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클럽 어워즈 2019
올해의 기기 2편 : 앰프 부문

 

 


 

 

Block Audio Line & Power Block, Mono Block : 김편

 

 

블록오디오(Block Audio)라는 체코 브랜드의 프리앰프 Line&Power Block과 모노블록 파워앰프 Mono Block은 그야말로 우연히 발견한 ‘숨은 진주’였다. 올해 6월 하이파이클럽 시청회에서 우연히 접했는데, 덩치와 됨됨이, 둘이 빚어낸 사운드에 거의 넋이 나갈 정도였다. 시청회에 참석한 한 애호가는 “802 D3에서 이런 소리가 나네!”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우선 덩치가 인상적이었다. 파워앰프는 가로폭 500mm, 높이 280mm, 안길이 535mm에 무게가 90kg이나 나갔고, 프리앰프 역시 본체(Line)가 28kg, 전원부(Power)가 40kg에 달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의 됨됨이. 파워앰프는 클래스 A로 200W를 내고, 클래스 AB로는 8옴에서 250W, 4옴에서 500W를 낸다. 이는 블록단 2500VA 전원 트랜스와 50만uF이라는 물량의 전원부가 버티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프리앰프는 더 놀랍다. 일단 본체 증폭용 전원부가 15시간 지속되는 배터리 구동방식이고, 특이하게 4개 블록으로 조합된 본체는 증폭부는 듀얼모노 구조에 MM/MC 포노스테이지와 헤드폰 앰프 출력까지 갖췄다. 배터리 전원부 역시 내부를 철저히 분리시킨 듀얼모노 구조인데, 좌우 채널에 각각 AC 전원이 들어오면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와 정류, 평활 회로를 거쳐 12만uF 용량의 배터리 2개(총 4개)에 충전을 시킨다. 본체 컨트롤부와 디지털 파트에는 독립된 파워서플라이가 전원을 공급하는 점도 특징이다.

 

 

 

 

파워앰프 증폭단 설계는 입력단에 JFET, 전압 증폭단에 MOSFET+바이폴라, 출력단에 바이폴라를 투입했다. 출력단의 경우 일본 산켄의 200W짜리 바이폴라 트랜지스터(NPN)를 히트싱크 하나당 8개씩 붙였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후면 스위치 선택으로 증폭 방식을 클래스 A 모드, 에코 모드(클래스 AB), 오토 에코 모드(음악을 들을 때는 클래스 A, 10분 후에는 에코 모드)로 바꿀 수 있다는 것.

 

마일즈 데이비스의 ‘Bye Bye Blackbird’를 들어보면 곡이 나오자마자 스피커를 순한 양으로 만들어버리는 파워앰프의 힘이 단번에 느껴졌다. 트럼펫의 색채가 진하고 윤곽선이 또렷한 것, 그러면서 감촉이 편안한 것은 역시 클래스 A 200W 덕분. 투티 앨범의 ‘전람회의 그림’에서는 802 D3가 아예 자지러지고 말았다. 스피커를 여유 있게 구동하는 점도 놀랍지만, 재생음 어디에서 거칠거나 딱딱한 구석이 없는 점이 더 놀라웠다. 체코에서 홀연히 등장한 이 프리앰프와 모노블록 파워앰프에 아주 세게 얻어맞았다.

 

 


 

 

Cambridge Audio Edge NQ, Edge W : 김편

 

 

필자에게 영국 캠브리지 오디오(Cambridge Audio)는 2가지 이미지다. 우선 DAC과 스트리밍 분야에 일찌감치 뛰어든 제작사라는 것. 이미 1985년에 DAC 섹션을 별도 섀시에 담은 분리형 CD플레이어 CD1을 내놓았다. 두 번째는 ‘영국 엔지니어링, 중국 생산’ 시스템을 거의 업계 처음으로 도입했다는 것. 1994년 캠브리지 오디오를 인수한 투자사 오디오 파트너십이 그 해 중국에 공장을 설립, 제작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Edge(엣지) 시리즈는 ‘비용에 신경 쓰지 말고 역대 최고의 캠브리지 오디오 제품을 만들자’는 목표로 설립 50주년을 맞았던 2018년에 탄생했다. 마침 그 해 참관했던 독일 뮌헨쇼에서 실물을 처음 봤는데, 기존 캠브리지 오디오 제품들과는 외모부터 달랐다. 일단 덩치가 훨씬 커졌고, 마감은 더욱 고급스러워졌으며, 무엇보다 미니멀한 디자인이 캠브리지 오디오 2.0시대를 예고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가격표는 여전히 착했다.

