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달콤하고 선명하고 투명하고.. KT88 맞아?
Cary Audio SLI-80 HS Integrated Amplifier

 


 


 

 

개인적으로 가장 미국적인 진공관 앰프는 매킨토시(McIntosh)의 MC275, 맨리(Manley)의 Stingray(스팅레이), 그리고 캐리 오디오(Cary Audio Design)의 CAD-805라고 생각한다. 아낌없이 진공관과 트랜스포머를 노출시킨 외관부터 그냥 미국적이다. 특히 MC275의 측면 커넥터, 스팅레이의 가오리 모양 섀시, CAD-805의 300B-845 세로 배치 디자인은 소리를 떠나 보는 눈맛이 대단하다. 

 

이번 시청기인 캐리 오디오의 SLI-80 HS도 이러한 미국 진공관 앰프의 DNA가 고스란히 살아있다. 블랙 파우더 코팅을 한 키 작은 섀시, 그 위에 사선으로 배치한 출력 트랜스, 그 앞에 위치한 두툼한 KT88까지 더 이상 빼고 보탤 것이 없는 진공관 인티앰프의 원형이다. 역사도 오래됐다. 오리지널이 1998년에 나왔고, 시그니처 모델이 2001년에, 이번 HS 모델이 2019년에 나왔다. 20년 이상을 롱런해온 모델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캐리 오디오와 SLI-80

 

 

캐리 오디오는 엔지니어 데니스 햇(Dennis Had)이 198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캐리(Cary)에 설립했다. 회사 이름도 여기서 따왔다. 그러다 1992년 또 다른 엔지니어 빌리 라이트(Billy Wright)가 합류했고, 데니스 햇이 은퇴한 2009년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다. 현재 본사는 캐리 인근 에이펙스(Apex)에 있다. 

 

캐리 오디오는 처음부터 진공관 앰프 메이커였다. 1989년이면 마크 레빈슨이 솔리드 파워앰프 No.27, 오디오리서치가 진공관 프리앰프 LS1을 내놓는 등 진공관과 트랜지스터 앰프의 혼재기였다. 한 해 전인 1988년에도 첼로에서는 그 유명한 Encore(앙코르) 솔리드 프리앰프, 콘래드 존슨에서는 이미 레전드가 된 Premier Seven(프리미어 세븐) 진공관 프리앰프가 나왔다. 

 

 

 

왼쪽부터 CAD-300SEI 인티앰프, CAD-805RS 앰프

 

 

캐리 오디오를 유명케 한 딱 3개의 진공관 앰프를 꼽으라면 CAD-300(1989년), CAD-805(1992년), 그리고 SLI-80(1998년)이다. 앞의 CAD 2개 모델은 모노블록 파워앰프이고, 뒤의 SLI 모델은 인티앰프다. 300B 싱글 구동의 CAD-300은 CAD-300SEI 인티앰프에 바통을 넘기며 단종됐지만, 845 싱글 구동(300B 드라이브)의 CAD-805는 지금도 RS 버전으로 생산되고 있다. 

 

빔관 KT88을 푸시풀 구동하는 SLI-80 인티앰프는 1998년 처음 등장한 이래 2차례 마이너 체인지를 했다. 처음 나왔을 때는 울트라 리니어(UL) 모드로 80W, 트라이오드(Triode) 모드로 50W를 냈다. 그러다 2001년 SLI-80 Signature(시그니처) 모델이 나오면서 트라이오드 모드 시 출력이 40W로 줄어든 대신, 오리지널에는 없던 헤드폰 앰프와 4/8옴 스위치, 리모컨을 추가했다. 2019년에 출시된 SLI-80 HS는 정류 방식을 진공관에서 솔리드로 바꿨다.   

