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드비알레는 몇 년전부터 쭉 봐온 브랜드다. 워낙 디자인이 뛰어나고, 음도 아름다워서 볼 때마다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여담이지만 이런 디자인은 정말 우연히 이뤄졌다. 드비알레의 오너인 퀜틴 사니에(Quentin Sannie)가 기술력을 확보한 다음 어떤 외관으로 만들어야할지 디자이너와 담배를 피며 고민하는 중에, 우연히 그가 이런 제안을 했다.

“이 담배갑만큼 얇은 두께로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퀜틴이 생각해도, 이런 비좁은 공간에 자신의 기술을 모두 담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척척 그려낸 디자인 초안을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결국 밤을 새가며 노력한 끝에 이 사이즈에 드비알레의 각종 기술력이 모두 담기게 된 것이다. 이 대목에서 박수.

그럼 왜 드비알레의 성과가 중요한 것일까? 그것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르는, 상당히 혁신적인 발상을 담고 있다. 드비알레측에선 결코 엄청나다고 말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런 겸손이 더 강한 신뢰감을 주고 있다.

여기서 잠깐 외관을 보면, 수려하나 크롬 도금을 한 알루미늄 섀시임을 알 수 있다. 손으로 툭툭 쳐보면 꽤 묵직한 느낌을 받는다. 비록 두께는 얇지만, 얼마나 꼼꼼하고, 단단하게 만들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안에 빼곡이 들어간 부품들의 레이 아웃은 보는 것만으로도 깊은 감동을 줄 정도다.

최근 루이 뷔통이 속한 LVMH 그룹에서 드비알레에 상당액을 투자했다. 그냥 모양이 좋아서 이런 거대 기업에서 돈을 썼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뭔가가 있지 않을까?

LVMH 그룹의 총수는 베르나르 아르노라는 사람이다. 산하에 뷔통뿐 아니라 펜디, 디오르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고, 모에 상동, 헤네시 등 명품 주류에도 손대고 있다. 차츰 영역을 넓혀 가면서 이제 드비알레에 이른 것이다. 

하긴 2012년 통계로 아르노가 소유한 자산은 410억 달러. 전세계 4번째이자 유럽에선 첫 번째로 가는 부자다. 그런 거물이 드비알레라는 신생 브랜드에 관심을 가진 데에는 적어도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판단이 된다.

첫째는 바로 디자인. 앞서 설명했듯, 이제 세계적인 브랜드들은 단순히 옷이나 가구를 파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일종의 토털 솔루션, 말하자면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커버하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음악이 빠질 수 없다. 그렇다고 한 덩치 하는 본격파 하이엔드를 제시할 수는 없는 일. 컴팩트하면서 럭셔리하고 또 음질이 뛰어난 제품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둘째는 바로 기술력. 사실 라이프스타일 계통의 제품들은 디자인이 어쩔지 몰라도, 음에 관한 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특히, 오랜 기간 오디오를 만진 분들에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드는 제품이 대다수다. 모양이 예쁠 수록 소리는 나빠진다, 라는 고정 관념이 생길 법한 상황이다. 그 대목에서 드비알레의 빼어난 음질은 특필할 만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아날로그 앰프에 4개의 디지털 앰프를 병렬시키는 방식을 채택했다. 알다시피 디지털 앰프는 작은 공간에 큰 출력을 낼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 그리고 거기에 부족한 음질은 아날로그 앰프가 해결하는 식이다. 즉, 신호를 보정하고, 전달하는 최종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무리 최상의 증폭된 음성 신호를 스피커에 흘려보낸다고 해도, 제대로 구동이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전까지 그것은 단순한 출력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턱대고 파워 앰프가 크거나 TR을 잔뜩 붙이면 해결될 것이라 봤다. 과연 그럴까?

이 대목에서 동사가 제시하는 “SAM”이라는 프로그램은 극적인 변화를 연출한다. 즉, 연결되는 스피커의 특성을 낱낱이 분석해서, 그 스피커가 최상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도록 최적화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동사에서는 다양한 스피커를 수배해서 그 특성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몇몇 기종은 파악이 끝나서, 그에 따른 프로그램을 만든 상태다. 만일 본 기의 사용자가 갖고 있는 스피커가 그런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다고 치면, SAM을 켜논 상태와 꺼논 상태의 차이에 깜짝 놀랄 것이다.

