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어쿠스틱 시공
아트노비온으로 꿈의 리스닝 룸이 완성되다

지난 3월 한 회원님이 하이파이클럽에 전화를 주셨습니다. 공장 2층에 리스닝 룸을 만들었는데 소리가 마음에 안든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원님은 "무엇보다 플러터 에코가 심해서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다"고 하소연을 하시더군요. 이후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눈 후 현장 탐사를 갔더니 눈이 휘둥그래질 만한 오디오 기기들이 압권이었습니다. 

 

 

 

가로폭 8m, 세로폭 12m, 천고 4m의 대형 리스닝 룸에는 우선 이소폰(현 가우더 어쿠스틱)의 플래그십 스피커 Berlina RC11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MBL의 베스트셀러 프리앰프 6010D와 모노블록 파워앰프 9011, 그리고 소스기기로 심오디오 Moon 750D와 메리디안의 Reference Audio Core 818, Media Drive 600 등이 가지런히 랙에 수납돼 있었습니다. 

 

 

 

아날로그 시스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이먼 요크 디자인의 Series 10 턴테이블에는 S7.1 톤암이 장착돼 있었고 이외에도 가라드 301 턴테이블과 볼더 1008 포노앰프, 서병익 오디오 TCR SE 포노앰프 등도 회원님의 오랜 오디오 편력을 생생히 드러내주고 있었습니다. 회원님은 30년 가까이 오디오를 해오셨다고 합니다. 

 

 

 

 

가우더 어쿠스틱(Gauder Akustik)이 이소폰(Isophon) 시절 내놓은 4옴, 4웨이 Berlina RC11 스피커입니다. 높이가 2.02m, 무게가 212kg에 달하는 대형기로, 3개 캐비넷에 0.75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 2인치 다이아몬드 미드레인지, 7인치 세라믹 미드레인지, 9인치 세라믹 우퍼 4개 등 총 7개의 아큐톤 유닛이 수납됐습니다. 가우더 어쿠스틱에 따르면 세라믹 유닛들은 0Hz~1kHz, 다이아몬드 유닛들은 1kHz~80kHz를 커버하는 놀라운 스펙을 자랑합니다. 

 

 

 

룸 어쿠스틱은 오디오 시스템보다 더 중요합니다. 공진이나 울림이 심한 룸은 아무리 좋은 오디오시스템이 오더라도 좋은 사운드를 내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디오 전용 룸은 반드시 룸 어쿠스틱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일반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음향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특히 전용 리스닝 룸을 만드는 경우 일반 거실이나 룸의 가구 등이 없기 때문에 울림이 더 심해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테리어 설계단계부터 룸 어쿠스틱 콘트롤을 고려한 시공이 되어야 하는데, 보통은 이렇게 인테리어 마감이 끝난 후 음질에 대한 문제를 상담해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 인테리어 재시공이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전문 룸튜닝재를 이용한 어쿠스틱 콘트롤을 시도하게 됩니다.

 

 

 

그런데 리스닝 룸을 살펴보니 여러 문제점이 파악됐습니다. 일단 정면 벽 하단에 환풍을 위한 작은 창문이 3개가 있어 그 앞에 스탠드형 음향판을 2개 세워놓고 계셨습니다. 정면 벽, 그러니까 가장 강력한 음향 에너지가 처음 부딪히는 스피커 뒷벽이 이런 환경이면 아무래도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올 수가 없습니다.

 

또한 오른쪽 벽 스피커 옆에는 작은 방으로 연결되는 문이 있는데다, 모서리 역시 돌출형이라 일반적인 베이스 트랩 설치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대대적인 룸 튜닝밖에는 답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이후 상담 끝에 아트노비온(Artnovion Acoustics) 흡음/분산 패널 위주로 룸 튜닝 제안서를 드렸고 4월 중순 이틀에 걸쳐 본격 공사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아트노비온 룸 튜닝 과정

 

 

 

아트노비온은 스페인의 하이엔드 룸 튜닝 전문업체입니다. 무엇보다 임펄소(Impulso)라는 자체 제작 아이폰 앱을 통해 룸 환경을 측정, 가장 알맞은 아트노비온 음향 패널을 추천하고 시뮬레이션까지 해주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 앱에 회원님의 룸 크기와 벽 재질, 특정 주파수 측정치 등을 입력하자 가장 알맞는 모델로 아발론 플로우(Avalon Flow)가 추천됐습니다. 

 

 

시공하기 전에 3D 모델링 작업을 통해 어떤 식으로 룸튜닝재가 배치되는지 보여드렸습니다.

 

 

 

설치를 위해 대기 중인 아트노비온 음향 패널 박스들입니다. 아트노비온 구성품은 메인 흡음(absorption) 및 분산(diffusion) 패널 '아발론 플로우'(Avalon Flow), 베이스 트랩 '베이스 트랩 월'(Bass Trap Wall), 천장 디퓨저 '마이론 E'(Myron E) 등입니다. 

