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젤 인슐레이터의 선한 영향력
Bassocontinuo Ultra Feet Insulator


오디오와 진동

오디오는 진동에 살고 진동에 죽는 세계다. 예를 들어 포노 카트리지는 스타일러스의 진동을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장치이고, 이 과정에서 쓸데없는 진동이 끼어들면 왜곡된 전기신호가 나올 수밖에 없다. 스피커는 아예 자신에게 들어온 전기신호를 운동에너지로 바꿔주는 ‘진동판'이 있다. 때문에 유닛이나 인클로저가 쓸데없이 진동해서는 전혀 다른 소리가 나오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도처에 이 쓸데없는 진동이 득시글거린다는 데 있다. 스피커의 강력한 운동에너지는 공기와 바닥을 통해 오디오 기기 혹은 오디오 랙에 전해진다. 턴테이블이나 CD플레이어 모터의 진동은 함께 수납된 다른 오디오 기기에 전파되고, 대출력 파워앰프의 대형 트랜스포머는 레진 같은 합당한 대처가 없는 한 심하게 떨리기 일쑤다. 다운 트랜스의 진동과 이로 인한 소음도 골치거리다. 

건물 바닥과 사람 발자국 소리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미국 건축설계 회사 AG&E에 따르면, 요즘 현대 건축물 바닥의 공진 주파수는 4~8Hz라고 한다. 철강 골조 바닥이 4Hz, 콘크리트 바닥이 8Hz다. 결국, 이 정도로 아주 낮은 주파수가 전해져야 공진(resonance)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바닥 위를 사람이 평소 걸음으로 걸어도 공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사람은 보통 1초에 1.6에서 2.2 걸음, 즉 걸으면서 평균 2Hz의 주파수를 내는데 이에 대한 고조파가 다름 아닌 4Hz(2차 배음)와 8Hz(4차 배음)이기 때문이다. 걷기만 해도 바닥이 울릴 수 있다는 뜻이자,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이러한 바닥 진동(공진)으로부터 나의 오디오 기기는 무사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바쏘콘티누오와 인슐레이터

최근 필자의 시청실로 낯익은 브랜드의 낯선 제품이 배달됐다. 바쏘콘티누오(Bassocontinuo)의 울트라 피트(Ultra Feet)라는 인슐레이터다. 바쏘콘티누오는 오디오 랙으로 국내에도 제법 유명한 이탈리아 제작사인데,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사실 올 초에 이 회사 오디오 랙을 하나 장만할까 고민했었다. 성능과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워낙 좋기 때문이다. 

바쏘콘티누오의 설립자 로렌쪼 벨로리(Lorenzo Belloli)

바쏘콘티누오는 오디오파일이자 패션 및 슈즈 디자이너 로렌쪼 벨로리(Lorenzo Belloli)가 2008년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베르가모에 설립했다. 회사명은 바로크 시대 유럽에서 성행했던 저음 연주법 이름에서 따왔다. 흔히 통주저음(Basso Continuo)으로 번역된다. 자신들의 제품이 하이엔드 오디오 기기를 더욱 음악적으로 재생해 주게 한다는 뜻으로 지었다고 한다.  

현재 이들의 오디오 랙은 엔트리 라인업인 클래식(Classic) 라인부터 시작해 레퍼런스(Reference) 라인, 레볼루션(Revolution) 라인, 최상위 얼티밋(Ultimate) 라인 등으로 구성됐다. 모듈 구성, 이종 재질 결합, 케이블 섹션 등 곳곳에서 오디오 랙에 대한 창의와 노하우가 빛난다. 진동 흡수용 테크노젤과 고밀도 폴리우레탄을 듬뿍 쓰는 등 제진 대책에도 만전을 기했다. 무엇보다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답게 보는 맛이 상당히 좋다. 

이런 오디오 랙 전문 제작사에서 만든 인슐레이터가 바로 울트라 피트(Ultra Feet)다. 현재 레벨 1부터 레벨 6까지 다양한 크기의 제품이 마련됐는데, 각 인슐레이터별로 떠받칠 수 있는 오디오 기기의 무게가 다 다르다. 이중 레벨 6는 스피커용 인슐레이터다. 

