Audio Technology(CAT) 프리와 제프롤런드 모델 2, ATC 20SL 스피커로 업그레이드를 단행하셨다고 한다. 매칭상의 운영의 묘를 사실려는 조합이었다고 하시는데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셨으나 저역의 컨트롤이 난제였다고 하신다. 그밖에 음색이나 질감은 매우 좋았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다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아는 지인으로 부터 Pass Aleph X-350, BAT(Balanced Audio Technology) 5i, MarkLevinson 36DAC, 37 CDT 로 일괄 업그레이드 하셨다고 한다. 그것이 현재의 시스템이라고 하신다.비교적 오랜기간 동안 합창단에서 활동을 하신때문인지 대편성 합창곡의 재생을 우선시 하셨다. 일단 대편성 합창곡에서 스케일감의 재생, 스케일을 동반한 에너지의 전달감을 우선으로 꼽으셨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재생음의 밀도감과 질감도 매우 중요시 한다고 말씀하신다. 거기에 덧붙이자면 음악은 역시 편안하고 음악적으로 재생되는것이 아니냐며 웃으신다.
- 룸튜닝에 대한 노하우 - 사실 조병식님은 이전에 딱 한번 방문해본적이 있었는데 그때보다는 음질적으로 많은 향상을 보이셨다. 궁금해 하는 주변사람들이 있어서 그 문제에 대한 언급을 해야겠기에 질문을 드려 보았다. 일단 당시에는 시스템이 놓였던 위치가 맘에 들지 않으셔서 전면적으로 위치를 수정하셨다고 한다. 그다음 꾸준하게 튼것 말고는 없으시다고 겸손해 하셨지만 보이지 않던 S4 Design의 베이스트랩이나 CD 장식장도 좌우로 보이길래 질문을 드렸더니 방에서 플래터 에코가 심해서 그것을 잡을 목적으로 가져다 놓으셨다고 한다.
사실 조병식님은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고 해야 할까? 방에 오디오 이외의 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곤 하셨는데 튜닝재가 들어가는것을 보면 아마 조만간 다시 대대적인 튜닝작업이 이루어지실듯한 예감이 든다. 그래서 룸 튜닝에 대한 질문을 드렸더니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해주셨다 . '첫째는 스피커 뒷벽에 커텐을 드리우고 옷(!) 등을 사용해서 방의 울림을 컨트롤 하였다. 둘째는 저역의 콘트롤을 할 목적으로 베이스트랩을 사용하였지만 저역의 개선이라기 보다는 음이 순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라고 하셨다.
그래서 특별히 룸 튜닝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여쭈어 보니 다소 의외의 말씀을 해주셨는데 일단 집안에서 구할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우선 튜닝을 해보고 안되면 최후의 수단으로 각종 튜닝장치를 구입하는것이 자신의 생각이라고 밝히셨는데 룸의 천정의 효과를 더욱 위로 올리는 튜닝재를 구입을 하셨지만 자꾸 많은 것을 더덕 더덕 붙이는것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으신다는 말씀을 하신다. 현재에도 계속해서 튜닝중이라 딱히 어디가 좋고 나쁘고를 말할수는 없지만 좀더 나긋한 재생음을 원한다고 하신다. 그 외에는 아직 할말은 없으시다고 하셨지만 패스 X-350에 대한 인상이 좋아서 기기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렸더니 제일 애착이 가시는 기기라고 밝히신다. 압도적인 구동력을 가지고 있지만 별로 내색을 하지 않으면서 음의 묘사력이 탁월하다고 평을 하시는데 특히 음악적 표현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자평하고 계셨다. - 향후 업그레이드의 계획은 ? - ATC 스피커의 재생음이 다소 부담스러워서 몇차례 방출을 시도 하였는데 보체디비나의 테노레, 소프라노 등을 들어본 결과 그다지 맘에 들지 않고 본인의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으시다고 밝히셔서, 현재의 시스템에 머무르고 계시다고 한다. 그래서 장차 스피커는 와트퍼피 6를 염두에 계신다고 하셨고, 앰프는 나그라 PL-P등을 고려하고 계신다고 한다. 하지만 기기 보다는 많은 음반을 접해 보고 싶다고 하시면서 음반컬렉션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구입할것이라고 말씀하시는데,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사실은 여태 써오셨던 기기들에 대한 기록이라고 해야 할까? 기기들에 대한 히스토리를 조그마한 수첩에 꼼꼼하게 기록을 하였던것이 정말로 놀라웠다.
한편 업그레이드 문제에 있어서는 주변의 여러 동호회원들로 부터 많은 자문을 구하신다고 한다. 조병식님도 유동화님과 마찬가지로 가급적 집에서 들어보시고 구입여부를 결정하신다고 말씀하시는데 자신은 상당히 복이 많은 오디오파일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쑥쓰러워 하시면서도 당장 해야 할 일로 케이블쪽의 보강쪽에 많은 관심이 있다고 하신다. 하지만 말씀하시는 중간중간에 눈빛을 반짝이면서 진지하게 말씀해주시는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꼈다.그래서 오디오를 처음 장만하는 분들께 몇가지 조언과 오디오 생활을 하시면서 일어날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말씀을 부탁드렸다. 조병식님의 답변은 우문의 현답 이라고 해야 하나? 매칭에 대한 노하우나 스펙 같은것들은 사실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이기도 하지만 전기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너무 없어서 힘들었고, 샵들로 부터 그릇된 정보를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정보를 접할 기회가 너무나 힘들었다고 회고 하신다. 특히 기기의 구입시에 제대로된 가격정보나 물건을 구입하시기 매우 힘들다고 토로 하시면서 처음 오디오를 장만하시거나 앞으로 업그레이드를 염두에 두시는 분들에게는 절대로 서두르지 말것을 당부하셨다.
- 맺으면서 - 골드베르그 협주곡을 좋아하시면서 한편으로는 하이든의 천지창조, 헨델의 메시아등을 즐겨들으시는 조병식님, 여태까지 사용해오셨던 오디오 기기에 대한 느낌이나 중요한 사항등을 빽빽하게 적어놓으신 수첩을 보여주시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에너지감 과 나긋함, 질감과 음장 ...어떻게 보면 두마리의 토끼를 잡을려는듯한 모습일수도 있지만 항상 그러한 자세가 많은 오디오 파일들이 자택에서 세팅하고 자신의 기기를 항상 닦고 조이고, 스피커 위치를 옮기는 모습의 전형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마도 조만간 다시한번 재생음이 다시 바뀔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일요일밤..다시 분당에서 서울로 오는 도로는 그날따라 유독 시원하게 트여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