 

 

 

먼저 베이스 트랩을 설치할 정면 벽 모서리 2곳에 지지목(브라켓)을 설치했습니다. 돌출형이라 일반적인 베이스 트랩 설치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베이스 트랩 월 뒷모습입니다. 주 재료는 어쿠스틱 패브릭과 HDF, 천연 무늬목이며 흡음 주파수 대역은 80Hz~120Hz에 달합니다. 크기는 1190mm x 595mm, 두께는 64mm입니다. 

 

 

 

지지목에 장착한 베이스 트랩 월 모습입니다. 이 베이스 트랩 월은 전면 디자인을 6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회원님은 세로 줄무늬가 인상적인 시에나(Siena) 모델을 선택하셨습니다. 

 


 

정면 벽과 옆 벽에 설치할 아발론 플로우의 모습입니다. 보시는 대로 보는 각도에 따라 물결 문양이 다른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발론 플로우는 흡음과 분산을 겸한 하이브리드 음향패널로, 세로로 촘촘히 난 줄무늬가 유려한 곡선미를 자랑합니다. 주 재질은 목재와 패브릭이며, 250Hz~5kHz 중고역대의 흡음과 분산은 효과적으로 수행합니다. 설치 후 그 효과는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먼저 정면 벽에 아발론 플로우 패널을 한 장 한 장 붙였습니다. 기기들이 워낙 대형기기들이라 무게도 나가는 관계로 기기를 옮기지 못하고 그냥 있는 상태에서 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미리 오디오 기기들에 비닐을 씌워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파손이나 흠집 위험 방지에 만전을 기했습니다. 

 

 

 

아발론 플로우는 일일이 벽에 피스를 박아 설치했습니다. 

 

 

 

매사가 그렇듯, 역시 중요한 것은 '디테일'입니다.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제구두를 완성하듯, 정성을 다해 패널들을 장착해나갔습니다. 전체 작업에 이틀이 걸린 이유입니다. 

 

 

 

아트노비온 음향 패널을 설치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깔끔하면서도 예술작품 같은 디자인이 저절로 엄지척을 하게 만듭니다. 한눈에 봐도 설치 전보다 훨씬 세련되고 멋있어졌습니다. 회원님의 가장 큰 불만이었던 플러터 에코가 싹 가신 것은 물론입니다. 

 

 

 

이제 베이스 트랩 월을 추가 설치합니다. 왼쪽에 보이는 삼각대가 달린 기기는 룸 튜닝의 필수인 정밀 측정장비입니다. 

 

 

 

오른쪽 모서리에도 베이스 트랩 설치를 해줍니다. 

 

 

 

하단 창문에도 아발론 플로우 패널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회원님이 환기를 원하셔서 밑부분에 약간의 틈을 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오른쪽 벽에 난 출입문입니다. 우선 문 왼쪽에 아발론 플로우 패널을 설치했습니다.

 

 

 

이어 오른쪽 벽에도 아발론 플로우 패널을 설치했습니다. 

 

 

 

디퓨저 마이론 E(Myron E)를 천장에 설치하는 모습입니다. 마이론 E는 스튜디오 등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2차원 QRD 디퓨저로, 분산 주파수 대역은 630Hz~6.3kHz를 커버합니다. 예전 RPG의 스카이라인과 동일한 효과를 내주는 제품인데, 두께가 더 두껍고 단면도 다양한 각도로 깎여 음을 좀 더 미세하하고 자연스럽게 분산시켜줍니다. 재질은 EPS이며 개당 크기는 595mm x 595mm, 두께는 150mm를 보입니다. 

 

 

 

룸 튜닝이 완료된 후 리스닝 룸 전경입니다. 이런 오디오 기기와 룸 튜닝 환경이라면 그야말로 꿈의 리스닝 룸이라 하겠습니다. 스피커의 위치는 디퓨저 라인에 맞춰 설치 후 음을 들어가며 세밀히 조정했습니다. 천장의 마이론 E 디퓨저와 조명이 룸 분위기를 아주 고급스럽게 만들어줍니다. 회원님도 무척 만족해 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정면 벽 하단도 말끔하게 패널로 가려졌습니다. 하단 패널들은 환기를 위해 붙박이가 아니라 벽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스탠드형으로 설치했습니다. 

 

 

 

오른쪽 벽에 설치한 아발로 플로우의 유려한 곡선미가 시선을 잡아끕니다.  

 

 

 

설치가 끝난 후 회원님은 "플러터 에코가 없어지고 포커싱이 비로소 잡히는 등 아주 만족스럽다"고 환한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실제로 룸 튜닝이 끝난 후 몇 곡을 들어보니, 이소폰 스피커와 MBL 앰프들이 비로소 제 실력을 발휘하더군요. 특히 이소폰 스피커의 아큐톤 유닛에서 나오는 단단하면서도 섬세한 소리는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결국 이를 헝겊처럼 덮었던 정재파와 플러터 에코가 아트노비온 덕분에 말끔히 가신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MBL 9011 모노블록 파워앰프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환경이 바뀌자 앰프가 마치 생물처럼 생기가 돌더니 4옴 800W 대출력을 마음껏 과시합니다. 이제는 자신을 괴롭혔던 부밍이나 딥 따위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투였습니다. 맑고 투명해진 사운드와 3D로 펼쳐진 공간감 역시 룸 튜닝이 끝난 후 크게 달라진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행복한 오디오 생활을 즐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