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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싱가포르로 가는 와중에 기내에서 재미있는 다큐를 하나 봤다. 당초 뮌헨 쇼의 참관을 위해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로 왕복하는 루트에 흥미삼아 싱가포르를 경유지로 넣었기 때문에 이런 여정이 생긴 것이다. 아무튼 가다 오다 이 도시를 들려 흥미로운 일을 많이 겪었는데, 지금은 오로지 다큐에 대해서만 소개하겠다.

이 프로의 주인공은 바로 요기 베라(Yogi Berra). “끝날 때까지 절대로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긴 이 전설적인 포수는, 바로 뉴욕 양키즈의 황금기를 이끌던 멤버로 지금도 인구에 회자된다. 핀 스트라이프를 입고 뛴 기간은 1946년에서 65년까지며, 이 시기에 무려 월드 시리즈에 14번 진출해서 10개의 반지를 챙겼으니, 양손가락에 가득 우승 반지를 끼고 활짝 웃는 사진은 참 보기만 해도 부럽기만 하다. 

사실 MLB의 역사를 보면 대략 1964년까지 그 주인공은 뉴욕이었다. 양키즈뿐 아니라 뉴욕 자이언츠, 브룩클린 다저스 등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WS에 올랐으므로, 어느 팀이 되었건 거의 매년 뉴욕에서 이 “폴 클래식”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다저스가 서부로 이동한 것을 기화로, 한동안 야구의 중심지는 서부로 바뀌지만, 어쨌든 MLB 팬들에게 이 시기는 잊혀지지 않는 낭만주의 시대라 하겠다.

하긴 베라가 활동할 때만 해도, 조 디마지오를 비롯해 화이티 포드와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이 뛰고 있었고, 조의 은퇴 후에도 미키 맨틀, 로저 매리스 등 뛰어난 선수들이 계속 입단했으므로, 왕국의 아성은 꿋꿋이 지켜질 수 있었다. 특히 1949년부터 53년까지 무려 5년 연속 WS를 제패한 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참 대단한 팀에 대단한 선수들이었다.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사실 오디오를 말할 때에, 적어도 1960년대까지 그 중심지는 뉴욕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라디오 골목길”(Radio Row)라 번역해도 좋을 로우 맨해튼의 코틀랜트가(Cortlandt Street)는 한때 서울의 명동처럼 엄청난 오디오 숍이 즐비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레너드>(Leonard's)이고, 그밖에 많은 숍들이 있었다. 아마 빈티지 팬들이라면 눈을 감고 5~60년대를 풍미했던 명기들이 한곳에 진열된 모습을 상상만 해도 흐뭇할 것이다. 바로 그 중심에 매킨토시가 있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다시 말해, 당시 오디오계의 뉴욕 양키즈가 바로 매킨토시고, 요기 베라쯤 되는 모델이 MC275라 해도 무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 거리는 사라지고 없다. 특히, 911 테러 이후 그 지역 자체가 그라운드 제로가 되어 오디오는커녕 변변한 건물 하나 찾을 길이 없다. 나는 2008년 겨울에 이 도시를 방문한 바 있는데, 오로지 맨해튼에는 두 개의 거대한 오디오 숍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 중 하나인 <이노베이티브 오디오>를 방문해서 오너와 인터뷰도 하고, 음악도 듣는 시간을 가졌는데, 다행스런 것은 이 숍의 중심에 매킨토시가 있었다. 아직도 양키즈가 전재하듯 매킨토시 역시 멀쩡한 것이다.

