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W 테크놀로지의 만찬
Waversa Systems W Slim Pro


작고 소중한 것들

어렸을 때부터 그 물리적 크기는 작지만 성능이 좋은 것들을 좋아했다. 호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핸드폰이 처음 나왔을 때 그걸 손에 넣고 문명의 이기에 감탄했다. 음악을 듣는 기기들도 최대한 조그마한 것들을 좋아했다. 오디오 같은 경우 그 크기가 크면 거실에 놓고 함께 즐겨야 했지만 작은 것은 내 방에 들고 들어가 혼자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리가 크게 새나갈라 노심초사할망정 누구나 다 듣는 유행가만 듣고 싶진 않았던, 약간 외골수 취향도 한몫했으리라.

지금은 믿어줄지 만무이지만 한때 디자인을 공부했다. 그중 제품 디자인은 상당히 힘든 과정을 수반했다. 데생부터 칸딘스키의 [점, 선, 면] 그리고 시각 디자인 측면의 여러 부분들 외에도 입체적인 형상을 디자인하는 데는 또 다른 재능을 요구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끼고 살던 작은 오디오에 대한 애착 때문에 일체형 오디오를 디자인해 과제로 낸 적이 있다. 한 몸체 안에 소스기기와 앰프 그리고 스피커가 모두 조화를 이루며 공생하되 크기는 작고 그 당시엔 구현될 가능성이 없었던 온갖 기능을 오직 상상으로 집어넣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하이파이 오디오를 취미로 갖기 시작하면서 그런 초소형 고성능 기기들을 잊고 살았다. 밥상만한 파워앰프와 집채만 하진 않아도 물리적으로 과거 내가 쓰던 오디오보단 큰 것들을 사용해야 좋은 소리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네임, 사이러스, 린 같은 앰프에 프로악, 셀레스천, AE 같은 북셀프도 자주 사용했지만 날이 갈수록 그 욕망은 커져만 갔다. 당시에 더 작은 올인원 오디오들이 아주 없진 않았던 것 같은데 자꾸 높아져만 가는 나의 귀를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던 듯하다.


올인원 전성시대

그때 그 시절 올인원 오디오나 올인원 앰프는 소리보단 작은 사이즈에서 오는 공간 절약 그리고 사용 편의성 및 세팅의 용이성 등에 기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반의 생각에 도전하는 브랜드가 한 쪽에서 새로운 깃발을 들고일어나기 시작했다. 린, 와디아 등의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부터 최근엔 네임오디오 등의 브랜드까지 작고 편리하면서 동시에 과거 2채널 하이파이 오디오의 통념을 부순 기기들이 다수 출시 중이다.

소형화 그리고 다양한 기능과 편리한 설치, 높은 에너지 효율과 이동 편의성까지 일반 대중들의 갈수록 높아지는 요구사항에 화답하기 시작했다. 가히 올인원 전성시대가 열린 것은 시대의 소구이자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것이 가능해진 것은 집적 칩셋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하며 더불어 시디가 아닌 음원 스트리밍의 도래가 함께 했다. 게다가 제프 롤랜드 등 하이엔드 브랜드를 위시로 불길처럼 번져나간 클래스 D 증폭 앰프의 유행이 있었다. 최근엔 필립스 출신 브루노 푸제이가 개발한 하이펙스 Ncore나 퓨리파이 아이겐탁트 증폭 모듈이 각광받고 있는 모습이다.


세계 시장에 태극기를

작은 크기에 높은 효율과 함께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갈수록 멋지게 진화하는 디자인은 대중들뿐만 아니라 마니아들까지 흡수하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몇 연만해도 해외 메이커들 중 나드, 캠브리지 등을 위시로 여러 메이커들이 올인원 네트워크 스트리밍 앰프를 출시해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하이엔드 브랜드로 눈을 돌리면 LVHM 모엣 헤네시-루이 비통(LVMH Moët Hennessy - Louis Vuitton S.A.)의 회장이 출자한 드비알레가 눈에 들어온다. 항상 앞서갔던 린은 매직 DSM 등을 통해 스트리밍 앰프의 미래로 인도하고 있다. 어느새 올인원 앰프는 작다고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닌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전 세계의 가장 진보적인 스트리밍 앰프 사이에서 유일하게 손에 꼽을만한 우리나라 메이커가 하나 있다. 바로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W Slim LITE라는 모델이다. 현재 여러 나라에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도 여러 스트리밍 앰프 중에서도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이를 통해 웨이버사는 세계 시장에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는 브랜드로 급성장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W 테크놀로지의 집약

이후 수년이 흐른 지금 웨이버사 시스템즈에서 W Slim LITE의 뒤를 잇는 상위 모델을 개발해 내놓았다. 바로 W Slim Pro라는 모델이다. 마치 아이폰 스탠더드 모델에서 Pro Max로 업그레이드된 듯한 모델명인데 실제 그 모습을 보면 이를 훨씬 상회하는 업그레이드 폭을 자랑한다. 아니, 완전히 다른 스케일의 제품이라고 말하는 편이 맞을 듯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W Slim Pro도 LITE 버전과 마찬가지로 네트워크 플레이어 겸 인티앰프, 즉 요즘 용어로 네트워크 스트리밍 앰프 컨셉의 제품이다.

