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을 넘은 카다스 클리어의 변신
Cardas Audio Clear Cygnus Power

 



 

 

음악 안에 깃든 수학

 

 

가장 관계가 없는 것들이 가장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될 때 우리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 예술과 수학 사이의 대화가 시작되었고 이 둘은 다양한 형태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2차원의 캔버스 위에 3차원적 관점의 관념들이 표현되기도 했고 정형화된 패턴 속에서 창작의 물꼬가 트였다. 그 안에 수학적 패턴이 존재했다. 대칭과 나열, 반복적 표현기법 속에 움트고 있는 수학적 원리는 그 속에 나름의 리듬을 만들어냈고 기존의 질서를 변주하면서 창의적 사고를 추동하기도 했다.

 

 

 

 

매우 당연하게도 이런 수학과 예술 사이의 연계관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음악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 바흐의 음악은 놀라울 정도로 수학적이다. 리듬 대신 두 개의 서로 다른 선율과 주제를 대비시켜 대위법을 구사했다. 이 외에 자리바꿈기법 등 지금 생각해봐도 무척 광범위한 수학적 체계 위에서 작곡이 이루어졌다. 다리우스 미요의 다조 음악도 이런 수학적 순열조합에서 비껴가지 못한다. 수열과 경우의 수 등을 통한 일종의 패턴은 지금도 여러 작곡가들에 의해 전이되어 진화하고 있다.

 



 

 

수학적 설계 그리고 오디오

 

 

오디오 설계에서도 이런 수학 이론들을 종종 마주칠 수 있다. 전체를 구성하는 작은 요소들의 합은 결국 전체를 이룬다. 부분 부분이 연속해서 동일한 패턴을 반복하며 커지면 결국 전체는 그 작은 일부와 동일한 모양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자연물에서부터 인간의 혈관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이런 프랙탈 이론 하에 해석할 수도 있다. 몇 년 전 이런 프랙탈 이론을 응용해 만든 액세서리도 있었을 정도.

 

 

 

 

여러 소재를 반복적인 나열 또는 병치를 통해 배열하는 패턴은 오디오 설계에 있어서 진동과 결부된다. 물리적으로도 마찬가지지만 기본적으로 수학에서 피보나치 수열을 예로 들어보자. 한 쌍의 토끼가 두 번째 달부터 매달 토끼를 한 쌍씩 낳는다고 가정했을 때 늘어나는 토끼의 쌍은 앞의 두 개월 수를 합한 것과 같다는 논리를 기반으로 한다. 그 수는 1, 1, 2, 3, 5, 8...등의 수열을 갖는다.

 



 

 

카다스

 

 

 

 

흥미롭게도 오디오 메이커, 그 중에서도 이런 피보나치 수열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앙리 마티스의 달팽이 스케치에서 본 뜻한 콜라주다. 마치 달팽이처럼 생긴 카다스의 로고는 바로 피보나치 수열의 너비를 사각형으로 그려 무한 반복할 경우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모양이다. 만일 이 달팽이 모양의 만곡선을 펴내면 어떤 모양을 볼 수 있을까? 카다스의 케이블 단면을 보면 마치 피보나치 도형을 상상하게 된다. 조지 카다스는 바로 이 피보나치에서 영감을 얻었던 것 같다. 각 도체의 굵기 및 배열에 있어서 서로 일정한 비율을 만들었고 이를 ‘Constant Q Stranding’이라 부른다. 동일한 질량과 굵기, 장력을 가진 2개 이상의 도체가 접촉했을 때 생기는 공진에 착안해 전혀 새로운 지오메트를 구상했고 이것이 카다스의 핵심 설계 이론이 되었다.

 



 

 

Clear Cygnus

 

 

이번에 시청한 케이블은 클리어 시그너스는 위에서 말한 카다스의 기본적인 설계 원칙 외에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고순도 동선 주조 기술 등 여러 독보적인 기술을 망라하고 있다. 그렇다면 처음 이 제품명을 접하고는 카다스의 레퍼런스 케이블의 후속 모델로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모델은 명백히 시그너스라는 새로운 클리어 라인업으로 상위 클리어 비욘드 같은 케이블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델이다.

 

 

 

 

카다스의 비교적 엔트리급 모델인 클리어 시그너스는 예전에 처음 접했던 당시의 카다스와 일부 비슷하면서 또 많은 부분 달라져있었다. 일단 만듦새는 과거와 유사하다. 매우 부드러운 그들만의 독자적인 고순도 동선을 도체로 해서 설치도 편리하며 굵기도 그리 굵지 않다. 카다스에서는 자사의 레퍼런스라고 할 수 있는 클리어 비욘드(Clear Beyond)의 트리클 다운 모델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굵기나 성능 면에선 꽤 많은 차이를 보인다. 아무튼 최신 카다스 라인업의 신제품답게 3455R 커넥터를 채용하고 있으며 그립감이 무척 좋은 편이다.

