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실연 같은 음
Waversa Systems W VShield XLR Intercable & Speaker Cable


웨이버사 시스템즈(Waversa Systems)가 웨스턴 선재로 W VShield 케이블을 만들었다.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이는 적어도 3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첫째,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망라하며 독자적인 행보를 보여온 웨이버사가 케이블에도 손을 댔다. 둘째, 빈티지 케이블의 대명사인 웨스턴 일렉트릭(Western Electric) 선재를 핵심 도체로 썼다. 셋째, 케이블 제작 과정에서 웨이버사의 쉴드 공법이 투입됐다. 

때문에 합리적인 궁금증 혹은 리뷰를 하면서 찾아보고 확인해야 하는 것들은 이런 것이다. 첫째, 웨스턴 선재는 어떻게 수급이 되었나. 둘째, 웨스턴 선재의 지오메트리와 장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웨이버사 케이블에 투입된 웨스턴 선재는 구체적으로 어느 시기의 것인가. 셋째, 웨이버사의 브이쉴드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넷째, 이 케이블을 현대 앰프와 스피커 시스템에 투입했을 때 음질상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어쩌면 이 당연한 프로세싱을 다시 언급하는 것은 필자 자신부터 일종의 미신이나 선입견을 없애자는 취지 혹은 각오에서다. 웨스턴이기 때문에 판타지를 품거나 혹여 반대로 손사래를 치고, 아니면 웨이버사 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기대치를 높이지는 말자는 얘기다. 또한 빈티지 앰프나 스피커를 쓰시는 애호가들에게 이번 리뷰는 그저 참고사항에 불과함을 미리 말씀드린다. 


W VShield 아날로그 케이블 팩트 체크

이번에 필자가 테스트한 케이블은 웨이버사의 VShied XLR 인터케이블과 스피커케이블이다. 웨이버사의 신준호 대표가 진작에 사놓았던 1930년대 웨스턴 일렉트릭 선재(wire)를 도체(conductor)로 썼으며, 내외부 전자파 노이즈를 차단하는 쉴드(shield)는 웨이버사가 직접 했다. 쉴드의 핵심은 도체를 얇은 동박으로 감싼다는 것이다. 

웨이버사에 따르면 W VShield는 집에서 발생하는 각종 노이즈가 케이블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됐다. 각각의 선재에 웨이버사가 자체 개발한 구리 쉴드를 적용하면 배경이 적막해지고 저역의 윤곽이 확실해지며 고역은 매끄럽게 재현된다는 것이다. 또한 케이블마다 정해진 길이의 선재에 맞춰 일일이 쉴드를 해내간다고 한다. 

XLR 인터케이블의 경우 일단 겉으로 보기에 마감의 완성도가 높다. 가장 바깥쪽 피복은 약간 뻣뻣한 편이지만 실제 오디오 기기에 연결할 때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니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웨이버사의 로고를 형상화했다는 암수 단자. 알루미늄과 황동 신주의 조합인데, 자세히 보면 수컷과 암컷 단자의 알루미늄 케이싱 입구 디자인이 살짝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W VShield 스피커케이블 바나나형

W VShield 스피커케이블의 알루미늄 스플리터 내부

스피커케이블은 말굽형과 바나나형, 2가지 단자 제품이 준비됐으며 리뷰 모델은 바나나 단자를 채택했다. 웨이버사에 따르면 말굽이냐 바나나이냐에 따라 금도금 신주 블록의 모양이 다르다고 한다. 또한 네모난 알루미늄 스플리터에는 네오디뮴 자석이 여러 개가 박혀 있어 전자파노이즈를 효과적으로 차단시키고 있다.


웨스턴 일렉트릭과 웨스턴 일렉트릭 선재

웨스턴 일렉트릭(Western Electric)은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한 미국 제작사다. 1930~50년대 미국 영화 전성기 시절을 일부에서 ‘웨스턴 일렉트릭이 만든 사운드’(Sound by Western Electric)라고 부를 정도다. AT&T와 공동 출자해 설립한 벨 연구소, 워너브라더스와 합작해 설립한 영화사 바이타폰, 영화산업 비즈니스를 전담한 자회사 ERPI 등 WE가 세운 족적은 화려하기 짝이 없다. 

