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araudio Master Innovation 턴테이블 + TT1 톤암 설치기
어렸을때 친구들과 하는 팽이돌리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지는걸 유독 싫어해서 그 놀이에서 이기기 위해 팽이의 끝을 숫돌에 뾰족하게 갈아보기도 하고 팽이에 추를 매달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래봐야 뭐 돌다 얼마안가 서버리는 건 똑같았지요. 물리학 제1법칙 ‘모든 물체는 외부로부터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정지해 있던 물체는 계속 정지 상태로 있고 싶어하고 움직이던 물체는 계속 같은 속도로 운동하려 한다’.
요즘 턴테이블 제작사들은 모두 불변인 이 자연원리에 따라 외부 영향없이 정밀하게 영구회전시키는 제품을 완성시킨다는 페러다임에 목을 건 듯 합니다. 서로 경쟁하며 점점 육중해지는 플레터에다 역방향으로 도는 플레터를 추가하고 급기야는 자기부상 방식으로 회전하는 제품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회전하는 대상인 턴테이블에 대해 일체의 어떤 저항이나 흐트러짐을 용납하지 않을 기세로 각자 가진 모든 기술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본 이론법칙에 반하는 힘 즉 마찰력이나 플레터의 자체 질량의 중력을 벗어나기 위해선 플레터의 스핀들베어링이나 톤암 피봇베어링의 마찰력을 거의 한계점까지 끌어내리거나 공기와의 마찰을 무시할 만큼 플레터의 표면을 정밀하게 가공하거나 구동 모터와 전원부 설계품질에 몰두해야 합니다. 정말 팽이돌리기와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 단순한 명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 사활을 걸고 있는 형국입니다.
ClearAudio Master innovation
금번 설치한 턴테이블은 클리어 오디오의 마스터라인 제품입니다.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환경속에서 군수물자를 제작 조달하면서 쌓인 가공기술이 인간계의 한계를 벗어나 있는 독일에서 제작한 제품입니다. 일전에 장비검수를 위해 독일공장에 직접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유독 저의 눈에 한 작업자의 모습이 들어왔었습니다. 조립하는 장비에 볼트가 들어갈 구멍 하나를 뚫는데 약 10분여 가까운 시간 동안 한없이 느긋하게 작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아무리 길어봐야 1분이면 후딱 해낼 일인데 이유가 궁금해서 공장장에게 물어보니 사후에 생길 미세 균열이나 열로 인한 산화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랍니다. 그 얘기를 듣고서야 이런 것이 현재 독일 기술의 근간일거란 생각을 해봤었습니다. 턴테이블 역시 어쩌면 발명 당시의 기본개념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은 아주 단순한 구조인데 오히려 그 단순함을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한차원 넘어서 버리니 타 메이커에서는 더는 흉내내기 힘든 결과물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스터이노베이션은 ClearAudio의 레퍼런스 중 스테이츠먼트 라인 바로 아래 제품입니다. 단순히 표면의 가공 상태만 봐도 혹은 플레터를 모터없이 손가락으로 살짝 돌려만 봐도 이쪽 분야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본 제품의 수준이 어느 정도의 그레이드인지 바로 느낄 것입니다. 제품 조립시에 컬럼별 맞물림 톤암레일의 이동감 그리고 플레터가 얹혀질때 체결감은 미케닉한 것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남자들이라면 실로 극치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수준입니다. 육안으론 플레터 상단의 움직임이나 피치의 흔들림을 거의 느끼기 힘들었고 스스로 회전할 때의 그 매끄러운 질감과 감촉의 고요함이란 마치 우주공간에 스페이스 센터내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유영하며 실험체를 돌릴때와 같은 그런 느낌으로 전해집니다.
본체의 무게는 60kg에 달하고 개별로 세개의 톤암을 사용할 수 있는 톤암 베이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플레터는 타사 레퍼런스 제품과 비교해 볼때 특이한 점이 이종 재질의 부품 두개가 하나로 합쳐져 있는 샌드위치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는 70mm 높이의 특수 플라스틱 재질이고 또 하나는 15mm의 스테인레스 스틸 소재입니다. 프린스부는 가운데 특수목재를 두고 듀랄루민 플레이트를 위아래로 덧데어져 자체의 공진주파수를 낮추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거의 같은 외관을 한 플레터와 프린스부가 하나 더 상부쪽으로 얹혀져 연결되어 있는 이중의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회전시에 관성 모멘트를 키우기 위한 클리어 오디오의 특화된 설계 기술로 보여집니다.
