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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파일들에게 원래 ‘락포트’라는 이름은 스탠드에서부터 턴테이블 베이스 전체에 걸쳐 에어 서스펜션 방식으로 설계한 전설의 ‘시리우스 포노그래프’ 로부터 였다. 현 시점에서 보아도 그 존재감이 퇴색하지 않아 보이는(본 제품은 여전히 주문자 방식 생산 중이다) ‘시리우스’는 90년대 초반 당시의 상황에서는 가히 가공할만한, 기존 개념을 뛰어넘는 플레이어였고, 현재의 소위 ‘공중부양’ 아날로그 플레이어들은 ‘시리우스’가 그려놓은 좌표 위에서 생성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락포트 테크놀로지(Rockport Technologies)의 설립자 앤디 파요르(Andy Payor)는 짐작컨대 지향점이 높은 일종의 완벽주의자 기질을 가진 인물이 틀림없다. 추후 언급하겠지만, 제품의 마감 방식과 시청실의 설계에 이르기까지 극성스러운 수준의 치밀함이 발휘되어 있다. 그러니까, 본인의 눈과 귀로 확인하지 않으면 안되고, 일정과 양산을 이유로 품질과 타협하지 않는 그런 캐릭터의 소유자이다.

 

불현듯, 본인의 기준에 맞는 시제품의 출시에 약 20여년의 시간을 보낸 ‘다즐’의 헤르베 벨라트레즈가 스쳐 지나간다. 앤디 파요르 또한 80년대 중반에 AV 시스템의 제조를 시작한 이래 약 20년이 지나서야 본인의 머리 속에 있는 그림을 현실 속에 펼쳐낼 수 있었으며, 지금도 전 제품에 결쳐 본인의 시청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출고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그런 시간에 대한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본문에서 부연하겠지만, 락포트의 제품을 보면 제작자 자신이 사용할 용도로 애써 만들어낸 듯한 공이 느껴지는데, 본래의 의미가 무색하게도 모든 하이엔드 제품들이 이렇게 제작되는 것은 아니다.

 

락포트 테크놀로지의 스피커를 전시회에서 마주친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2000년 초중반 시점에 락포트가 제시했던 광대역 다이나미즘은 상당히 신선한 데가 있었고, 종종 이런 제품들은 현재는 물론이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기억 속에 선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 제품들과 비교하면 각 드라이버가 대폭 교체되었고, 제품의 디자인도 특정 방향을 향해 일제히 선회했으며, 그에 따라 사운드 컨셉 또한 다소간의 변화가 생겨있다. 2000년 초반 ‘하이페리언’에서 기원한 락포트의 스타일은 2000년 중반까지 계속 다양성이 시도되는 중이었다고 파악되는 건, 일관성 있는 제품디자인의 부재 때문이었다.

 

2000년대 후반이 되면서 일종의 진화의 마지막 단계처럼 제품군의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예컨대 뒤로 경사진 유선형 모노코크 바디 디자인, 측면 벽에 배치한 미드베이스 유닛, 샌드위치 구조의 카본 재질 유닛 등이 그렇다. 물론, 지금도 변화는 멈추지 않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락포트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 하나의 ‘패밀리 룩’이 생겨나 있는 것이다.

 

현재의 락포트 라인업 제품들을 보면 일종의 위트와 낭만이 섞여 있어 보이는데, 전 제품이 공히 알파벳 ‘A’로 시작하는 작명은 다분히 의도적인 컨셉이 아닐까 짐작되며 아울러 전 라인업을 우주의 별 시리즈로 신비감을 부여한 사실에도 제작자의 공이 투영되어 있어 보인다.

