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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역에 도착하자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띈다. 검정색 썬글라스에 호리호리한 몸매의 양규식님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현재 하이파이클럽내의 하이파이동호회 운영을 맞고 계시는 양규식님은 본명보다는 "하사랑"이라는 통신 동호회의 대화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분인데 "하사랑"은 "하늘사랑"의 준말로 이분의 다양한 취미를 알게 해주는 대화명이다.

실제로 양규식님은 경비행기 조종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대천을 방문한 수 많은 통신 동호인들이 목숨을 걸고(?) 이 비행기에 타 보았다. 양규식님 뿐 아니라 나이를 예측할 수 없는 젊음을 가지고 계신 이분의 평생 동반자도 역시 통신 동호회에서 "아다지오"란 대화명으로 잘 알려져 있는 분이다.

대천은 각지에서 모여든 많은 사람들로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양규식님의 차를 타고 댁으로 향하는 동안 서울 보다 더 짙은 파란 하늘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조용한 숲속에 자리잡고있는 양규식님의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자 마자 양규식님의 시스템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대단한 초하이엔드 시스템이다. 하이엔드 시스템으로 올라갈수록 운용의 묘가 많이 필요하다. 그저 명성만으로 고가의 시스템을 기초지식이 없이 다른 사람의 권유로만 들여놓는 경우 실패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보아왔으므로 그 부분이 제일 먼저 궁금했다. 과연 어떻게 세팅을 하고 시스템을 다스릴까…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와트퍼피 5.1과 첼로 퍼포먼스 네덩어리가 눈에 확 들어온다. 두 기기모두 크기로 압도하지는 않는다. 한눈으로 보아도 주인의 땀방울(?)이 배어있는 세팅이 느껴진다. 전면 중앙에 한조의 디플렉탈이 자리를 잡고있고 그 양 옆으로는 저역을 컨트롤 하기 위한 베이스 트랩이 놓여져 있다. 전면의 양옆으로는 두개의 디플랙탈을 전면과 직각이 되게 세팅해 놓았는데 방의 구조에 따른 좌우 공간의 이질감을 최소화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것이다. 그뿐 아니라 천장에는 RPG Skyline 네개가 전등을 중심으로 둘레를 장식하고 있다. 느낄 수 있는 것은 세심한 곳까지 심혈을 기울여 상당히 정성을 들인 고수의 세팅이란 것이었다.

홈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하는데에는 신경써야 할 많은 부분이 있다. 세팅, 룸튜닝, 전원 등등.. 양규식님은 역시 고수답게 많은 이런 부분들을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두루 신경을 써서 시스템을 구성해 놓았다.

두툼한 대리석위에 올려져있는 와트퍼피 가운데로는 네덩어리의 첼로 퍼포먼스가 보무도 당당하다. 시청위치 오른쪽에 있는 오디오 랙이 보기에 새롭다. 이런!, 모조리 대리석으로 깎아 만든 오디오 랙이다. 언뜻보아도 10센티는 되어보일 두께의 대리석으로 짜 맞추어 오디오 랙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전체 무게가 500Kg정도 되는 것을 특별히 제작하여 사용중이다. 양규식님은 좀 과격한(?) 데가 있는 것 같다. 그뿐 아니라 TV와 비디오를 한쪽으로 치워 놓으셨는데 놓기가 마땅치 않다고 쪼그만 비디오 위에 텔레비전을 올려 놓으셨다. 초 하이엔드를 자랑하는 오디오 시스템에 비해 텔레비젼과 비디오는 한 10년은 된 제품으로 보인다. 암튼 TV밑에 깔린 비디오가 상당히 불쌍해(?) 보였다.

와트퍼피와 첼로 퍼포먼스라면 스피커와 파워앰프에서 당대 최고를 자랑하는 기기들이다. 일단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궁금하기만 하다. 기기들에 전원을 넣어놓고 정중앙에 자리를 잡고 앉아보니 시스템의 위용이 참 대단하다. 첫곡으로 Verdi의 La traviata를 들었다. 첫음이 나오는 순간 잠깐 놀라게 되었다.

엄청나게 조용하고 공간이 제한된 느낌이 없다. 이제껏 이정도 수준의 깨끗한 배경을 보여주는 시스템은 못본 것 같다. 첼로의 퍼포먼스는 여러 번 들어보았고 여러 시스템에 속한 것을 들어 보았지만 이정도의 깨끗한 배경과 정확한 음상 이미지를 보여준 시스템은 없었다. 어느 한 곳 억지스럽거나 과장됨이 없이 한없이 투명하기만 하다. 참으로 훌륭한 소리다.

