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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애호가에게 다음과 같은 수수께끼를 낸다면 어떤 답이 나올까?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하드웨어도 아니고 음악 신호가 수록된 소프트웨어도 아닌데 오디오를 통해서 소리가 재생되는 시간 내내 오디오 재생 퀄리티에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분들이 ‘전원’을 먼저 떠올리시지 않을까 싶고 ‘룸 어쿠스틱’을 먼저 떠올리시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적지 않을까 싶다.

 

사실 오디오 애호가 집단에는 전원의 상태를 변경시키는 파워코드나 전원장치에 대한 경험치가 많이 축적되어 있어서 오디오 재생품질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전원과 관련된 조치를 취해보고자 할 때 피해야 할 것은 무엇이고 바람직한 접근 방법이 어떤 것인지 올바르게 지도해 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룸 어쿠스틱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오디오 애호가 집단에 축적된 경험치가 충분하지 않다. 과학적인 근거도 희박하고 부작용만 가져오는 허무맹랑한 제품이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설령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손 치더라도 자신의 공간에 수용하기 버거운 제품을 불필요하게 구입하고 오용해서 역효과가 생기는 일도 허다하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룸 어쿠스틱은 물리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우리가 룸 어쿠스틱에 대한 이해도가 높건 낮건, 존재를 인지하건 말건 간에 모든 소리에 무차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거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룸 어쿠스틱의 존재를 잠시 망각한 상태에서 오디오에서 나오는 소리를 다듬고 개선시키기 위해서 고민하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조치하면서 희노애락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언제나 정재파는 재생음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플러터 에코 현상(리스닝 룸 안에서 손뼉을 울려봤을 때 메아리처럼 쨍쨍대며 울리고 있다면 그 공간에는 플러터 에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은 소리의 디테일을 손상시키고 있으며, 벽과 벽이 서로 맞닿는 부위, 벽과 천정이 맞닿는 부위, 천정의 코너부, 소파 바로 뒷벽 청취자의 뒤통수 쪽에서는 소리가 서로 부딪혀 간섭하는 콤 필터링 현상이 일어나 소리를 뾰족뾰족 소란하고 거칠게 만들어 버린다. 스피커 사이에 놓여진 오디오 랙이나 디퓨저는 소리를 난반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상을 형성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에게 익숙한 룸 어쿠스틱 컨트롤 방법은 흡음시켜서 음압을 평탄화 시키려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하게 될 Eighth nerve사의 룸 어쿠스틱 솔루션은 이와는 다른 해법을 제안하고 있다.

 

사람은 공기압의 차이로 소리를 감지하게 되며, 룸의 음향 컨디션이란 것도 결과적으로 공간의 각 부위의 ‘공기압의 차이’(압력존이라고 일컬어지는)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룸에서 공기압의 차이가 나타나게 되는 부분은 벽표면이 된다. 벽 표면은 압력 차이 관점에서 불완전한 부분이 된다. 그러나 벽의 표면만 압력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벽과 벽이 만나는 곳, 벽과 천장이 만나는 곳, 천정의 코너 부분은 좀 더 불완전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Eighth nerve에서 개발한 각종 룸 어쿠스틱 컨트롤 제품들은 이런 압력의 차이가 발생해서 불완전해진 부분에 설치해서 룸 안에 불완전하게 분포하는 압력차이를 완화시키려는 데 주안을 두고 설계한 것이다. 흡음만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흡음과 반사가 적절하게 밸런스를 가지도록 고려되었다. 이를 위해서 도려낸 나무판을 써서 일부에서는 반사를 나머지에서는 흡수가 될 수 있도록 했다. the Wall은 벽 표면의 압력 차이를 완화시키도록 고안된 것이고, Rectangle III는 벽과 벽(또는 벽과 천장)이 만나는 곳에서 나타나게 되는 압력 차이를 완화시키도록 고안된 것이고, Triangle III는 코너 부분에서 나타나게 되는 압력 차이를 완화시키도록 고안된 것이다.

 

Triangle III는 이들 제품 중에서 면적으로는 제일 작지만 압력존을 컨트롤하려는 eighth nerve의 시도가 가장 집약되어 나타날 수 있는 부분에 설치되는 제품이며 설치 효과도 다른 제품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룸의 코너 부위는 음악 재생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좁은 방에서 합창곡을 재생할 때 천정 코너에 아무것도 달려져 있지 않으면 포르테로 점진적으로 커지는 부분에서 몇 사람이 단에서 무단 이탈해서 윗쪽 계단으로 올라가 버린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코너부에 흡음재를 설치해 보면 위치 이탈 현상이 나타나지 않게 되며 머리 위의 시끄럽고 거친 소리가 사라지고 차분하게 들리게 된다.