 


 


 

 

SLI-80 HS 외관과 스펙

 

 

 

 

SLI-80 HS는 기본적으로 출력관에 빔관 KT88을 채널당 2개씩 써서 울트라 리니어 모드 시 80W, 트라이오드 모드 시 40W를 내는 클래스 AB 인티앰프다. 초단 및 전압 증폭관은 쌍3극관 6922, 위상반전 및 드라이브관은 쌍3극관 6SN7이다. 6922과 6SN7이 한 채널에 1개씩 투입됐다. 이처럼 채널당 6922 1개 - 6SN7 1개 - KT88 2개로 이어지는 구성은 오리지널 모델 때부터 계속됐다. 

 

이전 시그니처 모델과 가장 다른 점은 정류 방식의 변화다. 시그니처 버전에서는 5U4 진공관을 채널당 1개씩 썼지만 HS 버전이 되면서 솔리드 방식으로 바뀌었다. "다이내믹스와 저역 해상력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캐리 오디오의 설명. 잘 아시는 대로 정류(Rectifier)는 전원 트랜스가 승압한 AC 고전압을 맥류(아랫도리가 잘린 AC)로 바꾸는 장치다. 맥류는 뒷단의 평활회로(Smoothing Circuit)를 거쳐 마침내 앰프에서 쓸 수 있는 고전압 DC 전기가 된다. 

 

 

 

왼쪽부터 월넛, 체리, 블랙 애쉬 우드 마감

 

 

또 하나는 측면에 붙은 우드 마감인데, 이는 모델명에 붙은 'HS'(Heritage Series)와 관련이 있다. 1946년 설립된 미국의 스피커 메이커인 클립쉬(Klipsch)가 여러 오디오쇼에서 SLI-80 인티앰프와 자사 최상위 헤리티지 스피커들을 매칭해왔고, 이를 기념해 이번 콜라보 모델 SLI-80 HS가 나왔기 때문이다. 국내에 열혈 팬들이 많은 클립쉬혼(Klipschorn), 라 스칼라(La Scala), 콘월(Cornwall)이 모두 우드 인클로저가 인상적인 헤리티지 라인이다. SLI-80 HS 우드 마감을 월넛, 체리, 블랙 애쉬 중에서 고를 수 있도록 한 것도 클립쉬 헤리티지 스피커들과 시각적 매칭을 위해서다.  

 

 

 

 

SLI-80 HS 실물을 보니 무엇보다 사선 방향으로 배치한 출력 트랜스가 눈길을 끈다. 가운데는 EI 전원 트랜스이며, 뒤에 한 개씩 보이는 것은 평활용 커패시터다. 평활 커패시터를 섀시 상판에 노출시키는 것 역시 캐리 오디오 디자인의 시그니처 중 하나. 출력관 KT88 양옆으로는 출력관 결선 방식을 울트라 리니어와 트라이오드 중에서 고를 수 있는 토글스위치가 1개씩 달렸다. 뒤에 보이는 잭(바이어스 미터 잭)과 포텐셔미터는 출력관 바이어스 조절 용이다.  

 

 

 

 

전면 패널에는 건드릴 수 있는 게 제법 많다. 왼쪽부터 전원 온 오프 토글스위치, 입력 선택 노브(Line 1, 2, 3), 볼륨 컨트롤 노브, 좌우 밸런스 노브, 리모컨용 IR 센서, 출력 선택 토글스위치(헤드폰/스피커), 6.35m 헤드폰 출력 잭 순이다. 후면은 가운데 전원 인렛 단자를 사이에 두고 좌우가 완벽히 대칭을 이루는 모습인데, 스피커 케이블 커넥터와 8옴/4옴 선택 토글스위치, 아날로그 입력단자(RCA) 3조가 마련됐다. 액티브 서브우퍼 출력 단자도 1조 있다. 

 

 

 

 

캐리 오디오에 따르면 하드와이어링 배선을 채택한 내부 디스크리트 부품은 브랜드로 꽉 찼다. 문도르프(Mundorf) 커플링 커패시터, 유나이티드 케미콘(United Chemi-Con)의 전해 커패시터, 데일(Dale) 저항, 이튼(Eaton)과 C&K의 스위치, 알프스(Alps) 볼륨 등이다. 주파수 응답 특성은 19Hz~23kHz(+,-0.5dB), 최대 게인은 34dB, 무게는 19kg을 보인다. 