이 시기에 나는 뉴 저지에도 간 적이 있다. 그 중 하나의 숍은 매킨토시의 전 모델을 갖다 놨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거기서 나는 처음으로 이 회사가 내놓은 턴테이블이며, 분리형 프리앰프며(그때 처음으로 C1000을 봤다), 프로젝터까지 구경할 수 있었다. 이 지역에 오기 전까지 가졌던 매킨토시에 대한 관념이 상당히 추상적이고,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처음 느낀 순간이었다. 이후 빙햄턴에 있는 본사를 방문하고 나서 큰 감동까지 받았다. 아직도 이런 방식으로 이렇게 꼼꼼하게 제품을 만드는 곳이 있구나! 매킨토시를 좋아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마치 MLB에서 양키즈의 존재가 꼭 필요하듯, 오디오계에서 매킨토시 역시 그 존재 의의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 현재 양키즈의 데릭 지터나 C.C. 사바시아와 같은 존재를 매킨토시에서 꼽으면 뭐가 있을까? 그 답은 바로 이번 리뷰에 등장하는 C1000 프리와 MC1.2KW 파워다. 디자인이나 사이즈, 내용 등을 따지고 들면 참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메머드하지만, 바로 이런 스케일이 미국이라는 대륙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부분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쓰면 C1000C는 컨트롤 부분이고, 나머지는 파워 서플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말하자면 T는 진공관 방식으로, P는 TR 방식으로 전원부를 구성했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오류를 범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는 해도, 세 박스 모두를 구매한다고 할 때 생각하기에 따라선 그 가격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왜냐하면 하나의 박스에 넣은 프리만 해도 브랜드에 따라선 이보다 훨씬 고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률적으로 비싸니 뭐니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이와 커플링되는 MC1.2KW는 8오옴뿐 아니라, 4오옴, 2오옴 공히 1,200W의 출력을 낸다. 1,200W라니! 세상에 이런 출력이 왜 필요한가 의문이 들겠지만, 참고로 매킨토시 파워의 플래그쉽은 MC2KW로 무려 2,000W다. 이거 정말 미친 것 아닌가?

사실 이런 파워 앰프는 어지간한 스피커를 아무렇지도 않게 울려대지만, 그 진가를 알기 위해선 동사에서 제작한 XRT 2K나 1K 정도를 만나야 한다. 수많은 유닛이 박힌 이 스피커를 마치 정전형 스피커처럼 투명하고, 반응이 빠르며, 광대한 무대감을 연출하는 순간 이 앰프에 대한 오해가 풀리기 때문이다. 오디오계처럼 신기술에 민감하고, 시장의 반응이 제각각인 곳에선, 매킨토시와 같은 브랜드에서 함부로 뭘 만들지 않는다. 그러므로 1,200W니 2,000W니 그 스펙만 보고 이러쿵 저러쿵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1,200W라는 숫자만 보고도 가슴이 철렁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출력이 엄청나면 자칫 잘못해서 스피커를 잡지 않을까 내지는, 앰프에 무리가 가서 펑 하고 불이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파워 가드를 장착하고, 오토포머로 마무리지은 매킨토시 정통의 컨셉은 엄청난 내구성을 보장한다. 만일 지금 사둔다면 아이들이 장성해서 노년이 될 때까지도 별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양키즈가 영원하듯, 매킨토시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번 세트를 제대로 들으려면 풀 매킨토시 라인업이 필수. 그러니까 MCD 1100이라는 SACD/CD 플레이어에 1K 정도의 스피커를 붙이고, MEN220 룸 커렉션 기기도 동원해야 한다. 이미 이런 라인 업으로 지난번 서울 오디오 쇼에서 시연한 바도 있으려니와, 그 때의 열띤 반응은 글을 쓰는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1악장》 미츠코 우치다(p), 쿠르트 잔데를링(지휘)
-사라사테 《지고이네르바이젠》 안네 조피 무터
-사라 매클라클랜 《Angel》
-오스카 피터슨 《You Look Good to Me》

 

대출력 파워 앰프로 울리는 다인오디오의 스피커에선 어떤 음이 날까? 아마도 약간 경질이면서, 바닥을 치는 저역으로 압박해오지 않을까 상상할 것이다. 그러나 첫 곡을 듣는 순간부터 그런 우려는 불식된다. 장대하게 오케스트라가 등장해서 연주하다가 음영이 깃든 피아노의 울림으로 불붙기 시작하는데, 그 치밀함과 오소독스함은 긴장감을 잔뜩 불어넣는다. 일단 무엇보다 우아하다. 감촉이 좋고, 잔향이 깊으며, 이음새가 매끈하다. 스피커가 온순한 양이 되어 길이 잘 든 느낌이다. 총주에서 아무리 몰아부쳐도 여유가 느껴지는 것은 역시 대출력 앰프만이 갖는 장점이라 하겠다. 