오디오 산업에서만 보자면 극장에서 쓸 용도로 출발한 대형 혼과 우퍼, 이를 울리기 위한 진공관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버퍼 앰프 등은 빈티지 오디오의 최고봉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잘 아시는 대로 211, 215D, 300A, 300B 등 유명 진공관 자체가 WE 손에서 태어났다. 211과 2015D는 전화용 중계기 증폭용, 300A와 300B는 토키(유성영화) 시스템 출력용이었다. 미국 NASA가 정전압 레귤레이터로 채택한 진공관 또한 300B였다. 

따라서 웨스턴 일렉트릭이 오디오 신호 송수신에 필요한 케이블 제작에 나선 것은 당연한 수순. 1930~50년대에는 WE가 직접 제작했으나 1960년대 이후에는 AIW(America Insulated Wire)가 제작, WE에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케이블이 감긴 스풀(spool)에 ‘Western Electic’이라는 글자와 함께 제조원으로 AIW가 찍혀 있다.

오디오 선재로서 WE 케이블의 특징은 거의 천연 상태인 구리를 도체로 썼으며 에나멜로 두껍게 코팅이 되었다는 것. 음질 개선을 위해 구리에서 산소를 뽑아낸 OFC(Oxgen Free Copper)나, 전송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분자의 결정구조를 단순화시킨 단결정(Single Crystal) 선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구리 선재 자체의 이 같은 오가닉 특성이 빈티지 애호가들이 WE 선재를 추앙하다시피 하는 결정적 팩터라고 본다. 여기에 1930~40년대 도금을 하지 않은 패치코드, 1960년대 주석으로 도금한 쉴드코드가 WE 케이블의 나머지 시그니처가 된다.


W VShield 케이블과 웨스턴 일렉트릭 선재

이처럼 천연 구리선이 OFC보다 음질 면에서 유리하다는 주장은 일부 케이블 제작사에서 진작에 펼쳐온 바다. 산소를 빼내기 위해 투입된 실리콘(Si)이 일종의 반도체 역할을 해서 전류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것. 웨이버사 신준호 대표가 지난 2018년 8월 W VShield 케이블 론칭을 알린 글에서도 이와 비슷한 맥락을 엿볼 수 있다.

“웨이버사를 시작한 이후 손을 대지 않았던 보물창고에서 1930년대 웨스턴 선재를 찾아 인터케이블을 만들었다. 요즘은 동에서 일부 불순물을 빼내는 형태이지만, 당시는 자연 상태의 동이 아주 순도가 높아서 현재에도 그 가치가 높다. 그동안 들었던 소리 중 일부 소리는 불순물에 의한 소리였다.”

구리선을 면(cotton)과 실크(silk)로 이중 피복하는 점도 웨이버사 W VShield 아날로그 케이블에 투입된 1930년대 WE 케이블의 특징. 다른 선재와 접촉을 막는 인슐레이터로서 천연 면과 실크를 쓴 것이다. W VShield 인터케이블과 스피커케이블은 이러한 WE 개별 솔리드 선재를 일일이 동박으로 감아 쉴드를 완성시켰다.  

참고로 신준호 대표는 ‘훗날 할 일 없을 때’ 쓰려고 WE 선재를 많이 모아두었고 지금도 틈만 나면 구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웨이버사의 W VShield 이더넷 케이블과 USB 케이블 등 디지털 케이블은 2개의 테플론과 은 도금 구리선을 직접 꼬아 선재를 만든 후 역시 동박으로 쉴드를 한다.  


시청

웨이버사의 VShiled 인터케이블과 스피커케이블 시청은 총 3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첫 번째는 지난 11월 26일 하이파이클럽에서 인터케이블만 타사 케이블과 AB테스트를 했고, 두 번째는 11월 28일 필자의 집에서 스피커케이블까지 동시에 투입해 평소 소리와 어떻게 다른지 추적했다. 세 번째는 12월 5일 다시 하이파이클럽에서 두 케이블을 동시에 투입해 소리를 들었다.


