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 맞습니다
MBL Radialstrahler 101 E MKII & 9008A & 6010D


지난 12월3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파이클럽 시청실. 간만에 찾은 이 곳에 익숙하지만 쉽게 만나기 힘든 조합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독일 오디오 명가 MBL의 라디알슈트랄러 101E MKII와 모노블럭 파워앰프 9008A, 프리앰프 6010D다. 사실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스피커 조합이 이 정도 되면 누가 꼽든 월드클래스다. 

조심스레 음악을 재생했다. 처음부터 레벨이 다른 소리가 나온다. 가격이 얼만데? 이런 식의 쓸데없는 선입견 때문이 아니다. 탁 트인 무대, 색번짐이 1도 없는 악기들의 이미지, 매끄럽고 상냥하다가도 야수처럼 매섭게 달려드는 음의 기세에 감탄, 또 감탄했다. 


MBL과 라디알슈트랄러

​MBL은 1979년에 설립됐으며, 회사 이름 MBL은 설립자인 멜레츠키(Meletzky), 바이네케(Beinecke), 렌하르트(Lehnhardt)의 이름 앞 글자에서 따왔다. 현 CEO는 크리스티안 헤멜링(Christian Hermeling), 수석 엔지니어는 유르겐 라이스(Jurgen Reis)다. 본사는 독일 북동쪽의 에베르스발데(Eberswalde)에 있다. 

MBL은 설립 첫 해에 현행 101E MKII 스피커의 전신인 2웨이 무지향 스피커 100을 내놓는 등 처음부터 라디알슈트랄러(Radialstrahler)의 세계를 파고 들었다. 독일어로 ‘모든 방향으로’(radial), ‘음을 방사하는 기기'(Strahler)라고 해서 라디알슈트랄러다. 라디알슈트랄러에는 한 방향으로만 소리를 내는 리히트슈트랄러(지향성 스피커)에는 없는 세계가 있었다.

MBL Radialstrahler 101 E MKII 스피커의 원리
MBL Radialstrahler 101 E MKII 스피커의 원리

라디알슈트랄러 유닛의 기본 원리는 ‘라멜라’(lamella)라는 얇은 금속판 여러 장을 이어 붙인 꽃봉오리 모양의 진동판을 플레밍의 왼손법칙으로 울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진동판 윗부분이 축에 고정돼 있고, 아래쪽은 마그넷과 코일에 의해 위아래로 움직인다는 게 핵심. 이는 각 라멜라들이 붙어있는 코일이 위를 향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쨌든 위는 고정돼 있고 아래는 위아래로 움직이니 결국 전체 진동판이 활처럼 360도 전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필자가 보기에는 우산을 빠르게 열었다 닫았다 했을 때 붕붕 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대역대 구분은 일반 스피커 유닛과 비슷하다. 진동판 지름이 작을수록(라멜라 길이가 짧을수록) 고역대, 진동판 지름이 클수록(라멜라 길이가 길수록) 중저역대를 담당한다.

라디알슈트랄러 유닛의 장점은 이렇다. 1) 밀폐형이든 베이스 리플렉스형이든 인클로저가 필요 없다, 2) 따라서 내부 정재파나 배플로 인한 회절, 포트 노이즈 같은 왜곡이 없다, 3) 또한 360도 방사형 발음체에서 소리를 듣는 구조는 악기와 새소리, 고양이 소리 등이 사람 귀에 들리는 과정과 너무나 흡사하다, 4) 무지향 서브 우퍼처럼 스피커 위치 선정이 일반 지향성 스피커, 즉 리히트슈트랄러보다 자유롭다.

MBL 독일 공장에서. 왼쪽부터 프로덕션 매니저 마티아스 포크트(Matthias Vogt), 필자, 해외영업이사 앙투완 후버(Antoine Furbur)
MBL 독일 공장에서. 왼쪽부터 프로덕션 매니저 마티아스 포크트(Matthias Vogt), 필자, 해외영업이사 앙투완 후버(Antoine Furbur)

지난 2018년 필자가 MBL 독일 공장을 취재갔을 때 안내를 했던 해외영업이사 앙투완 후버(Antoine Furbur)씨는 라디알슈트랄러를 이렇게 설명했다. 