 

엣지 NQ는 스마트한 네트워크 스트리머이자 프리앰프다. 실제로 이것저것 테스트해보니 못하는 게 거의 없었고 그것도 제대로 해냈다. 스포티파이 커넥트, 에어플레이, 인터넷 라디오는 기본이고, 타이달 코부즈 디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도 앱에서 원터치르 즐길 수 있었다. PCM은 최대 32비트/384kHz까지, DSD는 DSD256까지 지원한다. 입출력단도 풍부해서 동축과 광, USB, HDMI ARC, 블루투스 aptX HD, UPnP 재생도 할 수 있다.

 

엣지 W는 8옴에서 100W, 4옴에서 200W를 내는 클래스 AB 증폭의 스테레오 파워앰프. 내부 사진을 보면 섀시 내부 용적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형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가 눈길을 끄는데, 자세히 보면 1개가 아니라 위아래로 2개가 겹쳐져 있다. 그것도 코일 방향이 서로 반대가 되는 백투백(back-to-back) 구조여서 2개 트랜스의 전자기장 노이즈가 서로 상쇄되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발휘했다. 신호 경로상에 단지 14개 부품만 투입, 순결한 증폭이 이뤄지도록 한 점도 눈길을 끈다.

 

 

 

 

엣지 NQ와 엣지 W 조합으로 여러 곡을 들어보면서 캠브리지 오디오를 다시 보게 됐다. 특히 엣지 NQ의 팔방미인 네트워크 스트리밍 성능과 컨버팅 실력, 프리앰프 설계에 감탄했다. 해상력과 적막한 배경이 인상적. 엣지 W는 거의 클래스 A 앰프를 듣는 듯한 소릿결과 B&W 802 D3 스피커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한 구동력에 깜짝 놀랐다. 이번 엣지 시리즈의 출현으로 이 가격대 네트워크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는 완전 상향 평준화가 이뤄진 격전장이 되어 버렸다.

 

 


 

 

Octave Jubilee 300B Mono Power Amplfier : 김편

 

 

2019년 한 해 필자에게 시청각적 충격을 안긴 앰프 중 하나를 꼽자면 독일 옥타브(Octave)의 Jubilee 300B Mono가 될 것이다. 말 그대로 300B를 3발 투입해 30W를 내는 모노블록 파워앰프인데, 직열3극관 300B 3개를 트리플 싱글 구동, 클래스 A 증폭하는 점이 가장 눈길을 끈다. 집에서 몇 년째 300B 1개를 싱글 구동하는 파워앰프를 쓰는 필자의 입장에서 300B 3발을 싱글로 구동하면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자못 궁금했다.

 

 

 

 

물린 스피커는 B&W의 300B. 처음에는 ‘아무리 구동력이 좋아도 그렇지 어떻게 800 D3를 300B 3발로 울릴까’ 싶었다. 하지만 상상할 수 없는 음이 나왔다. 대출력 솔리드 앰프도 웬만해서는 제대로 울리지 못하는 800 D3를 완전히 틀어잡고 울려버렸다. 며칠 후 이 앰프를 중고역용, KT120을 푸시풀 구동해 220W를 내는 옥타브의 Jubilee MRE220을 저역용으로 투입해 아방가르드의 Trio Luxury Edition 혼 스피커를 바이앰핑하니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졌다.