 

전 제품을 관통하는 뚜렷한 컨셉이 선명하지 않던 이전의 제품들과 달리 신형 ‘A’ 라인업들은 누가 보아도 한 집안 출신임을 알 수 있는 생김새로 모두 유선형구조를 하고 있으며, 화룡점정 모양 불꽃 점 하나 찍으면 금방이라도 우주를 향해 날아오를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아비오르(Avoir)는 현재의 락포트 라인업에서 정확히 중간에 위치하는 제품이며, 본 제품에서부터 측면 우퍼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대신 락포트의 전 제품 중에서 유일하게 더블 우퍼를 채용하고 있는 제품이다. 스피커의 배치, 특히 측면 공간이 부족한 경우에 대해 좀더 운신의 폭을 넓히고 양감을 유지시킨 디자인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본 제품은 인클로저, 전후면 배플, 베이스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락포트 스피커들의 가장 차별화되는 영역으로서 공히 모노코크 바디로 제작이 되어있는데,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필자가 말하는 모노코크 바디의 의미는 상하 방향으로 하나로 이어진 통 구조로 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전면과 후면 배플을 뚜껑처럼 닫고 바닥에 베이스를 붙이면 기본 구조가 완성된다.

 

특히 4중 도장 처리된 전면 배플은 제품의 설계 컨셉상 6인치 두께로 두텁게 제작되어 있다. 스피커의 인클로저는 유리섬유로 강화 처리된 고강도의 틀 속에 고밀도의 에폭시 수지로 빡빡하게 채워 넣은 캐비닛에 역시 같은 구조의 전후 패널을 닫아 완성된다. 가슴 높이에 채 오지 않는 이 스피커의 무게가 10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디의 재질과 마감까지 충실히 이어졌다고 가정했을 때 모노코크 바디로 제작된 스피커가 갖는 가장 큰 효과로서 대역간의 부조화가 없이 공진을 극히 억제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초저역으로의 급격하고 빠른 이동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에 이상적인 구조가 된다.

 

사실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해야 할 도장과 마감 얘기가 길어지는 건, 이 내용을 제외하면 아비오르에 대한 설명의 대략 절반을 생략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만큼 코팅과 본딩 등에 대한 얘기들은 락포트의 중요한 영역이다. 락포트의 스피커들은 총 12개의 공정을 거쳐 완성되는, 사실상 일반적인 스피커용 도장의 한계를 넘어서는 대단위 작업을 거치는데, 결벽에 가까운 코팅과 연마작업의 반복이다.

 

그 기초는 폴리에스터로 인몰드 코팅으로 시작해서 중복코팅 공정을 거치는데, 각 코팅간에는 미세한 사포로 연마작업을 하게 된다. 코팅작업이 완료되면 자동차용 우레탄으로 코팅 작업을 한 후에 4겹의 도장처리로 최종 마감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다시 표면을 미세 사포작업(숙련공에 의한 문자 그대로 ‘노가다’ 작업)을 한 후, 광택작업을 거쳐 완료한다. 말로만 들어서는 실감이 나지 않는 실로 인고의 공정을 거쳐서 제품이 완성된다. 이렇게 제작된 제품의 소리가 앤디 파요르 사장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건지 잠시 아찔해진다.

 

아비오르는 더블 우퍼를 배치한 3웨이 4유닛 구성의 스피커이다. 고역은 플래그쉽 아라키스(Arrakis)에도 사용하고 있는 스캔스픽 유일의 베릴륨 버전 1인치 특주 ‘리블레이터’를 사용하고 있고 미드레인지와 베이스에는 카본 파이버 재질의 유닛을 안팎으로 샌드위치 구조로 구성하고 있다.

 

‘리블레이터’는 현존 최고의 트위터 유닛 중의 하나로서 재론의 여지가 없겠지만, 독특한 체크 패턴의 카본 미드 레인지와 베이스의 경우, 자사 알루미늄 금형에서 자체 제작 및 프린팅 작업과 가공을 완료한 채로 덴마크 오디오테크놀로지로 보내져서 드라이버를 장착한 최종 어셈블리로 제작된다.