“라디알슈트랄러의 가장 큰 매력은 저음량에서도 정보량이 많다는 것입니다. 뒷벽에서 최소 80cm만 띄워놓기만 하면 룸 환경으로부터 덜 영향을 받는 점도 장점이죠. 오리지널 라디알슈트랄러가 나온 게 1979년인데 지금까지 이 라멜라가 부러졌다고 수리의뢰가 들어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만큼 유닛 자체가 강하고 빠른데다 인클로저까지 없으니 에너지를 가두지 않게 되는 것이죠.”

MBL의 수석 엔지니어 겸 레코딩 엔지니어 유르겐 라이스(Jurgen Reis)
MBL의 수석 엔지니어 겸 레코딩 엔지니어 유르겐 라이스(Jurgen Reis)

인터뷰를 수차례 했던 수석 엔지니어 겸 레코딩 엔지니어 유르겐 라이스(Jurgen Reis)씨는 101E MKII를 콕 짚어 그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MBL에 1982년에 입사, 앰프와 스피커를 계속해서 디자인해오며 MBL의 역사와 함께 해온 그다. 

“이 스피커를 집에 들여놓은 분들은 좀체 다른 스피커로 갈아타지 않으세요. 왜냐고요? 분기당 한 장 정도 제가 녹음한 앨범을 내고 있는데요, 실제 악기의 소리, 실제 레코딩 때 담겼던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스피커이기 때문입니다.”

MBL의 현행 라디알슈트랄러는 4타워 위용을 자랑하는 플래그십 101 X-treme부터 시작해 이번 시청기인 101E MKII, 그리고 111F, 116F, 120, 126 순으로 이어진다. 120과 126은 스탠드 마운트, 나머지 다른 모델들은 플로어 스탠딩이다.


MBL의 빛나는 상징, 101E MKII

 

시청기를 본격적으로 파헤쳐보자. 101E MKII는 MBL의 터줏대감 같은 존재다. 전신 100이 MBL 설립 첫 해에 나왔고, 이어 오리지널 101이 1986년에 나왔으니 벌써 37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1989년에 101A, 1992년에 101B, 1994년에 101C, 1997년에 101D, 2003년에 101E, 2008년에 101E MKII가 나왔다. 

MBL Radialstrahler 101 E MKII 스피커

현행 101E MKII는 기본적으로 고역대(트위터)와 중역대(미드레인지), 저역대(우퍼)를 3개의 라디알슈트랄러 유닛이, 초저역대(서브우퍼)를 12인치(300mm) 알루미늄 콘 우퍼가 책임지는 4웨이, 4유닛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다. 서브우퍼는 하단 인클로저에 수납됐고 앞에는 2개의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가 나 있다. 가로폭은 450mm, 높이는 1230mm, 안길이는 500mm, 무게는 80kg. 

MBL Radialstrahler 101 E MKII 스피커 후면
MBL Radialstrahler 101 E MKII 스피커 후면

서브우퍼 인클로저 후면에는 바이와이어링 스피커케이블 커넥터가 마련됐다. 뒤에서 봤을 때 오른쪽이 중고역(Mid/High) 유닛, 왼쪽이 저역(Low) 유닛과 연결된다. 또한 각 대역 특성을 파인 튜닝할 수 있는 셀렉터가 마련됐는데, 트위터는 패스트(fast), 내추럴(natural), 스무드(smooth)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패스트는 진공관 앰프 매칭시, 스무드는 솔리드 앰프 매칭시 각각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미드와 로우는 각각 내추럴(natural)과 리치(rich), 스무드(smooth)와 어택(attack)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MBL에 따르면 리치는 앰프와 케이블 사운드가 데드(dead)한 성향일 경우, 어택은 저역에서 부밍이 일어나거나 저역이 너무 강력할 경우 선택하면 된다.