  • 레벨 1 그린(Green) : 적정 하중 0.1 ~ 60kg. 직경 4.4cm, 높이 2.9cm
  • 레벨 2 실버(Silver) : 적정 하중 0.1 ~ 10kg. 직경 4.0cm, 높이 2.9cm
  • 레벨 3 레드(Red) : 적정 하중 10.1 ~ 20kg. 직경 5.0cm, 높이 2.9cm
  • 레벨 4 골드(Gold) : 적정 하중 20.1 ~ 40kg. 직경 5.5cm, 높이 3.0cm
  • 레벨 5 블랙(Black) : 적정 하중 40.1 ~ 80kg. 직경 6.0cm, 높이 3.5cm
  • 레벨 6 청록색 (Turquoise) : 적정 하중 20 ~ 100kg. 직경 5.0cm, 높이 3.2cm

울트라 피트 본격 탐구

울트라 피트 레벨 2

울트라 피트 레벨 3

시청실에 배달된 것은 이 중 레벨 2와 레벨 3였다. 각 제품 모두 4개가 한 세트인데, 실버와 레드 이름 그대로 제품 둘레에 실버와 레드 띠가 둘러져 있다. 레드가 보다 크고 무겁다. 겉 부분 재질은 스테인리스 스틸인데 위아래가 분리가 되어 있어서 손으로 돌리니 높이가 조절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두 제품 하단에 투입된 물질. 손으로 만져보면 마치 소프트 젤리처럼 촉촉하고 부드럽다. 이것이 바로 일부 바쏘콘티누오 오디오랙에도 투입된 테크노젤(Technogel)이라는 물질로, 독일 바이오케미컬 컴퍼니가 개발해 상표 등록을 한 제품이다. 자유자재로 변형되는 액체(liquid)와 형태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고체(solid)의 성질을 모두 갖고 있다고 한다. 

바이오케미컬 컴퍼니에 따르면 테크노젤은 에너지를 흡수하는데 최적화됐다. 즉 자신에게 들어온 진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꿔 소멸시킨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폼(foam)이 한 방향으로만 들어온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과 달리 테크노젤은 모든 방향에서 들어오는 에너지를 흡수한다고 한다. 열전도율도 높아서 빠르게 식는다. 

눈길을 끄는 것은 테크노젤의 원상복원 능력(high restoring force). 실험 결과, 10만 번의 충격을 가해도 형태는 단 1.3%만 변형됐을 정도다. 인슐레이터 상단에 투입돼 계속해서 오디오 기기의 하중을 견뎌야 하는 만큼 이러한 원상복원 혹은 형체 유지 능력은 인슐레이터의 필수 덕목이라고 본다. 

결국 바쏘콘티누오의 울트라 피트는 테크노젤을 이용해 자신에게 들어온 진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꿔 소멸시키는 인슐레이터(insulator)이자 댐핑 블록(damping block)인 셈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닥 공진을 흡수하고, 오디오 기기의 진동이 오디오 랙을 타고 다른 기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다. 일종의 절연 역할을 하는 것이다. 

테스트 장면

이와 관련해 바쏘콘티누오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공개해놓고 있다. 울트라 피트 전 제품을 비코터(Vicoter)라는 전문기관에 의뢰해 진동 흡수 성능을 테스트한 것이다. 1) 울트라 피트 밑에는 진동 발생기(shaker), 울트라 피트 위에는 다양한 무게의 물건(weight)을 올려놓고, 2) 진동 발생기와 물건에 가속도계를 설치한 뒤, 3) 20Hz~6kHz의 진동을 울트라 피트에 가해, 4) 울트라 피트 통과 전과 통과 후의 진동에너지를 비교한 것이다. 

울트라 피트 레벨 2 테스트 결과

우선 울트라 레벨 2에 1kg의 물건을 올려놨을 때의 테스트 결과다. 실제 4점 지지를 했을 경우에는 4kg의 오디오 기기를 올려놓는 것과 동일한 상황. 그래프에서 보이는 것처럼 울트라 피트 통과 전의 진동에너지(위)가 울트라 피트 통과 후 전 대역에 걸쳐 상당 부분 감소(아래)한 것을 알 수 있다. 대략 500Hz 이상 대역부터 안정적으로 진동을 흡수하고 있다.

울트라 피트 레벨 3 테스트 결과

다음은 울트라 레벨 3에 3.7kg의 물건을 올려놨을 때의 테스트 결과다. 4점 지지라면 14.8kg의 기기를 올려놓은 상황. 이 경우에도 진동에너지를 대폭 흡수했는데, 레벨 2에 비해 흡수율이 일정한 점과 5kHz 이후부터 진동에너지 감소율이 줄어드는 점이 눈길을 끈다. 

