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스트리밍의 정점에 오르다
Lumin P1


새로운 물결

린을 필두로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하이파이 시스템으로 들어오면서 디지털 소스기기에 태풍이 몰아치던 시절이 있었다. 기존에 네트워크 관련 기술이 전무했던 하이파이 오디오 메이커들은 이 새로운 물결에 몸을 얹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일부는 이런 시대의 트렌드에 완만하게 편승했지만 일부는 대응이 늦었다. 이런 와중에 다른 산업 계통에서 일하던 엔지니어들이 편입되었다.

일단 PC로부터 벗어나 음질적으로 더 나아가려는 몸부림이었고 그 형태는 네트워크 스트리밍이라는 방식으로 구현되었다. DLNA, UPnP 같은 프로토콜이 하이엔드 오디오 소스기기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린뿐만 아니라 메리디안 등 영국 메이커들이 이 분야를 선도한 것이 사실이다. 린은 현재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했고 메리디안의 이 분야에서 일종의 산파 역할을 했다. 대표 밥 스튜어트는 MQA라는, 일종의 코덱 회사를 설립했고 메리디안 Sooloos의 소프트웨어 팀의 일부는 독립해 지금의 ROON을 만들었다.

전면에서 린과 메리디안이 분투하면서 이끌었다면 제 3지대에서도 희망이 싹트고 있었다. 루민이 대표적이다. 사실 루민은 브랜드 네임이고 이 브랜드를 이끄는 회사는 픽셀매직(Pixel Magic Systems Ltd)이라는 홍콩 소재의 회사다. 2003년 설립된 비교적 젊은 회사로서 리눅스 기반 비디오 프로세서와 홈시어터 제품 개발 등이 주요 비즈니스였다. 초창기 Magic TV™ 브랜드를 위해 고화질 디지털 TV 개발도 포함되었다.

오디오파일을 위한 네트워크 플레이어 사업에 진출한 것은 2012년 정도였다. 하이파이 오디오 메이커들이 이제 막 네트워크 스트리머를 개발하던 시절 루민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해 그들이 축적해온 디지털 기술을 하이파이 디지털 소스 기기에 접목했다.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었고 여러 모델을 출시하며 승승장구했다. 당시만 해도 하이파이, 하이엔드 메이커는 갑작스레 요구되는 네트워크 스트리밍 기술을 구현할 능력이 없었고 그 틈을 비집고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진입해 들어온 결과다.


루민과의 재회

루민 X1

최근 B&W 800 시리즈 4세대를 테스트하면서 줄곧 루민 X1을 소스기기로 사용했는데 간만에 재회한 루민의 성능을 체감한 시간이었다. 사실 루민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T1, D1, S1 등의 기기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간만에 만나게 된 루민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당시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한줄기 빛’이라고 평가했던 필자 자신도 전혀 후회되지 않아 다행이다. 물론 과거 초창기 그들의 약간 순수하면서도 기세등등했던 패기에서 나아가 더 성숙하고 노련해진 모습이 비쳤다. 

그리고 최근 루민은 네트워크 플레이어면서 프리앰프 그리고 DAC로 사용 가능한 통합 네트워크 플레이어 P1을 발표했다. USB, 광, 동축, AES/EBU 는 물론 HDMI 입력이 가능하며 RCA, XLR 입/출력이 가능한 전천후 네트워크/프리앰프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혹은 NAS로부터 그리고 시디 플레이어 등은 물론 4K 블루레이 플레이어나 비디오 스트리밍 플레이어까지 P1을 통해 고품질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프리앰프까지 겸하고 있으니 파워앰프나 액티브 스피커만 곁들이면 근사한 하이엔드 시스템이 완성된다. 고품질 오디오/비디오 소스를 위한 일종의 톨게이트인 셈이다.

루민 P1은 ES9028PRO 두 발을 사용해 최대 DSD512, PCM384까지 지원하며 펨토 클록을 채용하는 등 스펙 자체는 매우 훌륭해 보인다. 게다가 SFP+, 즉 광 이더넷 입력을 지원해 고품질 스트리밍 음원 재생에 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린의 플래그십에서도 SFP 입력단을 지원하고 나섰는데 앞으로 하이엔드 네트워크 플레이어에서 많이 채용할 듯하다. 이외에도 고품질 전원부 덕분에 기대를 하게 만드는 프리앰프 섹션 그리고 기본으로 제공되는 리모컨 및 4K 패스 스루가 가능한 HDMI ARC 입력 단자 등 무척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 대응 가능한 음원 해상도는 어디까지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가정용으로 통용되는 거의 모든 포맷에 대응하며 PCM의 경우 최대 384kHz, DSD의 경우 네이티브 전송으로 DSD512까지 대응한다. USB 입력단에서 그렇다. 총 아홉 개에 이르는 다양한 디지털 입력단은 우리가 소유하거나 또는 온라인에서 스트리밍 가능한 거의 모든 음원을 재생해준다. 그리고 그 통로는 USB가 될 수도 있고 SPDIF 동축이나 광, AES가 될 수도 있다. 단, 동축이나 광, AES에선 PCM의 경우 24/192, DSD는 DoP 형태로 DSD64까지만 대응한다.

