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하였던 하클의 전쟁이 이제 허탈감과 함께 끝이 보이는 것 같다.
석현님의 둘째 아가, 현욱님의 생일 축하를 위해 수경방 역사상 처음 있는 술
좌석 번개란다.
착찹한 마음에 도착했더니, 방장님, 덕수님, 현욱님, 석현님, 재현님, 그리고 처음 뵙는 두분이 정담을 나누고 있다. 말은 처음 꺼내고 제일 늦게 도착한 나를 반갑게 맞아 주신다. 처음 뵙는 두분께(죄송합니다. 존함을 잊었네요, 나이 먹어 보세요, 제 심정 이해하십니다...) 인사를 드리고 앉기 전, 석현님을 죽어라고 팼다. 지가 어딜 나가? 까불고 있어!!!!
겉으론 웃고 있으나 모두 속으론 울고 있다. 방장님의 진심어린 사과 말씀 후 여러 얘기를 나누었다. 처음부터 분명했던 결론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유야 어떻든 동호회가 이래선 안된다는 다짐을 하고 또 했다. 왜 우리는 항상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나? 대형참사가 있을 때 마다 인재라고 떠들면서 나무란다. 마치 나는 안그런 사람 처럼...
지나가다 들린 사람이 보면 "돈 많고 한심한 놈들의 추접한 싸움"으로 보이겠지..., 그러나 우리에겐 너무나 가슴아픈 하클의 전쟁, 미국의 이라크 침공만큼 무서운 전쟁은 이제 3막으로 끝이나야 한다. 작년 9월이 1막, 금년 1월이 2막, 그리고 이번 3막으로 말이다...., 더 이상은 이제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테니..
동호회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주관성이 지배하는 오디오에서, 그리고 자존심을 빼면 쓰러지는 오디오파일이기 때문에, 서로 죽일듯이 싸움을 할 순 있다. 처음 참석했던 동호회 모임에서 "와트퍼피"인가 "안드라"인가를 놓고 벌린 논쟁은 내가 참석했던 어떠한 학회에서 본 논쟁보다 더 진지하고 치열했다. 이러다가 누가 밥상 엎는것 아냐? 불안할 정도였다. 이것이 오디오 세계이다. 그러나 설사 주먹이 오갔다 하더라도 그 것으로 끝나야 한다.
이것이 비화되어 게시판이라는 공적인 공간에 미움과 증오를 객관적 증거와 논리(?)로 위장한 글이 올라온다면, 동호회라고 부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상실한 것이다. 동회회원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사람들이 서로 죽이건 살리건, 법정으로 가건 뒷산으로 가건 우리가 알 바 아니다. 비록 어제까지는 동호회원이었다라고 해도 말이다.
앞으로 언놈이라도 동호회를 더럽히면 탈퇴하기 전에 쫒아내겠다는 섬뜩한 생각을 하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 없다. "똥 묻은 개"가 누군데....
재현님이 댁으로 2차를 가자고 하신다. 10시가 넘었다. 그래도 가고 싶다. Fidelio를 들어보고 싶다. 못 참고 따라 나선다.
도대체 이 인간이 정신이 있나? 안방 옆 침실을 오디오 전용룸으로 만드셨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옆에서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이사하면 안방을 오디오룸으로 하고 거실에다 침대를 놀 생각"이라고 웃지도 않고 말한다. 농담이겠지.., 저도 사람의 탈을 썼는데..
오디오에 대한 정열이 이 정도면 살인도 할 것 같다. 이래서 피바람이 정확히 3달 간격으로 부는 것인가?
재현님의 소리 역시 재현님답다. 부드러움 속의 강함, 강함 속의 부드러움..., 그러나 편안함 보담 도전적 정신이 들어 있다. 소리만 보아선 나와 같은 과이다. 그러나 수준으로 봐선 언감생심이다..., 그래 나이 먹으면 지 분수는 좀 알지,,, 포기하자...
12시를 바라보면서 댁을 나선다. 지금부터 술을 못 먹는 인간의 괴로움이 시작된다. 그냥 집으로 가면 안되나? 왜들 딱 한잔!!!!!을 외치나? 이것이 정이겠지.. 그러나 맨 정신으로 정을 나누면 어디가 덧나나? 근처 호프집으로 간다.
이렇게 헤어지기 싫으면 아주 같이 살아라 살아!!!
2시가 다되어 집으로 향한다. 마나님이 먼저 주무시면 좋을텐데...
오늘 정을 나눈 회원이, 내일 아침 눈뜨자 마자 들어갈 게시판에 내 욕을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만일 만일 만일 말이다.
그래 3막으로 끝나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스스로 포기한 사람을 우리가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 줄 수는 없을까? 과부 심정은 홀아비가 안다지..., 오디오 미친 놈들이 좀 더 미친놈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들이 설 땅이 어디인가?
수경방 만세, 하클 만만세....
그래도 거실에 침대만은 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