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하이파이클럽 기획특집리뷰 - 미디어서버 6종 집중 시청   Bryston BDP-2 Chord DSX-1000 LINN Klimax DS Meridian Sooloos Control 15 & MD600 SOtM sMS-1000 TV Logic Aurender S10
01. 미디어서버의 이해
02. 컴퓨터 오디오의 비전을 이야기하다 - 문한주
03. 새로운 디지털소스 시대를 맞이하며 - 조용로

오디오 시스템을 모두 정리하고 한동안 오디오와 담을 쌓고 지내던 친한 선배가 있다. 얼마전 다시금 오디오를 시작한다면서 몇 달을 노심초사하며 장터를 뒤지고 다냈다. 오랜만의 흥분된 즐거움이고 제한된 예산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고자 함이니 그런 고민 정도야 당연한 것 일게다. 필자 또한 디지털 기기를 포함한 몇몇 기기들을 그 분께 추천해 주기도 했다. 

그런데, 장고 끝에 그 선배가 내린 소스기기의 결론은 매킨토시 PC와 DAC를 사용하는 PC-FI 소스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턴테이블 매트 위에 LP를 올리거나 수많은 CD들 속에서 숨바꼭질하듯 CD를 찾아내어 CDP에 넣어 주어야 뭔가 제대로 음악을 들을 준비가 된 것처럼 느껴지는 old-fashioned인 필자보다도 연배가 높은 그 선배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사실 약간 충격이었다. 

세상은 이미 음반 중심에서 음원 중심으로 넘어가 있는 것인가?

디지털 미디어 서버 또한 이런 시대의 변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난 좀 더 하이파이 오디오 지향적인 디지털 음원 재생 장치이다.  

하이파이 클럽에서는 미디어 서버 특집을 위해 여섯 종류의 미디어 서버 기기들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전송 방식의 차이와 브랜드 고유의 연결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일한 환경하에서 리뷰를 진행했고 4곡의 스타일이 다른 리뷰 곡을 선정하여 최대한의 공정성을 유지하려 했다. 

 

시청음반 

1. Mahler – Symphony No 5 – Simon Rattle(지휘)/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EMI]

2. Mozart – Requiem – Charles Mackerras(지휘)/Scottish chamber Orchestra [Linn]

3. Chopin – Polonaise in AB major OP53.(Heroique) – Artur Pizarro [Linn]

4. Mozart – Violin Concerto No.3 – Marianne Thorsen(Violin)/ OYVIND GIMSE(지휘) [LINDBERG]

 

연결감이 우수해져 현악군의 울림이 좀 더 매끄럽게 들린다. Mahler의 5번은, 오케스트라가 공간을 울림으로 가득 채우는 스타일은 아니나 악기들의 모습은 더 선명하게 보여 공간에 악기들을 뿌려놓은 듯이 들린다. 트럼펫은 역시 힘있게 뻗어 나오지만 부풀어 오르는 울림까지 표현하지는 않는다.

 

Mozart Requiem은 펼침이 우수하고 독창자의 모습이 상대적으로 더 잘 보인다. 음이 유연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해상도는 훌륭하다. Pizaro의 피아노 독주곡에선 왼손과 오른손의 어울림에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왼손 연주가 오른손에 묻혀서 들린다. 하지만 긴장감이 잘 살아나고 공간을 차분하게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은 충분히 장점이라 할 수 있다.

 

Mozart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바이올린의 통 울림보다는 예리한 선이 더 잘 나타났다. 오케스트라 합주는 단단한 몸집을 가지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스피드 감이 느껴진다.

 

 

Mahler의 교향곡은 현악 합주의 매끄러움이 향상되어 내가 장송행진곡이라 부르는(사실 Rattle의 연주는 장송이라 부르기엔 어패가 있지만) 왈츠 풍의  느릿한 멜로디 라인은 매끄러움이 더해져 윤기가 생겼다. 음 주위에 텐션이 생기고, 윤택함에 리듬감이 더해져 Mahler 교향곡 특유의 노래하는 듯한 전개가 더 잘 느껴진다.  매끄러움이 더해진 부분은 괄목할 만 하지만 저현악기의 합주는 다른 연주와 섞여 윤곽이 약간 불분명하게 들인다.  매끄럽고 풍부하게 들리지만 저역이 깊게 아래로 뻗어주지는 못한다.  금관의 울림에 욕심을 부려 보았는데 생생하게 뻗기보다는 조금 부드러워진다.

