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스 DAC이 195.3kHz 업샘플링을 고수하는 이유”
아시아 바이스 CEO 켄트 푼 인터뷰
최근 국내에 소개된 스위스 바이스(Weiss Engineering)의 DAC 502를 리뷰하면서 개인적으로 잘 이해가 가지 않았던 점이 있었다. 바로 DAC 502의 업샘플링 주파수가 195.3kHz라는 점이었다. 통상 대부분의 DAC가 디지털 신호의 양자화 과정에서 끼어든 노이즈를 줄이기 위해 업샘플링 주파수를 768kHz 등으로 최대한 높게 설정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나왔던 바이스 DAC,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구매를 심각하게 고려했던 DAC 202가 왜 파이어와이어 단자를 채택했었는지, 그리고 이후에 나온 바이스 DAC은 왜 USB를 채택했는지도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이런 궁금증이 일시에 해소되는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홍콩에 거점을 둔 아시아 바이스(Asia Weiss)의 CEO 켄트 푼(Kent Poon)씨였다.
지난 5월 KOBA 쇼에서 만난 켄트 푼씨는 생각 이상으로 아시아 홈/프로 오디오의 큰 손이었다. 스위스 바이스와의 조인트 벤처인 아시아 바이스를 비롯해 스퀘어 웨이브(Square Wave), AVA 아시아(AVA Asia)가 켄트 푼씨가 설립한 회사들이다. 스퀘어 웨이브는 독일 그림(Grimm) 스피커 등을, AVA 아시아는 덴마크 비투스(Vitus) 앰프 등을 배급한다.
켄트 푼씨는 그러면서 기본 직업이 레코딩 믹싱 마스터링 엔지니어다. AES(미국오디오학회) 정식 회원인 그는 2003년 홍콩에 설립한 마스터링 레코딩 전문회사 디자인 w 사운드(Design w Sound)를 통해 24비트/96kHz 고음질 앨범인 ‘Audiophile Jazz Prologue’를 제작하기도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공식주제가 ‘You and Me’ 녹음에도 참여했다.
인터뷰어 : 김편
인터뷰이 : 켄트 푼(Kent Poon)
- 반갑습니다. 우선 본인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켄트 푼 : 20여년째 오디오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켄트 푼이라고 합니다. 레코딩, 믹싱, 마스터링 엔지니어이기도 합니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10년으로, 그해 1월 스위스 바이스의 CEO 대니얼 바이스(Daniel Weiss)와 함께 조인트 벤처인 아시아 바이스를 설립했습니다. 아시아 바이스는 바이스의 아시아 총괄 오피스입니다.
- 왜 바이스를 선택하셨나요.
켄트 푼 : 바이스는 20년 전부터 특히 프로오디오쪽에서 유명했습니다. 저도 외국에서 레코딩할 때 바이스의 컴프레서 겸 리미터인 DS1과 7밴드 이퀄라이저인 EQ1을 구매해서 썼습니다(그는 2003년 홍콩에 돌아오기 전까지 미국 뉴욕에서 엔지니어링, 캐나다에서 레코딩을 공부했고 2000년부터는 캐나다 스피커 메이커인 포커스 오디오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 스퀘어 웨이브는 그림 스피커를 비롯해 여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 배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켄트 푼 : 스퀘어 웨이브는 2010년 아시아 바이스를 설립하고 몇달 지나(2010년 9월) 세웠습니다. 많은 브랜드를 취급하는데 그림을 비롯해 더치앤더치, 드비알레, 망거, 에스텔론, 크로노스, 비어드 오디오, 일루소닉 등을 배급하고 있습니다.
- AVA 아시아는 어떤 회사인가요.
켄트 푼 : 스퀘어 웨이브가 2013년에 비투스 설립자인 한스 올레 비투스(Hans Ole Vitus)와 조인트 벤처로 설립한 회사입니다. 현재 비투스와 알루시티를 배급하고 있습니다. 알루시티(Alluxity)는 잘 아시는 대로 한스 올레 비투스의 아들인 알렉산더 비투스(Alexander Vitus)가 설립한 덴마크 브랜드입니다.