 

이러니 이 앰프의 설계 디자인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핵심은 1) 300B 히팅 전압을 7Hz 주파수의 AC 전원(5V)으로 공급한다는 점, 2) 옥타브 앰프에서 즐겨 쓰는 5극관 EF800을 드라이브관으로 투입했다는 점. 옥타브에서 자세히 공개는 안 했지만 전압변동률이 극히 낮은 전원 트랜스와 광대역의 출력 트랜스가 제 몫을 했음도 분명하다. 옥타브가 원래 트랜스포머 제작사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7Hz 전원 공급 메커니즘의 경우, 내한한 옥타브 해외 세일즈 이사 토마스 브리거 씨에게 물어보니 “300B 필라멘트를 직접 히팅하기 위해 AC 전원을 이용하지만 이 경우 히팅 노이즈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순수 사인파 형태의 7Hz AC 전원을 이용하게 됐다”라고 한다. 1) 이를 위해 파워서플라이 내부에 히팅 전담 사인파 생성기 3개를 집어넣었고, 2) 굳이 7Hz를 선택한 것은 수많은 실험 끝에 7Hz에서 가장 좋은 소리가 나온 데다, 3) 배음인 14Hz, 21Hz도 인간이 들을 수 없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드라이브관 EF800도 주목할 만하다. 300B의 구동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사실 앞단의 드라이브관에서 판가름 난다. 5극관 EF800은 내부저항이 400k옴으로 높지만 전류 증폭률(gm)이 7.5mA/V로 적당해 드라이브관으로는 최적의 스펙을 보인다. 필자의 300B 싱글 파워앰프의 경우 6GV8이라는 복합관을 쓰는데, 안에 들어간 5극관의 경우 전류 증폭률이 EF800과 똑같은 7.5mA/V를 보인다. 주빌레 300B 모노의 탁월한 스피커 구동력은 EF800에서 비롯됐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300B의 기본 성정을 유지하면서도 찰진 스피커 구동력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주빌레 300B 모노는 올해의 앰프로 선정될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Orpheus Heritage

Ultimate Mono Power Amplifier : 김편

 

 

스위스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오르페우스(Orpheus)의 신형 파워앰프를 리뷰하기 위해 수입사 시청실에 들어서는 순간, 순백의 스위스 알프스 산봉우리들을 보는 듯했다. 세팅된 오르페우스 헤리티지 라인업 기기들(SACD, DAC, 프리, 파워)이 약속이나 한 듯 ‘곡면 패널 + 컬러풀 디스플레이 + 화이트 섀시’라는 패밀리 룩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중 압권은 높이가 41cm, 가로폭이 44cm, 안길이가 42cm, 무게가 무려 85kg이나 나가는 새 모노블록 파워앰프 Heritage Ultimate(헤리티지 얼티밋). 리라(Lyre)를 닮은 전면 패널 디자인과, 스테레오 파워앰프에서는 없었던 전면의 LED 띠가 은은한 푸른빛을 발산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입력신호와 소비전력, VU 미터를 알려주는 전면의 7인치 컬러풀 TFT LCD 디스플레이도 시선을 잡아끌었다.

 

헤리티지 얼티밋은 8옴에서 1000W, 4옴에서 1640W를 내는 클래스 AB 솔리드 모노블록 파워앰프. 출력도 대단하지만 순간 피크 출력이 8옴에서 1900W, 4옴에서 3280W에 달하고, SNR은 105dB, 출력 임피던스는 10m옴 미만, 앰프 스피드를 알 수 있는 슬루 레이트는 35V/us에 이른다. 증폭의 선형성을 알 수 있는 주파수 응답 특성은 20Hz~20kHz(+,-0.06dB)에 이를만큼 플랫하다.

 

전원부는 블록당 3675VA 용량의 전원 트랜스포머와 132mF 용량의 커패시터로 짜였다. 입력은 XLR, RCA 모두 마련됐고, 스피커케이블 커넥터는 한 블록당 2조가 마련됐다. 가장 궁금했던 출력단은 블록당 총 16개(8페어)의 MOSFET이 푸시풀 구동하는 설계. MOSFET이 1) 트랜지스터에 전류가 흐를 때 저항값이 낮아 각 MOSFET에 동일한 전원이 공급될 수 있고, 2) 이 때문에 매우 효율적으로 출력을 얻을 수 있으며, 3) 스위칭 스피드 자체가 BJT보다 빨라 보다 정확한 응답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 오르페우스의 설명이다.