101E MKII 실제 모습을 보면 스피커가 아니라 3단 꽃봉오리 모습을 형상화한 하나의 조형 예술품 같다. 맨 위에 자리잡은 트위터는 24개 카본섬유 라멜라로 만든 라디알슈트랄러 HT37 유닛, 미드레인지 유닛은 12개 카본섬유 라멜라 구조의 라디알슈트랄러 MT50 유닛, 우퍼 유닛은 얇은 구리선이 들어간 12개 알루미늄 라멜라 구조의 라디알슈트랄러 TT100 유닛을 쓴다.

MBL Radialstrahler 101 E MKII 스피커

101E MKII는 이 3개 라디알슈트랄러와 12인치 패시브 서브우퍼 하이브리드 조합으로 24Hz~40kHz라는 광대역의 주파수응답특성을 얻었다. 크로스오버는 105Hz, 600Hz, 3.5kHz에서 이뤄지며 네트워크 회로는 슬로프 -24dB의 4차 오더로 짰다. 서브우퍼가 105Hz 이하, 우퍼 라디알슈트랄러가 105Hz~600Hz, 미드 라디알슈트랄러가 600Hz~3.5kHz, 트위터 라디알슈트랄러가 3.5kHz 이상을 커버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스펙. 공칭 임피던스가 4옴에 감도가 82dB에 그쳐 역시 구동이 만만치가 않다. 동생 모델들도 111F와 116F가 83dB, 120이 82dB, 126이 81dB에 그친다. 사실 MBL이 앰프를 만들게 된 것도 이 정도로 감도가 낮은 자신들의 라디알슈트랄러를 제대로 울려줄 마땅한 앰프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프리앰프는 1982년, 파워앰프는 1989년에 처음 나왔다. 


라디알슈트랄러의 영원한 깐부, 9008A

MBL 9008A 파워앰프

MBL 라디알슈트랄러의 영원한 깐부는 다름 아닌 MBL 파워앰프다. 이들 파워앰프만큼 라디알슈트랄러의 질주 본능을 이해하는 앰프가 드물다는 것인데, 이는 현행 레퍼런스 라인의 9011과 9008A의 스펙과 설계, 실제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을 보면 저절로 납득이 간다. 플래그십인 9011의 경우 최대 피크출력이 무려 5000W, 이번 시청기인 9008A는 2200W에 달한다.

9008A는 출력단에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12개 투입, 푸시풀 구동하는 클래스AB 증폭의 몬스터급 풀 밸런스 파워앰프다. 출력단이 앞에서 봤을 때 오른쪽 방열판 안쪽에,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와 파워 커패시터를 주축으로 한 전원부가 섀시 왼쪽에 마련됐다.

MBL 9008A 파워앰프

일단 덩치가 압도적이다. 가로폭이 480mm, 높이가 320mm이고 안길이가 660mm에 달할 정도로 길어 여느 파워앰프와는 생김새 자체가 다르다. 무게는 60kg. 참고로 9011은 가로폭과 높이는 똑같고 안길이가 거의 1m에 육박하는 910mm여서 일반 가정 환경에서는 좀 더 짧은 9008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9008A는 또한 스테레오 앰프로도, 모노블럭 앰프로도 운용할 수 있다. 스피커케이블 연결을 위한 순동 바인딩 포스트가 섀시당 4개, RCA 입력단자를 섀시당 1조 마련한 것도 스테레오 운용을 염두에 둔 것이다. 대신 XLR 입력단자는 섀시당 1개만 마련, 모노 전용으로 쓰도록 하고 있다. 후면을 보면 각각에 맞는 바인딩 포스트 및 단자 연결법이 자세히 안내돼 있다.

