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고 미루던 앰프손보기를 시작했다.
40여년 전에 만들어진 하만 카든에서 나온 사이테이션II라는 앰프인데
미국생활 내내 쓰던 앰프이다.
이 앰프 역시 추종자가 많아 인터넷을 뒤져보면 여기저기 개조 혹은 아직까지
잘 쓰는 법에 관하여 사이트가 꽤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는 드물게
광대역 트랜스를 사용하였고 이 트랜스가 상당히 평탄한 주파수 특성을 보여
주며 앰프 자체에도 요즘은 상상도 못할 정도의 물량이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하여간 나의 애장기라면 애장기라고 할 수 있고, 내가 가장 오랫동안 소유하고 있는 오디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놈이 한국에 돌아오자 마자 시름시름 하길래 어라 수명이 다 했나보다하고 듣지를 아니하였다.
그러다 작년인가에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앰프제작자에게 수리를 부탁했다.
그런데 맡긴 것을 찾아와 보니 증세는 별로 변하지 않고 어떤 부분은 더 심해진 것이다. 관까지 전부 새로 사서 갈아 끼웠는데 무척이나 속이 상하였다.
그러다 또 이 앰프를 들고 다른 분한테 갔다. 뭐 나름대로 빈티지에 일가견이 있다고 광고도 하고 소문이 난 분이라 맡겼더니 입력단에서 들어오는 선이 쉴드가 안되어서 생기는 문제라고 쉴드선으로 바꾸면 괜찮다고 해서 그럼 그렇게 해달라고 하고 찾아왔다. 뭐 전에 보다 좋아졌긴 한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치료는 없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얼마전에 회로도를 인터넷에서 구해서 앰프의 배를 따보니 이런 이런 한국 제일의 앰프제작자라는 분이 손 댄 곳이 전부 엉망의 부품으로 갈아놓은 것이다. 부품의 질이 문제가 아니라 도대체 왜 회로도에 없는 부품으로 바꿔놨냐는 것이다. 좀 더듬어 본 결과 문제의 원인들 중 하나는 초단관에 연결된 저항 하나가 타버려 발생한 것인데 그 부분은 또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진즉에 회로도를 구해서 차근차근히 진단해 봤으면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인데 괜히 맡겨서 앰프를 제대로 구동하지 못했던 것이다.
먼저 진단하지 않고 게을러서 남한테 맡긴 나도 문제지만, 부탁받은 앰프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지도 않고 대충 땜방한 사람도 참 문제지 싶다.
여전히 그 제작자는 앰프를 만들고 수리를 한다. 소리도 좋다고들 하지만 이런 일을 경험한 나로서는 씁쓸하기 짝이 없다.
여기 자주 들러시는 김준호교수라는 분이 얼마 전 하이파이저널에 비슷한 경험에 관해서 글을 쓰셨는데 그 분의 심정이 어떤 지 십분 이해가 된다.
어쨌던 앰프가 많이 좋아져서 다행히고, 좀 더 시간을 두고 손 볼 곳은 꼼꼼히 손봐야겠다.
일전에 다녀가신 심재홍님은 스피커터미널부터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 하시던데 그 부분은 너무 손이 가서 언제 바뀔 지 모르겠다.
별아저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