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두고 오래 쓸 만한 오디오
Electrocompaniet


곁에 오래 두고 쓸 만한 오디오. 사실 이러면 된다. 바꿈질이 천직이 아닌 이상, 오디오 기기는 좋은 소리를 오랫동안 들려주면 그만이다. 이러한 기기로 필자가 자신 있게 꼽는 브랜드가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노르웨이의 일렉트로콤파니에(Electrocompaniet)다. 파워앰프 AW250R을 정확히 4년째 쓰면서 이 브랜드의 됨됨이에 계속해서 감탄하고 있다. 



일렉트로콤파니에와 모조 블루스, 페르 아브라함센

모조 블루스(Mojo Blues)

1960년대에 모조 블루스(Mojo Blues)라는 노르웨이 팝 밴드가 있었다. 기타리스트이자 프런트맨 페르 아브라함센(Per Abrahamsen)을 비롯한 4인 밴드였는데 롤링 스톤즈의 동명 곡을 커버한 이들의 싱글 ‘Lady Jane’은 1966년 노르웨이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들은 이후 수차례 해체와 재결합을 거듭하다가 2000년에 ‘Heepsterial’ 앨범을 내기도 했다.

오탈라(Otala) 앰프라고도 불리우는 2-Channel Power Amplifier 파워앰프

​프런트맨 페르 아브라함센은 엔지니어링과 사업에도 관심이 있어서 1972년 주로 불가리아의 값싼 스피커를 수입하고 PA 오디오 장비를 만드는 회사를 차렸다. 그리고 이듬해 25W 출력의 트랜지스터 파워앰프를 내놓았으니 이것이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전설의 오탈라(Otala) 앰프이고, 이 회사가 바로 일렉트로콤파니에다.


일렉트로콤파니에와 오탈라

AES 총회에 기재된 논문 '궁극의 음질을 위한 오디오 앰프’(An Audio Amplifier For Ultimate Quality Requirements)

1973년 2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제44회 AES 총회에서 핀란드 탐페레 공대 매티 오탈라(Matti Otala) 교수와 필립스의 엔지니어 얀 로스트로(Jan Lohstroh)가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궁극의 음질을 위한 오디오 앰프’(An Audio Amplifier For Ultimate Quality Requirements)라는 제목의 논문이었다. 

이들은 이 논문에서 양질의 트랜지스터 앰프를 위해서는 THD(전고조파왜곡)보다는 TIM(트랜지언트 인터모듈레이션) 왜곡을 낮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NFB(네거티브 피드백)를 대폭 걸어 THD를 낮추다 보면 정작 앰프의 스피드가 줄어들어 TIM 왜율이 높아지고, 이는 곧 전체 시스템의 음질 열화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이게 왜 중요한 내용이냐고, 요즘 앰프가 다 TIM 왜율이 낮은데 뭐가 그리 특별한 것이냐고 반문하실지 모르겠다. 

따져보자. 1973년이면 트랜지스터 앰프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때다. 그리고 당시 트랜지스터 앰프는 THD 낮추기에 올인했고 그 수단으로 NFB을 앰프 전단에 세게 거는 것을 택했다. 이런 시기에 오탈라 교수가 ‘THD 낮추기’의 맹점을 정면에서 반박한 것이다. 이들의 ‘TIM-free’ 논문이 트랜지스터 앰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한편 이 총회에 참석했던 엔지니어 스베인 에릭 뵈르야(Svein Erik Borja)는 논문에 큰 감명을 받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페르 아브라함센을 찾아갔다. ‘Lady Jane’을 비롯한 모조 블루스 앨범을 프로듀싱했던 이가 다름 아닌 스베인 에릭 뵈르야였던 것. 이들은 곧바로 의기투합해 프로토타입의 오탈라 앰프를 만들었고, 이 앰프는 오탈라 교수의 ‘TIM-free’ 이론을 처음으로 구현한 상용제품으로 기록된다.