출력은 모노 운용시 8옴에서 440W, 4옴에서 840W, 2옴에서 1000W를 내고 2옴 피크 출력은 2200W, 피크 전류는 무려 40A에 달한다. 스테레오 운용시에는 8옴에서 130W, 4옴에서 210W, 2옴에서 330W를 내고 2옴 피크 출력은 1200W에 달한다. 최대 출력전압은 모노 운용시 100V, 스테레오 운용시 50V를 보인다. 파워 커패시터 용량은 19만8000uF.

MBL 9008A 파워앰프 후면
MBL 9008A 파워앰프 후면

후면을 보면 파워케이블을 2개(메인, 부스트) 꽂도록 하고 온오프 스위치도 2개(메인, 부스트) 마련했는데 이는 9008A가 대출력, 고전류를 생산해내기 때문이다. 전원부 역시 이에 맞춰 토로이달 전원트랜스를 3개 마련했는데, 1개는 메인 출력용, 다른 1개는 메인 출력 부스터용, 나머지 1개는 전압증폭용으로 쓰고 있다. 참고로 9011은 전원 트랜스를 4개, 스위치를 3개 마련했다.

스펙은 그냥 하이엔드 수준. 우선 SN비가 118dB(모노), 123dB(스테레오)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높고, 주파수응답특성은 DC~200kHz(모노), DC~320kHz(스테레오)를 보일 정도로 광대역에 걸쳐 플랫하다. 왜곡률 역시 4옴, 1kHz, 50W 기준 0.003% 미만에 그칠 정도로 낮다. 입력 임피던스는 XLR 입력시 20k옴, RCA 입력시 10k옴, 댐핑팩터는 300을 보인다.  


어나더 레벨의 프리앰프, 6010D

세월을 견뎌낸 하이엔드 프리앰프 몇 가지를 꼽을 경우, 그 리스트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이 바로 MBL의 6010D다. 프리앰프로서는 상당히 큰 덩치에 장식적인 글자와 휘황찬란한 노브, 풍부한 인터페이스가 눈길을 끌지만 무엇보다 ‘오디오 시스템의 지휘자’로서 존재 이유가 확실하다. 실제 소리를 들어보면 6010D 투입 전후 펼쳐진 음과 무대가 확연히 다르다. 

6010D는 6010 이름을 달고 나온 프리앰프의 5번째 버전. 앞서 4010이 1981년에, 5010이 1985년에 나왔고, 오리지널 6010이 1987년에 출시됐다. 이후 6010C(6010A, 6010B 없음)가 1995년, 처음으로 전면 패널에 표시창을 단 6010D가 2001년, 6010D 2세대 모델이 2008년, 현행 6010D 3세대 모델이 2010년에 나왔다. 

​6010D 3세대 모델은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를 1개 더 추가하고, 볼륨용 포텐셔미터를 MPS 제품으로 바꿨으며, CD 입력단과 프리아웃 모두 DC 커플드 설계로 바뀌었다. 신호 경로상에 커패시터를 없애 그만큼 음질 향상을 도모했다는 얘기다. 

​6010D는 커다란 덩치와 고급스러운 마감, 풍부한 인터페이스가 눈길을 끈다. 가로폭이 530mm, 높이 240mm, 안길이가 355mm에 달하고 무게도 22kg이나 나간다. 공개된 내부 사진을 보면, 전면 패널 바로 뒤에 두터운 동판이 1개, 가운데에 또 다른 두터운 동판이 1개 세워져 회로간 전자기장 노이즈 차폐에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래커 광택 마감을 한 전면 아크릴 패널을 보면, 왼쪽에 입력 상태를 나타내는 작은 LED가 15개, 가운데에 볼륨을 백분율로 나타내주는 작은 표시창, 그 밑 양옆에 입력 셀렉터와 볼륨 노브가 달렸다. 입력 셀렉터와 볼륨 노브 모두 두텁고 묵직한 황동을 24K 금으로 도금했다. 오디오 기기의 가장 큰 적이라 할 진동을 억제하는데 강도가 높은 황동만큼 적절한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설계 측면에서 보면, 6010D는 싱글 스테이지 증폭의 솔리드 스테이트 프리앰프다. MBL에서는 ‘하이 스피드, 싱글 게인 스테이지’(High Speed, Single Gain Stage) 프리앰프라고만 밝히고 있을 뿐 구체적인 증폭 설계나 게인 값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원부는 리니어 방식이며, 6010D 3세대 버전이 되면서 토로이달 전원트랜스를 증폭용과 컨트롤용으로 2개 투입했다.

