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까∼오∼"의 전설
오래 전 직장 동료 선생들과 함께 어느 온천에 놀러간 적이 있답니다. 불혹의 나이에 무슨 조화로 장가를 가지 못한 선생도 끼여 있어, 그 아이(장가가지 못한 그 친구는 늘 아이 취급을 받지요) 핑계삼아 물 좋은 곳이 어디냐면서 찾아 돌아다녔답니다. 학교 선생들이라는 게 입만 살아서 쫑알거릴 줄만 알았지, 세상 물정을 모릅니다. 객기 부려 놀러갔다 돌아온 후 리뷰 한답시고 그 일당이 모여 앉아 나온 결론이었지요.
온천이라는 곳이 (지금은 또 바뀌었을지 몰라도...) 주로 가족 단위로 오는 곳이기에, 한양의 강남 물 좋은 곳을 기대한다는 게 바보였지요. 그 일당은 그 날 밤늦게까지 (침 질질 흘리며)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면서 돌아다녔지만, 속칭 티켓 다방이란 곳도 별로였습니다. 발정난 고양이 새끼 마냥 달밤에 헤매고 돌아다니다, 지쳐 일당들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까∼오!" 이었습니다. 이구동성(異口同聲)
2. "까∼오∼" 음반
이 음반을 처음 봤을 때, "까∼오∼"라는 소리가 튀어 나왔답니다. 보름달이 떴을 거라 여겨집니다. 달밤에 진양조 장단으로 시작하여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로 몰아치면서 걸판지게 한바탕 뜯고는, 그 흥에 취해 "까∼오∼" 소리치는 듯합니다.
이구동성 까오는 발정난 고양이 새끼들이 달밤에 하늘 쳐다보며 외쳐대는 탁한 외침이라면, 이 까오 음반은 흥가락에 촉촉한 그러면서도 교교(皎皎)한 외침이 아닐까 싶습니다. 교교한 색기가 감싸고 있는 가야금 색깔입니다.
김희정의 가야금색깔, TOPCD-078
녹음/ Music Tower, 한국문화예술진흥콘텐츠
엔지니어/ 한제석
프로듀서/ 이용탁
Director/ 양정환
일러트레이터/ 강승용
(1) '두껍아두꺼아'라는 동요를 아시나요?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께 새집 다오. 착한 두껍이인가 봅니다. 첫 곡으로 두껍아 두껍이를 담고 있습니다. 스물 다섯줄 가야금으로 두꺼비 주제 선율을 선보이고는, 이어서 다양한 색깔의 선율이 펼쳐집니다. 얼마 전 오감도 연습실에서 주인공도 없는데 들어가 스물 다섯줄 가야금을 뚜르르∼ 훑어보면서 확연히 열두 줄과는 색깔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감∼?). 스물 다섯줄 가야금이 가진 음계와 음역의 조건을 최대한 발휘하면서도 가야금이 가지는 전통적인 특징이 생생하게 살아있다고 하겠습니다.
(2) 두 번째 곡으로는 섬집아기가 실려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련한 감동을 전해주는 섬집아기를 역시 스물 다섯줄 가야금, 그리고 신디사이저와 함께 새롭게 들려줍니다. 듣다보면 노랫말이 떠오르고, 그래서인지 어머님이 생각나고, 아버님이 떠오릅디다.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나는 이 곡을 들으면서 가족을 떠올렸습니다. 신디사이저라는 색다른 소리와 어우러져 화사한 것 같으면서도 드러내지 않는 화사함으로 가슴을 촉촉이 적셔줍니다.
(3) 생소한 가락이 세 번째로 선을 보입니다. 속 내지를 읽어보면, 일본 아이들의 동요가락을 그 바탕으로 창작한 곡이라고 합니다. 요즘 일본 아이들의 망아지 같은 행동에 '역시∼' 라는 생각이 미치지만, 어느 나라이든 동요의 선율은 사랑스럽습니다. 달을 주제로 한 곡이라 서인지, 첫머리는 다소 무거운 듯한 선율이 흐르고 가야금의 엇모리 장단에 흥겨운 가락으로 이어집니다. 역시 스물 다섯줄의 가야금 소리입니다.
(4) 네 번째로는 제목 자체가 '익숙한 가락'입니다. 우리의 소리, 그리고 오늘날의 음악에서 많이 들려져 익숙한 가락들을 작품의 소재로 만든 곡이랍니다. 앞의 곡들과는 달리 본래의 전통 가야금, 즉 열 두줄짜리 가야금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스물 다섯줄보다는 확실히 소박한 음색이지만, 정겹게 다가옵니다.