 

 


 

 

쌍3극관 6922 :

클래스 A SRPP(Series Regulated Push Pull) 전압증폭

 

 

이제 SLI-80 HS 설계 디자인을 살펴볼 차례다. 일단 메모해둘 만한 특징들이 많다. 출력관 결선 방식을 울트라 리니어/트라이오드 모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부터 시작해서, 입력신호와 초단관 그리드의 다이렉트 커플드(DC) 설계, 파워서플라이에서 직접 바이어스 전압을 끌어다 쓰는 고정(fixed) 바이어스 방식, 4dB에 불과한 네거티브 피드백 회로 등이다. 왼쪽 채널을 기준으로 입력신호부터 찬찬히 따라가봤다. 

 

 

 

 

우선 RCA 입력단자를 통해 들어온 음악 신호는 알프스 볼륨을 거친 후 초단관인 6922(E88CC)로 들어온다. 6922은 한 알에 3극관이 2개 들어간 쌍3극관(twin triode)으로, 진공관 특성을 알 수 있는 전압 증폭률(amplification factor. u. 게인)은 33, 전류 증폭률(gm)은 12.5mA/V, 플레이트 저항은 2.6k옴을 보인다. 

 

SLI-80 HS는 전압 증폭, 그러니까 이 인티앰프의 게인(34dB)이 확보되는 6922를 클래스 A 증폭, SRPP 방식으로 구동한다. 사실, 오디오를 하면서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지만 이왕 내친 걸음 최소한 어떤 메커니즘인 정도는 파악해야 하는 것이 리뷰어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SRPP(Series Regulated Push Pull)는 말 그대로 '직렬로 연결된 푸시풀'이다. 물론 6922가 쌍3극관이기에 가능한 증폭 회로다. 

 

cf. 3극관은 음악 신호가 들어오는 그리드(grid), 전자를 방출시키는 캐소드(cathode), 캐소드에서 방출된 전자가 모이는 플레이트(plate)로 구성된다. 음악 신호는 교류이기 때문에 그리드에 - 신호가 들어오면 캐소드에서 방출되는 전자의 양이 줄어들고, + 신호가 들어오면 전자의 양이 늘어난다. 즉, 그리드의 전압으로 캐소드에서 플레이트로 움직이는 전자의 흐름(전류)을 조절한다. 이것이 진공관 증폭의 원리다. 참고로 전자는 캐소드에서 플레이트로 움직이지만 전류의 흐름은 '관례상' 플레이트에서 캐소드로 흐르는 것으로 표시한다. 이는 1.5V 건전지가 투입된 폐회로도 마찬가지다. 전자는 건전지의 음극에서 출발해 회로를 거쳐 양극으로 들어가지만 전류 흐름은 양극에서 음극 방향으로 표시된다.   

 

 

 

SRPP 개념도

 

 

위 그림이 SRPP 증폭 과정을 나타내는 다이어그램이다. 자세히 보면 입력신호가 밑에 있는 3극관(V1)의 그리드(grid)에 들어오고, 출력 신호가 위에 있는 3극관(V2)의 캐소드(cathode)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입출력 신호의 파형(위상)이 서로 반대이고, V1의 플레이트(plate)와 V2의 그리드(grid)가 커패시터 없이 곧바로 직렬로 연결(다이렉트 커플드. DC)된 점이 특징. 그래서 SRPP(직렬연결 + 푸시풀)다. 

