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눈이 번쩍 뜨이는 메일이었다. 사실 "하이파이클럽" 운영자로서 "매니아탐방"코너를 운영하면서 늘 "매니아"를 찾아 헤메는데 본인을 매니아탐방을 해 달라는 메일이 어찌 안 반가우랴.. 이번 탐방을 계기로 좀 더 많은분들이 클럽 회원님들을 위해 매니아탐방 참여를 기대 해본다.

거실에 자리잡고 있는 성홍락님 시스템 모습

서둘러 본문을 보니 "여러 방황을 하다 Thiel 7.2를 만족스럽게 울리고.."라는 내용이 필자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필자도 Thiel 2.3을 다섯 달여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데 과연 어떻게 Thiel사의 스피커 중 가장 대형인 Thiel 7.2를 다스렸는지 궁금하기만 했다.

약속한 날이 되어 서울 외곽순환도로를 달리는 길은 막힘 없이 잘 뚫렸고, 오늘 좋은 음을 들어볼 수 있겠다는 추측성 기대를 부풀게 했다. 인천시 만수동에 위치한 성홍락님 댁에 들어서자 거대한 시스템이 한눈에 들어온다. 깔끔하게 정돈된 거실은 Thiel 7.2의 크기를 충분히 수용하였고, 삼단랙에 잘 수납 되어있는 시스템은 보는 것 자체만으로 즐겁게 했다.

성홍락님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이것 저것 오디오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자꾸 눈은 시스템으로 향했지만 소리를 들어보자는 말을 선뜻 꺼내기가 싫다. 눈으로 만족한 시스템이 귀로는 실망을 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노파심 때문이었으리라.

성홍락님의 시스템 라인업이다.

스피커 : Thiel 7.2
파워앰프 : Passlab X-600 Monoblock
프리앰프 : The Gryphon Sonata-Allegro
DA-DD Converter : dCS Pucell/Delius
Transport : Krell KPS-25sc

Cables
Speaker Cable : Audioquest Extreme
Digital Cable : XLO Signature 3.1, Kimber 2120
Inter-connector : XLO Signater 2.1
전원코드 : XLO Type10A

Krell KPS-25sc Playback System과 dCS Purcell/Delius

위의 조합 중에 조금 엽기로 보이는 것이 CDP에 프리앰프까지 통합된 현존하는 최고의 CDP의 하나인 Krell KPS-25sc가 단지 트랜스포트로만 쓰이는 것이겠다. 성홍락님 본인도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렸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일단 트랜스포트부터 이야기를 꺼낸다.

원래 Krell KPS-25sc는 지난번 조합때 CDP와 프리를 하나로 쓸 목적으로 Krell FPB-600c파워앰프와 같이 구입을 한 것인데, 본인이 원하는 음이 만들어지지를 않아서 하나하나 교체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적당한 트랜스포트를 이것 저것 물려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적당한 제품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조만간 Linn CD12도 들어볼 계획이 있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음을 들어보기로 했다. 첫 곡으로 고른 곡은 대편성의 레퍼런스 곡으로 많이 듣는 "Reference Recording"사의 "Tutti"를 걸었다. 장중한 분위기의 인트로가 시작되며 필자의 예상을 완전히 뒤업는 음이 나오기 시작한다.

약간은 두툼하고 거대한 에너지감이 넘치는 그런 박력있는 음이 나올 것이라는 필자의 단순한 예상이 처음부터 어긋나고 있었다. 음의 경향은 한마디로 정결함 그 자체라고 할 만큼 고순도의 약간은 가녀리기까지 한 그런 음이 나긋나긋하고 매끄럽게 흘러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투티에서 나약함이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대음량의 투티에서 밀려오는 다이내믹도 일품이다. 뒷배경의 뛰어난 정숙감과 작은음량에서도 광대한 S/N비가 느껴지는 대단함이다.

Gryphon Sonata-Allegro 프리앰프

그동안 틸 스피커의 음색에 대하여 회의적이었던 필자의 편견이 한 순간에 바뀌어지는 순간이다. 역시 오디오는 조합의 묘미라는 것을 다시한번 일깨워준 소중한 경험이다. 조합 된 개개의 기기 중에서 필자가 들어보지 않은 것은 Gryphon Sonata-Allegro 뿐인데 필자 본인에겐 매우 강열한 첫인상으로 어필하는 프리였다.

