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거실의 작은 음악회 - 유희승 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소리와의 전쟁(?)에 참전하신 유희승님 댁을 방문하려 길을 나섰다. 의사자격증을 얼마전에 취득하셔서 그런지 예상과는 다르게 즐거움이 배인 목소리로 필자의 방문을 흔쾌히 허락해 주는 것이 아닌가?
요즘들어 하이파이클럽의 매니아 탐방란을 채우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최고의 절정을 자랑하는 고수님들의 기랑성같은 초하이엔드급 시스템들을 눈으로 요기하신 수많은 동호회원들 대부분께서 내 시스템이 어찌 그런 곳에 실릴 수가 있겠냐고 거절을 너무 많이 하셔서 사실상 매니아 탐방란을 새로 맡은 필자로선 난감하기 그지 없다.
처음으로
해보는 매니아 탐방인지라 필자의 기쁨도 평소보다 배이상 컸다. 감동과 기대를 얼싸안고 서울 길동의 아파트 단지가 한창 어우러져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늦은 저녁 아파트 단지를 용감히 뚫고 지나칠 찰나 때아닌 도시의 공포감에 휩싸이고 말았다.
아뿔싸~!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다. 초행길에 그것도 길눈마저 어두운 필자로선 난감하기 그지 없다. 아파트 동수가 워낙에나 많았던 탓이다! 긴장을 감추기도 전에 전화는 삐리릭~삐리릭~! 울려대기 시작하면서 위치를 몇번이고 묻는다.
하이파이클럽의 매니어 한분 만나기가 이렇게나 어렵다니...
전화통화를 몇번이나 주고 받았을까? 약속시간 마저 초과하여 미안한 마음이 엄습해 오는 가운데 현관문을 활짝 여는 순간, 신혼살림의 내음이 뜸뿍 나는 집안 분위기와 친절한 두 내외분께서 건네는 밝은 인사 한마디와 함께 실려오는 원두커피의 그윽한 향기에 넋을 잃고야 말았다.
커피향이 물씬 피어오르는 집안의 분위기 속에 어딘지도 모르는 영롱한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살펴보았다. 결혼사진이 거실벽에 큼지막하게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신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희승님의
안내로 오늘의 전쟁은 막을 올린다. 저 멀리 오디오시스템이 필자의 눈 앞에 나타났다.
Pre-Amp : Adcom GFP-750
Power-Amp : Audio research M100 mono block
Speaker : ProAc Response 2.5 (Yew Finish)
CDP : Denon 1650AR
SP Cable : Cadas Quad Link 1c
Inter Connector Cable : Cadas Quad Link 1c (CDP-->Pre-AMP),
TMC Yellow (Pre AMp-->Power AMP)
Tuner : Marantz ST-46 (Synthesized Stereo Tuner)
TV : Sam Sung CT-29A6F (Pure Flat)
VTR : Sam Sung SV-C933
제일 먼저 눈에 먼저 뜨인 것이 ProAc response 2.5였다. 벌건 나무 무늬결(Yew)이 눈에 쏙 들어왔다. 랙위에 눌러 앉은 중앙의 TV는 AV겸용으로 쓰이는 듯하였고, 그 TV 뒤의 우드랙사이에 빼곡히 꽃혀있는 비장의 전쟁무기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그윽한 원두커피를 대접받고 얼마간의 담소가 오가는 순간에도 넉넉함을 보이는 두 분의 미소에 파묻히면서 바야흐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유희승님께서 음악시디를 넣고 CDP의 플레이를 누르는 순간, 그 동안의 발자취가 담긴 소리가 배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환한 미소를 짓는 유희승님을 마주한채 인터뷰는 들어갔다.
첫번째
타자는 다름 아닌 악기의 제왕 'Piano'였다. 희승님의 웃음과 같이 부드럽고 인자한 소리결에 맑고 고운 피아노의 타건이 예사롭지
않다. 나긋나긋하면서도 부드러우면서 중고역의 해상력에 귀를 자극하지 않는다. 억지스러운 면이 없이 자연스럽기만 하다.