 

 

 

 

카다스 케이블은 과거부터 아날로그 시스템에서도 자주 활용되고 있고 특히 포노케이블은 상당한 실력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한 때 XLO 포노 케이블과 함께 가장 뛰어난 케이블로 정평이 나있었다. 그런 이유는 도체 특성 및 독특한 지오메트리 그리고 결정적으로 진동에 강하고  차폐 능력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는 퍼포먼스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매우 커다란 다이내믹스와 강력한 어택 그리고 다양한 악기들이 사정없이 출몰할 때도 매우 정돈된 무대와 깨끗한 배경을 선사하는 것을 특징으로 해왔다. 특히 전반적으로 마치 ATC의 스피커를 연상시킬 정도로 차분하고 약간 어두운 토널 밸런스 덕분에 반드시 한 조 정도는 필요할 때가 있는 케이블로 기억된다. 뜬금없지만 이번 클리어 시그너스는 당시 포노케이블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이번 클리어 시그너스 케이블에서도 이런 차분하고 정제된 특성은 여지없이 카다스 케이블임을 알아챌 수 있게 만들었다. 비교적 말끔하고 평탄한 대역 밸런스를 가진 B&W 802D3 스피커를 중심으로 마이트너 MA1 V2 DAC 그리고 일렉트로콤파니에 프리/파워앰프를 매칭한 시스템에서도 카다스는 전반적으로 무척 자연스럽고 둥글둥글하며 폭신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해상력이나 치밀하게 약동하는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보단 모든 장르에 걸쳐 부드럽고 안온한 사운드를 내주어 무척 편안한 시청을 가능하게 했다.

 

 

Diana Krall - A Case Of You (Live)

Live in Paris

 

우선 분명히 할 것은 클리어 시그너스의 경우 카다스에서 중소형 앰프나 프리앰프 또는 소스기기에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고 그에 맞게 설계한 것이다. 이번 시청에서도 이런 제작 의도를 고려해 일렉트로콤파니에 프리앰프에 적용해 테스트했다. 일단 리키 리 존스의 ‘Dat dare’ 혹은 다이애나 크롤의 ‘A case of you’ 같은 단출한 보컬 레코딩에서 대역 균형은 여지없이 하강한다. 무척 편안하고 폭신하며 안정감이 두르러진다. 마치 목 넘김이 좋은 흑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는 듯 한 느낌으로 청량감은 크지 않으나 피아노와 보컬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Gidon Kremer - Oblivion

Hommage a Piazzolla

 

카다스의 음색적 특성을 파악하기엔 아무래도 클래식 현악이나 피아노 레코딩을 먼저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여러 테스트 곡 중 특히 기돈 크레머의 피아졸라 오마주 ‘Oblivion’에서 먼저 두드러지는 부분은 오히려 배경 처리다. 함께 비교한 케이블 중 시너지스틱 리서치의 케이블에 비해서도 이런 부분은 확실히 두드러진다. 또한 전반적으로 젠틀하며 격조 높은 사운드 텍스처를 그리는데 무척 활동적이며 역동적인 사운드가 아니라 무대가 깊고 진지한 뉘앙스를 풍긴다. 아주 치밀한 아티큘레이션 표현에서 오는 쾌감보다는 포근하고 촉촉한 윤기와 앰비언스 표현에 주목하게 만드는 소리다.

 

 

Lee Ritenour - Crosstown Kids

Larry & Lee

 

때로 전원 케이블은 사람의 마음을 상당히 심난하게 만들며 매칭의 혼돈 속으로 빠트리곤 한다. 때로 리듬감이 뛰어나고 매우 커다란 추진력을 통한 쾌감을 만들어낼 때 사람들은 환호한다. 예를 들어 PS 오디오나 네오텍 같은 경우가 그런데 음악적인 면에서 항상 발목을 잡는다. 반대로 기품 있고 중립적인 자세를 견지하며 기기의 변화에도 크게 요동치지 않고 차분하게 음악에 귀 기울이게 만들어주는 케이블은 그리 흔치 않다. 리 릿나워와 래리 칼튼의 ‘Crosstown kids’를 들어보면 중립적인 특성을 유지하면서 산만하지 않고 묵직하게 리듬을 탄다. 마치 ATC나 그리폰의 그것의 연상케 하는 특성을 보인다.

 

 

Gustav Mahler

Symphony No. 6

 

필자의 경우 가지고 있는 케이블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가진 케이블을 모두 소스기기나 프리앰프에 적용한다. 대개 오디오 셋업 경험이 높아질수록 소스기기에 가장 질 좋은 액세서리를 몰아주는 경향이 있는데 나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클리어 시그너스를 적용한 이후 말러 6번 같은 대편성 교향곡을 듣기 편해졌고 좀 더 오래 음악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산만한 기운은 잦아들고 음악에 장악당하기보다 음악과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마도 무대의 깊이, 즉 전/후 심도가 깊어진 것에 대한 반사이익일 것이다. 악기들의 치밀한 다이내믹 컨트라스트는 그리 높지 않으나 과장 없이 편안하고 포근하게 음악에 몰두하게 만들어주는 재주가 있다.

 



 

 

총평

 

 

 

 

최근 들어 오랜만에 조우하는 케이블을 자주 만나고 있다. 사실 현재 엄청난 가격대에 거래되는 신진 메이커들이 많지만 카다스 케이블을 처음 접했을 때만해도 상당한 고가 케이블에 속했던 케이블이다. 카다스 골든 레퍼런스 같은 경우 지금 들어봐도 그들만의 오서독스가 철철 넘친다. 오디오퀘스트와 실텍 그리고 카다스는 그 수많은 후배들의 공격 속에서도 살아남은 레전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클리어 시그너스는 클리어 비욘드의 기치와 설계를 이어받은 성공적 트리클 다운이다. 카다스의 여타 모델과 더 많은 비교를 통해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분석이 이루어졌다면 더 좋겠지만 간단히 청취해본 결과 클리어 시그너스의 잠재력은 충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아내 헤라에게 들키지 않고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를 만나기 위해 변신한 제우스의 다른 모습 백조. 클리어 비욘드는 더 넓은 대중의 사랑을 찾아 클리어 시그너스라는 백조로 모습을 바꾸고 드높던 진입장벽 아래로 내려왔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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