울트라 피트 레벨 4 테스트 결과

끝으로 울트라 레벨 4에 7.4kg의 물건을 올려놨을 때의 테스트 결과다. 4점 지지라면 29.6kg의 기기를 올려놓은 상황. 이때에도 진동에너지는 감소했지만 흡수대역이 2kHz~5kHz로 좁아진 점이 눈에 띈다. 

이상 레벨 2, 3, 4 테스트 결과를 요약하면, 레벨과 무게에 따라 진동 흡수율과 흡수 형태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디오 기기에 따라 울트라 피트를 달리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일반적인 경우, 인슐레이터는 가벼운 기기일수록 전 대역에서 효과를 발휘하지만 흡수율이 고르지 못하고, 무거운 기기일수록 낮은 대역의 진동은 흡수율이 떨어진다고 유추할 수 있다. 


세팅 및 시청

울트라 피트 레벨 3 : 오포 105D+코드 M스케일러, 레벨 2 : 마이텍 맨하탄 II DAC

울트라 피트 레벨 3 : 오렌더 N200, 레벨 2 : 마이텍 맨하탄 II DAC

시청은 필자의 시청실에서 이뤄졌다. 먼저 울트라 피트 없이 음악을 들은 후, 같은 곡을 울트라 피트 레벨 2와 레벨 3 동시 투입 후 들어봤다. 제품별 적정 하중을 감안해 레벨 2 실버는 마이텍의 맨하탄 II DAC(8kg) 밑에, 레벨 3 레드는 오포 BDP 105D(7.9kg) + 코드 M스케일러(2.55kg) 밑에 놓았다. 레벨 3 레드는 이후 오렌더 N200(9.0kg) 밑에도 투입해 음질 변화를 추적해 봤다. 

Dave Brubeck Quartet - Take Five
Time Out

평소 수십 번은 들었던 곡인 만큼 사운드 특징은 손에 잡힐 듯 잘 알 수 있다. 음이 빽빽하고 매끄러운 것은 M스케일러 덕분이다. 드럼 솔로의 둔탁한 타격도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SN비가 돋보이지만 무대 앞이 좀 더 투명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이어 레벨 2와 레벨 3를 동시에 투입해 다시 들어봤다. 우선 드럼과 피아노 두 악기의 형체가 보다 분명해졌다. 무대 앞이 투명해진 덕이다. 알토 색소폰이 비로소 자신의 음색을 찾았다는 인상. 좀 전에 비해 보다 맑은 소리를 내준다. 드럼 솔로의 타격감도 늘어났는데 맺고 끊어치는 맛이 늘었다. 피아노 반주는 계속해서 잘 들린다. 

Keiko Lee - Come Back, Bebop~ Lover Come Back To Me
Kickin’ It

울트라 피트 없이도 만족스러운 음과 무대였지만 레벨 2와 레벨 3를 투입하자 색소폰의 결이 보다 깨끗해진 것이 잡티 하나 없다. 한마디로 음의 순도가 높아진 상황. 특히 베이스 악기 소리가 더 많이 들리는데 이렇게 두드러진 소리를 왜 아까는 놓쳤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다. 

흥미로운 점은 게이코 리의 목소리가 더 분명하게 들린다는 것, 이는 예전 에드 마이트너의 주장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CD플레이어의 경우 픽업 에러를 서보가 끊임없이 수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외부 진동이 유입되면 서보에 과부하가 걸리고 이때 800Hz 대역에서 피크가 뜬다는 내용이다. 800Hz라면 바로 여성 보컬 영역대다.

Maria Joao Pires, Augustin Dumay, Jian Wang
Piano Trio No.1
Brahms Piano Trios Nos. 1&2

울트라 피트 레벨 2와 레벨 3를 투입하자 첼로 악기의 윤곽선이 보다 반듯하고 선명해진다. 무엇보다 첼로의 음량 자체가 더 커진 것 같다.

또한 첼로와 바이올린 두 악기 앞을 가렸던 얇은 막이 걷어진 듯 투명하고 환해졌다. 바이올린은 보다 강단 있게 연주를 한다. 전체적으로 카메라 조리개를 조절해 포커싱이 제대로 맞아떨어진 듯하다. 색채감은 좋아지고 윤곽선은 또렷해졌다. 

