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계획이 다 있구나
Waversa Systems W Slim Lite + W Slim DS


천군만마. 최근 들은 두 기기 조합이 꼭 그러했다. 지난해 말 리뷰를 했던 웨이버사 시스템즈(Waversa Systems)의 WSlim Lite에 새로 출시된 WSlim DS를 붙이니 혈혈단신 장수가 천군만마를 얻은 듯했다. 이는 마치 최근 해리 케인의 어시스트 4번에 손흥민 선수가 4골을 원샷원킬한 장면 같았다. 


WSlim DS의 탄생

WSlim DS는 DS(Docking Station)라는 뜻 그대로 WSlim Lite와 연결을 전제로 탄생한 보조 장치다. 사이즈가 둘이 똑같아 둘을 포개놓으면 완전 깔맞춤이다. 이러라고 WSlim DS 상판 네 귀퉁이에는 WSlim Lite 고무발을 올려놓게끔 둥근 홈이 파여있다. 

그러면 슬림 라이트는 왜 DS가 필요했을까. 아날로그 입력단자가 필요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슬림 라이트는 디지털 입력단만 갖춘 스트리밍 인티앰프이기에 CD플레이어나 포노스테이지로부터 아날로그 출력을 받을 수 없는 점이 아쉬웠던 애호가들, 진짜 많았다.

이러한 큰 그림이 그려지자 웨이버사는 하나를 더 추가했다. 웨이버사가 이미 일가를 이룬 MM/MC 포노스테이지를 DS 안에 마련한 것이다. 어차피 밸런스(XLR)와 언밸런스(RCA) 입력단자를 마련하는 만큼, RCA 단자가 포노 단자를 겸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웨이버사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신준호 대표의 글을 읽어보니, 웨이버사는 계속해서 더 욕심을 냈다. HDD 혹은 SSD를 장착해 DS에게 뮤직서버 역할까지 맡겼고, 크롬 캐스트나 TV와 연결할 수 있는 HDMI 입력단자와 HDMI 출력 단자를 집어넣었다. 이왕 내친 걸음, 요즘 유행하는 ARC(Audio Return Channel) 프로토콜까지 지원키로 했다. 

DS가 HDMI ARC를 지원하면서 여러 가지 이점이 생겼다. 우선 광 케이블 연결 시에는 불가능했던 TV 볼륨 및 전원 연동이 가능해졌다. TV 볼륨을 줄이면 DS를 통해 슬림 라이트 볼륨도 줄어드는 것이다. 전송속도가 광의 384kbps에서 HDMI ARC의 1Mbps로 늘어나는 점도 매력적. 

하지만 더 큰 이득은 DS가 HDMI ARC에서는 웨이버사의 전매특허인 WAP와 WAP/X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된 점이다. 웨이버사가 FPGA로 자체 설계한 WAP(Waversa Audio Processor)는 고해상도 업샘플링 및 클럭 교통정리, 원본 신호 추정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WAP/X(eXtension)는 주로 배음 처리를 담당한다. 

아날로그 입력, 포노스테이지, 저장장치, HDMI 입출력(ARC), 이게 끝이 아니었다. “슬림 라이트에 파워앰프를 연결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유저의 요청을 수용, 프리 아웃 기능을 집어넣었다. DS의 RCA 입력단자를 출력 단자로도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DS에 헤드폰 앰프를 내장, 전면에 6.3mm 헤드폰 잭까지 마련했다. 


WSlim Lite와 WSlim DS 연결

웨이버사에서 슬림 라이트 전용 DS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필자는 궁금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둘은 어떻게 연결하나? 슬림 라이트가 디지털 입력만 받는다면 결국 DS 안에는 ADC가 들어있다는 얘기인가? 이 경우 컨버팅 스펙은 어떻게 될까? 결정적으로 전원은 어디 한 곳에만 연결하면 되나? 이 모든 것은 최근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두 형제를 직접 보고 만지고 들어보면서 확실히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우선 둘은 3개 케이블로 연결된다. USB A(슬림 라이트)-USB C(DS) 케이블, 동축 케이블, 전원 케이블(슬림 라이트 인, DS 아웃)이다. USB 케이블은 컨트롤용이고, 동축 케이블은 디지털 음악 신호 전송용이다. 메인 전원은 어댑터를 통해 DS에만 공급된다. 3개 케이블은 기본 제공된다. 

후면을 보니 둘의 연결 관계 및 DS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왼쪽부터 개발 및 서비스용 USB A 단자, HDMI IN 단자, HDMI OUT(ARC) 단자, 컨트롤용 USB C 단자, 동축 IN 단자, 동축 IN/OUT 단자, XLR 입력단자 1조, RCA 입출력 단자 1조, 포노 접지단자 순이다. HDD 또는 2.5인치 SSD는 하단에 장착하게끔 돼 있다. 


WSlim DS+WSlim Lite로 할 수 있는 17가지 

구차한 설명, 필요없다. 둘의 조합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정리해봤다. 