무터가 연주하는 <지고이네르바이젠>은, 한참 기량이 무르익었을 때의 솜씨를 유감없이 감상할 수 있는 트랙이기도 하다. 밀었다가 당겼다가 치고 빠지고 또 강하게 약하게 그야마로 악상을 술술 풀어낸다. 그 변화무쌍한 바이올린의 흐름을 따라가기엔 숨이 가쁠 지경이다. 그만큼 디테일이 좋고, 전체적인 밸런스가 양호하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오케스트라가 몰아칠 때의 임팩트는 역시 해비급에서만 가능한 세계임을 깨달을 수 있다.

반면 사라의 노래에 이르면, 정 딴판으로 뉘앙스가 풍부하며 세밀한 묘사를 감상할 수 있다. 그랜드 피아노를 치며 사색하듯 부르는 그녀의 표정이 눈에 보일 정도로 리얼하게 다가온다. 물론 보컬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기교들, 심지어 숨소리까지 잡아내면서 약간 코맹맹이의 발성도 놓치지 않는다. 하긴 그게 그녀의 매력인 만큼, 빠지면 섭섭하다. 그리고 이런 디테일은 C1000T를 동원한 효과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앞의 두 곡이 약간 남성적이었다면, 이 곡은 지극히 여성적이다. 역시 대(大)는 소(小)를 점하는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오스카 피터슨에 이르면, 초반부에 등장하는 더블 베이스의 음향이 깊고, 강력하다. 과연 이 사지의 스피커와 파워 앰프가 빚어낼 수 있는 스케일이다. 그러면서 스네어를 간질이는 브러쉬 웍의 섬세함이나 어깨의 힘을 빼고 노래하듯 연주하는 피아노의 울림은, 기본적으로 이 곡이 가진 성격을 잘 드러낸다. 특히, 점차 열기가 고조되어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연주하는 클라이맥스에 다다를 때면 온 몸이 조여드는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매킨토시의 제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이번에 플래그쉽을 만나 그 가능성의 일면을 본 것만으로도 즐겁다. 1K나 2K와 연결해서 그 진수를 만끽하고 싶기도 하다. 어쨌든 매킨토시는 오디오계의 양키스라 부를 만하지 않을까?

 

이종학(Johnny Lee)

MC1.2KW power amplifier Specification
POWER OUTPUT PER CHANNEL	1200W @ 2, 4 or 8 Ohms
NUMBER OF CHANNELS	1
TOTAL HARMONIC DISTORTION	0.005%
S/N BELOW RATED OUTPUT	124dB
DYNAMIC HEADROOM	2.1dB
DAMPING FACTOR	100
RATED POWER BAND	20Hz to 20kHz
FREQUENCY RESPONSE +0,-0.25DB	20Hz to 20kHz
FREQUENCY RESPONSE -3DB	10Hz to 100kHz
CONTROL	REMOTE POWER CONTROL : O MULTI CHANNEL DB25 CABLE : N/A
CIRCUIT CONFIGURATION	Quad Balanced
CIRCUIT DESIGN	Transistor
MONO BRIDGE MONO PARALLEL	N/A
AUTOFORMER METERS METER LIGHT SWITCH BALANCED INPUT	O O O(2)
DIMENSIONS	45.09cm x 31.27cm x 55.88cm
WEIGHT	66.7 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