Leonard Bernstein, New York Philharmonic Orchestra
Mahler Symphony No.2
Mahler 2

대음량으로 터지는 오케스트라 대편성의 음질 변화가 궁금했는데 아쉽지만 눈에 확 띌 만한 큰 차이는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1악장 초반 오른쪽 첼로와 베이스 진군 시에 왼쪽 바이올린 무리들의 약하게 준동하는 소리가 보다 잘 들리고, 반대로 바이올린 파트에서는 첼로 무리들의 트레몰로가 보다 잘 포착된다는 정도. 결국 마이크로 다이내믹스가 좋아졌다는 증거다.

Consortium Vocale - Gregorian Chant: Crux Fidelis
2L The Nordic Sound

이번에는 오포 CD플레이어 밑에 놓았던 울트라 피트 레벨 3를 오렌더의 네트워크 뮤직서버 N200 밑에 놓았다. 모터가 없는 소스기기에서도 댐핑 블록이 효과를 발휘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먼저 울트라 피트 없이 들어보면 24비트, 192kHz WAV 파일답게 확실히 CD보다 정보량이 많고 입자가 곱다. 워낙 녹음이 잘 된 음원이기도 하지만 음수도 풍성하고 배음도 많이 들린다.  

울트라 피트를 투입하자, 중앙 포커싱이 보다 강력해지고 음이 보다 선명해진다. 전체적으로 해상력이 크게 늘어났다는 인상. 오디오 랙이 기기에 전하는 진동에너지는 모터가 들어간 소스기기든, SSD를 장착한 소스기기든 가리지 않는다. 음끝 또한 보다 오래 지속되며 배음이나 잔향도 더 늘어났다. 

Carlos Kleiber, Bayerisches Staatsorchester
Dell’invito trascorsa e gia l’ora
La Traviata

울트라 피트를 투입하자 무대가 더 훤히 보이고 소프라노의 고음은 위로 더 많이 올라간다. 울트라 피트를 빼자, 악기들과 합창단, 성악가들의 윤곽선이 흐릿해지고 뭉개지는 티가 역력하다. 울트라 피트가 있다가 없을 때 더 큰 차이가 느껴진다. 음악이 들려주는 에너지도 어느새 다 빠져나간 느낌.

다시 울트라 피트를 투입하자, 음량 자체가 늘어나고 무대의 투명함이나 각 소리의 색채감도 좋아졌다. 아주 여린 음들도 모조리 자기 목소리를 낸다. 생각 이상으로 큰 변화에 크게 놀랐다. 


총평

고백컨대, 이번 리뷰 전에 오디오 랙을 주문했다. 바쏘콘티누오 제품은 아니지만 벼르고 벼르다 4단 랙을 2세트 주문했다. 지금 쓰는 랙이 하도 오래된 데다 전문 오디오 랙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진동 제어 관련 액세서리를 많이 리뷰해오면서 랙과 인슐레이터, 레조네이터의 효과를 톡톡히 체험했기 때문에 이번 랙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크다.

이런 와중에 접한 바쏘콘티누오의 울트라 피트는 인슐레이터의 책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됐다. 투입 전후의 음질 변화는 ‘투명함' ‘정숙함' ‘선명함'으로 요약되며 여기에 다이내믹스와 활기가 늘어난 점도 포착됐다. 구조적으로는 무엇보다 내부의 테크노젤을 통해 진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 소멸시킨 점이 눈에 띈다. 그야말로 테크노젤 인슐레이터의 선한 영향력이라 할 만하다. 비청을 해보면 그 변화에 깜짝 놀라실 것이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Specifications
LEVEL 1
  • Single weight capacity: 0,1-15kg
  • Diameter: 4,4cm
  • Height: 2,9cm
  • Color: green
  • Set: 3 or 4
LEVEL 2
  • Single weight capacity: 0,1-2,5 kg
  • Diameter: 40 mm
  • Height: 29 mm
  • Color: silver
  • Set: 3 or 4
LEVEL 3
  • Single weight capacity: 2,6-5 kg
  • Diameter: 50 mm
  • Height: 29 mm
  • Color: red
  • Set: 3 or 4
LEVEL 4
  • Single weight capacity: 5,1-10 kg
  • Diameter: 55 mm
  • Height: 30 mm
  • Color: gold
  • Set: 3 or 4
LEVEL 5
  • Single weight capacity: 10,1-20 kg
  • Diameter: 60 mm
  • Height: 35 mm
  • Color: black
  • Set: 3 or 4
LEVEL 6
  • Single weight capacity: 5-25 kg
  • Diameter: 50mm
  • Height: 32 mm (adjustable)
  • Color: turquoise
  • Set: 4
Bassocontinuo Ultra Feet Insul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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