다음에 이어지는 여성의 보컬소리가 조용히 울려퍼진다. 사람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니 스튜디오에서 목줄기의 핏발이 세워가며 억지로 뽑아내는 목소리가 아닌듯 하다. Singer가 마치 눈을 지긋히 감고 목청을 높이지 않은 상태에서 편안하게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편안함이란 이런 소리일까? 귀가 전혀 자극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맹맹한 소리도 아니다. 중고역이 차분하여 매우 인상적이다. 긴장했던 필자의 마음을 녹여주는 소리였다. 유순하면서 해상력이 짙게 깔린 사운드를 한자성어로 표현하면 [주1]강유겸전(剛柔兼全)이라 할 수 있겠다.
얼마 후 CD를 바꿔 이름 모를 현악연주가 조용히 울려퍼지는 가운데 희승님이 그동안 전쟁에서 승리를 일구어 내신 시스템의 변천사를 일단 청하기로 하였다.
1세대 : Bose 501 Speaker와 Maranz 2265B Inte-Amp
Turn table - Marnaz, Casette Deck - AKAI
CDP - CDP라는 물건이 생산되자마자 구입한 필립스의 초기모델로서 정확한 모델명은 기억이 나지 않으신다고 한다.
한동안(20여년간) 불만없이 부드러운 소리를 들려주었던 희승님의 최초의 오디오이며 무난한 소리가 장점이라며 이때에 소리가 아닌
음악을 많이 들었다며 자랑을 늘어놓으셨다. 어떤 장르의 음악이든지 고음과 저음을 두리뭉실하게 들려주었다고 한다.
2세대
: Dynaudio 1.8mkII와 Bow ZZ-1, CDP - California audiolab DX-1
결혼 후 둥지를 틀면서 2세대인 Bow ZZ-1 인티앰프와 다인 콘투어 1.8MK2, California audiolab DX-1
CDP조합으로 새롭게 시작 하였다고 한다.
다인 콘투어1.8mk2를 대신하여 현재의 ProAc스피커를 입수하면서 또 다시 전체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는데 바로 앞의 시스템에 사용한 Bow ZZ-1 인티앰프의 리모컨 부재로 인한 불편함과 인티앰프의 구동력의 한계에 기인하여 분리형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20년간 소리가 아닌 음악만 듣다가 오디오라는 애매한 물건에 눈뜨이게 한 오디오라고 하셨다. 다인 스피커의 밝고 깨끗한 소리와 보우의 부드럽고 예쁜 소리가 아직까지 잊혀지질 않으신다고...
3세대 : ProAc response 2.5와 Adcom GFP-750 Pre-AMp, Bryston 3B-ST Pwer-Amp
인터넷 사이트를 사방팔방 돌아다니다가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하고, 미국내에서는 베스트 매칭이라고 알려진 Adcom GFP-750프리앰프와
Bryston 3BST 파워앰프를 어렵게 구하여 최근까지 사용하였으나 진공관으로 결심을 굳히도록 만든 준 완성 시스템이라고 한다.
4세대 : 현재의 시스템
몇개월 전 문제의 스피커 ProAc을 인수해올 당시 Cello(일반적인 Solid State Amp방식을 일컫는 것 같다)와의
매칭에 주의하라는 ProAc의 전주인님의 권고와 여러 통신에서 Audio Research와의 ProAc의 Good매칭을 강조하여
진공관앰프로의 마음을 굳히셨다고 하면서 Audio Research Power-Amp를 통해 조금 더 만족할 만한 사운드에 다가섰기
때문에 후회는 하나도 없다고하신다.