 

 

 

 

앞서 몇 차례 들었던 오르페우스 제품들은 소릿결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부드럽고 예쁘며 화사했다. 나긋나긋하고 억세지 않으며 촉촉해서 좋긴 하지만 장르와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상황. 그러나 헤리티지 얼티밋은 이러한 타고난 DNA에 몬스터급의 에너지감과 기세, 선 굵은 윤곽선을 보탰다. 단언컨대, 이 앰프로 들은 램 오브 갓의 킥드럼은 역대급이었다. 이 앰프를 듣는 내내 매끄러운 실크 정장을 입은 근육질 몬스터의 이미지가 가시지 않았던 이유이자, 리뷰를 마치고 일찌감치 ‘올해의 앰프’로 내심 점찍었던 이유다.

 

 

 

 


 

 

Dan D’Agostino

Relentless Monoblock Amplifier : 염동현

 

 

해외 오디오 쇼 소식을 접해보다 보면 YG Acoustics 나 Wilson Audio와 매칭된 앰프로 Dan D’agostino의 앰프들이 매칭되어 있는 것을 심심찮게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들 부스는 개별 컴포넌트 별로 쟁쟁한 제품을 동원하여 물량 투입에서도 대단해 보이고, 외형적으로 압도당하게 된다. 외형이 그런 만큼 사운드에 대한 평가도 대단해서 쇼의 베스트 부스로 이름을 날리기도 하기 때문에 항상 눈여겨보는 중이다.

 

 

 

 

국내에도 이런 역대급 라인업으로 시연이 몇 번 있었는데, 그중에서 단연코 사운드 퀄리티에서 압도적인 인상을 남겼던 시연회를 꼽자면, 올 3월 말 하이파이클럽에서 주최했었던 268회 시연회에서는 댄 다고스티노의 플래그십 앰프인 Relentless를 윌슨의 알렉스와 MSB의 셀렉트 2 DAC과 어우러져 시연한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사운드 셋업을 위해 시연회 전날 미리 방문하여 소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참관하였고, 여러 곡을 들어보면서 Relentless 앰프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같이 매칭된 윌슨의 알렉스는 구동에 그리 호락호락한 스피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Relentless 모노블록 파워앰프에 의해 완전히 통제되어 완벽하게 구동되는 음을 들을 수 있었다. 스피드, 다이나믹스, 해상력, 세밀함, 무대를 꾸미는 능력 등 여러 지표에 대한 기준을 완전히 뛰어넘는 대단한 사운드를 들려주었기 때문에, 필자가 겪어 본 현존하는 앰프 제픔 중 가장 뛰어난 제품으로 기억 속에 확고히 자리 잡았다. 특히 힘과 우수한 다이나믹스 특성을 겸비하면서도 투명하고 세밀하면서 유려한 표현력을 다 갖춘 보기 드문 제품이라고 생각되어, 올해를 대표하는 앰프 부문 제품에 추천한다.

 

 


 

 

본 기는 일반적인 유저를 타깃으로 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실물을 확인해보면 사이즈에 놀라고 가격표에서 또 한 번 놀라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스피커를 완전히 제압하면서 여유롭게 음을 들려주는 능력은 기존의 댄 다고스티노 제품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단박에 날려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 보면, 모멘텀은 힘이 조금만 더 세다면 어떨까?라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고, 프로그레션은 힘을 좀 빼고 모멘텀처럼 세밀하고 청아한 느낌이 좀 더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이 든 경우에는 꼭 Relentless의 음을 경험해 보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본 기의 등장 전에는 모멘텀과 프로그레션의 장점을 공존시키기엔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Relentless는 하급기들과는 차별되는 엄청난 물량 투입을 통해 이를 현실화했고 사운드로 당당히 보여주었다.

 

올여름에 뮌헨 오디오 쇼에서 먼 발치서 뵈었던 댄 다고스티노 씨의 모습은, 수년 전 국내 수입원에 방문하여 프로그레션 앰프에 대해 설명할 때 보다 매우 수척해진 모습으로, 건강상의 염려가 되어 걱정스러운 모습에 가까워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살아있는 전설의 앰프 제작자로 기억되는 댄 다고스티노의 걸작 제품인 본 기의 발매에 찬사를 보내며, 곧이어 발매될 것으로 예상되는 Relentless 프리앰프에도 한껏 기대를 걸어본다. 