 

실제 제품을 보고 있으면, 각도에 따라 패턴을 달리하면서 차콜(charcoal) 톤의 바둑판을 연상케 하는 그 흔치 않은 시각적인 매력 또한 각별하다. 마이스터급 인클로저의 마감을 유닛에까지 연장시키려 한 게 아닌가 싶은 모습이다. 바닥에는 100킬로의 중량을 받치기 위해 CNC 가공으로 제작된 스파이크(스파이크라고 하기엔 매우 두텁지만)를 4개 사용하고 있다.

 

뒷면 배플에는 한 개의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를 두었으며, 스피커 터미널은 싱글와이어링 전용이다. 본 제품의 내부 선재는 트랜스페어런트를 사용하고 있는데, 시청에서도 트랜스페어런트의 스피커 케이블을 사용했으며 인터커넥터 또한 트랜스페어런트로 시청했을 경우에 좀더 특이성향이 적게 나타나는 재생이 되었다. 여하튼 락포트 테크놀로지의 이런 독자적인 제작 철학과 과도하다 싶을 등급의 QC, 그리고 전문 인력의 투입 등이 이어진 결과로서의 사운드가 궁금해진다.

 

아비오르는 필자가 머리 속에 그리고 있던 사운드와는 다소간 다른 소리를 들려주었다. 필자 기억 속의 락포트와 다른 반경을 그려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러니까, 상당 부분은 동일한 소리지만, 어떤 부분들은 필자가 모르고 있던, 혹은 락포트의 새로운 사운드가 출현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필자 기억과 동일한 부분은 역시 안정적이고 흔들림이 없는 다이나믹스였다. 그리고 이에 기반한 특유의 포만감을 안겨준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필자가 새롭게 발견한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풀레인지를 연상케 하는 대역간 말쑥한 이음새였다. 마치 인클로저와 배플의 접합부분을 물샐 틈 없이 용접하듯 평탄하게 연결되는 대역은 매우 자연스러운 연주를 들려주었다.

 

요요마와 엠마누엘 액스가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현을 적당한 굵기로 그려내며 유연하고 깊은 새김을 만들어준다. 아스팔트의 빈틈까지도 메운 듯한 매끈한 길을 미끄러져 내려가고 올라가는 운행의 쾌감이 만족스러운 연주로서, 청각적으로 듣기 좋을 만큼 울림과 질감을 들려준다.

 

메트로놈의 칼립소 레퍼런스와 C8 조합에 CD로 시청한 본 연주의 매칭 앰프는 마크 레빈슨의 No. 54 모노블록이었는데, 이 연주에서는 제프롤랜드와 같은 슬라이딩의 느낌을 들려주어서 가끔씩은 보풀거리는 질감이 좀더 부각되어도 좋을 듯 싶었는데, C8을 진공관 모드로 전환하자 필자가 바랬던 만큼의 굴곡이 생겨났다. 그러면서도 과부족이 없이 원래의 음상과 대역간 밸런스는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점 또한 만족스러웠다. 진공관 모드로 전환했을 경우에 좀더 바람직한 결과를 얻었는데, 새김이 좀더 깊어지고 유연함의 드라마틱함이 잘 살아나게 되었다.

 

뛰어난 해상도와 의심의 여지 없는 위상표현은 이 제품 고유의 영역 중의 하나이다. 호세 카레라스가 노래하는 라미레즈의 ‘미사 크리오야’를 들어보면 카레라스 고유의 음색이 미묘한 에너지 변화를 따라가며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약음에서도 구체적으로 조명되는 표현력은 감탄스럽다. 실제의 사이즈와 현장의 상황을 낱낱이 그려내 준다. 퍼커션은 정교하고 단정하며 울림의 반경과 잔향의 느낌도 실제감을 잘 전해준다. 간혹 높은 중역대에서 순간적으로 부스팅이 감지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몇 가지 곡을 변경해서 시청해 본 결과로는 스피커 자체의 공진이 아니고 시청 공간의 특성과 음량이 커지면서 문득 에너지가 과잉되는 현상으로 보였다.

