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동면^^
여름철의 동면
다들 자나봅니다?^^
이불 바깥으로 삐져 나온 발가락 몇 개 만 꼼지락 거린다.
살아 있단 사실은 안다. 하지만, 허물어져 가는 초가와 비슷하다.
불쏘시개가 필요한 잔불 같다. 우리 방이….^^
오래 함께 할 사월의 인티앰프에 불 넣는 행위가 아주 낯 설게 느껴질 만큼 재생음악을 벗하지 못한 이 몇 달이 단지 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 탓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그저 소리에나 귀 기울이기를 여러 해..끊임 없이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권태와 무미건조함이 지난 세월 제대로 음악을 들을 능력도 환경도 갖추지 못함으로 인한 것이란 깨달음으로 해서, 첼로를 한 이년 잡았다가…
내자와 함께 한다는 미명아래 생활밀착형 악기라고 스스로 이름 붙여서, 클래식 기타를 가까이 한 지도 석달. 기타 두 대를 사느라고 수백만원이 날아 갔는데, 이 또한 사람 몇이 모인 자리에 가서 정보라도 좀 얻을라치면, 줄소리가 어떠네 앞판 목재의 종류가 어떠네, 손톱이 어쩌고, 튜닝머신이 어떻고...
사람 사는 동네는 다 같은지, 오디오 하는 이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어, 음악이야기는 실종이고 물건 타령만 어지러울 뿐...아무리 들어 봐도, 연주 솜씨보단 소리가 더 좋더만…^^
왼손 손가락 마디는 아프고, 손끝은 두터운 굳은 살이 박혀도 음악은 커녕 운지도 더듬거리는 형편이라 잘하는 짓인지 바보짓인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고, 내가 타고난 소질의 한계를 또 돈 몇 백 깨 먹어봐야 깨닫는 시행착오의 인생이지만 그래도 뭐라도 붙잡고 낙 붙이려는 열의가 아직 남아 있음에 충분히 감사하고 있으니.
이제 헛돈 쓰고 바보짓 하는 건 이쯤에서 그만 두고, 기왕에 들인 기타를 내자와 함께 통기면서 소리 내보고, 녹이야 쓸리 없으니 우여곡절 끝에 내 방에 남은 몇몇 허접 오디오기기로 나마 진정으로 소리 아닌 음악 들으면서 오십대의 마지막 해를 보낼까 보다.
찬 바람은 잔가지 끝에 매섭고, 스산한 들판에 그림자 하나 없다…는 싯귀를 인용할 것도 없이 이제 참으로 별 볼일 없게 여겨질 노년을 앞두고 내 가슴속을 따스한 풍요로 채우고, 그로 하여 내 주변을 녹일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책을 벗 삼고, 음악을 가까이 함이니.. 마음이 밖으로 향하지 아니하고 눈이 안을 살필 일이라…
엊저녁 개강한 문화센터 젊은 기타 선생을 스승으로 모시고 열씸히 해 봐야지!!^^
2년6개월이면 된다니…아니면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