클래식 대편성, 소품, 성악 그리고 성홍락님이 즐겨 들으신다는 재즈와 가요에서 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매니아탐방을 한다는 사실을 까먹고 두 시간여를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르게 음악감상에 집중하게 되었다. 보통의 하이엔드 기기에서 듣는 가요는 자칫 밍밍하고 단점만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성홍락님의 시스템에서 듣는 강수지의 노래 또한 일품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성홍락님의 오디오라이프에 대한 내용을 취재하였다. 성홍락님 역시 오디오의 시작은 그 역사가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어렸을 때(중.고등학교 시절) 당시 유행하던 팝송에 심취하였고 그 당시에 유행하였던 소위 "백판"을 주말마다 청계천 7가에 가서 듣고 사는 것이 당시 학창시절에 유일한 즐거움 이었다고 한다. 당시 집에는 모델명은 모르는 별표전축이 있었는데 그 오디오로 만족하며 음악을 즐겼다.

Thiel 7.2

그러던 중에 대학을 가고 인턴, 레지던트 등을 하며 마음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10여년이 넘게 오디오를 잊고 살아오다 5년 전부터 본격적인 오디오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당연히 5년전 다시 시작한 오디오가 무엇인지 궁금해 진다.

처음 구입한 오디오는 매킨토시 MA-6800 + TCD-1 + JBS S3100 이라는 조합으로 시작을 하였는데 무난한 음을 들려주었지만 본인이 원하는 음이 나오지 않아 그 때부터 하나씩 하나씩 업그레이드를 하였다.

그간 지나쳐간 주요기기를 나열하면 MA-6800이 Jeff Rolland Synergy + 8Ti 조합으로 바뀌었고 마크 36/37 조합에 Watt/Puppy 5로 획기적인 업그레이드를 단행 후 8Ti가 9로 Watt/Puppy가 Dynaudio Consequence, ProAc Response 5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Krell FPB-600c와 Krell KPS-25sc, KEF Maidstone으로 변경되었고, Krell FPB-600c가 Pass X-600으로 KEF Madstone스피커가 Thiel 7.2로 바뀌었고, 프리앰프는 제프 코히어런스에서 그리폰으로 바뀌어 현재의 조합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조합은 그동안 매칭되었던 소리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소리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기준으로 현재의 기기들이 선택되었는지 궁금하다.

스피커는 그 크기때문에 함부로 집에 들이지 못하지만 그 외의 기기는 가능한 집의 시스템과 매칭하여 들어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성홍락님은 좀 더 분석적으로 오디오 매칭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만일 스피커를 5개 중에 하나를 고르고 그리고 거기에 파워앰프 5가지, 프리앰프 5가지, DA Convertor 5가지 등등으로 경우의 수를 조합하면 1,000가지가 훨씬 넘는 경우의 수가 나오는 아주 예민하고 복잡한 것이 오디오의 매칭이라며 매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한 많은 경우의 수의 존재와 매칭의 실패를 최소화 하기 위하여 다른사람의 경험이 중요하고 그것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차원에서 "매니아탐방"을 신청하였다고 했다. 인천에 사는 오디오 동호인들과의 교류도 자주 갖는다고 한다.

성홍락님의 경우 오디오 시스템을 선택할 때 항상 스피커가 기준이라고 한다. 샵이나 주변 동호인 집에서 많은 스피커를 들어보고 결정을 한다고 한다. Thiel 7.2의 경우 깨끗하고, 단정함이 마음에 들었고 마치 콧대 높은 여자처럼 앰프나 주변기기 매칭에 민감함을 보여 콘트롤이 까다롭지만 그러한 것을 하나하나 극복 해 나가는 재미가 오디오 아니냐는 반문을 했다.