프리앰프로서도 성능을 기대할 만하다. 루민 P1은 RCA, XLR 출력 뿐만 아니라 RCA, XLR 입력단까지 마련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리앰프의 디지털 볼륨은 여타 DAC나 네트워크 플레이어에 형식상 제어 가능하게 만들어놓은 볼륨과 근본부터 다르다. 대개 디지털 볼륨은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반대로 디지털 신호의 정보를 훼손시키기 일쑤다. 루민은 이를 디지털 도메인 안에서 해결하기 위해 어쿠스틱 뷰티(Acoustic Beauty)의 자일스 밀롯과 협력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Leedh 프로세싱으로 디지털 시그널의 정보 손실 없이 정교한 볼륨 조절이 가능해졌다.

이 외에도 루민은 음질적 완성도를 위해 설계 면에서 마치 편집증 환자처럼 물샐틈없는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전원부의 경우 디지털 및 아날로그 섹션에 대해 별도의 전원부를 구현해놓았다. 성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플리트론(Plitron)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두 개나 사용해 전원부를 분리 설계, 순도 높은 전원을 공급하고 있다. 출력단의 경우도 루민이 초창기부터 고수해오고 있는 버퍼 설계를 취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풀 밸런스 설계에 출력단에 아날로그 마니아들에게도 승압 트랜스로 유명한 룬달 트랜스를 채널당 한 개씩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셋업 & 청음

루민의 모태인 픽셀매직은 오디오 분야 사업을 시작하기 이전 이미 디지털 관련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회사다. 그래서 빠르게 하이엔드 디지털 소스기기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 그랫거 리모트 앱 같은 경우도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빠르고 정확하며 다양한 기능 및 연결, 호환성을 갖추었다. 기본적으로 UPnP 프로토콜을 사용하며 NAS, 플래시 메모리에서 음원을 읽어와 재생 가능하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스포티파이, 타이달, 스포티파이, 코부즈 등에 모두 대응하며 당연히 MQA, ROON도 지원한다.

Diana Krall - A Case Of You
Live In Paris

시청은 오르페우스 프리/파워앰프 그리고 스피커는 아발론 PM2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오로지 소스기기로서 루민 P1을 활용해본 셈이다.

우선 보컬, 피아노 솔로 레코딩으로 청음을 시작했는데 다이애나 크롤의 ‘A Case Of You’(24/96, flac)를 들어보면 관중의 거친 기침소리까지도 모두 선명하게 들려와 소름이 돋았다. 대신 전체적인 음의 온도는 낮은 편이다. 음상은 핀 포인트 포커싱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준다. 스피커 사이 정 중앙 벽에 마치 못으로 박아 넣은 듯 또렷했다. 매우 현대적인 소스라치게 놀라 정도의 예각을 보여주는 조각 같은 사운드다. 드디어 하이엔드 소스기기로 진입한 것인가?

Olafur Arnalds & Alice Sara Ott - Nocturne in C Sharp Minor
The Chopin Project

올라퍼 아르날즈와 앨리스 사라 오트가 함께 한 쇼팽의 ‘녹턴’(24/96, flac)을 재생하면 우선 피아노 타건의 힘과 잔향이 공간을 에워싼다. 웅장하게 공간을 누비기보단 사뿐 사뿐 조심스럽게 섬세한 타건이 물결친다. 내가 알고 있던 이전의 루민에 비하면 매우 섬세하고 여성적인 모습이 좀 더 곁들여진 모습으로 딱딱함이 줄고 유려해졌다.

이어 바이올린 같은 경우도 약간 얇게 그려지지만 마니 누에고치에서 한 올 한 올 실을 뽑아내는 듯 세부 디테일이 살아 꿈틀거렸다. 표면적인 디테일뿐만 아니라 그 내부의 맑고 고운 디테일까지 보여주면서 침투하는 사운드다.

Daft Punk
Give Life Back to Music, Within, Doin' it Right

Random Access Memories

다프트 펑크의 ‘Random Access Memories’에서 ‘Give Life Back to Music’(16/44.1, flac)을 들어보면 단단하게 조율된 중, 저역이 리드미컬하게 공간을 질주한다.