일렉트로콤파니에와 마이클 잭슨

일렉트로콤파니에 브랜드 스토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이야기다. 마이클 잭슨의 ‘HIStory’ 앨범 크레딧 스페셜 땡스(Special Thanks To)에 일렉트로콤파니에 설립자이자 디자이너인 페르 아브라함센이 언급된 사연이다.

레코딩 엔지니어 브루스 스웨디언(Bruce Swedien)​

그 사연은 이랬다. 레코딩 엔지니어 브루스 스웨디언(Bruce Swedien)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1978년 마이클 잭슨이 출연한 영화 ‘마법사'(The Wiz) 사운드트랙을 레코딩하면서 마이클 잭슨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Off the Wall’, ‘Thriller’, ‘Bad’, ‘Dangerous’, ‘HIStory’, ‘Invincible’ 앨범에도 참여했다. 그는 1991년 ‘Dangerous’ 앨범으로 그래미 최우수 엔지니어링 앨범상을 수상했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Thriller⟩ 앨범의 Technical Support(기술 지원)에 기재된 일렉트로콤파니에

그런데 브루스 스웨디언이 자신의 LA 스튜디오에서 이들 마이클 잭슨 앨범을 녹음할 때 쓴 앰프가 일렉트로콤파니에 제품이었다. “내 인생을 바꾼 앰프”라는 말까지 했다. 'Thriller'를 포함한 마이클 잭슨 앨범의 'Technical Support'(기술 지원)에 일렉트로콤파니에 이름이 가장 먼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1995년 ‘HIStory’ 앨범 크레딧의 스페셜 땡스에 일렉트로콤파니에 이름이 실린 사연은 더 극적이다. 브루스 스웨디언이 스페셜 땡스에 일렉트로콤파니에를 언급하고 싶었지만 레코딩 회사에서 반대했다. 굳이 노르웨이 앰프 회사 이름을 노출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때 레코딩 회사를 찾은 마이클 잭슨이 한마디 했다. “그렇게 해주시죠.”(It’s got to be that way.)


일렉트로콤파니에 테크 키워드 1. TIM-free 앰프

​흔히 앰프 메이커들이 스펙에서 강조하는 것이 THD(Total Harmonics Distortion)다. THD가 앰프가 증폭을 하면서 생긴 고조파 성분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이 값이 낮을수록 증폭 과정에서 착색이나 왜곡이 없다는 주장이다. ​

하지만 오탈라 교수의 앰프 이론을 철저히 추종한 일렉트로콤파니에는 THD보다 TIM(Transient Inter-Modulation) 왜율이 더 낮아야 한다는 것에 포커싱을 맞췄다. TIM 왜곡은 입력신호가 매우 빠르게 변했는데도 출력 신호가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뜻. 앰프 스피드가 느리다, 클리핑과 순간적인 오버슈트를 일으킨다, 제대로 된 방형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오탈라 교수와 일렉트로콤파니에가 이 TIM 왜곡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은 것이 바로 NFB(Negative FeedBack)다. 출력 신호의 일부를 입력신호에 역위상(negative) 형태로 되먹여 고조파 노이즈를 제거하겠다는 의도다. 출력값을 입력값과 비교해 원 시그널과 다른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봐도 된다. 실제로 NFB를 많이 걸면 THD 값이 대폭 내려가고 출력 신호가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 NFB는 트랜지스터 앰프의 THD를 낮춘 대가로 음질 열화라는 부작용을 앰프에 안겼다. TIM 왜곡은 그 부작용 중 하나다. NFB는 또한 게인 값의 일부를 빼야 하는 특성상 처음 증폭 설계를 할 때 게인 값을 넉넉하게 잡아줘야 하는 부담이 있고, 이는 결국 더 많은 증폭 소자를 투입해야 하고 이로 인한 음질 왜곡 심화라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일렉트로콤파니에는 TIM 왜곡을 줄이기 위해 입력신호가 들어오는 파워앰프의 전압 증폭단에는 NFB를 일체 걸지 않았다. 게인이 확보되는 전압 증폭단만큼은 출력값이 미세한 입력신호를 건들지 않도록 해 TIM 왜곡을 아예 없애겠다는 의도다. 