 

왜 이렇게 증폭회로를 짠 것일까. 핵심만 짚어보면, SRPP로 회로를 짤 경우, 1) 게인은 높고(34dB), 2) 출력 임피던스는 낮은 데다(캐소드 팔로워), 3) 두 3극관 사이의 신호 경로상 커패시터가 없어서(DC 커플드) 왜곡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쌍3극관 6SN7 :

위상반전(phase splitter) 및 출력관 드라이브

 

 

 

 

6922에서 빠져나온 증폭 신호는 이제 또 다른 쌍3극관인 6SN7으로 들어간다. 물론 안에 있는 첫 번째 3극관 V1의 그리드다. 그런데 이 6SN7은 막중한 임무가 있다. SLI-80 HS가 푸시풀 앰프이기 때문에 뒷단에 있는 KT88이 푸시풀 구동을 할 수 있도록 2가지 신호를 내보내야 한다. 서로 위상만 반대인 푸시 신호와 풀 신호다. 즉, 1) 위상반전이 이뤄져야 하고, 2) 출력관을 각각 드라이빙해야 하는 것이다.  

 

 

 

Original Williamson Inverter/Driver

 

 

쌍3극관으로 위상반전을 시키는 유명한 고전 회로가 위 사진에서 보이는 윌리엄슨(Williamson) 회로다. 위 다이어그램에서는 6SN7이 2발 투입돼 각각 위상반전과 드라이브 역할을 맡는데, 뒤에서 드라이브 역할을 맡는 6SN7은 생략해도 된다. 핵심은 6SN7의 첫 번째 3극관(V1)의 플레이트에서 빠져나온 증폭 신호가 2번째 3극관(V2)의 그리드에 입력되면, V2 플레이트(위)에서는 역위상 신호, V2 캐소드(아래)에서는 정위상 신호가 출력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진폭은 똑같고 위상만 반대인 두 신호가 출력관 KT88을 각각 1발씩 드라이빙하게 된다. 

 

한편 6SN7의 스펙을 보면, 전압 증폭률(u) 20, 전류 증폭률(gm) 2.6mA/V, 내부저항(플레이트 저항. Rp) 7.7k옴 등 진공관 3대 상수가 비교적 괜찮은 조화를 이루는 데다 플레이트 손실(plate dissipation)이 5W(1개), 7.5W(2개)로 높아 드라이브관으로 쓰기에 유리한 면모를 보인다. 드라이브관은 무엇보다 출력관을 강력하게 구동할 수 있는 파워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빔관 KT88 : 클래스 AB 푸시풀 출력

 

 

출력관은 빔관 KT88을 채널당 2개씩 썼다. 하나는 정위상 신호를 전류 증폭하고, 다른 하나는 역위상 신호를 전류 증폭한다. 울트라 리니어 모드 시 80W, 트라이오드 모드 시 40W 출력이 얻어지는 곳이 바로 이 출력관이다. 출력(전력. P)은 전압(V) x 전류(I)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KT88의 경우 출력관답게 전류 증폭률(gm)이 11.5mA/V나 된다. 내부저항(Rp)은 12k옴으로 역시 다극관답게 높은 편. 4극관인 KT88을 트라이오드(3결 접속) 혹은 울트라 리니어(스크린 그리드 + 출력 트랜스 1차 권선 접속)로 결선하는 것도 이 내부저항을 낮추기 위해서다. 

 

 

 

 

참고로, KT88이 그리드, 캐소드, 플레이트, 스크린 그리드(screen grid)로 이뤄진 4극관(tetrode)인데도 빔관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연이 있다. 캐소드에서 출발한 전자가 최종 플레이트에 도착하는 순간 튕겨 나오는 점이 4극관의 문제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크린 그리드와 플레이트 사이에 서프레스 그리드(supress grid)를 집어넣은 것이 5극관이었다. 요즘도 출력관으로 명성이 높은 EL34와 EL84가 대표적인 5극관이다. 

 

그런데 5극관은 필립스가 특허를 받았기 때문에 1933년 EMI 엔지니어들이 플레이트 안쪽에 한 쌍의 빔 플레이트(a pair of beam-forming plates)를 집어넣어 사실상 서프레스 그리드 역할을 하는 묘수를 고안해낸 것이 바로 빔관의 시작이었다. 'KT'라는 말도 '말썽 없는 4극관'이라는 뜻의 'Kinkless Tetrode'에서 따왔다. KT66은 1937년, KT88은 1956년, KT150은 2013년에 만들어졌다. 