(5) 마지막 곡은 악기 편성이 제법 큽니다. 대미를 장식하는 곡으로 열 여덟줄짜리 가야금, 장구, 그리고 String Quartet가 '얼싸 좋다∼' 하면서 어울려집니다. 메나리 환상곡이란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해설을 보면 메나리가 무얼 뜻하는지 분명치 않으나, 아마도 지명인 듯합니다. "아우라지 뱃사공이 불렀던 그 삶의 노래, 염원의 노래를 이 작품에서는 메나리의 정서를 가야금의 즉흥적 변주 형식으로 새롭게 이메지화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열두 줄의 가야금과 열여덟, 스물 다섯줄의 개량 가야금소리, 더욱이 신디사이저와 String Quartet의 어울림이 돋보이는 음반이라 여깁니다
이 음반을 처음 봤을 때, "까∼오∼"라는 소리가 튀어 나왔답니다. 보름달이 떴을 거라 여겨집니다. 달밤에 진양조 장단으로 시작하여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로 몰아치면서 걸판지게 한바탕 뜯고는, 그 흥에 취해 "까∼오∼" 소리치는 듯합니다.
이구동성 까오는 발정난 고양이 새끼들이 달밤에 하늘 쳐다보며 외쳐대는 탁한 외침이라면, 이 까오 음반은 흥가락에 촉촉한 그러면서도 교교(皎皎)한 외침이 아닐까 싶습니다. 교교한 색기가 감싸고 있는 가야금 색깔입니다.
김희정의 가야금색깔, TOPCD-078
녹음/ Music Tower, 한국문화예술진흥콘텐츠
엔지니어/ 한제석
프로듀서/ 이용탁
Director/ 양정환
일러트레이터/ 강승용
(1) '두껍아두꺼아'라는 동요를 아시나요?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께 새집 다오. 착한 두껍이인가 봅니다. 첫 곡으로 두껍아 두껍이를 담고 있습니다. 스물 다섯줄 가야금으로 두꺼비 주제 선율을 선보이고는, 이어서 다양한 색깔의 선율이 펼쳐집니다. 얼마 전 오감도 연습실에서 주인공도 없는데 들어가 스물 다섯줄 가야금을 뚜르르∼ 훑어보면서 확연히 열두 줄과는 색깔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감∼?). 스물 다섯줄 가야금이 가진 음계와 음역의 조건을 최대한 발휘하면서도 가야금이 가지는 전통적인 특징이 생생하게 살아있다고 하겠습니다.
(2) 두 번째 곡으로는 섬집아기가 실려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련한 감동을 전해주는 섬집아기를 역시 스물 다섯줄 가야금, 그리고 신디사이저와 함께 새롭게 들려줍니다. 듣다보면 노랫말이 떠오르고, 그래서인지 어머님이 생각나고, 아버님이 떠오릅디다.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나는 이 곡을 들으면서 가족을 떠올렸습니다. 신디사이저라는 색다른 소리와 어우러져 화사한 것 같으면서도 드러내지 않는 화사함으로 가슴을 촉촉이 적셔줍니다.
(3) 생소한 가락이 세 번째로 선을 보입니다. 속 내지를 읽어보면, 일본 아이들의 동요가락을 그 바탕으로 창작한 곡이라고 합니다. 요즘 일본 아이들의 망아지 같은 행동에 '역시∼' 라는 생각이 미치지만, 어느 나라이든 동요의 선율은 사랑스럽습니다. 달을 주제로 한 곡이라 서인지, 첫머리는 다소 무거운 듯한 선율이 흐르고 가야금의 엇모리 장단에 흥겨운 가락으로 이어집니다. 역시 스물 다섯줄의 가야금 소리입니다.
(4) 네 번째로는 제목 자체가 '익숙한 가락'입니다. 우리의 소리, 그리고 오늘날의 음악에서 많이 들려져 익숙한 가락들을 작품의 소재로 만든 곡이랍니다. 앞의 곡들과는 달리 본래의 전통 가야금, 즉 열 두줄짜리 가야금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스물 다섯줄보다는 확실히 소박한 음색이지만, 정겹게 다가옵니다.
(5) 마지막 곡은 악기 편성이 제법 큽니다. 대미를 장식하는 곡으로 열 여덟줄짜리 가야금, 장구, 그리고 String Quartet가 '얼싸 좋다∼' 하면서 어울려집니다. 메나리 환상곡이란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해설을 보면 메나리가 무얼 뜻하는지 분명치 않으나, 아마도 지명인 듯합니다. "아우라지 뱃사공이 불렀던 그 삶의 노래, 염원의 노래를 이 작품에서는 메나리의 정서를 가야금의 즉흥적 변주 형식으로 새롭게 이메지화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열두 줄의 가야금과 열여덟, 스물 다섯줄의 개량 가야금소리, 더욱이 신디사이저와 String Quartet의 어울림이 돋보이는 음반이라 여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