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정공법으로 승부한다 - 박재범 님
<서초동의 주택가. 예전에 업무상 종종 들르던 동네라서 낯설지가 않다. 대로변에서 한블럭만 안쪽으로 들어왔을 뿐인데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진다. 집안에 들어서자 더욱 정숙해진다. 박재범님의 안내로 시청실이 있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박재범님은 유학기간을 거치느라 아직 미혼인 관계로 기기구매나 배치등에 있어서 별로 구애받지않는 행복하고 자유분방한 매니아의 모습 그대로이다. 이층의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로 앰프와 소스기기를 마주치게 된다. 스피커는 특이하게도 약간 옆쪽의 벽에붙여 자리잡고있는데, 자유로운 출입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세팅이라고 생각했지만 시청을 해본 이후에는 나름대로의 설득력이 있는 배치임을 알 수 있었다.
[구성시스템]
* CDP : Accuphase DP65
* Pre : Cello Encore 1MΩMK2
* Power : Jadis JA100 mono block
* Speaker : Voce Divina Tenore
Cables
* CDP to Pre : XLO 2.1S
* Pre to Power : NordOst SPM reference
* Power to Speaker : AudioQuest Dragon MK2
[중용의 멋을 갖춘 사운드]
주변의 매니아중에서 오랜만에 쟈디스를 발견하게되어 신선했다. 보편적인 성향이 아니고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지 않으면, 디자인과 소문만 듣고 덤볐다가는 낭패를 보기 쉬운 아이템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프리는 첼로의 앙코르... 이런 조합은 어떤 소리가 날까 상당히 궁금해진다.
보체 디비나의 테노레는 하이엔드팬들에게는 정평난 스피커중의 하나이다. 주로 동사의 소프라노를 사용하다가 저역의 부족을 호소해서 옮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역시 소문만 듣고 들였다가는 바로 실려나가곤 하는 스피커이다.
첫 인상은 상당히 중용에 접근한 사운드라는 인상을 받는다. 깨끗한 배경과 함께 저역의 해상도가 먼저 귀에 들어온다. 중고역대가 유연하며 중역대는 적당히 살집이 있으면서 두툼한 느낌이다. 스테이징, 해상도, 질감, 다이나믹 등 어느 특성에 있어서나 '적당하다'는 말을 쓰고 싶어진다.
전반적으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개성있는 사운드라기 보다는 장르를 가리지않는 상당히 이상적인 사운드라는 느낌을 갖게된다. 실제로 이분이 듣고있던 CD들을 보면 메인스트림 클래식보다는 재즈와 크로스오버나 다쟝르음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사운드면에 있어서 많은 연륜이 짐작되는데, 이분의 연배를 봐서는 산전수전을 다 겪어온 매니아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고해서, 오디오력이 궁금해진다.
박재범님 역시 국산 인켈에서부터 오디오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대학시절에 밴드생활을 거쳤던 바, 기타연주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JBL이나 야마하같은 기기들을 사용했었다고 한다. 그 이후에 B&W의 DM 시리즈와 데논의 인티앰프로 시스템을 구성했다가, 스피커는 계속 B&W의 802, 803을 거쳐 패러다임, 유니티 오디오, 소프라노로 이어졌고, 앰프는 소닉 프론티어, 오디오 리서치, 그리고 BAT의 프리로 구성되어왔다고 한다. 한두기기를 제외하고는 생각보다는 보통의 매니아들과 큰 차이점은 없어보였다. 시스템구성상의 취향을 여쭤보았다.
[영원한 숙제 - 자신만의 시스템]
우선 제품의 희소성을 높이 산다고 한다. 남들이 사용하지않는 기기를 선호한다는 얘기.. 개인적으로 전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이다. 박재범님은 유학생활중에 시스템적인 변화나 오디오관에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어보임을 짐작해보았다. 전체적인 시스템이 하이엔드적이면서도 사운드면에 있어서는 보편적인 하이엔드와 다른 감칠맛이 배어나오는 점은 이런 시스템적인 역사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시스템변화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스피커를 상당히 자주 바꾸는 편이라고 한다. 현재의 스피커도 조만간 대체될 예정이었다. 현재 생각중인 모델은 베리티오디오의 '파르지팔'. 상당히 기대되는 스피커였다. 그 다음 파트로는 프리앰프에 많은 비중을 둔다고 한다. 프리앰프야 말로 사운드의 핵을 이루며 파워앰프는 나머지 조율을 맡을 뿐이라는 오디오관을 피력했다. CDP는 현재의 어큐페이즈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으며 당분간 바꿀 계획이 없다고 한다.
케이블중에서 교체가 시급한 곳이 전원케이블이었는데, 피치못할 사정으로 현재 좌우에 서로 다른 케이블을 임시로 사용중인데, 곧 킴버로 바뀔 예정이다. 가장 관심이 많이 가는 쟈디스 파워에 대해 궁금하다. 일단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파워라는 의견이다. 박재범님은 앰프를 고를 때, 무엇보다도 음의 입자가 작게 연마되었는 지 살펴보고 파워를 선택한다고 한다. 이 제품을 고를 때 비교를 했던 캐리의 805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지만, 여러모로 쟈디스가 우세해서 쟈디스로 결정을 했다고 한다. 쟈디스는 모델별로 다소간의 경향차이를 보이는데, 쟈디스중에서도 100, 200 같은 모델들은 솔리드에 가까운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탐방을 마치면서]
박재범님은 동호회내에서 언젠가부터 남들이 못구하는 기기를 대신 구해주기 시작하면서 주가를 올리기 시작한 분이다. 인터넷구매에 있어서 남다른 노하우를 일찌기 개척한 선각자이다. 하지만, 나라고 못할소냐.. 섯불리 클릭을 해대다가 본전도 못차리는 사용자들이 많은게 해외 인터넷 구매이다. 유의사항을 여쭤봤더니, 인터넷으로 구매를 해도 반드시 전화로 확인볼 것을 권했다. 의외로 사기꾼들이 많은 게 인터넷판매이기 때문이다. 정 자신이 없다면 딜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늘 하는 질문... 초보자에게 하고싶은 말은? 유명하다고 해서 무조건 비싼 제품이 아닌, 가격이 평범한 걸 구할 것을 권했다. 아울러 본인의 취향을 파악해서, 클래식을 듣는 사용자는 중역에 대한 투자를, 일반사용자는 고역과 저역특성이 좋은 시스템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박재범님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후배와 인척지간이었다. 그 후배가 명절때 집에가보면 이층에만 틀어박혀서 음악만 듣고 있던 박재범님에 대한 얘기를 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음악을 듣는 일, 오디오매니아가 되어가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비슷하지않나 싶다. 뒤도 옆도 돌아보지않고,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일 - 그래서 매니아라는 말을 동원하게 되는 것이리라.
나이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오디오매니아는 오로지 소리로 승부를 걸고 그로인해 자신을 평가받는다. 섯부르고 개인적인 판단일 지 모르지만, 탄력있는 전천후에 가까운 박재범님의 시스템은 이미 완성에 가까운 모습을 언뜻언뜻 보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