Pass X-600 Mono Block 파워앰프

지금의 조합에서는 Pass X-600과 Thiel의 매칭이 매우 좋다고 한다. Thiel 7.2를 가볍게 제동하는 X-600의 구동력과 음색이 현재로서 아주 마음에 든다고.. 그리고 Gryphon 프리가 들어오면서 음의 순도와 스테이징이 획기적으로 좋아졌고, dCS Pucell/Delius가 들어오게 된 이유는 Krell KPS-25sc 자체만으로도 매우 훌륭한 음을 내어주었지만 깨끗한 배경에 컴팩트한 음상을 선호하는 본인의 취향에 맞추어 추가되었다고 한다.

하루에 적어도 1-2시간 정도는 음악을 들으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푼다는 성홍락남은 주로 재즈와 팝(크로스오버 포함, 가요를 70% 이상 즐겨듣고 클래식은 30%정도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하이파이클럽"에 대한 질문을 빼지 않았다.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히 "하이파이클럽"에 올라오는 소중한 경험들을 탐독하고 있으며 앞으로 "매니아탐방"이 좀 더 활성화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경험이 공유되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

같은 취미를 갖고있는 사람들과의 모임은 언제나 즐겁고 가슴을 뛰게 한다. 성홍락님의 "매니아탐방"을 마치며 이미 어두워진 저녁거리를 달리며 보이는 가로등 불빛이 유독 아름답게 보였다.

취재 후기

Linn CD12와 Krell KPS25sc 모습. Linn CD12는 생각보다 매우 작고 컴팩트한 디자인이다.

매니아탐방을 할 때도 트랜스포트 교체와 단품CDP 중 최고로 평가받고 있는 Linn CD12 가 거론되었었는데, 며칠 후 Linn CD12가 들어와 있으니 같이 비교해서 들어보자는 제의가 있어서 다음날 한걸음에 달려갔다. 필자도 Linn CD12의 음을 집중적으로 들어본 경험이 없어서 과연 어떤 음을 들려줄 지 기대가 된 2차 방문이었다.

그날은 다른 동호인 분들도 몇 분 모인 자리였는데 현재 생산되는 CDP 중에서 최고의 CDP로 등극하고 있는 Krell KPS-25sc와 Linn CD12의 비교청취를 할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였다. 거기에 업샘플링 및 DA컨버터인 dCS Pucell/Delius까지 있으니..

그리고 요즘 한창 이슈화 되고 있는 Aurios MIB도 참여를 하였고, NBS Monitor-II, Statement 파워코드도 가세하였다.

다 모아놓고 비교시청에 들어가기 전의 분위기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KPS-25 단품, KPS-25 + dCS, CD-12 단품, CD-12 + dCS 등 여러가지 조합으로 시청을 해 보았는데 역시 당대의 최고 거물급(?)들 답게 절정의 공력을 발휘했다.

필자 개인적인 기준으로 평을 하라면 Krell KPS-25sc는 호방한 에너지감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표현력이 일품이었다면, CD12는 뒤에 비수를 숨키고 있는 가녀린 여인네처럼 절정의 부드러움을 바탕으로 한 음상 하나하나의 응집력이 압권이었다. "CD에서도 이런 음이 나오냐"고 호들갑을 떠는 일본 잡지의 리뷰가 수긍이 갔다. 음상에 무게감이 느껴진다는 새로운 경험을 한 순간이다. dCS 역시 질 수 없다는 듯이 정숙한 뒷 배경과 컴팩트한 음상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필자를 포함하여 네명이 같이 시청하였고 개개인의 호불호가 갈린 한 판 이었다. 세 시간 여의 비교시청을 마치고 각 기기간의 장.단점에 대한 토론은 커피숍에서까지 이어졌다. 최종 승자는 그날 같이 청취했던 분들의 의견이 CD12에 Aurios MIB+NBS Statement 파워코드로 결론지어졌다. 통 알류미늄을 깍아 만들었다는 CD12에서도 Aurios MIB의 효과는 있어서 KPS-25sc+dCS 조합에 비해 저역이 조금 과하게 나오는 리스닝룸에서 음의 입체감과 저역을 텐션있게 잡아주는 실력을 발휘했다.

CD12로 마무리되었다고 보여지는 성홍락님 시스템의 음은 마치 득음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의 매우 높은 완성도를 들려주었다. 성홍락님의 매니아 열정과 정성으로 이루어낸 완성된 음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