일렉트로콤파니에에서는 이 전압 증폭단을 FET 소자를 활용한 트랜스컨덕턴스(trasnconductance) 앰프로 설계했다. 이에 비해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쓴 트랜스임피던스(transimpedance) 앰프, 즉 출력/파워단(전력 증폭단)에는 고조파가 증폭과정에서 끼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NFB를 약하게 걸고 있다. 


일렉트로콤파니에 테크 키워드 2. FFT 전원부

일렉트로콤파니에 앰프의 또 하나 키워드는 전원부와 출력단에 투입된 FTT(Floating Transformer Technology)다. 제작사에서는 FTT가 보통 앰프 전원부의 2배에 달하는 강력한 전류를 공급하는 전원부 설계(capable of delivering twice the current of conventional power supply designs)라고 밝혔지만,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없다.

일렉트로콤파니에 앰프의 전원부와 출력단에 투입된 FTT(Floating Transformer Technology)

필자가 보기에 FTT는 ‘띄워놓다’ ‘부양하다’라는 플로팅(floating) 뜻 그대로, 전원의 음극(-)이 접지에 연결되는 일반적인 앰프 설계와 달리, 음극이 직접 출력 트랜지스터에 연결돼 접지 루프 노이즈의 영향을 안 받게 하는 설계다. 결국 필자가 예전 진공관 앰프에 푹 빠졌을 때 살펴봤던 서클로트론(Circlotron) 회로와 거의 유사하다.

서클로트론 회로는 1개 전원의 양극(+)이 진공관 A의 플레이트에, 음극(-)이 진공관 B의 캐소드에 연결되고, 다른 1개 전원의 양극(+)은 진공관 B의 플레이트에, 음극(-)은 진공관 A의 캐소드에 연결된다. 한마디로 접지 루프에서 벗어난, 접지에서 공중부양돼(플로팅) 마치 배터리처럼 작동하는 그들만의 전원공급 리그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일렉트로콤파니에 앰프는 진공관이 아니라 바이폴라 트랜지스터(BJT)를 쓰고 있기 때문에, 1개 전원의 양극이 BJT A의 컬렉터에, 음극이 BJT B의 에미터에 연결되고, 다른 1개 전원의 양극은 BJT B의 플레이트에, 음극은 BJT A의 에미터에 연결된다. 일렉트로콤파니에 FFT 전원부가 2개 전원 트랜스와 밸런스 구성, 푸시풀 구동의 출력단을 필요로 하는 것도 이 같은 회로 구조 때문이다.

​한편 서클로트론 회로가 1950년대에 진공관 앰프의 높은 출력 임피던스를 낮추기 위해 개발된 만큼, 일렉트로콤파니에의 FTT 파워 서플라이는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쓴 출력단의 출력 임피던스를 대폭 낮추는 결과도 얻었다. 예를 들어 AW250R의 출력 임피던스는 가청 영역대에서 0.008옴 이하다. 스피커 임피던스가 8옴일 경우 댐핑팩터가 무려 1000이라는 얘기다. 


일렉트로콤파니에 현행 라인업과 제품 히스토리

2022년 10월 현재 일렉트로콤파니에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EMC는 디스크플레이어, ECM은 스트리머, ECP는 포노앰프, EC는 프리앰프, AW는 파워앰프, ECI는 인티앰프를 뜻한다.

소스기기
  • EMC1 MKV : SACD 플레이어
  • EMC1 MKV SE : SACD 플레이어
  • ECM1 MKII : DAC 겸 스트리머
포노/프리앰프
  • ECP2 MKII : 포노앰프
  • EC4.8 MKII : 프리앰프
파워앰프
  • AW800M : 8옴 800W 모노블럭 파워앰프
  • AW600 Nemo : 8옴 600W 모노블럭 파워앰프

  • AW400 : 8옴 400W 모노블럭 파워앰프
  • AW180 : 8옴 180W 모노블럭 파워앰프
  • AW250R : 8옴 250W 스테레오 파워앰프
인티앰프
  • ECI 6DX MKII : 8옴 125W 스트리밍 인티앰프
  • ECI 6 MKII : 8옴 125W 인티앰프
  • ECI 80D : 8옴 80W DAC 내장 인티앰프

주요 제품 출시 연보는 다음과 같다. 출시연도가 확인된 것만 모았다. 