일단 내부를 보면 섀시 자체가 LITE 버전에서 그 용적이 네 배 이상 커진 느낌이다. 그 소재는 알루미늄을 절삭한 것으로 내부의 각 부문을 격벽으로 분리시켜 상호 간섭을 최소한으로 낮춘 모습이다. CPU 및 FPGA, 블루투스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 보드가 서로 분리되어 있고 워낙 다양한 기능을 담기 때문에 여러 보드가 장착된다. 한편 CPU는 일종의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ARM CPU가 장착된다. 그리고 메인 보드 위엔 SSD를 장착해놓았는데 총 네 개를 장착해 음원을 저장, 재생할 수도 있다. 서버 겸 플레이어로 작동하면서 워낙 다양한 연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FPGA도 무려 두 개를 사용한 모습이다. WAP, WAP/X 등 웨이버사의 독보적 핵심 디지털 기술도 대거 채용된 모습이다. 디지털 음원의 원본 추적 알고리즘 및 진공관의 배음 알고리즘이 빚은 쾌거다.

앰프 부문으로 넘어가면 이 역시 LITE 버전과 비교는 의미가 없고 상위 독립 인티앰프와 비교해야할 정도로 그 규모와 설계가 프로급으로 올라왔다. 좌측 채널과 우측 채널에 증폭을 수행하는 회로를 꽤 커다랗고 긴 보드에 구현해 모노 블록 형태로 내장했다. 참고로 이 모듈은 각 채널을 총 4개의 앰프를 병렬 구성해 PBTL 방식으로 설계, 결론적으로 싱글 엔디드 앰프 16개의 소출력 앰프로 증폭하는 방식이다. 출력 임피던스를 극도로 낮추어 출력 대비 실제 스피커 제어력은 매우 높다. 스펙상 출력은 채널당 200와트다.

한편 전원부는 400W SMPS로 설계한 모습이다. 소스기기 부문 그리고 앰프 부문 공히 별도의 전원부를 탑재했고 앰프 부문은 WLPS가 적용된 모습이다. 기존에 별도로 개발, 판매했던 WLPS까지 모두 빠짐없이 완성품에 적용해 전원부로 인한 성능 향상도 무시할 수 없다. 필자 또한 W Slim LITE에 Wlps HP를 적용한 후 성능 차이를 실감했던 기억이 있다. 전체적으로 기존에 차근차근 개발해 주변 액세서리로 판매했던 제품들이 속속 W Slim Pro에 모두 흡수된 모양새다.

입력단은 무척 다양하다. RCA, XLR 등 아날로그 입력은 물론이며 이 외에 동축, AES/EBU, 옵티컬, USB 등을 모두 지원한다. 더불어 HDMI 입력단을 지원해 TV 등 영상 기기와 호환도 기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외부 클럭 제너레이터를 연결해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BNC 워드 클럭 입력단까지 마련해놓은 모습이다. 이 외에도 블루투스, 에어플레이, DLNA는 당연하고 FM 등 다양한 전송 방식을 지원하고 있으며, 웨이버사가 개발한 독자적 전송 프로토콜인 WNDR을 이용하면 ROON Server없이도 동작이 가능하다.

 


청음

W Slim Pro는 현재까지 축적되어 온 기술력과 기능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PC부터 시작해 뮤직서버, AV 리시버와 연동은 물론 이를 일부 대체할 수도 있다. 더불어 포노단을 내장하고 있어 턴테이블과 연결, 엘피를 즐길 수도 있다. 기능과 설계에 대해 말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치밀하게 구성된 올인원 네트워크 스트리밍 앰프라고 할 수 있다.

제품은 켜면 매트릭스 LED가 켜지면 기존보다 한층 향상된 시인성을 보여준다. 이번 시청에서 테스트를 위해 동원한 스피커는 B&W 802D4 최신형. 음악을 듣는 데 W Slim Pro 외엔 스피커 한 조만 필요할 뿐이다. 음원은 1TB SSD 및 M.2 SATA에 저장, 재생 가능하지만 이번엔 NAS에 저장된 음원을 ROON으로 재생해보았다.

Radka Toneff, Steve Dobrogosz - The Moon Is a Harsh Mistress
Fairytales

피아노 독주나 보컬 레코딩에선 일단 또렷한 포커싱을 중심으로 대역이 상당히 넓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고역 롤-오프 없이 상쾌하게 뻗는 고역이 탁 트인 느낌을 선사하다. 웨이버사 제품 사용자는 알고 있겠지만 웨이버사 기기들은 전 세계 어떤 하이엔드 기기들보다 고역 한계가 높고 심지어 선형적이다. 하지만 약간의 화이트 노이즈도 감수해야 했었다.

하지만 이번 W Slim Pro에선 현기증이 날만큼 광대역에도 불구하고 고역 끝이 조용하다. 이에 따라 더 또렷하고 투명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라드카 토네프의 ‘The Moon Is a Harsh Mistress’에서 그녀의 보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맑고 또랑또랑하게 들린다.