볼륨 컨트롤은 아날로그 포텐셔미터 방식의 MSP 제품을 쓰는데, MBL에 따르면 좌우 채널 편차가 0.8%에 그칠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 입력 회로는 판박이 좌우 채널을 상하로 분리한 듀얼 모노 설계이며, 공개된 내부 사진을 보면 신호 경로를 최대한 짧게 하기 위해 입력단자에 기판이 곧바로 연결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펙은 역시 하이엔드 프리앰프답다. 우선 주파수 응답 특성이 DC~600kHz에 거쳐 플랫한 점이 돋보인다. 출력 레벨은 1~11V, 출력 임피던스는 100옴, 입력 감도는 최대 315mV(포노 0.315~1.26mV), 입력 레벨은 최대 11V(포노 12~45mV), 입력 임피던스는 최대 50k옴(CD 5k옴, 포노 100옴, 프로세서 10k옴)을 보인다.


시청

MBL Radialstrahler 101 E MKII & 9008A & 6010D 매칭 시스템
MBL Radialstrahler 101 E MKII & 9008A & 6010D 매칭 시스템

101E MKII, 9008A, 6010D MBL 트리오 시청에는 EMM랩스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NS1과 DA2 DAC을 동원, 룬으로 코부즈와 타이달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아티스트   Chet Baker
   Alone Together
앨범   Chet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리뷰한 MBL 라디알슈트랄러는 총 5기종이고 101E MKII는 벌써 2차례 리뷰다. 앞선 리뷰에서는 6010D와 9011 조합으로 들었는데, 필자 경험상 라디알슈트랄러 유닛이 우퍼까지 커버하는 모델(101 X-treme, 101E MKII)과 미드까지만 커버하는 모델(111F, 120, 126)은 그 소리 차이가 생각 이상으로 크다. 

이번에 9011 대신 9008A가 백업한 101E MKII도 마찬가지. 처음부터 웬만한 조합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대형기의 아우라가 물씬 풍겨왔다. 피아노, 트럼펫, 드럼, 베이스, 바리톤 색소폰, 플루트, 이런 악기들을 가상의 무대에 배치하는 모습이 시원시원하기 짝이 없다. 니어필드로 옹기종기 분재처럼 즐기는 소형 스피커와는 전혀 다른 세계다. 

트럼펫은 쳇 베이커가 사력을 다해 부는 표정이 역력하고, 무대 오른쪽의 드럼 심벌 연주의 디테일은 살갑기 그지없다. 그 앞쪽에 자리잡은 베이스는 묵직하게 리듬을 밟고, 바리톤 색소폰은 화끈한 폐활량을 뽐낸다. 한마디로 성숙한 어른들의 세계인데, 무엇보다 무대가 갑갑하지 않고 탁 트인 맛이 대단하다. 첫 음이 나오자마자 이 비싼 스피커가 사라지고 말았다. 

아티스트   Olafur Arnalds, Alice Sara Ott
   Nocturne In C Sharp Minor, B.49
앨범   The Chopin Project

피아노의 타건이 강력한데도 그 촉감 자체는 은근히 부드럽다. 이 점이 바로 MBL 클래스AB 파워앰프들의 특징인데, 그 큰 덩치와 대출력에도 불구하고 우악스럽거나 거친 구석이 전혀 없다. 낮은 왜율과 광대역에 걸쳐 플랫한 주파수 응답특성, 높은 SN비 등이 종합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낸 덕이다. 음이 생생한 것은 웰메이드 프리앰프가 투입됐을 때 가장 먼저 얻는 이득이다. 