1973 2-Channel Power Amplifier 파워앰프 : 25W
1981
  • PRE1 프리앰프
  • AWI 파워앰프 : 150W
  • AWII 파워앰프 : 50W
1986
  • AW60 파워앰프 : 60W
  • AW65 파워앰프 : 65W
  • AW70 파워앰프 : 70W
  • AW75 파워앰프 : 75W
1987
  • AW100 파워앰프 : 100W
  • AW250 파워앰프 : 250W
1991
  • ECI1 인티앰프: 100W
1993
  • AW100 DM 파워앰프 : 100W. Dual Mono
  • AW100 DMB 파워앰프 : 100W. Balanced
1994 AW180 M 모노 파워앰프 : 180W
1995
  • AW250 DMB 파워앰프 : 250W
  • ECI2 인티앰프 : 50W
1997
  • AW120 DMB 파워앰프 : 120W
  • AW250R 파워앰프 : 250W. FTT 파워서플라이
1998 Nemo AW600 모노 파워앰프 : 600W
1999
  • EMC1 SACD 플레이어
  • ECP1 포노앰프
2000
  • ECI3 인티앰프 : 70W
  • EC4.5 프리앰프
2001 EMC1 Up SACD플레이어
2002
  • EC4.6 프리앰프
  • ECI4 인티앰프 : 120W
  • ECD1 DAC
2003 AW400 모노 파워앰프 : 400W
2005 ECI5 인티앰프 : 120W
2006
  • AW3x120 파워앰프 : 120W
  • AW2x120 파워앰프 : 120W
2007
  • 웨스트콘트롤, 인수 : CEO Mikal Dreggevik
  • ECC1 CD 플레이어
2009
  • EC4.7 프리앰프 : 표시창 장착
  • ECR1 튜너
  • PI1 인티앰프 : 50W
  • PI2 인티앰프 : 100W
  • PC1 CD플레이어
2010
  • EC4.8 프리앰프 : XLR 출력만 지원
  • ECI5 MKII 인티앰프 : 125W. 표시창 장착
2011
  • AW250R 파워앰프 : 250W. V2
  • PD1 DAC
  • PSB1 스피커
2012 PI2-2D DAC 내장 인티앰프 : 100W
2013
  • ECI6 인티앰프 : 125W
  • ECI 6D DAC 내장 인티앰프 : 125W
  • ECI 6DS 스트리밍 인티앰프 : 125W
  • ECD2 DAC
  • ECM1 네트워크 플레이어
  • ECM2 네트워크 플레이어
2014
  • ECP2 포노앰프
  • ECG1 턴테이블
  • Nordin Tone Model 1 스피커
2015 EMC1 MKIII SACD플레이어
2017 ECI 6DX 스트리밍 인티앰프 : 125W
2019
  • EC4.8 MKII 프리앰프
  • ECP2 포노앰프
  • EMC1 MKV CD플레이어
  • ECM1 MKII 네트워크플레이어
2020
  • ECP2 MKII 포노앰프
  • ECI5 MKII 인티앰프
  • ECI6 MKII 인티앰프
2022
  • ECI 6DX MKII 스트리밍 인티앰프 : 125W
  • AW800 M 모노 파워앰프 : 800W