 


 

 

시청

 

 

시청에는 브라이스턴의 네트워크 DAC BDA-3.14와 소너스 파베르의 Olympica Nova III(올림피카 노바 III) 스피커를 동원해 주로 룬(Roon)으로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올림피카 노바 III는 공칭 임피던스 4옴, 감도 90dB, 주파수 응답 특성 35Hz~25kHz를 보이는 3웨이, 4유닛 스피커. 때문에 SLI-80 HS 스피커 커넥터 스위치는 4옴에 뒀다. 같은 곡을 트라이오드 모드와 울트라 리니어 모드로 번갈아 들어봤다. 

 

 

Jacintha - Moon River

Autumn Leaves

 

1) 트라이오드 모드 = 트라이오드 모드를 선택할 경우 클래스 A 증폭 구간이 넓다는 캐리 오디오의 주장이 비로소 납득이 갔다. 소리가 진하고 잔향음이 풍성하며 소릿결이 촉촉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맛 때문에 굳이 빔관이나 5극관을 3결 접속하는 것이다. 하지만 SLI-80 HS의 가장 두드러진 사운드 특징은 입자감이 곱고 달콤하며 부드럽다는 것. KT88도 캐리 오디오에서 푸시풀로 구동하고 트라이오드 모드로 작동시키면 이런 시럽 같은 음이 나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러면서도 KT150처럼 깨끗하고 맑으며 투명한 음이 나오는 것도 놀랍다. 피드백을 적게 건 것이 이처럼 정갈한 음 만들기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배경까지 조용하니 거의 누구나 쉽게 반할 만한 음이라고 생각한다. 

 

2) 울트라 리니어 모드 = 보컬의 음상이 약간 높게 맺히고 무대가 살짝 좁아진다. 배음과 풍성한 잔향, 밀키한 촉감도 약해졌다. 여성 보컬은 역시 3결 접속이 나은 것 같다. 최소한 이 곡에서는 늘어난 출력에 대한 특별한 장점을 파악하기 힘들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바로 직전에 3결 접속으로 들었던 게 잘못이다. 상대적으로 앙상하고 야윈 느낌마저 든다. 피아노 오른손 건반음도 딱딱해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음의 밀도를 지나치게 높인 느낌이다. 

 

 

Varuajan Kojian, Utah Symphony Orchestra

Berlioz Symphonie Fantasique IV.

Symphonie Fantasique

 

1) 울트라 리니어 모드 = 무리들이 멀리서 다가오지만 소리는 분명하다. 한 음 한 음을 진득하게 내주는 것이 특징. 무대의 스케일이나 오케스트라 악기의 레이어감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팀파니의 파워감과 리듬감이 압권. 깔끔하고 탄력적이며 예각으로 파고든다. 역시나 KT88 진공관 앰프 느낌이 덜하다. 

 

2) 트라이오드 모드 = 얌전하다. 좀 전에 스쳐간 것이 치타나 삵이었다면 지금은 고양이 정도에 불과하다. 팀파니가 내리치는 순간에도 그 끝음이 곱고 동글동글하다는 인상. 시럽 가득한 음이 이런 대편성곡에서는 독이 되는 것 같다. 필자와 무대 사이에 얇은 막이 내려진 듯도 하다. 그런데도 무대의 좌우 넓이나 공간감, 탁 트인 전망은 계속해서 트라이오드 모드가 나은 것 같다. 정갈하며 해상력이 높은 무대도 계속된다. 

 

 

Curtis Fuller - Oscalypso

The Opener

 

1) 트라이오드 모드 = 이상할 정도로 드럼의 템포가 빠른 점을 빼놓으면, 피아노와 베이스, 트롬본의 정위감이나 색소폰 특유의 리퀴드함 등에서 부족함이 없다. 피아노가 등장할 때는 갑자기 식욕이 돌 만큼 매력적. 전체적으로 메마르거나 거친 느낌이 없다. 