더 놀란 대목은 바이올린이 등장했을 때. 허허벌판에 갑자기 바이올린이 한 대 사람처럼 등장하는 모습에 침이 꼴깍 넘어가고 말았다. 그리고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토해내겠다는 의지로 진력을 다해 연주한다. 더불어 시청실에 풍기는 그윽한 목향. 여기에 손가락과 현의 마찰음까지 가세하니 그야말로 모골이 송연하다. 색번짐? 흐트러짐? 이런 것은 따지지도 못했다. 

아티스트   The Weeknd
   Blinding Lights
앨범   After Hours

6010D, 9008A, 101E MKII 트리오가 마침내 숨은 발톱과 숨은 질주 본능을 드러낸다. 일렉트릭 사운드의 쿵쿵 쳐대는 펀치력에 가슴이 벌렁거린다. 저음 하나하나가 큰 바위처럼 굳건하고 흔들림이 없다. 음들이 잘도 달렸다가 잘도 멈춘다는 인상. 이 역시 파워앰프가 4옴에 82dB 스피커를 쥐락펴락한다는 증거다. 

이렇게 다이내믹스와 파워가 넘쳐나는 재생음에서도 개운한 맛이 느껴지는 것은 역시 인클로저를 생략한 라디알슈트랄러 덕분. 미동조차 안하는 인클로저로 중무장한 여느 다이내믹 드라이버 스피커와는 전혀 다른 음의 촉감이다. 보컬과 악기들이 서로 신이 나 자유롭게 노래하고 연주한다. 맞다. 우리가 평소 라이브에서 보고 듣던 그 모습 그대로다.  

피아노   임윤찬
지휘   홍석원
오케스트라   광주시립교향악단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앨범   Beethoven, Isang Yun, Barber

101E MKII가 기본적으로 대형기이고, 9008A가 기본적으로 모노블럭이라는 것은 이러한 오케스트라 대편성곡에서 금세 확인할 수 있다. 그랜드 피아노가 풀 사이즈 그대로 등장하고, 오케스트라는 들이대지 않고 제 자리에서 큰 산처럼 연주를 한다. 

뭉치는 것, 결리는 것, 이로 인한 찌그러진 것이 일절 없는 모습에 필자의 속까지 뻥 뚫린다. 악기들이 내는 음들이 저마다 고속도로를 하이패스로 통과한다는 인상. 소형기나 스테레오 파워앰프, 혹은 인티앰프에서 느끼곤 하는 교통체증, 이런 느낌은 전혀 없다. 스피커 진동판이나 트랜지스터가 빚어낸 음이 아니라, 허허벌판에 모인 사람들이 각자 악기로 내는 음처럼 느껴졌다.

아티스트   Patricia Barber
   A Taste of Honey
앨범   Cafe Blue

4옴 기준 840W를 내뿜는 대출력에서도 이처럼 칠흑 배경이 느껴지는 것이 가능한가 싶다. 파트리샤 바버가 가상의 사운드스테이지 가운데에 또렷이 등장한다? 이 정도 수준이 아니다.

그녀가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 스르륵 유령처럼 나타난 것 같다. 그러면서 필자를 따뜻하게 어루만져 준다. 쉐이커와 퍼커션은 최근 본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의 여러 수중 생물들처럼 삼지사방에서 정신없이 나타난다. 넓은 무대가 시청실에 있는 모든 앰프와 스피커, 여러 랙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총평

MBL의 무지향 스피커들은 확실히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반사판 등을 이용한 가짜 무지향이 아니라 라멜라 진동판에서 360도 음을 직접 방사하는 진짜 무지향, 전방향 스피커다. 진동판이 낸 음을 가두는 인클로저가 없기에 정재파나 회절, 공진이 일으키는 각종 왜곡에서도 자유롭다. MBL 스피커를 처음 듣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놀라는 이유다.