 

GLV의 메인 시청실은 꽤 넓은 공간으로 시청 위치의 변경에 따른 스테이징이나 음상의 변화는 적으나, 부스팅의 정도 차이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약 1미터 정도 전방으로 이동하니 상기의 현상은 사라졌고 음상도 좀더 컴팩트해졌다. 본 시청실에서 2채널 전용의 스윗 스팟은 일반 시청위치와 다소 다르게 반응하고 있어 보인다. 이런 시청에서 드물게 만나게 되는 사이먼 가펑클의 ‘Sound Of Silence’의 경우(확인 못했으나 메인 보컬은 동일하고 반주가 다른 리마스터로 보임), 다소 핵이 깊은 두터움과 높은 해상도 속에서도 오리지널 곡의 음색에 흔들림이 없는 재생이 인상적이다. 고음량에서도 음상 또한 매우 또렷하고 강렬하고 호소력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입 속에서 읊조리는 미세한 떨림과 미묘한 움직임이 매우 구체적으로 그려내어 시각적으로 선명한 연주가 되어 있다.

 

CD에서 파일 재생으로 변경을 하자, 당연한 얘기겠지만, 뉘앙스의 변화가 생겨났다. 린 DS-C8 또는 C6로 시청한 곡들에서는 선명하고 거침 없는 임팩트와 차분하고 안정적인 밸런스가 돋보인다. 이에 비하면 메트로놈 조합의 재생은 좀더 드라마틱하고 호소력 짙은 연주였다고 생각된다. 메트로놈을 먼저 시청하고 나서의 린 DS는 다소 모니터적이라고까지 할 정도로 감정표현을 아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두 곡의 시청에서 그런 느낌은 두드러졌다.

 

한타이가 연주하는 ‘골드베르크’를 들어보면 아비오르는 두 가지 점에서 크게 어필하고 있다. 우선은 뛰어난 해상도가 먼저, 그리고 리듬 앤 페이스에 대한 표현력이다. 한타이의 골드베르크는 거의 실연에 가까운 완벽한 연주이다. 이 곡을 지속적으로 시청하다 보면 연주자의 근육이 언제 어떻게 움직이는 지에 동화되어 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만큼, 뛰어난 묘사력이 시청자를 쉽게 매료시킨다. 빠른 패시지에서도 하모닉스가 혼탁해 지는 순간을 찾아낼 수 없었다. 넓은 대역의 안정적인 표현은 왼손에 순간 순간 실리는 에너지를 잘 감지하게 해준다. 시청자를 쉽게 고양시키는 연주였다.

 

머레이 페라히어가 연주하는 바하의 영국모음곡은 한타이에 비하면 오히려 거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다이나미즘이 부각되었다. 거침없고 호방하게 박두해 오는 다소 이색적인 페라히어였지만, 아비오르의 이 곡에 대한 해석이 그러하다. 필자가 부각시키고자 하는 것은 이 곡에서도 아비오르-마크레빈슨-BAT-린 조합의 골격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감정을 고양시키고 작열하는 순간에도 이성을 잃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서 튼튼한 스탠드에 얹혀 있는 북쉘프의 장기를 발휘한다는 점 또한 아비오르의 매력으로 발견된다.

 

두다멜이 지휘하는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Sehr Langsam 은 약음부터 트랜지언트까지를 어떻게 처리하는 지가 잘 나타나는 곡이다. 신음소리 같은 현악이 번져오는 도입부를 뛰어난 정적과 스테이징으로, 그리고 색채감이 강렬하면서도 매우 깔끔한 뉘앙스로 들려준다. 악기수가 늘어가면서 음의 전개가 안정적이고 핵이 깊어진다. 음색에 칼라레이션이 없으면서도 핵이 깊고 관능적인 느낌을 주는 현악합주를 들려준다.