 

Requiem의 kyrie는 노래하는 사람의 몸집이 좀 더 잘 살아난다.  합창의 펼침과 독창자 간의 윤곽은 아스라히 보여진다. Chopin의 피아노는 향판 울림에 힘이 더해져 즐겁게 들었다.

 

 

Meridian과 더불어 디지털 미디어 서버도 하이엔드 오디오 콤포넌트로서 충분한 음악적 즐거움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해준 기기이다. 이날 시청기중 가장 풍부하고, 여운이 살아있고, 공간 채우는 능력이 우수하고, 음악적이었다.

Mahler의 교향곡에서 트럼펫은 앞서 다른 모든 기기들보다 더 정확한 음색으로 확실한 두께로 부풀어 주었다. 저음 악기간의 음 분리도가 향상되어 움직임이 선명해졌지만 깊이감은 좋아져서 저역이 잘나오는 곡을 더 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게 했다. 약음과 강음 사이의 강약표현이 확실히 증가되어 리듬감이 우수해졌고 저역으로의 확장은 자연스럽고 풍부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Meridian에 비해 중역은 두께가 덜해 순간적인 임펙트에서는 폭발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리지는 않는다.(아쉽게 들린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시청기중에 가장 하이엔드 오디오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특히 Requiem의 공간 표현은 압권이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각 성부들의 노래가 드라마틱하게 들렸고 Mackerras의 Requiem이 이렇게 생생한 연주였나? 하고 다시 보게 만드는 능력을 가졌다.  Mozart의 바이올린 협주곡 역시 부드럽지만 디테일한 격이 다른 합주반주를 들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음상은 Meridian에 비해 가는 편이지만 다이나믹스는 한 수 위에 있다.

Mahler의 오케스트라는 공간을 좀 더 확실히 채우고 앞뒤로 벌어지기 시작한다. 임펙트 있는 총주에서 더 분명하게 이런 부분을 느낄 수 있다. 건조하게 느껴지는 음장에 생기가 살아나고, 악기들의 음 끝에 생생함이 드러나면서 공간의 앞·뒤가 더 분명하게 느껴진다. Mozart의 Requiem에선 합창의 여운이 길어지며 울림의 잔향을 느낄 수 있다. 독창자의 목소리 아래로 몸집의 윤곽이 조금씩 느껴진다.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은 Chopin의 Polonaise 였다.  오른손과 왼손의 움직임이 정확해졌고 왼손의 무거운 울림이 차이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약음과 강한 터치의 편차에 따른 울림의 무게가 확연히 느껴지는 것은 큰 발전이다. 오짜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Marianne의 Violin은 입체감이 살아나주니 실제감도 더해져 생생해진 느낌이 좋았다.  브라이스턴에 비하면 바이올린 음 끝에 그레인이 좀 더 보인다.

 

점점 비싸지는 순서로 기기들을 시청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불행한 일이다. 결국 디지털 미디어 서버도 가격대로 가는 것처럼 느껴져서 말이다.  

디지털 소스와 아나로그 소스(LP) 사이에는 재생되는 소리의 스타일에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디지털 소스들은 일반적으로 음장이 넓고 스테이지도 크게 그리지만 상대적으로 음상은 작고 좌우 폭의 넓음에 치중하는 반면, 앞뒤로 깊게 만들어 지는 음장의 재현에는 힘겨워한다.

아나로그 소스는 좌우의 음장 폭이 넓다기 보다 앞뒤로 소리가 깊고 음상은 굵직굵직하게 나타나 악기 고유의 에너지감 표현 능력이 뛰어나며 좀 더 입체감이 있다.

미디어 서버 역시 디지털 소스의 소리를 들여주었다. 이번 리뷰를 통해 최고의 디지털 소스의 소리를 듣지는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디지털 음원 재생징치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 대한 힌트를 얻기에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