첼로 특유의 뛰어난 정숙감과 와트퍼피의 뛰어난 스테이징 능력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거기에 마크31.5 + 마크 30의 극명한 디테일까지.. 개개의 단품으로 하이엔드의 끝에 있다는 기기들을 모아서 절묘하고 세심한 튜닝이 어우러져 백이십프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몇가지 비결을 알려주셨는데, 와트와 퍼피를 연결하는 케이블을 바꾸고 크게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원래 와트 퍼피 5.1에는 트랜스페어런트의 케이블로 와트와 퍼피가 연결되어 있다. 이것을 오디오퀘스트의 드라곤으로 바꾸셨다는데 바꾸고 난 후에 깜짝 놀랄만큼 달라졌다는 말씀이다. 와트 퍼피를 가지신 분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일이 아닌가 한다. 원래 와트 퍼피는 5.0에서 5.1로 바뀌면서 이 점퍼 케이블이 MIT에서 트랜스페어런트로 바뀌었는데 상당히 성곡적인 교체 였다고 전해진다. 케이블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양규식님의 오디오력은 현재의 내공(?)에 비해 그리 길지않다고 볼 수 있다. 약 9년전 잘 아는 선배의 집에가서 처음 하이엔드 오디오란 것을 접했다고 한다. 그리고 구입한 것이 Aura 50에 JBL Control 12SR과 인켈(모델명 모름) CDP로 처음 오디오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이후 최근의 약 3년동안 업그레이드 내용을 주요한 것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Wadia 6 - Mark 26 - Krell KSA-100S - ATC50A ( JBL4344 )
2. Krell 20i -Emperor C01 - Emperer M30 - Emperer SP01
3. Krell 20i - Cello 1MΩ - Cello Duet350 - Acoustic Energy AE1/S

언뜻 보아도 양규식님의 즐겨듣는 음악이 무엇인지 알것 같은 조합이다. 그 이후 와트퍼피 5.1 스피커를 들이고 나서 걸맞는 파워앰프를 고르기위헤 많은 시도를 했다. Audio Research VT-130, Krell KSA 250 Signature, Krell FPB-300등 최선의 조합을 찾기위해 고심하다 첼로 퍼포먼스까지 오게 되었다.

오디오 시스템에따라 즐겨듣는 음악의 장르가 변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도 역시 마찬가지 이다. ATC50A란 스피커만 보아도 초기에 양규식님은 재즈를 즐겨 들었지만 시스템이 변해가면서 요즘은 재즈와 클래식 대편성 그리고 독주를 즐겨 듣는다고 했다. 현재 소장하고 있는 약 1,600여장의 CD로 거의 그런 음반들로 CD랙을 꽉채우고 있다.

양규식님은 평소의 호탕한 성격과는 달리 오디오와 음악에 있어서는 확실한 자기 주장을 갖고 임하는 모습이 절로 보인다. 본인의 오디오에 대한 기준을 여쭈어보았더니 "Speed & Detail"이라고 간결하게 말씀했다. 그리고 음악의 사실적인 표현과 자연스러움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과연 지금 시스템이 내어주는 소리가 그러했다.

오디오는 점차적으로 하이엔드 기종으로 변해 왔지만 지금도 잊지 못하는 시스템은 크렐 20i CDP와 첼로의 1메가옴, 듀엣 350 조합에 AE1 Signature 로 소박한(?) 시스템이 완성되었을 때 느꼈던 기쁨이라고 하신다. 이때 스피커 케이블은 P.A.D Colossus Rev.B 이었는데 이 조합과 참 잘 맞았었다고 한다.

요즘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오디오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 그런 인기인(?)이 되어있는 양규식님에게 주로 어떤 조언을 해주냐고 여쭤보았다. 일단 스피커던 앰프던 그 기기가 갖고있는 잠재력을 끝까지 끌어내어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저 잠깐 들어보고 마음에 안든다고 그 다음날로 소박(?)을 놓는 그런 방법은 별로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한다. 과일을 예를 들어 과일을 사서 한입 베어물고 맛이 없다고 버릴 것이 아니라 과일 껍질 밑에 있는맛, 씨의 주변에 붙어있는 맛 하다못해 씨까지 어떤 맛인지 보는 그런 진중함이 필요하다는 재미있는 비유를 하였다.

단지 샵에서 들어보았던 소리, 다른사람 집에서 들었던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기기 타박만 할 것이 아니라 룸튜닝과 스피커의 토-인 각도, 각종 액세서리를 이용한 튜닝까지 주변의 환경이 더더욱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인터커넥터나 스피커 케이블도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 중에 하나이므로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하이파이클럽 "매니아 탐방"에 보면 거의 비슷한 사진(가운데에 음향판이 있는..)인데.. 그 음향판이 약 2년전 천리안 하이파이동호회에서 직접 공동구매를 양규식님이 주선하였던 그 음향판들이 대부분이다. 당시, 음향판 공동구매를 진행하면서 새벽부터 목공소에 들려 커피한잔으로 목공소 사장님을 달래고(?) 음향판 제작을 진두지휘하며, 각 지역으로 배송까지 일일이 체크하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필자가 알고있기로는 당시 음향판 공동구매 가격보다 실제로 비용이 좀 더 들어간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같이 음악을 좋아하는 동호인끼리 그 정도도 못하냐면서, 바쁜시간 쪼개며 자기비용까지 들여가며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그런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길지 않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오디오와 음악에 대해 정말 열정적인 애정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고 느껴졌다. 시스템의 업그레이드와 새로운 음악에 대한 발견은 누구나 다 지향하고 있는 바 이지만 확실한 지향점을 가지고 하나씩 완성해 오신 시스템은 가히 이분의 풍운아(?) 기질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현재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시고 계셔서 사업에 여념이 없으시지만 다시 또 어떤 시스템으로 변해 갈지는 무척 기대가 된다. 사업과 오디오, 비행, 레포츠 등등 수많은 부문에 열정적인 양규식님을 보면서 끊이지 않는 젊음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