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P] 태광 TCD-1 VT

홈 > 이매거진 >

진실게임을 한번 해보자. 오디오매니아를 자칭하는 사람중에서 국산오디오를 놓고 '잘 만들었다', '이 정도면 상당한 경쟁력이 있겠다'라고 점수를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으로 자기 돈을 주고 그걸 사고싶은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국산 하이엔드오디오에 대한 평들은 그렇게 흘러왔던 것 같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진심으로 그 대상에 관심이 있다면 솔직하고 사려깊은 평을 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대충 '나쁘지 않다'는 정치외교적인 표현으로 일관해왔던 평가는 실제사용자들에 의해 국산기기에 대한 불신감만 키워놓았고, 언젠가부터는 정작 좋은 제품이 나왔는데도 그 말이 먹히지 않는 '늑대가 나타났다'가 되어버렸다. PC통신과 인터넷의 발달이 모두에게 환영을 받고있는 건 아니지만, 온라인을 통해서 좋은 제품은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고라도 결국 좋은 평가를 받게되는 경우를 보게된다. 공정한 평가를 받아보지도 못하고 묻혀버리는 제품들도 있고 시덥지않은 제품이 잠시나마 '뜨는' 해프닝 속에서, 간헐적이나마 그런 좋은 제품의 출현은 대단히 희망적인 모습이다.

태광의 TCD-1 VT(Vacuum Tube)는 베스트바이 모델이었던 전작 TCD-1의 마이너체인지모델이다. 매뉴얼에 보니까 op-amp 부분만을 진공관으로 교체했을 뿐 다른 곳은 전작과 동일한 모델로 설명되어 있다. 음질튜닝에 동원된 기기들이라든가, 제품포장 등을 보면 메이커측에서 이 제품에 상당히 정성을 들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하루정도 전원을 넣었다가 그 다음날 오전과 오후 반복해서 들어본 결과만을 근거로 해서 하나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외관 및 기능 박스를 열고 꺼내보니, 전면에 왠 '유니온 잭'이 붙어있다. 'designed by Audio Note' - 오홋... 영국에 OEM 납품을? TCD-1 사용자들은 다 아는 얘기일 지 모르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어필할만한 내용이다. 뒤쪽은 아주 단순하다. 언밸런스 출력과 동축 디지탈출력단자, 그리고 전원연결부외엔 깨끗하다. 검은색의 외관디자인은 날렵하다거나 특별한 개성은 없지만, 제품좌우에 목재를 부착하는 등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트레이가 아주 점잖게 움직여서 맘에 들지만, 트레이 아래에 있는 'Honor'라는 로고는 너무 평범한 서체를 사용한 것 같다.
음경향 원래 이 CDP를 제대로 리뷰하려면 원본인 TCD-1과의 비교가 이루어져야 할텐데, 무책임하게도 필자가 시청을 해보지 못한 점이 아쉽다. 순서가 바뀌었지만, 기회가 되면 TCD-1과의 비교평가를 할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 이 CDP의 음질은 다음과 같이 요약해본다.
* 좌우펼침이 좋다.

* 음의 무게중심은 약간 아래쪽에 있다. * 현의 질감묘사력이 좋다. * 고역끝은 적당히 감아 마무리하며 편안한 느낌을 준다. * 해상력은 인상적이거나 모자라다던가 하는 느낌없이 적당하다. * 여성보컬은 매력적으로도 들리지만, 실제보다 다소 두텁게 들리는 경우가 있다. * 저역의 양감은 보통이며 다소 풀려있다. * 다이나믹은 다소 떨어져서 대편성에서 깔끔한 맛이 덜하다.
전술했듯이, 시청한 기기가 신품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상기와 같은 특성중에서 저역의 밀도감이나 다이나믹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개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디오 시장에서 특정기기의 절대적 특성이란 의미가 없고, 항상 같은 가격대의 다른 제품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항상 가격대비성능이니, 가격의 합리성이니 운운하게 되는 것 같다. TCD-1 VT의 제품상단에 표시된 내용에 의하면 소비자가격이 65만 9천원이다. 통상적이라면 실제 판매가격은 다소 떨어질 것 으로 짐작이 된다. 워낙에 CDP는 선수층이 엷은데다가 200만원이내에서는 몇몇 모델들이 몇년째 장기집권을 하고있다. 이 가격대의 주변을 둘러보면 역시 베스트셀러인 마란츠의 63SE가 있고, 약간 위로는 레가의 플래닛이 있다. 마란츠 63SE와는 다소 유사한 경향을 보이지만, TCD-1 VT의 밸런스가 다소 아래쪽이고 질감과 스테이징에 있어 우세하게 보인다. 반면, 보컬과 순발력 등에 있어서는 다소 열세이다. 상급기인 레가의 플래닛과는 해상도를 놓고 가격의 취사선택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이 제품의 매뉴얼에 보면 음질튜닝에 사용한 기기들이 나와있는데, 특히, 와디아 23을 레퍼런스기기로 삼은 점이 눈에 띄인다. 왜 지금의 소리와는 거리가 있는 와디아였는지는 모르지만, 기술력으로 승부를 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여서 인상적이었다. 마치 우리나라축구가 실력향상을 위해 브라질선수 등을 초청해서 친선경기를 하는 등의 모습과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한다.
하이엔드에서 일반 음향기기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눈과 귀도 모르는 사이에 다양해지고 높아진 점을 이제는 인정해야 하며, 그에 대응하는 노력을 기울인 업체들만이 살아남는 냉혹한 현실속에서 국내업체나 해외업체나 더이상 영원한 1등은 없는 것이다. 특히 통신위주로 활성화되어 있는 국내 하이엔드오디오시장도 좀 더 다양한 모습으로 확대 재편성되어 소비자에게 다가와야 할 것이다.

주요제원 * DAC:18비트(듀얼) 8배 오버샘플링 * 주파수특성:20Hz-20KHz * S/N비:-87dB * 무게:7.2Kg * 기기협찬 : 금강전자(서초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