Statement TT1 Linear Tracking Arm
회원님은 가지고 계시던 리니어트레킹 방식의 TT2톤암에 스테이츠먼트 TT1 리니어트레킹 톤암 모두를 사용할 목적으로 제품을 주문하셨습니다. 일반 스윙암 방식이 아닌 리니어트레킹 메커니즘은 음반에 각인된 음골을 카트리지가 좀더 미세하게 추종하는데 유리한 구조이고 오버행 각도에 의한 트레킹 보정 작업이 간단하단 이점이 있는 메커니즘이지만 기구적으로 복잡하고 정밀한 설계실력이 요구되는 시스템입니다. 스테이츠먼트 TT1 톤암은 두개의 컬럼에 트레이서를 연결시켜 톤암을 이송시키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턴테이블 구동부
턴테이블의 구동부 사진입니다. 속도 컨트롤은 331/3, 45, 78 을 버튼으로 조절가능하고 모터는 DC모터를 채용했습니다. 적외선 센서에 의한 실시간 스피드 서보 컨트롤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ClearAudio 특허의 세라믹 마그네틱 베어링에 의한 비접촉 마그네틱 드라이브 설계로 모터 진동이나 노이즈가 회전부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턴테이블 조립
이제 제품의 설치와 조정 과정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제품을 박스에서 조심스럽게 꺼냅니다.
제품을 개봉한 후 하부 프린스부를 설치될 위치에 세팅하여 포지션 별로 베이스의 수평을 맞춰줍니다.
Lower 플레터에 자기 유도 드라이브의 마그네틱 소자가 보입니다.
구동모터와 플레터에 벨트를 걸어주고 이후 벨트의 체결 상태와 정렬을 확인합니다.
상부 프린스 컬럼부를 조립 위치에 맞춰 조심스럽게 장착하는 모습입니다.
상부 컬럼이 놓이는 자리에는 특수 실리콘 물질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이제 하부 프린스부와 상부 프린스부의 조립이 완성되었습니다.
두 덩어리로 물려있는 거대한 플레터 모듈을 손으로 살짝 돌려보면 엄청난 회전 토크가 느껴집니다.
스테이트먼츠 TT1 리니어트레킹 톤암을 컬럼의 톤암베이스에 조립 장착하는 모습입니다.
세 군대의 톤암 베이스 컬럼이 있는 구조인데 TT1 톤암이 아닌 다른 톤암을 사용하면
모두 3대의 톤암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회전하는 각도와 위치별로 플레터 상단의 수평유지 상태를 다시 확인하고 있습니다.
레이져 포인트 설비로 스테이트먼츠 TT1 리니어트레킹 톤암의 수평을 확인 조정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스테이트먼츠 TT1 리니어트레킹 톤암에 암대와 카트리지를 부착하고 있습니다.
카트리지는 독일의 유서깊은 EMT사의 HSD 006 제품입니다.
수많은 카트리지 메이커가 있지만 오토폰과 더불어 EMT 만큼 전통과 기술력,
명확한 사운드 철학이 함께 어우러진 제품을 찾기란 쉽지 않지요.
암대의 길이가 일반 암들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짧고 독특한 구조라서 섬세한 작업이 요구됩니다.
카트리지의 오버행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우측에 보이는 핸들 레버는 카트리지를 Up Down 시키기 위한 큐잉레버 입니다.
카트리지 헤드셀의 아지무스 각도를 레이져로 확인하고 이를 조정해 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디스크 없이 1차로 톤암의 VTA를 레이져 포인트로 세팅하여 맞추고 있는 모습입니다.
VTA는 스테이츠먼트 TT2 톤암의 위에 부착된 두개의 조정노브를 돌려가면서 맞춰줍니다.
EMT의 HSD 006 카트리지의 적정 트레킹 침압은 2.5g 입니다.
카트리지 침압을 설정해주고 디지털 침압계로 이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디스크를 얹어 최종 VTA와 아지무스 각도를 레이져로 미세 세팅해 주고 있습니다.
리니어트레킹 방식의 톤암이니 추가로 안티스케이팅 조정작업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조립과 조정 작업이 완료된 모습입니다.
음반 재생을 테스트 하였습니다. 아무런 문제없이 잘 동작합니다.
이후 소장하고 계시던 TT2 리니어트레킹 톤암도 설치해서 정상 동작하는지 확인해 드렸습니다.
금번 클리어오디오의 마스터이노베이션 제품을 설치하면서 작업 자체가 상당히 섬세함을 요구해서 조금은 조심스러웠고 예상치 못한 변수로 고생도 했지만, 현지에서 제작과 배송이 일정보다 부득이 지연되었음에도 기다려 주시고 늦은 시간까지 저희와 작업을 함께 해주시고는 작업 후에 맛있는 저녁식사까지 대접해주셨던 회원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서 저희에겐 요즘 턴테이블 제작사들의 설계 이념과 아날로그 LP 시스템의 조류를 다시 확인 할 수 있는 기회였고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방식과 눈에 띠는 화려함으로 넘쳐나는 현 디지털 시대에 겉으로는 원리나 구조에서 이미 정체된 듯 하고 혁신은 어려울 듯 보이는 아날로그 분야 그 안에서는 타지보다 훨씬 가열찬 기술경쟁과 제조한계와의 싸움이 일고 있는 치열한 참호속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 시간이 되었습니다. 물건이 회전하며 돈다는거 어찌보면 그져 단순한 자연현상이지만 이마져도 우리가 시선을 열고 사려깊게 통찰하려 할때 모든 사물은 깊은 영감과 지혜를 허락한다는 사실을 오늘도 배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