‘Within’에서 청명하다 못해 이가 시릴 듯한 감촉을 전해왔다. 대미를 장식하는 ‘Doin' it Right’에선 저역이 앙증맞게 펼쳐지는데 깊고 분명한 고해상도를 자랑하는 투명한 저역을 선사했다. 부밍 없이 콩콩 튀는 저역은 음악에 활기를 불어넣기 충분하다. 확실히 투명하고 약간 차가우면서 음원 속에 담긴 정보를 바닥까지 훑어내 모두 남김없이 보여주는 스타일이다.

정명훈, Philadelphia Orchestra
Symphony No.4 In C Minor, Op.43
Shostakovich: Symphony No.4

빈틈이란 용납할 수 없다. 약간 흐릿하게 뭉개고 넘어가면서 가릴 곳은 가리는 여유가 없이 정공법으로 몰아붙인다. 예를 들어 쇼스타코비치 4번(16/44.1, flac) 같은 대편성 교향곡을 들어보면 루민이 이상으로 삼는 디지털의 이데아가 드러난다.

깊고 단정한 중, 저역은 탄력마저 뛰어나 마치 뜀틀을 정확히 딛고 허들을 힘차게 넘어서는 듯한 느낌을 준다. 기본적으로 정밀한 고해상도 사운드이기 때문에 스테이징은 가뿐히 스피커의 외곽 밖으로 넘어 확장된다. 넓고 시원시원한 홀로그래픽 음장이다. 물론 아발론의 영향도 있지만 매정할 만큼 정교한 에지가 느껴진다.


총평

픽셀매직에서 태동한 하이파이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혜성 같았던 존재 루민. 그들이 기존 전통적인 기술에 의존, 정체되어 있던 시장에 경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만큼 최초 타이틀도 다수 가지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대에 풀 알루미늄을 모노코드 방식으로 깎아 만든 섀시. 그리고 전원부를 분리해 레퍼런스급 하이엔드 네트워크 플레이어들에 도전했다. 필자의 기억이 맞다면 DSD 음원의 네트워크 스트리밍이 불가능했던 당시 최초로 DSD 재생에 성공한 브랜드도 루민이 최초였다. 앱 또한 시작부터 진보적이었다. 이후 에소테릭 같은 브랜드가 뒤늦게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개발하며 차용해 사용했을 정도다. 현재의 루민은 또 다른 이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모든 기술적 정점에 닿아 있는 모델이 다름아닌 P1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Specifications 
NETWORK PLAYBACK
Up to DSD512
Up to 384 kHz, 16–32-bit, Stereo
MQA Full Decoding

UPSAMPLING RATES

& BIT DEPTHS

DSD128 upsampling option for all files
PCM 384kHz upsampling option for all files
DIGITAL INPUT

USB
USB Audio Class 2 Compatible
WINDOWS 10 (Release 1703 or above) / Mac OSX or above
DoP 128 support
PCM 44.1–384 kHz, 16–32-bit, Stereo
AES/OPTICAL/SPDIF:
PCM 44.1 kHz–192 kHz, 16–24-bit
DSD64 (DoP64, DSD over PCM)


HDMI X3
PCM 2.0 Audio support
4K Video Passthrough

DIGITAL OUTPUT

USB
Native DSD512 support
PCM 44.1–384 kHz, 16–32-bit, Stereo

 

BNC SPDIF
PCM 44.1 kHz–192 kHz, 16–24-bit
DSD64 (DoP64, DSD over PCM)

 

HDMI X1 (HDMI PASSTHROUGH AND ARC SUPPORT)
PCM 2.0 Audio support
4K Video Passthrough
ARC (Audio Return Channel) support

ANALOGUE INPUT
RCA Unbalanced x1
XLR Balanced x1
ANALOG OUTPUT
Dual ESS SABRE32 ES9028Pro DAC chips
Fully balanced layout with high-quality components
Output connectors coupled with dual LUNDAHL LL7401 output transformers
Femto Clock System with precision FPGA distribution
OPTICAL NETWORK
Industry-standard SFP
1000Base-T Gigabit Ethernet
Adapter may be needed for your particular switch/cables
Use simultaneously with RJ45 (e.g. connect one to router and one to LUMIN L1 or NAS)
POWER SUPPLY
Internal dual-toroidal
Separate digital & analogue circuitry
Low-noise linear regulator
PHYSICAL

FINISH
Black anodised aluminium
Raw aluminium


LUMIN (SOLID ALUMINIUM CHASSIS)
350mm (W), 380mm (D), 107mm (H), 12kg

Lumin P1
수입사 사운드트레이드
수입사 홈페이지 soundtrade.co.kr
구매문의 02-582-9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