현역 모델 집중탐구 1. EC4.8 MKII

필자가 쓰고 있는 AW250R 파워앰프에 제 짝처럼 물리는 프리앰프가 있다. 바로 EC4.8 MKII다. AW250R은 밸런스(XLR) 입력만 가능하고 EC4.8 MKII는 밸런스 출력만 가능한데다, 두 앰프 모두 두텁고 투명한 아크릴 수지를 붙인 패밀리 룩이 그야말로 깔맞춤을 이룬다. 한 집안 식구이기 때문에 게인 및 임피던스 매칭, 이런 것은 신경을 꺼도 된다. ​

듀얼 모노 디자인이 적용된 EC4.8 MKII 프리앰프

EC4.8 MKII는 풀 밸런스, 듀얼 모노, DC 커플드, 클래스 A 증폭, 솔리드스테이트 라인 전용 프리앰프. 입력 및 전압 증폭단에는 JFET, 출력단에는 높은 바이어스 전압으로 작동하는 바이폴라 트랜지스터(BJT)가 투입됐다. 볼륨 역시 밸런스로 작동하는데, 이는 좌우 채널 플러스(+) 신호만 건드리는 게 아니라 좌우 채널 마이너스(-) 신호도 동시에 조절한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EC4.8 MKII를 단품으로 여러 차례, AW250R에 물려서도 한차례 들어봤다. EC4.8 MKII의 최대 게인이 6dB에 불과한데도 역시 듀얼 모노에 밸런스 앰프, DC 커플드 앰프의 저력은 대단해서 이 프리앰프의 있고 없고 차이가 컸다. 사운드 스테이지의 확장과 음의 생기 보강이라는 프리앰프 본연의 역할은 물론, 파워앰프의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까지 높이는 재주가 있었다. 

사실 EC4 시리즈 프리앰프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전면 패널 양옆에 손잡이가 있는 오리지널 EC4 프리앰프가 이미 1990년대 말에 나왔다. 포노앰프를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었던 EC3 프리앰프와 달리 라인 전용인 것이 특징. 이어 손잡이가 사라진 EC4 1/2(EC4.5)가 2000년, 레코딩 소스 선택 노브가 전면에 달린 EC4.6이 2002년, 처음으로 표시창이 생긴 EC4.7이 2009년에 출시됐다. 

필자가 보기에 EC4.7부터가 일렉트로콤파니에 2.0시대다. 2007년에 회사 주인이 바뀌고(웨스트콘트롤), 공장도 새로 이전하는 등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볼륨 노브와 입력 선택 노브가 상하좌우 버튼식으로 바뀐 것도, 없으면 허전할 작은 표시창이 생긴 것도,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를 좌우 1개씩 2개를 투입한 것도 EC4.7 모델부터다. 

EC4.8 프리앰프

하지만 음질적으로 그리고 구조적으로 비약한 것은 2010년에 등장한 EC4.8부터다. EC4 시리즈 앰프는 처음부터 풀밸런스, DC 커플드 프리앰프였지만, 전원부와 신호증폭부가 완벽한 좌우 채널 대칭 형태인 듀얼 모노 아키텍처를 취한 것은 EC4.8이 처음이다. 싱글엔디드 RCA 출력을 없애고 오로지 밸런스 XLR 출력만 지원하기 시작한 것도 EC4.8 모델이다. 참고로 RCA 출력 단자 1조는 고정 볼륨의 레코드 출력 용이다. 

사운드 및 평가 : EC4.8 MKII는 싱글엔디드 출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아쉽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풀 밸런스 프리앰프이기에 그대로 밸런스 출력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 완벽하다. 또한 상대적으로 낮은 게인(최대 6dB)의 프리앰프가 뒷단인 파워앰프에 최대로 높은 전압을 흘려줄 방법 또한 밸런스 출력이다. 심지어 파워앰프 AW250R은 XLR 입력단자밖에 없다. 이래저래 XLR 출력은 ‘밸런스 증폭과 전송’을 절대시한 일렉트로콤파니에 프리앰프의 논리적 귀결이다. 따라서 EC4.8 MKII를 이런 애호가들에게 추천한다. 밸런스 입력이 가능한 파워앰프에 힘을 실어주고 싶은 분, 웰메이드 프리앰프가 선사하는 음악성이 뭔지 확실하게 알고 싶은 분, 그리고 왜 일렉트로콤파니에 앰프가 마이클 잭슨 앨범 레코딩 엔지니어가 즐겨 사용했었는지 궁금한 분. 정통 아날로그 밸런스 프리앰프의 존재 이유를 쉽게 아실 수 있을 것이다. 