1차 인터케이블 AB 테스트

먼저 하이파이클럽에 세팅된 린의 Klimax DSM과 댄다고스티노의 Momentum 인티앰프 사이에 W VShield XLR 인터케이블을 투입, 타사 인터케이블과 사운드 성향을 비교했다. 스피커는 B&W의 802 D3. 

Andris Nelsons - Shostakovich Symphony No.5
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타사 케이블이 투입된 상태에서 들어보면 보무당당하며 배음이 풍성한 사운드가 넘실댄다. 에이징이 아주 잘 된 음으로 불만이 거의 없다. 이어 W VShield 인터케이블로 들어보면, 팀파니가 이 정도로 위에서 들렸나 싶을 만큼 음들이 일제히 기립해서 소리를 낸다. 이 곡 4악장 특유의 시베리아 한풍이 갑자기 몰아치는 듯하다. 웨이버사 인터케이블의 가장 두드러지는 성향은 음들을 자유분방하게 풀어놓는다는 것. 계속해서 소스기기에서 앰프로 직접 음들이 순간이동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은 이유다. 시청실에 도는 이 비릿한 금관과 향긋한 목관의 냄새! 

Jacintha - Moon River
Autumn Leaves

먼저 타사 인터케이블로 들어보면 야신타의 숨결 등이 아주 사실적으로 들린다. 피아노의 고음은 얼음이 둥둥 뜬 차가운 물에서 이제 막 퍼올린 것 같다. 댄다고스티노의 이 인티앰프, 장난이 아니다. 이어 웨이버사 인터케이블로 바꿔 들어보면, 보컬 목소리에서 온기가 느껴져 사람이 노래를 한다는 느낌이 더 세진다. ‘음이 빗발친다’고 메모를 했을 만큼 정보량도 크게 늘어났으며 배경은 보다 딥블랙으로 펼쳐진다. 보통은 희미하기 마련인 피아노 오른손 건반 터치음에서도 타격감이 느껴져 크게 놀랐다. 이 밖에 커티스 풀러의 ‘Oscalypso’에서는 음들이 오히려 나긋나긋해졌고, 스팅의 ‘Shape of My Heart’에서는 약음 표현력이 마치 세라믹이나 다이아몬드 트위터로 바꾼 듯 크게 늘어났다. 한마디로 음들이 저마다 활개를 치고 다닌다. 


2, 3차 자택/하이파이클럽 테스트

이번에는 같은 곡을 집과 하이파이클럽에서 오디오 시스템을 달리하며 들었다. 인터케이블의 경우 집에서는 패스의 XP12 프리앰프와 일렉트로콤파니에의 AW250R 파워앰프 사이에 투입했다. 스피커는 스캔소닉의 MB-1. 하이파이클럽에서는 일렉트로콤파니에의 4.8 프리앰프와 AW250R 파워앰프, 포칼의 Maestro Utopia EVO 스피커를 동원했다. 

Billie Eilish - Bad Guy
Where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먼저 자택 시스템에 웨이버사의 인터케이블과 스피커케이블을 동시에 투입해 들어봤다. 평소보다 탄력감과 배음이 늘어난 게 가장 큰 차이. 음 하나하나가 여러 개 음소로 이뤄진 점이 확실하다. 음이 번진다는 뜻이 아니라, 심층적이고 복합적이며 그 결이 여러 개라는 의미다. 하클 시스템으로 들어보면 드럼 스킨의 질감이 징그러울 만큼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들린다. 음 자체는 역시나 다양한 표정이 깃들어있으며 재빨리 끊어 친다는 느낌도 있다. 스피커케이블에 집중해보면 저 상대적으로 가느다란 케이블이 저 커다란 스피커를 마음껏 드라이빙하고 있다. 확실히 스피커케이블은 스피커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대전력선인 것이다. 인터케이블은 프리와 파워를 한 몸체로 만들어버린 것 같다. 