 

이 곡에서 저역의 해상도가 좀더 분명했으면 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주로 높은 중역대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부스팅이 저역 해상도를 덜 선명하게 하는 연속 패시지가 있었는데, 자리를 이동하면서 테스트를 해보면 스피커 자체의 공진이 아니고 룸 어쿠스틱의 특성상 그런 현상을 만드는 경우가 발견되었다. 왜 그러냐 하면, 대음량이나 트랜지언트에서도 결코 혼탁해지거나 하는 기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특성에서는 선수급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스피커이다. 시간 관계상 다양한 시도해 보지는 못했으나, 토우인 각도에 따라 대역간 뉘앙스가 다르게 나타날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오히려 시청 공간은 지금보다 작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앰프나 주변기기와의 함수관계가 있는 영역이다.

 

뉴잉글랜드 메인(Maine)에 위치한 락포트 테크놀로지의 본사 건물 또한 예사롭지 않다. 미국 동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목조 주택의 구조를 하고 있는 락포트의 사옥 내부는 겉모습에서는 짐작되지 않는 하이엔드 구조로 시공되어 있다. 시청실의 벽은 10인치 두께의 콘크리트로 마감되어 그 사이에는 2인치 두께의 폼(foam)이 삽입되어 있다. 천정은 20인치 두께로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플래그쉽 모델 아라키스를 시청하던 중에 한바탕 구조변경을 하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아비오르를 시청하면서 하이엔드 스피커의 신기조라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모던한 기조를 기반으로 스피커의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현재로서는 그리 많지 않은 브랜드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컨셉을 갖춘 라인업으로는 5종, 신구 기종을 합치면 약 10종의 제품들이 갖춘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또렷한 지향점은 락포트 테크놀로지의 무한 가능성을 점쳐보게 한다.

 

사진상으로 보면 아비오르를 대형기로 생각하기 쉬겠지만, 예상보다 컴팩트한 사이즈의 제품이다. 국내 오디오파일의 일반적인 시청공간에 그리 위화감이 없는 사이즈인데, 뒤로 누운 구조, 그리고 제품의 컨셉상 뒷길이가 긴 형태의 디자인을 하고 있어서 운용을 위한 팁이 필요해 보인다. 필자의 방식대로라면 토우인을 틀어서 대각선 구조로 세팅을 하고 스피커로부터 최소 3미터 정도의 거리를 둘 수 있는 공간이라면 이상적일 것으로 보인다. 더블 우퍼의 퍼포먼스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그 정도가 최소한의 거리이다.

 

매우 세련된 디자인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실물을 보면, 전술했듯이 많은 공을 들여 만든 공예품 수준의 만듦새에 쉽게 매료될 것이다. 시쳇말로 탱크 같은 만듦새에 제품의 전 부문에 걸쳐 그 연장선상에 있는 전천후 성향의 예술혼을 심어 놓았다. 몇 가지 면에서 필자가 매우 인상적으로 시청했던 카르마의 스피커와 많은 비교를 해보게 되는데, 락포트 쪽이 좀더 핵이 깊고 중량급의 안정된 기조를 선사한다고 할 수 있어 보인다. 종종 이런 컨셉의 스피커들에서 결여되기 쉬운 정확한 리듬 앤 페이스에서 카르마의 장점을 끌어안고 확장을 시킨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제작자가 수많은 공과 노력을 투입했음에도 그 효율은 정비례하지 않고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컨셉이 보편적이지 못하거나, 음질로 나타나는 결과가 제작의 성과에 못 미치거나 하는 경우들이다. 그런 면에서 아비오르는 보람이 있는 제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거나, 혹은 그 이상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제품을 평가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 제품을 시청하는 약 두어 시간 동안 필자는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장르와 시청자 성향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새로운 전천후 스피커를 꿈꾸던 오디오파일들에게는 도전할 제품이 생겼다. 심각하거나 복잡하지 않고 쉽고 명쾌한 스피커라서 시청자의 판단 또한 빠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