현역 모델 집중탐구 2. ECP2 MKII

ECP2 MKII 포노앰프

포노앰프 ECP2 MKII 실물을 보면 전면의 두텁고 투명한 아크릴 수지 패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국 임페리얼 케미컬 인더스트리에서 만든 퍼스펙스(Perspex) 제품인데, AW250R이나 EC4.8 MKII도 그렇지만 이 아크릴 수지 패널이 없었으면 무게 9kg의 이 포노앰프는 자칫 밋밋해 보일 수도 있었다. 

ECP2 MKII 포노앰프 후면

ECP2 MKII는 MM/MC 카트리지 모두에 대응하는 밸런스 솔리드 포노앰프다. 최저 39.8dB, 최대 76.4dB에 이르는 게인은 다수의 OP 앰프가 책임진다. 포노 커브는 표준 RIAA 커브에만 대응하며, 이퀄라이징 오차는 +/-0.1dB에 그친다. 전면에는 전원 온·오프 버튼밖에 없고, 후면에는 RCA 입력 단자 1조와 RCA/XLR 출력 단자 각 1조, 그리고 부하 커패시턴스와 부하 임피던스, 게인을 조절할 수 있는 다수의 딥 스위치가 채널별로 마련됐다. 

ECP2 MKII 포노앰프는 게인과 부하 임피던스, 부하 커패시턴스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다.

ECP2 MKII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게인과 부하 임피던스, 부하 커패시턴스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 게인은 8가지, 부하 임피던스는 30가지, 부하 커패시턴스는 8가지 조합이 마련됐다. 따라서 산술적으로 총 1920개의 조합이 가능하다. 따로 MM/MC 선택 버튼이 없는 것도 이 게인과 부하 임피던스/커패시턴스 조절을 통해 MM과 MC 입력신호에 정교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운드 및 평가 : 고백건대, 일렉트로콤파니에 파워앰프 유저로서 ECP2 MKII는 진작 필자의 구매 리스트에 올랐던 포노앰프다. 멀티 포노 커브에 대응하지 않는 점은 아쉽지만, 다양한 부하 임피던스와 커패시턴스, 여기에 MM/MC를 망라한 여러 게인 값을 설정할 수 있는 점이 솔깃했다. 밸런스 회로에 밸런스 출력을 지원하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현재 쓰고 있는 진공관 포노앰프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들여놨을 것이다. 실제로 ECP2 MKII를 들어보면, 매끄러운 소릿결과 칠흑 같은 배경이라는, 기대 이상의 사운드를 선사한다. 다이내믹스는 필자의 진공관 포노앰프에 약간 밀리지만 SN비는 상당히 앞서고, 소릿결은 마치 아기 피부를 만지는 것처럼 뽀송뽀송하고 미끈했다. 여러 포노 카트리지를 운용 중인 데다 소리까지 양보할 수 없는 LP 애호가라면 진지하게 청음 해볼 만한 포노앰프가 아닐까 싶다.


현역 모델 집중탐구 3. ECI 6DX MKII

ECI 6DX MKII 인티앰프

ECI 인티앰프는 일렉트로콤파니에 모델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라인업이다. 모델명에 들어간 ECI는 ‘ElectroCompaniet Integrated amplifier’의 약자. 100W(이하 8옴 기준)를 내는 ECI 1으로 시작해 현재 125W 출력의 ECI 6 MKII 및 ECI 6DX MKII까지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ECI 6DX MKII 네트워크 & 스트리밍 섹션

ECI 6DX MKII는 아날로그 인티앰프 ECI 6 MKII에 DAC과 스트리밍 기능을 보탠 2022년 신제품. 지난 8월에 집중 테스트를 해봤는데 요즘 오디오 트렌드라 할 스트리밍 및 DAC, 그리고 기본이라 할 클래스 AB 인티앰프 성능까지 두루 종합점수가 높았다.