 


 

 

Nagra Classic Pre : 이종학

나그라의 아이덴티티가 가득한 명작

 

 

지난여름에 용산 전자랜드에 갔다가, 오디오 수리만 오랫동안 해온 분을 만났다. 이쪽 업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분이다. 시간이 있으면 꼭 들리란 말에, 대충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한 후 지하에 있는 작업실에 가봤다. 그의 작업대 위에는 어떤 제품 하나가 해체, 분해되어 있는데,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았다. 바로 나그라의 녹음기였던 것이다.

 

 

 

 

정말 작은 공간에 일절 빈틈이 없이 채워놨다. 특히, 하드 와이어링 솜씨는 감탄을 연발할 정도다. 그분 역시 황홀한 표정으로 기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로지 공부를 위해 수리를 맡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레이아웃을 본 적이 있느냐 내게 물어봤다. 나 역시 없다. 그렇다. 이게 나그라인 것이다.

 

바로 그 혈통의 직계를 잇는 제품이 이번에 나온 클래식 프리앰프라고 본다. 여기서 클래식이란 말은 아주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전술한 녹음기의 사이즈나 디자인 그리고 제품 철학 등이 골고루 발휘되었기 때문이다.

 

본 기의 개발을 이끈 분은 현재 나그라의 수석 엔지니어로 재직 중인 필립 샴봉이라는 분이다. 프랑스인으로, 원래 햄 라디오부터 시작, 주로 라디오 방송국에서 전송 관련 일을 한 엔지니어다. 우연히 나그라와 연을 맺어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결국 제품 개발에 관여하기에 이른 것이다. 3년여의 시간을 들여 완성한 투 박스 타입의 HD 시리즈가 워낙 큰 주목을 받았고, 거기서 축적된 노하우를 본 기에 자연스럽게 이양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흔히 프리앰프는 시스템의 완성, 말하자면 마지막 방점을 찍는 컴포넌트로 간주된다. 음질도 음질이지만, 또한 음색과도 관련이 된다. 음색이라는 것은 해당 제품을 판단할 때, 최후에 등장하는 항목이다. 그것은 바로 음악에 대한 설계자의 해석과도 관계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본 기의 음에는 비범한 데가 있다. 그러나 음색에 대해서 쓰고 싶지는 않다. 이 부분은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만듦새를 좀 훑어보겠다. 전통의 모듈 미터가 왼편에 있고, 진공관 방식으로 만들어진 점 또한 흥미를 끈다. 12AX7이 두 개, 12AT7이 한 개 들어간 구성으로, 무려 125dB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자랑한다. 이전 모델이 재즈(Jazz)라는 점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진공관 방식의 프리로, 재즈의 퍼포먼스를 훨씬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HD 프리앰프가 워낙 고성능에다 클래스가 높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벅찬 분들에겐 좋은 대안이 아닐까 싶다.

 

사실 콤팩트한 박스에 하이 퍼포먼스한 내용을 담기란 쉽지 않다. 또 전작의 성과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그 점에서 역시 내공이 깊은 메이커다운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클래식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에 걸맞은 내용을 담았다고 평가하고 싶다. 진정 나그라다운 제품이 아닐까 싶다.

 

 


 

 

Octave Jubilee 300B Power Amplifier : 이종학

트리플 싱글로 무장한 300B의 새 역사

 

 

오디오계의 불가사의 중 하나가 바로 300B다. 진공관 앰프를 논할 때, 300B냐 아니냐로 칼릴만큼 이 출력관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아니 요즘 들어 더 많은 제품을 만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출력의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왜 아직도 이 케케묵은 300B를 채용한단 말인가? 적어도 진공관 앰프 메이커로 자리를 잡으려면 일단 300B를 채용한 제품이 기본이다. 음질은 나중 문제고, 일단 300B부터 치고 나가야 한다. 그래야 제 대접을 받는다. 사실이다.