업그레이드를 Adcom GFP-750 프리앰프와 Bryston 3B-ST 파워앰프(외국에서 베스트 매칭으로 권하는 조합),
Denon 1650AR 소스기기로 하여 최근까지 사용하다가 얼마 전에 들여온 Audio Research D-100(mono block)
Power Amp로 임시 업그레이드는 일단락 되었다고 한다.
프로악에는
진공관이 좋은 매칭이 된다는 설레감과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이제 대화는 무르익고 CD를 바꾸어 틀기 시작하는데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CD들중에 대 편성곡이 하나도 없다.
넌지시 여쭈어보니 필자가 겪는 사례와 비슷하다. 유희승님은 현재 생활하는 공간이 아파트이다보니 자연스레 대편성에서 소품곡과 실내악으로
장르로 전향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고, 최근들어 병원에서 진료하는 환자의 수마저 늘고 있어 퇴근시간까지 일정하지 않게 되어서
대편성곡과 같이 장시간을 요구하는 음악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하는데 주위환경이 음악감상에 미치는 영향이 희승님댁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유희승님께서 오디오 기기를 선택하는 방법으로는 먼저 국내외의 인터넷이트를 많이 접한 뒤에 회원님들이 추천하는 모델들을 눈여겨 매칭을 미리 파악하고, 용산의 여러샾에서 생각해 두었던 기기들을 필히 시청하신 후에 결정짓는 것이 희승님의 오디오를 택하는 기준이라고 하셨다.
그러나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기기가 하나 있었으니....
현재 구성된 System의 Adcom GFP-750 Pre-Amp와 같은 경우에는 얘기가 달랐다. Adcom프리는 미국에 이메일을
띄워 인터넷으로 직접 구입하셨다는데, 처음으로 인터넷 거래하는 지라 해외의 인터넷 카드결재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서 오랜기간
동안 가슴을 졸이는 행복한(?)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끝내 Fedex라는 회사를 통해 문제없이 배달 되어 기대이상의 대만족을
누릴수 있었다고 한다.
그 만족이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인터넷을 통해 가격대성능비가 좋다는 해외 사이트의 리뷰만을 의지한채 필자도 처음 듣는 케이블 회사인 TMC사의 Yellow케이블을 얼마 전에 장만하셨다고 한다. 해외 구입을 하면서 기대에 어긋남 없이 그 효과들을 기대이상으로 거두었다고 하니 통신으로 접하는 정보이지만 상당한 공신력이 스며들어 있기에 요즘은 인터넷에 홀딱 빠져 사신다고 한다.
애호가의 룸이라면 하나씩은 갖추어져 있어야 할 필수불가결의 존재인 룸튜닝재는 눈씻고 찾아 보아도 없다. 희승님이 가장 두려워(?) 하시는 안주인님께서 공간의 협소와 튜닝재들의 거대한 모습울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므로 아직까지 튜징재들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며 불만을 터트리시는데 본 탐방기가 올라가면 어찌될까?
마지막으로 하이파이클럽의 장점과 단점을 들춰 달라고 애원(?)하였다.
현재의 하이파이클럽은 타 통신사이트나 동호회와는 사뭇 다른 매끄러운 분위기가 일단 마음에 들었고, 서슴없이 오고가는 진지한 토론 형식의 글들이 검색하기에도 좋고 유용한 정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하이파이클럽에 자주 들러 정보를 맘껏 입수한다고 하시지만, 단점으로는 장터란이 아직까지 활성화 되지 못하여 한편으로 아쉽다는 말씀도 했다.
두 내외분 모두 음악을 좋아하셔서 기기의 업그레이드시에 많은 부분들을 함께 고민하신다고 한다. 그 만큼 두분의 금실도 좋으리라 여겨진다. 현재의 진공관 사운드에 만족감을 얻으셨다고 자랑스레 말씀하시는 두분(유희승, 홍수정 부부)의 다정한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주1 : 강유겸전[剛柔兼全] (성품이)굳센 면과 부드러운 면을 함께 갖추고 있음.
-llhtml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