일렉트로콤파니에(Electrocompaniet) EC Play 앱

DAC 파트는 시러스 로직의 4392칩을 써서 USB 입력 시 PCM은 최대 24비트/192kHz까지, DSD는 DSD128까지 재생한다. 스트리밍은 에어플레이2와 UPnP/DLNA, 블루투스는 물론 룬 레디(Roon Ready) 인증까지 받았다. 스포티파이 커넥트와 타이달 커넥트도 지원한다. 안드로이드와 iOS 스마트폰 앱(EC Play)도 상당히 잘 만들어졌다.

ECI 6DX MKII 인티앰프 후면

앰프 출력은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푸시풀로 구동해 클래스 AB 증폭으로 8옴에서 125W, 4옴에서 200W, 2옴에서 370W를 낸다. BJT, 푸시풀, 클래스 AB는 일렉트로콤파니에 인티앰프와 파워앰프를 관통하는 3대 키워드이며, 2옴 출력까지 공개할 정도로 전원부 사정(650VA, 8만 8000uF)이 넉넉한 것 또한 일렉트로콤파니에 앰프의 특징이다.    

사운드 및 평가 : ECI 6DX MKII는 소스기기를 품에 안은 인티앰프다. 이더넷 케이블만 꽂으면 스트리밍 음원을 마음껏 들을 수 있다.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으로 들은 모비의 ‘Heroes’는 매끄럽고 고운 음의 잔치. 여기에 배경이 적막한 점까지 감안하면 스트리밍 앰프로 흠잡을 데가 거의 없다. AC/DC의 ‘Back In Black’에서는 2옴 370W 출력의 남부럽지 않은 펀치력과 빠른 스피드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물린 스피커(핑크팀 KIM)의 12인치 우퍼가 잘 달리고 잘 멈춘다는 인상. 크리스티앙 지메르만과 LSO가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 3악장에서는 오케스트라 대편성을 무난하게 소화하는 기초 체력에 크게 놀랐다. 스마트폰 앱도 직관적이어서 쓰기에 편했다. 


현역 모델 집중탐구 4. AW250R

AW250R 파워앰프

AW250R은 필자가 애정해 마지않는 스테레오 파워앰프다. TIM-free 설계를 바탕으로 FTT 파워 서플라이가 투입됐으며, 모델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8옴에서 250W를 낸다. 4옴에서는 380W, 2옴에서는 625W. 비록 스피커 임피던스 변화에 완벽히 선형적인 출력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1옴에서도 1100W를 내주는 점이 대단하다.

AW250R 파워앰프 내부

​이는 역시 FTT 설계로 보통 앰프 전원부의 2배에 달하는 강력한 전류를 출력단에 공급해 준 덕분. 실제로 최대 피크 전류는 무려 100A에 달한다. 전원 트랜스는 650VA 토로이달 트랜스포머가 위아래 겹쳐 2개 투입됐고, 평활 및 정전 커패시터는 1만 uF 짜리를 12개 써서 총 12만 uF의 정전용량을 확보했다. 

AW250R은 또한 출력단에 채널당 12개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써서 푸시풀 구동하는 클래스 AB 증폭 앰프다. 7W까지는 클래스 A로 작동한다. 즉 7W 출력까지는 6개 트랜지스터가 놀고 있을 때에도 바이어스 전류를 계속해서 걸어준다는 얘기. 내부 사진을 보면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포머 뒤에 4개의 방열 핀, 그 양옆으로 6개씩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가 정확히 좌우대칭 형태로 붙어있다. 이 앰프가 ‘듀얼 모노’라는 이름을 단 이유다.