 

 


 

 

그동안 5극관, 주로 대출력 앰프를 제작해 온 옥타브에서, 300B를, 그것도 자신의 최상위 라인업인 주빌레에서 사용한다는 것은 아무튼 큰 화제였다. 옥타브로 말하면, 독일 특유의 장인 정신과 과학적 정확성을 담보로 삼고 있다. 다시 말해 안전하고, 다루기 쉬운 제품들을 발표해온 것이다. 특히, 선대 때부터 시작한 트랜스포머 제작 기술은 동사의 핵심에 속하고, 정교한 전원 보호회로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앰프를 지켜준다. 진공관 음색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안정성을 최대한 높여서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따라서 옥타브가 300B에 손을 댔다? 더구나 주빌레 라인에? 당연히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주빌레 라인에 속하는 제품들은 모노 블록 구성에, 푸시풀 회로를 장착하고 있다. 따라서 출력이 상당하다. 6550C를 사용한 제품은 250W, KT150을 사용한 제품은 무려 400W를 낸다. 초대형기를 구동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델들이다. 따라서 300B의 경우, 전통적인 방식과는 당연히 다르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트리플 싱글이다.

 

이게 과연 무슨 말인가? 300B 싱글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어느 정도의 출력을 효과적으로 얻겠다는 발상이다. 싱글 방식을 두 개 동원한 파라 싱글은 그래도 낯익은 편인데, 사실 트리플 싱글은 처음 본다. 본 기를 만나기 전에는 이런 방식이 있는지도 몰랐다. 상단에 300B가 세 개나 꽂혀 있기 때문에, 두 개는 출력관이고, 나머지 하나는 드라이브 관 정도로 봤다. 그러나 모두 출력관이다. 여기서 얻어지는 8옴에 30W라는 스펙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초대형기를 제외하면, 꽤 준수한 매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B&W와 피에가의 꽤 큰 모델들과 연결해서 들었는데, 아주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일단 음 자체가 매우 투명하고, 해상력이 출중했다. 입력된 음성 정보를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드러냈다. 또 다이내믹스도 뛰어나서, 상당히 드라마틱한 재생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저역에 관해서는 힘이 아닌 스피드로 설득력 있는 내용을 갖추고 있었다. 역시 오랜 기간 진공관 앰프를 만들어 온 내공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300B가 갖고 있는 음색이나 투명도는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풀 프리퀀시를 아우르는 정상적인 밸런스를 갖추기는 쉽지 않다. 300B에서 저역도 나오나, 싶은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꽤 큰 스피커들을 낭랑하고, 여유만만하게 구동하는 모습에서 확실히 본 기의 장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것은 다시 말해 300B를 새롭게 요리해서 또 다른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공관 자체가 갖고 있는 풍부한 음악성을 고려해보면, 본 기의 가치는 크게 주목받을 것 같다.

 

 


 

 

Dan D’Agostino

Relentless Monoblock Amplifier : 코난

 

 

20세기 후반은 신흥 하이엔드 메이커들의 각축장이었다. 특히 미국에선 마크 레빈슨, 크렐, 제프 롤랜드, 패스랩스가 각자 독보적인 설계 방식을 들고 나와 자신들의 능력을 뽐냈다. 아직 D 클래스 증폭이 하이엔드 오디오에 적용되기 이전 각 메이커들은 정말 돈과 상관없이 최고 수준의 증폭 순도와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을 구사하기 위해 투사처럼 싸웠다.

 

그중 크렐은 가장 전투적이었다. 퓨어 A 클래스 대출력을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내 오디오파일을 놀랬고 아포지 등 저능률 리본에서부터 당시 제동이 힘든 스피커도 너끈히 구동했다. MRA(Master Reference Amplifier)라는 앰프로 천 와트 앰프의 시대를 열어젖힌 것도 크렐이었다.