- 이제 본격적으로 바이스 이야기를 여쭤볼까 합니다. 2000년대 초에 나온 DAC 202도 그랬지만 바이스가 초창기에 파이어와이어(firewire) 단자를 채택한 이유가 개인적으로 궁금합니다.
켄트 푼 : 당시는 파이어와이어가 표준이었고 USB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더욱이 BBC 같은 곳에서 모두 파이어와이어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8채널 녹음 등을 하려면 파이어와이어 인터페이스가 필요했죠. USB보다 CPU 점유율이 낮은 점도 장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CPU 칩의 처리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에 그런 이슈는 사라졌고 지금은 파이어와이어 대신 USB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 최근 DAC 502를 리뷰했는데 소리도 소리지만 프로오디오 장비를 연상시키는 풍부한 DSP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제품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Weiss DAC502
켄트 푼 : 최고의 DAC 혹은 최고의 DAC 중 하나인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기능을 갖춘 점도 장점이죠. 기술발전으로 DAC 성능 자체가 좋은 제품은 많아졌지만, DSP를 통해 룸 환경까지 교정해주는 기능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DAC 502에는 이 모든 것을 해줄 수 있는 DSP가 내장됐습니다. 예를 들어 클래식과 힙합은 음압레벨이 달라 두 장르를 연이어 듣게 되면 볼륨을 조절해야 하는데, DAC 502 DSP에는 ‘컨스턴트 레벨’(constant level) 기능이 있어서 볼륨 조절 없이도 들을 수 있습니다.
#. 2017년 7월 출시된 DAC 502는 강력한 DSP를 갖춘 DAC이자 이더넷 입력을 통한 네트워크 렌더러. 헤드폰 출력도 된다. DAC으로서 스펙은 PCM은 24비트/384kHz, DSD는 DSD128(5.6MHz). ESS의 멀티비트 오버샘플링 텔타 시그마 DAC 칩을 채널당 1개씩 투입했다. 네트워크 렌더링은 현재 UPnP/DLNA만 가능하지만, 룬(Roon)과 MQA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조만간 지원할 예정이다.
- DAC 502의 또다른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켄트 푼 : 헤드폰 출력입니다. 헤드폰 전용 DSP가 있어서 오케스트라 음악을 들으면 스피커로 들을 때와 비슷한 무대감이 형성됩니다.
- DAC 502가 일부 하이엔드 DAC처럼 FPGA 방식이 아니라 기성 DAC 칩을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켄트 푼 : 바이스가 ESS 칩을 쓰는 것은 그 칩 안에 여러 패치가 있어서 많은 것을 제작사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컨버팅 능력도 가장 좋다고 봅니다.
- DAC 502에서 입력 디지털 신호를 195.3kHz로 업샘플링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업샘플링 주파수를 높일수록 디지털 노이즈를 더 많이 가청영역대 밖으로 밀어낼 수 있지 않나요.
켄트 푼 : 디지털 발전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새로운 차세대 포맷이 나오면 업샘플링 주파수를 또 높여야 합니다. 그런데 바이스는 통상 제품 하나를 개발, 출시하는데 적어도 7년이 걸립니다. 더욱이 바이스는 DAC과 DSP를 같은 업샘플링 주파수로 컨트롤합니다. 때문에 바이스에서는 (업비트, 업샘플링 주파수로) 40비트, 195.3kHz를 쓰고 있습니다. 바이스에서는 이 ‘40비트, 195.3kHz’를 ‘바이스 언어’(Weiss Language)로 부르고 있습니다.
- 룬 레디 인증과 MQA 디코딩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켄트 푼 : 둘 모두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기만 하면 됩니다. MQA 디코딩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DSP를 건드려서 2차 하드웨어 디코딩까지 지금 당장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경우 바이스의 모든 정보를 외부에 보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바이스의 비밀, 바이스의 언어가 폭로된다는 것이죠. 참고로, 룬 설립자이자 현 CTO인 브라이언 루키에비츠도 DAC 502 유저입니다.
- 바이스의 대한민국 수입사인 사운드트리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나요.
켄트 푼 : 두 회사는 여러 모로 비슷합니다. 음악 앨범을 믹싱하고 판매하는 것부터 시작해 R&D를 중시하고 오디오 교육에 관심을 갖는 것까지 공통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 바쁘신 와중에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켄트 푼 : 수고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