AW250R 파워앰프 후면

후면에는 밸런스 입력단자밖에 없다. 수컷 XLR 단자도 1개씩 마련됐는데, 이는 AW250R을 1대 더 연결해 브릿지 모드로 사용하거나 혹은 2대로 바이앰핑을 할 때 쓰인다. 따라서 AW250R에 스피커 케이블 바인딩 포스트가 채널당 2조씩 달린 것은 1대로 바이앰핑을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1대로는 바이와이어링만 가능할 뿐이다.

사운드 및 평가 : 개인적으로 AW250R의 됨됨이를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우선 이 앰프는 좋은 의미에서 무색무취하다. 스피커에 증폭된 음을 건네주는 과정에서 일체의 자기주장이나 고집이 없다. 그래서 처음 들을 때는 8옴 250W 출력이 무색하게 느껴졌을 정도다. 하지만 저역 에너지가 넘쳐나는 음악을 재생할 때는 역시나 스피커가 터질 만큼 강렬한 한방을 선사했다. AW250 R은 또한 무척 빠르고 정확한 앰프다. 태어나길 굼뜨거나 어정쩡하거나 질척거리는 꼴을 못 봐주는 그런 앰프이자, 음색을 따뜻하게 혹은 소릿결을 일부러 폭신폭신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화장발의 앰프도 아니다. 그래서 처음 들을 때는 기존에 쓰던 300B 진공관 앰프보다 덜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이 역시 시간이 갈수록 300B에는 특유의 기분 좋은 왜곡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현역 모델 집중탐구 5. AW800 M

AW800 M 파워앰프

2022년 10월 현재 일렉트로콤파니에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AW800 M이다. 8옴에서 800W, 4옴에서 1500W, 2옴에서 무려 2200W를 내는 진격의 모노블럭 파워앰프로, 지난 5월 독일 뮌헨 오디오쇼에서 처음 공개됐다. 역대급 출력과 덩치(가로폭 410mm, 높이 300mm, 안길이 490mm), 무게(개당 55kg)를 자랑하는 만큼 향후 일렉트로콤파니에의 플래그십으로 활약할 주인공이다.

AW800 M 파워앰프 후면 단자

AW800 M은 무엇보다 앰프 한 대를 2채널 스테레오 앰프로 쓸 수 있는 점이 솔깃하다. 이 경우 8옴에서 300W, 4옴에서 600W, 2옴에서 1000W를 내는데, 결국 모노블럭은 2개 스테레오 앰프를 모노 브릿지로 연결한 셈이 된다. AW800 M은 또한 앰프 한 대가 2채널 저역, 다른 앰프 한 대가 2채널 중고역을 담당하는 바이앰핑도 가능하다. 

AW800 M 파워앰프 내부

앰프 설계면에서는 TIM-free 설계를 바탕으로 한 낮은 왜곡(THD+N 0.0006%, IMD 0.0001%)과 빠른 스피드(270V/us), 신호 경로상에 커패시터를 배제한 다이렉트 커플드 회로가 돋보인다. 전원부 역시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 2개와 21만uF의 대용량 파워 커패시터로 중무장했고, 출력단에는 32개의 고전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가 투입됐다. 입력 임피던스는 330k옴, 게인은 35dB(모노), 29dB(스테레오). 


총평

일렉트로콤파니에 앰프는 출력을 과시하는 타입이 아니라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타격감을 안기는 그런 앰프다. 그러면서 조용하고 묵직하고 단단하다. 마음껏 볼륨을 높여 들으면, 한없이 넉넉한 헤드룸과 찌그러짐이 일절 없는 말쑥한 재생음을 만끽할 수 있다. 

프리앰프는 음에 생기를 안기고, 포노앰프는 이 세상 못 받아들일 카트리지가 없다. 최근 나온 스트리밍 인티앰프는 디지털 오디오 분야도 적극 대처해온 당연한 결과물. 전면의 투명 아크릴 수지 뒤에서 빛나는 로고와 브랜드 이름, 그리고 전체적인 실루엣이 안기는 눈맛도 최고다. 맞다. 일렉트로콤파니에는 곁에 오래 두고 쓸 만한 오디오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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