Arne Domnerus - High Life
Jazz at the Pawnshop

집에서 들어보면 박수소리가 생생하다. 이 ‘생생함’이야말로 1930년대 웨스턴 선재를 쓴 웨이버사 케이블의 가장 큰 덕목이 아닐까 싶다. 무대가 평소보다 투명하고 뒷펼침이 늘어난 점도 큰 변화. 윤곽선이 선명하고 색채감도 좋아진 것 같다. 하클 시스템에서 들어보면, 악기들의 분해능과 레이어감이 기막힌데, 이는 결국 프리앰프가 만들어낸 정보가 일체의 손실 없이 뒷단인 파워앰프로 넘어간 덕분이다. 무대가 색 번짐 없이 또렷하고 깊은 것은 파워앰프가 만든 에너지를 역시 손실 없이 뒷단인 스피커로 넘겨준 덕이다. 전체적으로 평소 듣던 케이블에 비해 더 많은 악기들이 출몰해서 보다 싱싱한 음을 들려주고 있다. 결국 현장감이 늘었다는 것인데, 이 점이야말로 WE 선재 예찬론자들이 말하는 ‘자연스러운 소리’일 것이다. 이에 비하면, 요즘 하이엔드 케이블은 “지금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이긴 하지만, 현장음보다 더욱 사실적이고 해상력이 높은 소리”라고 말하는 듯하다. 

Brian Bromberg - Come Together
Wood

집에서 들어보면 베이스의 저역이 강력하고 탄력적이다. 기존 인터케이블과 스피커케이블에 비해 뭔가 엉키는 부분이 일제히 사라졌다는 기분. 특정 케이블 선재, 예를 들어 은선을 투입했을 때 드는 인상 같은 것이 전혀 없다. 그냥 프리앰프에서 파워앰프로, 파워앰프에서 스피커로 신호를 직접 전달하는 것 같다. 하클 시스템으로 들어보면, 마른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듯 정신이 번쩍 나는 음을 드려준다. 그냥 순간적으로 음들을 내리찍는다. 기술적으로 분석하면 웨이버사 케이블을 투입하면서 시스템의 슬루레이트, 즉 스피드가 빨라진 것 같다. 신호 전송의 딜레이, 이런 것을 태생적으로 참지 못하는 케이블이다. 또한 음 하나하나에 별의별 아우성이 깃들어 있는데, 이는 역시 여러 겹 동박을 통해 쉴드가 제대로 이뤄졌고, 이로 인해 배경이 보다 정숙해진 덕분으로 풀이된다. 이러다 보니 군더더기가 없는, 진짜 실연을 듣는 듯했다. 


총평

빈티지 선재, 그중에서도 웨스턴 일렉트릭 선재를 쓴 아날로그 케이블은 어떤 효과를 보일지 평소에 궁금했다. 빈티지 선재는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에 투입해야 제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짐작도 있었고,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에서 아쉬운 부분을 빈티지 선재가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과연 현대의 무산소 동선이 일부 제작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오히려 음질에 안 좋을까, 합리적 의심도 있었더랬다. 

이러던 차에 들은 웨이버사의 W VShield 인터케이블과 스피커케이블은 구차한 분석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특히 집에서 익숙한 곡들을 들어보니, 배경이 놀랄 만큼 정숙해졌고 음 하나하나가 보다 싱싱해졌다. 특히 음들이 제 마음대로 활개를 치고 다니는다는 인상이 강했다. 좋은 의미로 ‘소리가 미쳤구나’라고 자꾸 메모를 하게 된 이유다. 어쨌든 이 같은 변화는 동박 쉴드로 전자파 노이즈를 차단하고, 천연 구리선 자체가 전류 흐름을 원활하게 해준 덕으로 보인다. 특히 쉴드는 미세 신호가 흐르는 인터케이블에서 진가를 발휘했을 것이다. 

웨이버사 W VShield 케이블의 또 다른 특징은 선재 자체의 특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 예를 들어 어떤 케이블을 투입해 해상력이 올라가거나 소릿결이 소프트해지면 대개 은선, 음들이 구수해지거나 펀치감이 강력하거나 진득해지면 에이징이 잘 된 구리선, 이런 느낌이 드는데, 웨이버사 케이블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한마디로 “나, 비싼 은선이야!” 이런 식의 자기 존재감이 없었다. WE 선재를 투입하면 갑자기 재생음에서 실연의 음으로 바뀐다는 말이 이래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애호가들의 진지한 청음을 권한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Waversa Systems W VShield XLR Intercable & Speaker Cable
제조사 웨이버사 시스템즈
제조사 홈페이지 www.waver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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