 

2) 울트라 리니어 모드 = 처음부터 모든 게 마음에 든다. 무대의 스케일도 커지고 각 악기의 음상이 보다 정확히 맺힌다. 한마디로 거의 모든 음들이 좀 전보다 잘 들린다. 이것은 누가 들어도 알 수 있을 만큼 큰 차이다. 트롬본은 더욱 호방해졌고 드럼의 림 플레이는 보다 선명해졌다. 음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을 어필해온다. 노이즈 플로어도 지금이 훨씬 낮다. 

 

 

Rage Against The Machine - Take The Power Back

Rage Against The Machine

 

1) 울트라 리니어 모드 = 처음 나온 드럼 소리에 정신이 번쩍 났다. 시청실 앞 벽 전체가 움직이며 소리를 낸 것 같다. 심지가 튼튼하고 야위지 않았다. 보컬의 발음은 또박또박 잘도 들린다. 무대 곳곳에서 별의별 소리가 다 들린다. 

 

2) 트라이오드 모드 = 드럼의 타격감이 확실히 약하다. 하지만 이 점만 빼면 오히려 트라이오드 모드에서 이 곡이 훨씬 신나게 들렸다. 결국 클래식 대편성곡이나 소편성 재즈 캄보 곡을 제외하면 여성 보컬이나 록, 팝에서는 트라이오드 모드가 더 나은 것 같다. 물론 일부 구간에서는 앰프가 오버 슈팅을 한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KT88 맞나 싶을 만큼 선명하고 깨끗한 음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이어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Come Away With Me)를 들어보면 진공관의 매력이라 할 온기가 비로소 음에서 느껴진다. SLI-80 HS가 워낙 부드러운 감촉과 해상력, 투명함이 돋보여 그 내밀한 온기가 가려져 있었던 탓이다. 


 


 

 

총평

 

 

오래간만에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진공관 앰프를 들었다. 캐리 오디오의 SLI-80 HS는 'KT88의 재발견'으로 요약된다. 그렇게나 투박하고 남성적으로만 여겼던 KT88이 이처럼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소리를 들려줄 줄이야. 앞단의 BDA-3.14 덕도 크게 봤겠지만 KT150 뺨치는 섬세한 해상력과 투명한 무대에 계속해서 깜짝깜짝 놀랐다. 특히 노라 존스의 곡을 트라이오드 모드 접속해서 들어보면 그야말로 심신이 피곤한 필자를 한없이 보듬어주고 위로해준다. 예전 이 노래가 9.11 사태로 실의에 빠진 미국인들을 달래줬듯이. 왜 SLI-80 인티앰프가 이토록 롱런을 해왔는지 절감한 시청이었다.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추천할 만한 진공관 앰프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Specifications

Circuit Type

Push-Pull Ultra-Linear Amplification Pure Class AB1

Power Output

40 watts/channel – Triode

80 watts/channel – Ultra-Linear

Tube Complement

2 – 6922 Input Buffer Preamp

2 – 6SN7 Pre-Driver/Phase Inverter

4 – KT88 Output Tubes (or 6550, EL34, 6CA7, KT77, KT90, KT120)

Input Sensitivity

45 volts for full output

Input Impedance

100,000 ohms

Noise and Hum

82dB below rated output

Frequency Response

19Hz to 23KHz +/- .5 dB at full power output

Output Taps

8 Ohms, 4 Ohms

Maximum Gain

34dB

Power Consumption

166 watts – Operation

83 watts – Standby

Inputs

3 Pairs Single-ended RCA

Outputs

1 Pair Speaker Posts (Switch for 4 and 8 Ohm Selectable)

1 Pair RCA for Subwoofer, ¼” Headphone

Output Polarity

Non-Inverting (any input)

Warn-Up Time

Approximately 3 minutes

Break-In Period

100 hours of music playing time

Finish

Black Powder Coated Matte Chassis with Silver or Black Aluminum Faceplate and Knobs

Weight

42 lbs.

Dimensions

7″ H x 17″ W x 16″ D

 


Cary Audio SLI-80 HS Integrated Amplifier

수입사

사운드솔루션

수입사 홈페이지

www.sscom.com

구매문의

02-582-9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