WSlim Lite : 스피커 출력(80W), 룬(Roon) 플레이, WNDR 플레이, UPnP/DLNA, 에어플레이, 블루투스 4.0 aptX, FM 튜너, 디지털(광, 동축) 입력, 볼륨 조절

WSlim DS+WSlim Lite : 아날로그 입력(XLR, RCA), 포노입력(MM, MC), 헤드폰 출력, 뮤직서버(HDD, SSD),  HDMI 입력, HDMI 출력(ARC), 프리아웃


WSlim DS 설계디자인

WSlim DS는 자신에게 들어온 아날로그 입력신호를 모두 디지털 신호로 컨버팅해 슬림 라이트에 보낸다. 짐작대로 ADC(Analog Digital Converter)가 내장된 것이다. 그리고 포노 카트리지 신호를 비롯해 모든 아날로그 입력신호는 디지털 신호로 컨버팅된 뒤 24비트, 176.4kHz로 업비트, 업샘플링된다. 

MM/MC 포노 스테이지도 정성이 가해졌다. 일단 디지털 신호로 바뀐 포노 카트리지 신호를 상대로, WAP를 통해 노이즈를 낮추고 세세한 게인 세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게인 설정의 경우 '다이내믹 레인지' 값을 -6dB, -4.5dB, -3dB, -1.5dB, 0dB, +1.5dB, +3dB, +6dB 중에서 고를 수 있다. 통상 MM 게인이 40dB, MC 게인이 60dB인 만큼 해당 값을 선택하면 그만큼 가감이 된다. 

이와 관련한 팁으로, 신준호 대표는 "클리핑이 발생하지 않는 가장 높은 게인을 유지하면 디지털화 과정에서 최대한의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포노와 아날로그 입력신호 모두에 적용되는 WAP/X 레벨도 총 3단계 모드, 즉 MD1(디폴트), MD2, MD3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실제 테스트를 해보니 MD3을 선택했을 때 가장 편안한 소리가 나왔고 무대의 입체감이라든가 음상의 정교함이 두드러졌다. 다만 게인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듯했다. 

WAP/X와 관련, 신준호 대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WAP/X는 음원에 포함된 배음(Harmonics)을 증대시키는 알고리즘이다. 이러한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녹음과 디지털화 과정에서 소실된 배음을 살려야 실제와 같아지기 때문이다. 없는 배음을 단순히 넣으면 이는 노이즈다.”

“현재 WAP/X는 32차 배음까지 구현할 수 있는데(2차, 4차, 8차, 16차, 32차), 통상 진공관의 2차 배음 구조를 보면 2차에서 4차 배음으로 넘어갈 때 큰 폭으로 떨어진다. 4차 배음이 상대적으로 심하게 소실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현악기 등 통울림 악기에서는 4차 배음 특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4차 배음을 어떻게든 살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진공관으로는 한계가 있다.”

DS에 적용된 WAP/X 각 모드는 다음과 같다. 

MD1 : 웨이버사가 사전에 세팅한 2~32차 배음 그래프로 작동한다. 

MD2 : MD1에서 2차와 4차 배음을 증폭한 세팅이다. 

MD3 : MD2에서 4차와 8차 배음을 추가 증폭한 세팅이다. 

DS는 이처럼 음질에 큰 변수로 작용하는 WAP/X를 아날로그 입력단에 최대 MD3 레벨로 적용, 보다 진공관 소리에 가까운 결과물을 얻도록 했다. 


아날로그 입력 시청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야 보배다. WSlim DS 아날로그 입력단자(RCA)에 CD플레이어를 연결, 시청에 임했다. CD플레이어는 로텔의 CD11, 스피커는 B&W의 스탠드 마운트 606을 동원했다. 슬림 라이트는 과연 어떤 소리를 들려줬을까. 자세한 포노 스테이지 테스트는 친애하는 동료 리뷰어 코난이 조만간 할 예정이다. 많은 관심과 기대 바란다. 

컨트롤은 웨이버사가 새로 개발한 W CONTROL 웹을 이용했다. 웹페이지에서 네트워크 IP 주소를 입력하면 곧바로 해당 웹 화면이 실행된다. 필자의 경우 하이파이클럽의 아이패드 웹을 이용했으며, 동일한 CD를 동축 아웃 시켰을 때와도 음질 비교를 했다. 동축 아웃의 경우도 DS에 입력했을 때와 슬림 라이트에 직접 입력했을 때를 비교했다. 

Mstislav Rostropovich
Schubert Sonata for Arpeggione and Piano  

먼저 CD플레이어와 DS를 아날로그 케이블로 연결해 들어봤다. DS는 이러라고 만든 것이다. '어이쿠'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왔을 정도로 곱고 편안하며 성숙한 음이 난무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CD 재생음이 확실히 스트리밍 음원에 비해 가볍지 않고 묵직하다. 여기에 ADC 컨버팅 후 웨이버사가 자랑하는 WAP와 WAP/X 디지털 프로세싱, 24비트/176.4k 업샘플링을 거치니 CDP의 장점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만약 슬림 라이트를 처음 접해보시는 애호가라면 이 앰프의 화끈한 구동력에도 깜짝 놀라실 것이다. 

