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새마을호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려는데 잠시 어느 글귀가 들어왔다. 지산스님이라는 분이 쓴 글이라고 되어 있길래 기독교인인 내가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그냥 스쳐가던중 무심결에 "귀도둑" 이라는 글귀가 발길을 가로막았다.
내용인 즉은 사람의 속에는 여러 도둑들이 살고 있는데 눈도둑은 좋은 것만 보려하고, 입도둑은 좋은 것만 먹으려하고, 코도둑은 좋은 향기만 맡으려하고, 귀도둑은 좋은 소리만 들으려 한다는 글이었다. 더 큰 도둑은 마음속에 있는데 이 도둑들을 잘 다스려야만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글이었다.
그 중 "귀도둑" 이 가장 걸렸다. 확실히 오됴쟁이 귓속에는 도둑이 들어있나보다. 그 도둑이 자꾸 좋은 소리만 찾아 들으려고 하니 우리의 욕심은 한없이 커져만 가고, 주머니는 엷어만 가고...... 이제는 도둑을 잘 다스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쓰지 않던 카메라 가방을 열어보았다. 당시에는 거금을 들여 구한 고급 카메라였는데, 가격 계산을 해보니 힘이 빠진다. 그 유명한 Hasselblad 중형카메라의 가격을 헤아려보니 지금 쓰고있는 스피커 줄값에도 못미친다. 멋드러진 Contax 카메라를 합해도 인터선 합한 값도 되지 않는다. 오래전에 쓰던 Nikon 카메라에 망원렌즈를 합해도 전원코드 합한 가격도 되지 않았다. 아니 고급 카메라 세 대를 합해도 줄값도 되지 않는다니.......
오디오는 비싼 취미다. 비싸도 이만저만 비싼게 아니라 나같은 사람 연봉의 몇배는 있어야 오됴적인 소리라는 얘기를 듣는다. 그동안 사외이사 하면서 잘 모아두었던 비자금도 이제 바닥을 드러내면서 귀도둑을 잡을 때가 드디어 된것같다. 그냥 잘 만든 구형 스피커에 3극 진공관 앰프 걸어 LP판 돌리며 듣는 소리에는 귀도둑도 도망갈 것이다.
자고로 오됴도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자에게만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