사실 오디오의 백미는 이른바 바꿈질에 있다고 하겠다. 점잖게는 매칭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것은 앰프와 스피커를 실제로 붙여봐야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해결해버리면, 어쨌든 바꿈질의 충동은 상당히 억제되지 않을까 싶다. 그에 따른 경제적 이득도 한번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계속 새로운 스피커 모델들이 리스트 업되니까 이 부분에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한편 드비알레의 기술적 완성도는, 입력된 아날로그 신호조차도 디지털로 바꿔서 내부에서 프로세싱하는 데에 있다. 이 대목에서 MM 혹은 MC 카트리지의 선택이라던가, RIAA 커브의 커스터마이즈 등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래서 입력된 신호는 40bit/192KHz로 변환되어 앰플리피케이션에 전달된다. 최종 출력은 24bit/192KHz 사양.

이런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입출력을 제공하는 점은, 본 기의 높은 쓰임새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무려 4개에 달하는 디지털 동축의 제공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다. 또 프리아웃 단자도 있어서 액티브 서브 우퍼와 연계할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본 기의 최대 장점은, 얼마든지 개수를 늘려서 출력을 높이거나 혹은 멀티 채널을 구성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즉, 본 기의 출력만 따지면 200W지만, 사용하다가 좀 더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하나 더 사서 모노 블록의 개념으로 쓰면 된다. 또 여러 개를 동원해서 홈 씨어터의 구성도 가능하다. 이를 의식해서 서브 우퍼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또 이른바 와이어리스 전송도 가능한데, 이를 위해 동사는 “Devialet AIR”라는 소프트 웨어를 제시하고 있다. 이것을 해당 PC나 맥에 다운로드하면, 본 기와 연동해서 무선 전송이 가능한 것이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윌슨 베네시에서 나온 스퀘어 1을 동원했고, 소스는 드비알레 에어를 통해 PC에 담긴 고음질 파일을 틀었다. 참고로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모차르트 - 레퀴엠 D단조 KV 626

모차르트의 경우, 기본적으로 오케스트라에 대편성 합창단이 가미되었다. 거기에 중간중간 악기와 보컬의 솔로가 나온다. 쉽지 않은 재생이지만, 여기선 상당한 하이 퀄리티의 음이 나온다. 특히 놀란 것은 적절한 저역의 백업. 덕분에 스케일이 한결 살아난다. 악단과 합창단의 조화가 좋고, 일체 엉킴이 없으며, 개개 악기와 보컬의 질감이 풍부하다. 특히, 중간에 나오는 소프라노의 존재감이 각별해, 무수한 악기의 숲을 뚫고 이쪽으로 음을 전달하는 대목이 감동적이다. 

이른바 콰이어트 케니로 불리는 더램의 연주는, 매우 나긋나긋하고 사려깊다. 하드 밥에 서툰 것은 아니나,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스타일을 개척했다고 보면 좋을 듯하다. 그 장점이 본 재생에 아름답게 표현되고 있다. 일체 자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달콤한 트럼펫을 필두로, 사뿐사뿐 전개되는 리듬 섹션의 우아함은, 가볍게 발장단을 하게 만든다. 고급 라운지나 모던한 바의 분위기가 연상되는 음인데, 일체 소란스럽지 않고, 나올 소리 다 나오고, 밸런스마저 좋아서 듣다 보면 그냥 소파에 파묻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머라이어 캐리. 과연 팝에서 적극적이고, 힘찬 표현은 본 기의 가능성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깨닫게 한다. 바닥을 치는 드럼의 어택부터 다양한 신디와 전자 악기의 향연이 조화롭게 펼쳐지고, 끝도 없이 올라가는 캐리의 보컬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사실 이런 팝의 재생에 서투른 기기가 의외로 많은데, 그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정교한 어렌지와 편집의 묘미가 완전히 드러나 믹싱 룸에서 듣는 음과 다를 바가 없으면서도 드비알레만의 우아함과 럭셔리로 승화시키는 대목은, 참 대단한 내공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