지금까지 MBL 라디알슈트랄러에 여러 앰프를 매칭해봤는데, 예를 들어 가장 최근에 리뷰한 126 스탠드마운트 스피커 같은 경우는 필자의 패스 XP-12 프리앰프와 일렉트로콤파니에 AW250R 스테레오 파워앰프로도 너끈히 구동이 되었다. 아주 삼삼한 소리가 나왔다. 

MBL Radialstrahler 101 E MKII & 9008A & 6010D 매칭 시스템

하지만 우퍼까지 라멜라 유닛을 채택하고 별도로 12인치 서브우퍼까지 울려야 하는 101E MKII 같은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MBL에서도 같은 레퍼런스 라인인 9011이나 9008A 매칭을 권장하고 있다. 실제 시청을 해보니 9008A로도 충분했다. 달리 생각하면 피크 출력이 훨씬 높은 9011은 101 X-treme과 매칭을 전제로 한 파트너가 아닐까 싶다.  

6010D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다. 사실 6010D는 다른 파워앰프와 스피커 매칭에서도 발군의 공간감과 생기를 재생음에 안겼다. 예를 들어 브라이스턴 모노블럭 28B3와 B&W 802 D3 조합이 그러했다. 굳이 MBL 파워앰프나 스피커와 매칭하라는 법은 딱히 없다. 그럼에도 이번에 101E MKII와 9008A를 만나니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백아와 종자기 고사가 떠오른 이유다. 

한때 손흥민 선수를 두고 월드클래스 논란이 있었다. 최근처럼 부상 후유증에 폼이 떨어진 경우라면 논란이 더욱 심해질 터. 하지만 같은 질문을 이번 MBL 101E MKII와 9008A, 6010D에 던진다면, 필자의 망설임 없는 대답은 이것이다. ‘맞습니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MBL Radialstrahler 101 E MKII Specifications
Description
  • Four-way floorstanding loudspeaker.
  • Three omnidirectional bending-mode drive-units: 24-segment carbon-fiber tweeter, 12-segment carbon-fiber upper-midrange unit, 12-segment aluminum lower-midrange unit; plus, in separate enclosure, bandpass-loaded 12", aluminum-cone woofer.
  • Crossover frequencies: 105Hz, 600Hz, 3.5kHz (Linkwitz-Riley, fourth-order).
  • Acoustic center: 45" (1140mm) from floor.
  • Frequency range: 24Hz–40kHz.
  • Sensitivity: 81dB/2.83V/m.
  • Nominal impedance: 4 ohms.
  • Power handling: 320–500W continuous, 2.2kW peak.
Dimensions 67" (1720mm) H by 16" (410mm) W by 18" (460mm) D. Weight: 176 lbs (80kg).
Finishes Piano Black, Piano Silver, Piano White, with chrome or gold-plated accents.
MBL 9008A Specifications
Pulse power (Mono/Stereo) 2 200 / 1 200 W (2 Ω)
Musical power (Mono/Stereo)
  • 1 000 / 330 W (2 Ω)
  • 840 / 210 W (4 Ω)
  • 440 / 130 W (8 Ω)
Input impedance 20 kΩ, XLR (Mono) 10 KΩ, RCA (Stereo)
Output current Max. 40 ampere
Weight 60 kg / 132 Ibs
MBL 6010D Specifications
Inputs
  • 2 x CD
  • 1 x High Level/Tuner
  • 2 x Tape
  • 1 x Processor/Pass Through
  • 1 x XLR
  • 1 x Option
Outputs
  • Group 1: 1 x XLR, 2 x RCA
  • Group 2: 1 x XLR, 2 x RCA
Signal-to-Noise Ratio
  • CD: 103/109 dB, 1V / 25 Ohm
  • High Level: 102/108 dB, 1V /25 Ohm
Weight 22 kg / 48.5 Ibs
MBL Radialstrahler 101 E MKII & 9008A & 6010D
수입사 샘에너지
수입사 홈페이지 www.saemenergy.co.kr
구매문의 02-582-9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