Jack Johnson - Staple It Together
In Between Dreams

잭 존슨의 ‘Staple It Together’ 에선 하이햇 사운드가 섬광처럼 작렬한다. 초고역을 넘나드는 이 소리는 최상단 주파수에서도 거칠거나 피로하지 않게 찰랑거린다. 마치 천장을 뚫고 나갈듯한 기세다.

분명히 802D4로 들고 있었는데 혹시 틸&파트너가 만드는 아큐톤의 블랙 다이아몬드가 아닌가 할 정도로 기존에 듣던 B&W 다이아몬드 사운드를 변신시켰다. 거짓이 아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것은 음악가와 청취자 사이를 가로막았던 하드웨어 그리고 소프트웨어의 장막을 남김없이 걷어 올린 사운드다. 더불어 반응 속도 또한 빠르고 민첩한 편으로 음향적 쾌감도 극도로 밀어 올린다.

Ólafur Arnalds & Alice Sara Ott - Nocturne in C Sharp minor
The Chopin Project

알리스 사라 오트와 올라퍼 아르날즈의 쇼팽 ‘녹턴’을 들어보면서 노이즈 저감을 통한 정적의 배경과 광대역의 고해상도에 대해 결론을 얻었다. 노이즈가 사라진 음악 속 풍경은 마치 일급 지하수 속에서 유영하는 송어를 보는 듯 맑았다.

다른 앰프에선 적당히 뭉개고 넘어가던 배경의 잡음까지 끌어올려 녹음 현장의 생생한 실체를 눈앞에 펼쳐놓았다. 이 잡음은 어디선가 추가된 것이 아니라 음원 속에 원래 있던 것인데도 지금까지 이를 통해 현장의 앰비언스가 배가되어 드러났다. 3백년이 넘은 빌레모뜨 스트라디바리의 현과 피아노 모두 꾸밈이 없었다.

Daft Punk - Doin' it Right (feat. Panda Bear)
Random Access Memories

저역은 깊고 웅장하다. W Slim Pro가 유독 저역의 양감을 키워서가 아니었다. 저역 감쇄가 별로 없이 초저역까지 하강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B&W 802D4는 여러 앰프로 매칭을 해보았을 때 이런 깊이가 나오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프트 펑크의 ‘Doin' it Right’을 듣다가 초반 리듬 파트 부분부터 롤러코스터처럼 바닥을 향하는 저역 때문에 놀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중역에서 중간 저역 부분에서 자주 발견되는 이 곡의 재생에서 부스트 현상은 발견할 수 없었다.

Sir Andrew Davis, Toronto Mendelssohn Choir, Toronto Symphony Orchestra
Symphonie Fantastique, Op. 14
Berlioz: Symphonie Fantastique / Fantaisie Sur la Tempête de Shakespeare

W Slim Pro는 802D4와 매칭을 기준으로 삼은 게 아닌가 할 정도로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스타카토 표현 등 강, 약 대비를 통해 번개 같은 속도감과 다이내믹스를 표현해준다.

예를 들어 앤드류 데이비스 경이 지휘한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중 높은 음압으로 감상자를 향해 돌진하는 4악장, 5악장에서 빛나는 스피드와 다이내믹스를 동시에 연출한다. 높은 볼륨에서도 소리가 탁해지지 않으며 섬세한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를 읽지 않는 모습이다. 무대를 펼쳐내는 능력은 매우 분석적이라고 할 만큼 치밀하게 각 악기들을 일일이 분해해 눈앞에 도열시킨다.


총평

초유의 팬데믹은 모든 것을 멈추어버릴 듯 이 산업의 곳곳을 얼려버렸다. 이 와중에 W Slim Pro도 애초에 기획했던 설계에서 몇몇 소자를 교체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는 게 웨이버사의 전언이다. 결과적으로 무려 3년여 개발 시간의 진통 끝에 W Slim Pro는 태어날 수 있었다. 그 진통 속에서 그들은 Wlps 전원 기술 및 Wlan 등 노이즈 아이솔레이터 기술을 획득했고 드디어 만난 W Slim Pro는 자의든 타의든 가장 큰 수혜자가 된 모습이다.

만일 당신이 이 초유의 올인원 스트리밍 앰프로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스피커나 공간을 의심해야할 것이다. 만일 가장 심플한 구성으로 최고 수준의 사운드를 듣고 싶다면 W Slim Pro는 첫 번째로 고려해야할 제품이다. W Slim Pro는 W 테크놀로지의 만찬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Specifications
Input

Analog Balanced & Unbalanced

Phono

USB A,B

Ethernet

HDMI

AES / EBU

Optical

Coaxial

Bluetooth

FM

Storage

SSD 1TB

Output Power 200 W
Dimensions 430 x 375 x 54 mm
Weight 9.3 kg
Waversa Systems W Slim Pro
제조사 웨이버사 시스템즈
제조사 홈페이지 cafe.naver.com/waversa
구매문의 02-582-9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