 

 

 

 

하지만 이후 하이엔드 앰프 분야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제 호황기 어마어마한 기름을 먹던 하마 같은 머슬카들이 사라졌듯 이젠 에너지 효율과 공간 절약 등 가치관의 변화가 일어난 것. 제프 롤랜드가 D 클래스 증폭 모듈 채용으로 시대의 트렌드를 따랐고 여러 메이커들이 시대의 조류에 탑승해 새로운 설계의 앰프를 출시하고 있다. 여전히 과거의 전통을 따르는 메이커도 있지만 크렐 같은 앰프는 더 이상 구경하기 힘들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Relentless를 본 순간 이 시대착오적 설계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 앰프를 만든 장본인은 다름 아닌 크렐의 수장이었던 댄 다고스티노. 시대의 트렌드니 뭐니 모두 내팽개치고 오직 그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증폭 이상을 예산에 관계없이 구현한 결과다. 사실 이전에 모멘텀이나 프로그레션 같은 앰프를 보면서 상당히 뛰어난 퍼포먼스에 놀랐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Relentless는 모든 것을 초월해있었다.

 

 

 

 

5.5kW라는 엄청난 전력 공급이 가능한 전원부에 600,000μF의 정전용량은 1500와트 출력에 선형적인 출력 증강을 위해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무려 백 개에 달하는 출력 트랜지스터 투입 또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게다가 4옴에서 3천 와트, 2옴에서 6천 와트 등 스피커 부하 임피던스에 따라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출력 수치는 대단하다고 밖에. Relentless라는 비현실적인 크기와 가격대의 앰프를 꼽은 것은 단지 성능 때문만은 아니다. 이 앰프가 시사하는 바는 시대의 조류에 영합하거나 무임승차한 일부 변질된 하이엔드 앰프 메이커에게 경종을 울렸다는 사실이다.


 


 

 

Bryston 28B³ Power Amplifier : 코난

 

 

한 달만 해도 여러 기기들을 테스트하고 리뷰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오디오 시스템을 어떻게 하면 업그레이드할까 고민하곤 한다. 특히 올해 들어서 엘피 구입이 대폭 늘어나 턴테이블에서 톤암이나 카트리지 업그레이드를 고민하면서 여러 제품을 알아보는데 그 자체가 낙이다. 하지만 신제품은 리뷰에서 만나는 제품을 직접 구입하기 쉽지 않다. 과거에 부쩍 오른 가격대는 살벌할 정도고 예산 안에 들어오는 제품은 성에 차지 않은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그래서 집에서 사용하는 기기들은 여전히 과거에 출시되었던 제품인 경우가 많다. 지금도 파워앰프는 왕년의 A 클래스 명기 플리니우스를 사용하고 있고 프리앰프는 제프 롤랜드의 역사 중 가장 빛나는 제품 시너지를 사용한다. 이제 세월이 흘러 이런 제품들도 일종의 클래식의 반열에 올릴만한데 여전히 패스, 마크, 크렐, 플리니우스, 제프 롤랜드 등 약간 과거의 제품들을 선호하는 나의 약간 회고적 취향은 변함이 없다.

 

 

 

 

그중 브라이스턴에 대한 추억과 애정도 여전히 뇌리에 깊게 스며있다. 저능률 스피커들로 고생할 때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무척 쉽게 해답을 제시해주었던 앰프가 브라이스턴이었다. 게다가 오디오 리서치 등 하이브리드 진공관 프리앰프와 상성이 좋아 매칭의 묘미를 알려준 것도 브라이스턴이었다.

 

오래간만에 다시 만난 브라이스턴이 반가운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28B³ 모노 블록 파워앰프는 예전에 내가 알고 있던 브라이스턴의 이미지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디자인과 설계 등에서 꽤 많이 진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젊은 엔지니어 Ioan Alexandru Salomie가 제안한 입력단 서킷 설계를 적극 도입해 만든 이 파워앰프는 어떤 상황에서도 중립적이며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좌/우 채널을 따로 증폭하는 모노 블록 형태로서 크로스토크 등에서 유리한 건 당연하며 8옴 천 와트 대출력은 어떤 스피커도 무리 없이 제동해낸다. 게다가 출력 수치나 주파수 구간과 상관없이 균질하게 낮은 고조파 왜곡 수치는 파워앰프의 기본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28B³를 통해 802D3 등 여러 스피커를 시청했는데 리뷰할 때마다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이 정도 앰프 면 앰프 고민은 더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회의론이다. 프리앰프만 신경 써주면 앰프에 대한 존재는 잊어도 될 만한 웰 메이드 파워앰프의 교본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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