재생음을 좀 더 분석해봤다. 무게중심이 상당히 낮다. 첼로는 참기름 같은 고소한 향을 뿜으며 때로는 처연하게, 때로는 도도하게 연주를 하고 피아노는 맑고 투명한 소리를 뽐낸다. 깨끗하고 정숙한 배경을 맑은 음들이 꽉 채운 상황. 첼로가 박력 있게 질주하는 대목에서는 그 기세가 하도 대단해 따라잡기 힘들 정도다. 소릿결이 곱고 입자가 촘촘한 점도 눈길을 끈다.  

Kari Bremnes - A Lover in Berlin
Norwegian Mood

역시 RCA 입력 상태에서 들어보면, 첫 음부터 무대 중앙에서 기타와 퍼커션이 불꽃을 튀긴다. 임펄스 응답 특성이 매우 좋다는 반증이다. 음끝이 야무지고 단단하며 재빨리 사라진다. 보컬의 실체감도 대단한 편. 참고로 현재 볼륨은 슬림 라이트 기준 50이다. 

이어 CDP로부터 동축 아웃을 시켜 DS와 연결했다. 따라서 DS 내장 ADC는 바이패스하는 상황. 동축 입력 시에도 W CONTROL 웹 화면을 보니 24비트, 176kHz로 업비트/업샘플링 처리가 되었다. 입력단자 교체 후의 첫인상은 음상이 퍼지고 임펄스 특성이 약간 죽는다는 것. 다이내믹스 혹은 음량은 늘어난 것 같지만 노이즈 플로어가 늘어나고 음의 윤곽선이 흐릿해지며 악기들끼리는 서로 뭉친다. 무대도 포워딩해와 상대적으로 듣기에 불편했다.

다시 RCA 입력으로 바꾸니, 무대가 훨씬 뒤로 물러나고 악기들의 이미지가 또렷해진다. 이에 비해 동축 입력은 음상이 비대하고 억센 편. 무대 역시 평면적으로 바뀐다. 한마디로 동축 입력이 오래 듣기에는 피곤하다. 다시 RCA로 바꾸면 진공관 소리처럼 음들이 리퀴드하고 말쑥해졌다. 왜 이런 극심한 변화가 왔을까 따져보니, 이는 역시 아날로그 입력단에 적용된 WAP/X 공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끝으로 이번에는 슬림 라이트의 동축 입력단에 CDP 동축 케이블을 연결했다. 즉, WSlim DS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슬림 라이트만의 단독 재생. 무엇보다 음량(게인)이 '갑자기'라고 할 만큼 커진 것이 두드러졌으며 해상력은 거의 극한으로 치달았다. 그런데도 DS 동축 입력시보다 덜 들이대는 모습도 발견된다. 하지만 편안함이나 여유, 무대의 원근감 등은 DS에 아날로그 입력을 했을 때가 가장 좋았다. 이 역시 WAP/X의 위력 덕분으로 보인다. 


총평

이제 영화 '기생충' 명대사를 그만 울궈먹을 때도 되었지만 할 수 없다. '넌 계획이 다 있구나'. 지금 상황이 꼭 그랬다. 지난해 말 슬림 라이트를 리뷰하며 깜짝 놀랐던 필자 입장에서 슬림 DS를 추가해 다시 들어보니 모든 것이 계획된 수순이었다. 아날로그 입력단을 도킹 스테이션 형태로 추가하고, 여기에 진공관의 편안한 음색의 비결인 배음 구조를 '세게' 건드리니(WAP/X), 이렇게 편안하고 유려해서 너무나 아날로그적인 음이 나왔다.

ADC와 DSP를 거쳐 그대로 증폭해낸 소리가 오히려 아날로그에 가깝다는 것은 기막힌 역설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 대목이야말로 웨이버사의 주특기다. WSlim Lite 기존 유저 중에서 CDP와 턴테이블을 활용하고 싶은 애호가, 또는 스마트 TV로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즐겨보는 분이라면 WSlim DS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드실 것 같다. 게다가 헤드폰까지 연결해 들을 수 있다. 

WSlim Lite에 1도 관심이 없으셨던 분들이라면 두 형제가 빚어내는 각종 아날로그, 디지털, 스트리밍 사운드에 깜짝 놀라실 것이다. 필자 역시 지난해 이 얇은 슬림 라이트 앰프가 B&W 802 D3를 빵빵 울리는 대목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으니까. 일청을 권한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Waversa Systems WSlim Lite + WSlim DS
제조사 웨이버사 시스템즈
제조사 홈페이지 www.waversa.com
구매문의 02-582-9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