흡음재를 떼어내고 Triangle III를 달아보면 좀 더 큰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소리는 좀 더 순도가 높아져서 생생해지고 또렷해 지면서도 3차원적인 부피를 가지도록 표현되고 음량도 좀 더 크게 들리게 된다. 그 차이는 놀랄 정도로 크고 현저하다. 청취자 뒷쪽 벽의 양쪽 코너에 Triangle III를 달았을 때보다는 스피커가 놓여있는 쪽의 코너에 Triangle III를 달았을 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데, 그보다는 네 코너 모두 달아주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결과가 나타났다.

 

Triangle III를 떼어내고 다시 흡음재를 달아보면 공간표현 능력도 저하되고 생생한 표현도 얻을 수 없다. 그 이유는 흡음재가 공간정보를 구성하도록 사용되어야 할 미세한 크기의 신호마저 과잉으로 흡음시켰기 때문에 공간을 표현할 수 없게 되었고, 저역은 줄어들지 않으면서 중고역만 집중적으로 줄어들어 주파수 대역 밸런스가 무너져 버리면서 소리를 밋밋하게 만들어 버렸고, 섬세한 뉘앙스를 나타내는데 사용되어야 할 미세한 크기의 신호마저도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서 깨닫게 된 것은 민감한 부위에 어설프게 흡음했을 때 공간을 표현하고 뉘앙스를 표현하게 될 중요한 신호를 날려먹고 밸런스마저 망가트려서 제아무리 오디오 시스템에 공을 들이더라도 자연스러운 공간을 구성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오디오 애호가들이 흡음 위주의 룸 어쿠스틱을 다루는 제품을 사용해 보면서 크게 실망 하게 되는 것이 너무 데드하게 들려서 음악이 싱겁고 졸립게 들린다는 것인데, Eighth Nerve의 제품은 실망을 하지 않게 해줄 것이다.

 

Triangle III를 코너에 부착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 천정 쪽 나무 몰딩에 제품에 동봉한 나사못을 드라이버로 조여준 후 제품을 매달아주면 된다. Rectangle III는 마찬가지 원리로 벽과 벽이 만나는 부위, 벽과 천장이 만나는 부위의 압력차이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the Wall은 벽의 압력차이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면서도 머리 뒤쪽에 흡음을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게 되는 콤 필터링 현상을 줄이거나 플러터 에코 현상을 줄이는 데 사용할 수 있다. the Wall을 청취자의 뒤통수 부근에 해당하는 벽에 두면 음악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더라도 음악이 시끄럽다거나 소란스럽게 느껴지지 않게 된다. 음악이 전보다 여유롭게 들리고 연주자의 의도와 흐름이 느껴지게 되며 방해 없이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the Wall은 스피커가 놓여진 쪽의 벽면에 부착해도 된다. 벽지만 있는 맨벽 보다 the Wall을 놓아두었을 때 사운드스테이지의 깊이를 표현하는 능력이 더 향상되었다.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디퓨저에 비하면 the Wall을 두었을 때 형성되는 음상이 더 자연스럽게 표현된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필자의 기억에는 디퓨저를 두었을 때는 인위적으로 하일라이트된 음상이 나타나서 특정 곡에는 효과를 보지만 많은 음악장르에 걸쳐 도움을 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미 야마하 조음패널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야마하 조음패널을 청취자 뒷쪽 벽에 두고 the Wall은 스피커쪽 벽면에 배치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야마하 조음패널을 스피커쪽 벽면에 두었을 때는 흡음이 심해서 3차원적인 사운드 스테이지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야마하 조음패널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경우라면 the Wall을 청취자 뒷벽부터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그 다음 순위로 스피커쪽 뒷벽을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개발된 룸 트리트먼트 방법은 프로용 스튜디오의 룸 컨디션을 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무방하다. 이런 제품은 전문가의 시공이 필요하며 아마추어가 잘못 사용하면 부자연스러운 역효과가 나곤 했다. Eighth Nerve사의 the Wall, Rectangle III, Triangle III의 미덕은 그동안 룸 트리트먼트 제품이 제공해 오지 못했던 발란스 잡힌 음향콘트롤을 제시하면서 아마추어라 할지라도 실패할 일이 없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훌륭한 솔루션을 제공한 데 있다.

 

플러터 에코, 콤 필터링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신호에 무분별한 손상을 가하지 않고 음악신호를 순수하고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 Eighth Nerve사의 제품 중에 다루지 못한 테마는 정재파를 해결하는 부분인데 정재파 부분에 조치가 필요한 오디오 애호가는 Eighth Nerve사의 제품과 야마하 조음패널을 혼용해서 사용하는 것을 권해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용성이 있고 효과가 있는 룸 트리트먼트를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접하기 어려웠는데 믿음직한 룸 트리트먼트 방법을 소개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강력 추천한다.